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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아무래도 봄의 전령사는 ‘진달래’다. 개나리는 주로 인가 부근에 피지만 진달래는 너른 야산에 흐드러지게 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에도 두루 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의 노랫말에서도 봄을 느낀다. 그리고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한 구절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중략)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에서는 애절한 사랑을 느낀다.‘개나리’가 ‘나리 나리 개나리’라는 동요에서 보듯이 ‘개 + 나리’로 분석되듯이, ‘진달래’도 ‘진- + 달래’로 분석된다. ‘진’은 ‘참된, 진짜’의 뜻을 가진 접두사로 ‘진짜, 진면목(眞面目), 진범인(眞犯人)’ 등에서 보이는 ‘진’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진달래’는 ‘진짜(또는 ‘좋은’) 달래’라는 뜻이다. ‘진달래’란 어휘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등장한다. 한글 표기로 처음 등장할 때에는 그 형태가 ‘진외’나 ‘진위’였다. 늣거 픈 굴근 진욋곳 (羊躑躅花) <구급간이방(1489년)>, 굴근 진욋곳 반 근과 초애 섯거 <구급간이방(1489년)>, 진위 두(杜) <광주천자문(1575년)>, 진위 두(杜) <백련초해(1576년)>, 진위 <훈몽자회(1527년)> ‘진외’나 ‘진위’는 ‘진뢰’나 ‘진뤼’로 소위 연철 표기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이것이 그 이전의 형태에서 어느 음운이 탈락했음을 암시해 준다. 그렇다면 이들의 이전 형태는 무엇이었을까? ‘진달래’의 꽃(즉 ‘진달래꽃’)은 약용으로 쓰였기 때문에,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이전의 문헌에도 향약명으로 등장한다. ‘향약집성방’(1431년)에서는 ‘양척촉’(羊躑躅)의 향약명을 ‘진월배(盡月背)’로 표기하여 놓았다. 이 ‘진월배(盡月背)’가 오늘날의 ‘진달래’를 차자(借字)로 표기한 것인데, ‘盡’은 그 음으로, ‘月’은 새김으로, ‘背’는 음으로 읽어서 ‘盡月背’는 ‘진’로 해독된다. 그래서 ‘진달래’의 초기형이 ‘진’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진’가 ‘진’로 변화하고 이것이 다시 ‘진외’ 또는 ‘진위’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가위’의 ‘가위’가 처음에는 ‘가배(嘉俳)’로 표기되었던 것과 동일하다. 이것이 15세기 문헌에 ‘진뢰’ 또는 ‘진뤼’로 표기되지 않고 ‘진외’ 또는 ‘진위’로 표기되었던 이유였다. 이 ‘진외’의 ‘외’가 ‘달래’가 되어 ‘진달래’가 되었으니, ‘달래’의 어원을 알면 ‘진달래’의 어원도 알 수 있다. ‘진달래’로 분석되는 ‘달래’는 ‘진짜(또는 ‘좋은’) 달래’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이때의 ‘달래’는 오늘날의 ‘달래 냉이 꽃다지 모두 캐보자’와 같은 동요에 나오는, 나물의 일종인 ‘달래’는 아니다. ‘진달래꽃’과 ‘달래꽃’은 생김새부터 색깔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것이 하나도 없다. ‘달래꽃’이란 단어가 ‘욋곶’이란 형태로 ‘악학궤범’(1495년)에 나타나지만 이 기록만으로는 ‘욋곶’이 어떤 꽃인지 알기 어렵다. 三月 나며 開 아으 滿春 욋고지여<악학궤범, 動動> 다만 이 기록 즉 음력 3월에 핀다는 사실로 보아 ‘욋곶’이 오늘날의 ‘진달래꽃’이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어느 학자는 ‘외’를 『계림유사』(12세기초)에 나오는 ‘자왈질배(紫曰質背)’에서 ‘質背’가 곧 ‘외’를 불완전하게 표기한 것으로 보고, ‘’를 ‘자주색’이란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나,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 없다. 그래서 ‘외’의 의미를 알기 어렵지만 ‘진외’는 ‘진짜 달래꽃’이란 사실만은 분명하다. ‘진외’는 17세기에 ‘진’로 변화한다. 후에 ‘진’(또는 ‘진달’), ‘진달늬, 진달니’ 등으로 써 오다가 ‘진달래’(또는 ‘진달레’)로 변화하여 정착되었다. 진(杜鵑花) 진(香氣花) <역어유해(1690년)> 진(杜鵑花) <방언유석(1778년)> 진달늬(山躑躅) <몽유편(1810년)> 진달니(杜鵑花) <한불자전(1880년)> 진달(杜鵑花) <국한회어(1895년)> 동정의 모란화는 반만 피어 너울너울 왜철쭉 진달래는 아주 피어 삼월 춘풍 모진 바람 되게 맞아 떨어지고 <옹고집전(19세기)> 디리닥치는 대루 철쭉 등걸이야 진달레 등걸이야 소나무 등걸이야 더러는 멀정한 옹군솔까지 마구 작살을 낸 것이,<쑥국새(1938년)> 영신은 바위 틈에 홀로 피었다가 이울은 진달래 잎새를 어루만저 주다가 <상록수(1935년)> 분홍치마를 입고 쪼그리고 앉은 것은 한 무더기 두 무더기 피기 시작한 진달래꽃이었다. <영원의 미소(1933년)> 그러나 어느 문헌에서는 ‘진달화’로도 나타난다. 방츈 화류 가니 리화 도화 영산홍 좌산홍 왜쳘쥭 진달화 가온 풍류량이 되여 춤추며 노니다가 셰류영 넘어 가니 황됴편편 환우셩이라 <악부(고려대본)(19세기)> 그런데 ‘진달래’와 ‘철쭉’은 구별하기 힘들다. 지금도 일부 방언형으로서 ‘진달래’는 ‘참꽃’, ‘철쭉’은 ‘개꽃’이라고 하여 구별하지만, 예부터 그 구별이 용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른 시기에 ‘진달래’를 설명한 ‘훈몽자회’(1527년)의 기록을 검토해 보도록 하자. 躅(위에 艹가 있는 한자) 텩툑 툑. 躑躅 一名 羊蹢躅 又謂진위 曰 山蹢躅 <훈몽자회(1527년)> 즉 ‘척촉’(躑躅)은 ‘텩툑’(오늘날의 ‘철쭉’)이라고 하고 일명 ‘양척촉(羊躑躅)’이라고 하며, ‘진달래’는 ‘진외’라고 하는데 ‘산척촉(山躑躅)’을 말한다는 것이다. ‘진달래’와 ‘철쭉’이 비슷한데 ‘양척촉’은 ‘철쭉’을, ‘산척촉’은 ‘진달래’를 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척촉’과 ‘산척촉’은 무엇일까? 다음 기록들을 보자. 羊躑躅 : 春生苗似鹿葱 葉似紅花 夏開花如凌霄花而黃 一云小樹 葉似桃 花似瓜 亦名黃躑躅 老虎花 (봄에 나는데 싹은 녹총(원추리)과 비슷하고 잎은 홍화(잇꽃)와 비슷하다. 여름에 꽃이 능소화처럼 노랗게 핀다. 일컫기를 ‘소수’라고도 한다. 잎은 복숭아와 같고 꽃은 오이와 같다). <유희의 물명고(19세기)> 羊躑躅 : 苗似鹿葱 葉似紅花 莖高三四尺 夏開花如凌霄山石榴華 而正黃色 羊食之卽死 (싹은 녹총(원추리)과 비슷하고 잎은 홍화(잇꽃)와 비슷하며 줄기는 3~4척이고 여름에 꽃이 능소화나 산석류꽃처럼 피는데 황색이다. 양이 이를 먹으면 즉사한다) <광재물보(19세기)> 이 기록을 보면 ‘양척촉(羊躑躅)’은 ‘진달래’와는 다르다. ‘양척촉(羊躑躅)’은 우선 색이 노란색인 데 비해 ‘진달래’는 주로 자색을 띤 붉은 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달래’는 그 잎을 사람이 먹기도 하는데, ‘양척촉’은 양이 먹으면 즉사한다니 ‘양척촉’은 ‘진달래’가 아니다. 이 설명을 보면 ‘양척촉’은 오늘날의 ‘황철쭉’에 맞다. 그렇다면 ‘산척촉’은 어떻게 설명되어 있을까? 山躑躅 쳘쥭 枝小而花繁 一枝數萼 花如羊躑躅 而有紅者紫者 千葉單葉 書其黃色者 卽羊躑躅 <광재물보(19세기)> (가지는 작고 잎이 번성하다. 한 가지에 여러 꽃대가 있는데, 꽃은 양척촉과 같고 붉은 것도 있고 자색도 있고 천엽 단엽이 있다. 꽃이 황색인 것은 ‘양척촉’이라고 한다) 山躑躅 似杜鵑 稍大 單瓣淺色 若生滿山 其年豊稔 一名映山紅 此亦철듁 <광재물보(19세기)> (두견과 비슷하다. 줄기가 크고 꽃잎은 하나이고 엷은 색이다. 모든 산에 나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 일명 ‘영산홍’이라고도 하는데 이것 역시 철쭉이다) 이 설명은 오히려 오늘날의 ‘철쭉’과 같은 설명이다. 유희의 물명고의 기술이나 ‘광재물보’의 기술은 ‘훈몽자회’의 기술과 정반대가 되는 셈이다. ‘훈몽자회’의 기록에 의하면 오히려 ‘척촉’이 철쭉이고 ‘산척촉’이 진달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광재물보’에서는 진달래를 오히려 ‘두견화(杜鵑花)’라고 하여 ‘척촉’과 구분하고 있다. 杜鵑花 진달 <광재물보> 진달래를 ‘두견화’라고 하는 것은 두견새가 피를 토한 자국에서 꽃이 피었다고 하는 설화에서 비롯된다. 위와 같은 점으로 보아서, ‘진달래’와 ‘철쭉’의 구별이 힘들어 혼동되었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진달래는 꽃이 먼저 나오고 잎이 나중에 나오는 반면에 철쭉은 꽃과 잎이 같이 나오는 것으로서 구별하기도 하고, 진달래는 조금 일찍 피고 철쭉은 이보다 조금 늦게 피는 것으로서 구별하기도 한다. 그래서 진달래 축제는 대개 4월에, 그리고 철쭉 축제는 5월에 열린다. 진달래는 주로 한 가지 색깔을 보이는 데 비해(물론 드물게 흰 진달래도 있다) 철쭉은 흰 꽃, 노란 꽃 붉은 꽃 등을 보이는 것으로서 차이를 보이기도 하며, 진달래는 그 꽃잎을 먹을 수 있어서 술을 담가 진달래술(또는 두견주)을 빚는데 비해 철쭉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진달래의 종류에는 흰털진달래, 왕진달래, 반들진달래, 한라산진달래, 제주진달래, 꼬리진달래 등이 있고, 철쭉에는 산철쭉, 왜철쭉, 황철쭉 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볼 때에는 모두 같은 종으로 보일 뿐이다. 그래도 옛날 우리 선인들은 먹을 수 있는 ‘진달래’는 ‘참꽃’, 먹을 수 없는 꽃인 철쭉은 ‘개꽃’이라고 하여 이 두 가지를 구별하려고 하였다. |
이대성(국립국어원 전 분석요원) 요즘 독도가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광복이 된 지는 60년이 넘었으나, 일본의 군국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듯하다. 온 나라가 일본의 도발을 비난하며 들끓고 있다. 다시는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밖으로는 치밀한 외교 정책을 펴야 할 것이고, 안으로는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일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는 일본어 찌꺼기들을 몰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방송이나 신문 등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생활에서는 여전히 일본어가 큰 위세를 떨치고 있는 영역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건설 분야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본어, 일본식 영어, 일본식 한자어가 마구 쓰이고 있으며, 어떤 말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서 일상생활에서도 잘 쓰이고 있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함바집’은 일본어 ‘はんば(飯場)’에 ‘집’이 붙은 말인데, 이를 ‘현장 식당’으로 다듬어 쓰는 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모 일일연속극에서는 “함바집을 운영하고 있다.”라는 대사가 버젓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건설 분야에서 쓰이는 일본어들은 대부분 예전부터 쓰이던 것이고 새로 생긴 말은 거의 없으므로 이제라도 잘 다듬어 쓴다면 성과가 빨리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하는 말에서부터 주체 의식을 가지는 것이 일제의 찌꺼기를 없애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예전에 국립국어원에서는 건설 분야에서 쓰이는 외래어들을 조사해서 쉬운 우리말로 다듬은 적이 있다. 아래는 그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낯익은 말들을 추려서 예로 든 것이다. (1) 일본어 발음이 그대로 쓰이고 있는 예 구루마 [車, くるま] → 수레, 달구지 네지 [螺子, ねじ] → 나사(못) 노가다 [←土方, どかた] → (공사판) 노동자, 막일꾼, 인부 데마치 [手待ち] → 기다림, 대기 데코보코 [凹凸] → 울퉁불퉁, 올록볼록, 요철 뎃빵 (←뎃판) [鐵板, てっぱん] <건설> → 철판, 우두머리 마루타 [丸太, まるた] → 통나무 마키 [卷, まき] → 두루마리, 말이, 사리 멧키 [鍍金, めっき] → (금)입히기, 도금 세와야쿠 [世話役, せわやく] → 기능장, 십장 스미키리 [隅切り] → 모따기, 모접기, 면접기 시마이 [仕舞·終い] → 끝냄, 끝남, 마감, 끝(마침) 시메키리 [締切り] → 마감, 물막이공 아카렌가 [赤煉瓦, あかれんが] → 붉은 벽돌, 빨강 벽돌 야마 [山, やま] → 1.산, 두둑, 무더기 2.사태(沙汰) 야마도메 [山止め] → 흙막이 야스리 [鑢, やすり] → 줄 오야지 [親爺, おやじ] → 우두머리, 책임자, 공두(工頭) 와쿠 [枠, わく] → 틀, 울거미 자바라 [蛇腹, じゃばら] → 돌림띠, 쇠시리, 주름테 조반 [丁番, ちょうばん] → 경첩 하바키 [幅木] → 걸레받이 하코 (←하꼬) [箱, はこ] → 상자, 갑, 곽, 궤짝 하코방 (←하꼬방) [箱-, はこ房] → 판잣집 함바 [飯場, はんば] → 현장 식당 헤(이)베(이) [平方米, へいほうメートル, ヘーベー] → 제곱미터(m²), 평방미터 (2) 일본식 영어 발음이 쓰이고 있는 예 공구리 [基礎コンクリート, concrete] → 콘크리트 뼁끼 [paint] → 페인트 뽐뿌 [ポンプ, ←네.pomp, pump] → 펌프 화이바 (←파이버) [fiber] → 안전모 함마 (←한마) [ハンマー, hammer] → (큰) 망치, 해머 훗쿠 [フック, ←hook] → (갈)고리 (3) 일본식 한자어가 쓰이는 예 간취 [間取] → 간살잡기 석분 [石粉] → 돌가루 양생 [養生] → 굳히기 측창 [側窓] → 곁창 |
첫댓글 잘보고 있답니다. ^^
저도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퍼 갑니다. 괜찮아요? 널리 알리고 싶어서요.우리 동아리 사람들이 고마워할 거예요.꾸벅.^^*
그럼요..얼마든지요...감사합니당~
잘 보고 스크랩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