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유행하는 `슈스케`(슈퍼스타K)나 `위탄`(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가수를 꿈꾸는 저토록 많은 아이들 중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기적같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와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순위에 들고, 꿈에 그리던 무대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몇 사람을 제외한 그 많은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꿈을 꾸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거쳐야 하는 경쟁과 극복해야 할 수많은 난관들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그 꿈이 온전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때, 혹은 노력만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우리는 "세상"을 알아가는 것일까?
8월초록영화제 상영작
굿바이 홈런Goodbye Homerun
감독 : 이정호 Lee Jung-Ho│2011│HD│Documentary│84min│color│16:9│stereo
FESTIVALS/AWARDS
2010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 AND펀드 후반제작지원작
2011 제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관객상
SYNOPSIS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인 고교야구의 경기장. 학부모와 몇몇 동무들만이 관중석에 앉아 있을 뿐 운동장은 썰렁하다. 만년 약체인 원주고등학교 야구부 역시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진로를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선수들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DIRECTOR’S NOTE
공도 둥글고 방망이도 둥글다. 때문에 야구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우리의 삶도 이 야구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 놓여 있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더 재밌어지는 거니까.
BIOGRAPHY
이정호는 1982년 원주 출생으로,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를 졸업했다. 2006년 다큐멘터리 <젊은 그대>의 공동 연출을 맡았으며, 이듬해 다큐멘터리 <깊이상실>을 연출했다. 주연으로 출연한 단편 영화 <추몽>은 2007년 미장센단편영화제에 상영되기도 했다.
FILMOGRAPHY
2011 굿바이 홈런 Goodbye Homerun
2007 깊이상실 Depth lose
2006 젊은그대 Oh my doctor
[굿바이 홈런 리뷰_박혜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램팀장)]
<굿바이 홈런>의 주인공들인 원주 고교 야구부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철없는 어린 시절 무작정 야구가 좋아, 혹은 "맞기 싫어" 무조건 야구를 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은 현실을 깨닫는다. `김광현`이나 `이대호` 정도의 선수는 거뜬히 될 수 있을 거라던 원대한 포부는 작아지고 작아져, 이제는 졸업하고 프로야구단에 입단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야구’를 하는 ‘상대하기 쉬운’ `만년 약체` 원주고 야구부 선수들이 프로야구단에 입단하는 것 역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고교야구와 대학야구에서 매년 졸업하는 700여명의 선수 중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는 선수는 고작 70명. 지명을 받더라도 1군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계속해서 야구를 할 수 있다. 일본처럼 독립리그나 실업리그가 없는 우리나라는 프로구단에 지명이 안 되면 야구를 포기해야 한다."(<굿바이 홈런> 자막 중)
이정호 감독은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의 야구부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의 훈련 과정, 숙소 생활, 시합 경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자신감을 잃고 패배감에 휩싸인 아이들은, 더는 지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고 싶어서 스스로를 다그치고, 힘든 숙소생활을 견뎌내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거듭되는 패배와 탈락, 경쟁에서의 소외감은 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감독과 코치는 패배주의와 절망감에 빠진 선수들을 격려하며 마음을 다잡아주려 한다.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붕기 등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의 연이은 탈락과 부진으로 아이들은 더더욱 자신감을 잃어간다. 그리고 화랑대기에 출전한 원주고 야구부는 드디어(!) 창단 이래 첫 4강 진출을 이루어낸다. 승리의 기쁨을 맛본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이고, 표정은 숨길 수 없는 흥분으로 설레인다. 4강전을 마지막으로 원주고는 아쉽게 결선 진출에 실패하지만, 승리의 경험은 이들에게 인생이라는 또 다른 그라운드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패배의 경험과 낙오자의 쓰디쓴 좌절이 비단 야구선수들의 몫만은 아니겠지만, 경기가 끝나 텅 빈 야장을 바라보는 주장 지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나 경기에서 지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는 것은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굿바이 홈런>은 이 아이들 곁에서 묵묵히, 담담하게 이들을 응원한다. 어이없는 패배로 기가 죽은 아이들 곁에서, 권태기에 빠진 아이들을 격려하며, 숙소생활에 지친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며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애정어린 눈길로 담아낸다.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그러하듯 박진감 넘치는 야구 경기 장면과 이 장면에 활기를 불어넣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 역시 묘미이지만, <굿바이 홈런>의 미덕은 인생의 축소판일 야구 시합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면서 성장해가는 원주고 야구부 선수들을 대하는 감독의 시선과 태도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들의 성장을 함께 하는 과정은 천재 야구선수의 활약 혹은 인간승리의 감동 못지 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