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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in 무설재
 
 
 
카페 게시글
내손 안의 우주, 김석환의 세계 스크랩 드디어 김치를 담그다.
김석환 추천 0 조회 39 07.08.19 20:22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드디어 김치를 담구다.

이게 얼마 만인가? 아니 생애 처음으로 담궈 보는 김치다. 평생을 어머니 젖 떼고부터 먹던 김치련만 드디어 생애처음으로 비록 포기김치는 아닐망정 내 손으로 김치를 담궜다. 역사라는 것이 따로 있겠는가 뭐든지 자기가 값어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역사일거다. 나 개인으로 보면 그 어떤 세계역사보다 의미 있고 값어치 있는 일이니 이것이 바로 역사다.


고추장하고 고춧가루는 집에서 두 달 전에 가지고 왔고 까나리 액젓은 보름 전에 가지고 왔고 소금은 또한 보름 전에 어렵게 여기 핑구에서 장만을 한 터였기에 거의 반은 이미 김치를 담근 상태였다. 오늘은 감기기운에 편승해서 드디어 김치를 담그기를 마무리 하려고 결심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나가 내일 집세 줄 돈을 찾고 핸드폰 비용이 많이 나와서 그동안 살까 말까 망설이던 전화기도 사고 난주 면으로 점심을 먹은 후에 옆 길가 시장에서 배추하고 부추하고 마늘을 샀다.


하지만 마침 점심시간이라 길거리 시장은 거의 철시 상태라서 겨우 찾은 한 집에서 딱 두개 있는 배추 중에 다 살까 망설이다 배추 포기가 그래도 꽤 큰 것 같고 혼자 먹기에 두 포기는 부담일 것 같아 한 개를 골라 사 들고 왔다. 사실 못 먹을 정도의 김치가 탄생되었을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서 그렇게 했다. 어렵게 찾은 배추다 보니 자연히 좀 배추가 시원치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해 보는 것이니 너무 완벽을 기할 것까지야 있겠는가 싶어서 그냥 샀다.


집에 들어와 배추를 한 겹씩 벗겨내고 칼로 작살을 내고 난 후에 먼저 사온 소금을 보니 소금이 무지하게 굵다. 이처럼 굵은 것이 좋은 건지 모르지만 굵은 것이 좋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한국서 본 소금과는 달리 소금 색이 좀 가무잡잡한 것이 영 찜찜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지금 비행기 타고 가서 한국에 가서 왕소금을 사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소금을 가급적 배추와 골고루 섞이게 하면서 충분히 뿌려 주었다. 분명 두 시간이면 된다고 한 말이 기억이 나는 터라 작업 중 간간히 확인을 하니 처음에는 부피가 안 줄어 걱정을 했 더니 드디어 어느 순간이 되니 부피가 줄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두 시간을 훨씬 넘겨 드디어 배추를 씻으려고 보니 밑에 부분은 괜찮지만 위에 부드러운 잎 부분은 대부분 짓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좀 더 서둘렀어야 했던 모양이다.


그런대로 배추를 씻고 나서 한 편에 치워 놓은 후 아까 닦아 놓은 부추를 썰고 거기에 마늘을 잘게 썬 후 까나리 액젓과 고춧가룰 넣은 후에 버무렸다. 그런데 갑자기 큰 통으로 가지고 온 고추장 생각이 나서 누군가 고추장을 넣으면 안 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 좀 망설이다 그것도 한 움큼 덜어 같이 버무렸다.


색깔이 너무 진했다. 내가 본 김치 중에서 이처럼 짙은 색을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좀 불안했지만 이미 엎질러 진 물이고 더 넣은 배추나 부추가 없는 상황이라 그 상태로 배추와 양념을 같이 버무려 놓으니 역시 색이 짙다. 배추 한 쪽을 입에 넣고 씹어 보니 ‘짭자름’ 한 것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먹을 만 한 것이 탄생된 것 같아 흐믓한 마음이 하늘이다.

이렇게 해서 내가 혼자 버텨야 할 시간들의 커다란 밑천이 생긴 것이다. 외롭지 않은 남들은 모두 김치를 사 먹는다지만 나는 앞으로도 이처럼 나의 생각의 부스러기들도 김치양념과 함께 버무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구심과 반성과 시행착오.

소금이 아무래도 걸린다. 그 다음으로 재료들을 수돗물로 씻어서 좀 걸린다. 하지만 중국에 사는 동안은 그저 중국을 믿을 밖에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또한 내가 중국에 살고 있는 동안은 그 들과 함게 호흡을 맞추며 사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그 다음으로 배추다. 그게 막상 절이니까 엄청 부피가 줄어들어 다음에는 최소한 두 포기를 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배추 잎이 밑과 윗부분에 절이는 시간의 차이를 두어서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고추장을 넣는 문제는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지만 다음에는 꼭 마늘 다지는 도구를 장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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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08.19 21:12

    첫댓글 ㅋㅋㅋ 재밌어요~! 다음에는 절이실때 가끔 위 아래를 뒤집어 주시고 고추장은 절대로 넣지 마세요~! 소금 색깔이 조금 검은 건 신경쓰지 마세요~! 얼마나 믿을 만한 천일염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하얀 소금이 외려 건강에 해롭습니다. 너무 재밌어요~! 김샘께는 정말 역사 맞네요~! 다음 번에는 아주 맛있는 김치를 담그실 것 같아요~!

  • 07.08.19 21:50

    시각적인 효과는 꼴깍입니다^^ 부추 양도 좀 넉넉한 것 같고요, 한국에서도 천일염은 아주 백색은 아니고 거무스름한 기다 돕니다, 그리고 요즘 수입되는 중국산 소금은 각이 날카롭게 서 있고 국산 천일염은 씨알이 작으며 부스러지는 기가 보입니다^^ 칼칼한 고춧가루를 넣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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