스크랩 Trek 5. 체르코리 등반

[김기태]

2012 랑탕 - 강자라 - 헬람부 트레킹

Trek 5. 체르코리 등반 (2012. 11. 1. 목)

온도계가 새벽은 1도. 아침에는 4도를 가리킨다. 4천고지에다 설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밤에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텐트밖 또랑에는 얼음이 얼었다.

어제 포터 한 명 내려갔다. 처음부터 컁진까지만 고용한 사람이다. 팁으로 500루삐 주었다. 캠핑 트레킹에서 팁은 보통 임금의 15% 주는 것이 관례다. 샤브루 베시에서부터 3일 일했으니 임금은 2700루삐. 팁으로 400루삐면 되지만 잔돈도 없고 조금 후하게 주는 것이 좋다.

캠핑 트레킹을 하며 중간에 돌아가는 포터들이 있다. 그것은 갈수록 식량이 줄어들어 더 이상 지고 갈 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포터는 처음부터 데려가는 포터와 현지에서 구하는 포터로 나뉘고 처음부터 현지 포터들 중에서 중간에 돌아갈 사람이 결정된다.

이번에는 5명이 샤브루 베시에서 합류했다. 이제 포터는 8명이 되었고 주방팀4, 가이드, 세르파 합하여 전체 스태프 수는 14명이다. 이 사람들은 마칠 때까지 함께 한다.

해가 뜨니 기온이 바로 올라간다. 카메라가 계속 말썽이어서 걱정이다. 오늘은 좀 낫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은 멀티미디어 시대라 단순히 텍스트만으로 상황을 설명하기가 어렵고 그런 설명으로 이해하기도 어렵다. 사진을 보여주면 굳이 설명을 길 게 할 필요가 없다.

아침에 컁진곰빠 입구 보울더 바위돌이 많이 있는 곳으로 산책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바위 구석구석에 빈병, 빈깡통, 플라스틱, 종이 등이 곳곳에 쌓여 있다. 바위가 워낙 커 밖에서 보면 보이지 않지만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체르코리 등반에 가이드 궁가와 쟁아 세르파 그리고 포터대장 푸르바가 동행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하루종일 자유시간이다. 주방팀이나 포터들은 이럿 맛에 산다. 우리도 날이 지나면 매일 이동하는 것이 지겨울 때(힘들 때)가 있는데 매일 텐트를 걷고 치고 음식을 만들고, 짐을 싸서 지고 나르는 일이 지겹고 힘들지 않을 턱이 없다.

체르코리나 랑시샤 카르카를 가려면 우선 빙하 계류를 건너야 한다. 실개천처럼 보이지만 건너려면 이리저리 좁은 곳을 찾아야 한다. 계류를 건너면 바로 능선을 지그재그로 오른다. 숨이 턱턱 막힌다.

10시에 4300m 도착. 한 무리의 한국팀들이 올라온다. 아침에 궁가의 말로는 어제 조금 늦게 한국인 단체 12명이 캠핑으로 왔다고 하는 데 이 팀인 모양이다. 비교적 젋은 사람들이고 여성도 있다. <코오롱 등반학교 2012년 히말라야 등반과정> 1기생들이라고 한다.

얄라피크 등반을 위해 왔으며 오늘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며칠 빙벽훈련을 한 뒤 얄라피크를 오른다고 한다. 암벽이나 빙벽 경력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지만 5천 고지를 향하는 가파른 능선을 오르기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았다. 코오롱 등산학교 홈페이지에 자세히 안내가 되어 있다 (http://www.kolonschool.com/curriculum/rock.jsp). 우연의 일치로 우리와 네팔을 오가는 일정이 같다. 컁진곰빠에는 우리보다 하루 먼저 왔고 어제 고소적응차 근처 다른 봉우리를 답사했단다. 얄라 피크(5,520m)는 높이도 그렇고 난이도 비교적 낮은 편이라하니 모두 등정을 잘 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일은 등정을 마치고 귀국한지 2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들의 등정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 뉴스도 그 원정대를 모집한다는 9월 24일자 뉴스가 최신이다.

얄라 피크는 나도 평소 관심이 있는 봉우리라 가끔 그들의 소식을 알고 싶어 검색을 하는데 아직도 블로그나 카페, 심지어 코오롱 등산학교 게시판에도 후기가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이 불가사의하다.  간단한 트레킹도 사진과 곁들인 후기를 쓰는 것이 개인 블로그가 보편화된 지금은 일반적인 일이다. 

이팀 외에도 카트만두 대학에서 외국인 과학자들과 함께 빙하연구를 위해 온 팀도 있다. 4600m 지점까지는 모두 같이 오른다. 두 팀 모두 캠프를 차리니 짐을 진 포터들이 많다.

점심을 체르코리 정상에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12시 다 되어도 4,750m 지점이고 여전히 돌무더기 너덜지대를 못 벗어나고 있다. 일단 점심부터 먹고 가기로 했다. 햇볕 좋은 너덜지대 티베트빵과 삶은 계란, 야크치즈, 비스킷을 먹었다.

아침 먹고 출발 전 중국보온병에 커피믹스 6인분을 타서 가지고 왔다. 5천 고지에서 먹는 커피맛도 각별하리란 기대를 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지근해서 맛이 별로다. 보온병 성능은 좋은데 미지근한 까닭은 미리 내부를 뜨거운 물로 덥히지 않은 탓이다. 찬바람 부는 이런 고지에서는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제격인데...

1시 20분, 힘든 너덜지대를 지나 체르코리에 도착했다. 8시 출발했으니 20분의 점심시간 포함하여 5시간 20분 걸렸다. 랑탕 계곡 아래쪽에서 상류로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온다. 팽팽하게 당겨진 룽다와 타르초가 정신없이 펄럭이고 있다.

체르코리에서 보는 풍광은 명불허전이다. 컁진 피크나 키모슝 피크에서 보는 풍광과 비교할 수 없다. 랑탕 리룽은 7,225m로 8천 미터급은 아니지만 전체가 한 면으로 보이는 위용이 대단하다.

남동쪽 강첸포(6,387m)와 남쪽 풍겐 둑푸(5,930m)도 당당한 모습이다. 가까운 북동쪽에 있는 얄라 피크는 '형님들' 뒤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서쪽에는 나야 캉가(5,846m)와 강자라(5,120m)가 자리잡고 있다. .

등정기념 사진을 찍고 동면쪽 초지로 조금 내려가 쉬었다. 거기서는 바람을 거의 느끼지 못할만큼 조용하다. 멀리 아래는 평평한 초지다. 캠핑 하기에 좋아보인다. 저곳에서 보는 밤하늘은 멋질 것 같다. 아니나다를까 제이미의 가이드북에는 캠핑이 가능하며 작은 호수가 있다고 한다. 호수는 보이지 않고 있다.

동편으로 접근하는 길은 완만하여 말이 올 수 있다. 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말의 속도라면 우리보다 일찍 도착할 것이다. 컁진의 롯지에서 왕복 100불을 부르고 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마부가 같이 가지만 산허리길이라 승마에 어느정도 익숙해야 한다. 

네팔자이언트 사장님에 의하면 작년 겨울 한국 트레커 한 사람이 말타고 올라갔다가 구경 잘 하고 다시 컁진으로 돌아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말에서 내리다가 등자(발걸이)에 발이 걸려 허둥되는 중 말이 놀라 달리는 바람에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해 크게 고생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   

1시간 동안 쉬다가 2시 20분 하산 시작.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다. 무릎에 오는 충격이 심하다. 스틱을 길 게 뽑아 땅을 짚어주어야 부담이 덜하다. 스틱없이 잘 오르내리는 만우스님이 대단하다.

4시 20분 캠프 도착. 하산에는 2시간 10분 걸렸다. 그리고 드디어 짐이 도착했다. 내 텐트 앞에 놓여 있는 카고백이 반갑다. 자물쇠를 열고 짐을 꺼냈다. 먼저 스태프들을 위해 가져온 헌 옷가지와 목장갑을 나누어주었다. 모두에게 다 돌아가는 양이다. 타멜에서 산 양말도 이제는 필요없어 같이 주었다.

카고백에는 묵은 김치와 고추장이 있다.  작년 김장김치 남은 것을 손으로 꽉 짠 후 잘게 썰어 락앤락 통에 담았다.  저녁에 내가 주방텐트로 들어가 김치찌게를 만들었다. 김치와 고추장이 있으니 별 어려움이 없다. 이런 오지에서는 그저 시큼하고 얼큰하기만 하면 즐겁게 먹는다.

(트레킹을 마치고 삼툭을 만나 카고백 운송비를 계산했다. 카트만두에서 3일만에 왔지만 6일치로 계약하여 5,400루삐(65불) 주었다고 한다. 삼툭에게 공항을 오고 간 수고비까지 해서 125불 주었다. 필요한 물건이 없어 불편했고 가방을 다시 찾는 비용을 과외로 지출했지만, 내가 규정을 어긴데 따른 결과이므로 불만은 없다.)

Jamie McGuinness <트레킹 인 랑탕 헬람부 & 고사인꾼드>에 실려 있는 컁진곰빠 주변 개념도. 왼편 아래 강자라 가는 길도 표시되어 있다. 이 지도에서는 얄라 피크 가는 길이 체르코리를 빙 돌아 오르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바로 체르코리 정상을 향해 오른 후 8부능선에서 왼편으로 돌아간다.

막 햇볕을 받는 나야캉가. 그런데 오른쪽 롯지 건물 뒤로 보이는 바위 속에는 온갖 쓰레기가 쌓여있다.

오늘의 목적지 체르코리를 향해 출발. 강자라를 넘기 위한 워밍업이다.

앞에 보이는 언덕이 체르코리 등반의 시발점이다. 넓은 하상을 지나 언덕 바로 아래 작은 빙하 계류를 건넌다.

본격적인 등반 시작. 트레커들이 많다.

뒤에 오는 팀은 빙하를 연구하기 위해 온 유럽과 네팔 과학자들이다. 빙하 아래에서 여러 날 캠핑을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지그재그길을 오르니 잠깐 완만한 능선이 나온다.

빙하연구팀과 얄라 피크를 등반하는 <코오롱 등산학교 히말라야 등반팀>까지 포터들과 함께 왔으니 인원이 많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 노란옷을 입은 사람은 코오롱 등반팀. 젊은 여성도 두 명 보았다.

나야 캉가를 마주보며 쉬고 있는 국제빙하연구팀

야크 오두막 옆에서 쉬고 있는 코오롱 등산학교팀. 오른쪽 끝으로 그들이 오를 얄라 피크가 보인다.

사진 부분확대

등반팀은 왼편 아래로 돌아 얄라 피크 BC로 가고 우리는 계속 전진

체르코리 정상이 멀지 않은데 너덜길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고도는 4800m.

엄청난 돌길이다. 강자라 가는 길도 이런 돌길이다. 거기는 더 거칠고 만년설이 있어 한결 까다롭다.

바람도 불고 숨도 차고...

드디어 정상 도착. 신기하게 반대편인 동면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초지다.

만우스님이 일착

랑탕 리룽(7,225m)

여기보다 300여 미터 낮은 키모슝리가 한참 아래로 보인다(사진 중앙 왼편 봉우리). 랑탕 리룽 왼편은 랑탕 2봉(6,561m)이고 오른편 봉우리는 킴슝(6,745m)이다.

랑탕 계곡과 컁진 곰빠

체르코리 남동쪽에 서 있는 강첸포. 아래쪽 초지에 캠핑이 가능하다. 왼편으로 산을 우회하여 올라오는 길이 보인다

줌으로 당겨 본 강첸포. 랑탕 하면 랑탕 리룽보다 강첸포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항상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남쪽에 서 있는 풍겐 둑푸

당겨보니 아주 날카로운 모습이다.

강자라와 나야 캉가. 체르코리 남서쪽에 있다.

강자라. 도데체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길없는 길이 있다.

인증샷 타임! 만우스님.

백산스님

가이드 궁가 구릉

쟁아 세르파

포터대장 푸르바 왕데 따망

찍사도 얌전한 폼으로 한 장

바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고 있다.

동편 언덕 아래는 무풍지대다. 바람이 위로 지나가버린다. 간식 먹으며 휴식. 오른쪽 끝 봉우리가 얄라 피크.

빙하 아래에 캠프를 차린 빙하연구팀 

부분확대 사진

내려가는 길도 쉽지 않다.

건너가야 할 빙하 계류가 보인다. 물살이 거세다. 히말라야의 계류는 모두 거칠다. 

캠프로 컴백. 5일 만에 카고백을 다시 만났다.

체르코리 가는 길

체르코리(4984m)에서 서쪽 랑탕 계곡을 바라본 풍광

체르코리에서 보는 동남쪽 강첸포(왼편, 6387m)와 남쪽 풍겐 둑푸(오른편, 593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