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역전 다방
수연은 추석 명절을 가족들과 잘 보내고 이모 양점점으로 왔다.
어머니가 싸주신 쑥떡과 짤 떡과 그리고 작은 집에서 가져온 송편을 싼 보자기를 택시에서 내려 힘들게 들고 양점점으로 막 들어가려는데 누가 그녀를 불렀다.
" 수연 씨, 추석 잘 보내셨어요."
수연이 돌아보니 바로 주인집 아들 이경호였다.
수연은 갑자기 나타난 경호를 보는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 아, 네~에 "
경호는 수연이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순진스럽게 보여 그의 눈빛에 사랑이 가득 찼다.
" 수연 씨 언제 봐도 수줍음이 많군요. 저 수연 씨 보고 싶어 혼났습니다. 이렇게 만나니 정말 좋네요. 흐흐 "
수연은 경호의 웃는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 저~ 보내주신 소고기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 "
수연이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우물거리고 있는데,
옆집 세탁소 아저씨가 내다봐서 경호에게 인사도 못하고 양장점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수연은 이모가 주신 빨간 비로드 바바리를 입었는데 경호는 수연의 고운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맴돌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식당 일도 돕지 않고 마루에 앉아서 양잠점 뒤 문만 바라보았다.
수연은 마음을 진정하고 재단을 하고 있는 이모께 떡 보자기를 내밀었다.
" 이모 추석 잘 지내 셨어요, 엄마가 블라우스 너무 좋아하셨어요. 정말 고맙다고 하셨어요. 여기 떡도 엄마가 싸주셨어요."
이모는 아직 따끈따끈한 떡을 만져 보시고 너무 좋아하시며 점숙이를 시켜 상을 차리게 했다.
수연이 양잠점 안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정민이 환한 얼굴로 반겼다. 수연은 생각했다.
" 정민의 눈빛과 미소는 저리 편안하고 좋은데 왜 경호 분은 어려운지 모르겠네. 아마 정민은 어렸을 때부터 알아서일까? "
수연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데 점숙과 이모가 수연이 가져온 떡과 전을 한상 차려왔다.
점숙이 가져온 식혜와 과일도 곁들어 놓여 있었다. 이숙도 따라 들어오셨다.
이모부와 이모와 양잠점 식구들은 아침을 안 먹어서인지 차린 걸 맛있게 들 잘 드셨다.
" 아니 수연아 추석에 찰떡 쑥 떡 하는 것 처음 봤다. 그런데 떡이 너무 찰지고 맛있구나.
송편도 전도 너무 간이 맞네. 어머니 솜씨가 최고시구나, 그리고 점숙이 가져온 식혜도 너무 맛나다."
그러자 점숙이가 입이 근질근질했는지 말을 꺼내려 했다.
" 고모 그리고 언니들 이 떡 누가 찍은 줄 아세요."
" 글쎄 수연 아버지와 오빠가 찍었겠지,"
그러자 정민이가 점숙이를 밖으로 불러냈다."
" 점숙아, 수연 씨 이모부와 이모까지 계시고, 양장점 식구들 많은데 말조심해야지 않겠니,"
정민이 단호하게 얘기하자 점숙이 기분이 좋지 않은지 얼굴을 붉혔다.
점숙은 속상해서 뒷문을 열고 나가 수도에서 물을 받아 얼굴을 씻고 있는데 짜장면 집
아들이 마루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 점숙아 추석명절 잘 지냈니?"
점숙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경호 곁으로 다가가 마루에 걸 터 앉았다.
" 네 잘 지냈어요. 근데 왜 경호 오빠는 여기에 누워있는데요."
" 응, 그냥 날씨도 좋고 해서 높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었지, 근데 점숙아, 오늘 너와 너의 수연 언니에게 커피 사주고 싶은데 역전 다방으로 일 끝나는 데로 나올래!"
점덕은 곰곰 생각하다가 수연 언니와 정민이를 떼놓을 궁리가 생겨 의미있게 웃으며 경호에게 대답했다.
" 네~경호 오빠, 알겠어요. 수연 언니와 같이 나갈 테니까요 커피 사주세요. 저는 커피만 마시고 화장실 가는 척 하고 나갈 테니까요. 오빠, 수연 언니와 잘해보세요. 알겠죠?"
경호는 점숙이가 순순하게 나오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 점숙아 너 수연 씨와 나 연결 잘해주면 옷 한 벌 맞혀줄게, 최 고급으로~ 알겠니, "
점숙은 너무 기분이 좋아 날아 갈 것만 같았다.
" 오빠 알았어요. 꼭 잘해봐요 네~.호호 "
점숙은 신나서 양잠점 일을 하면서도 콧노래를 불렀다.
양장점이 끝나자 정민은 수연을 아쉬운 듯 바라보았다.
점덕이도 부엌에 들어가고 다른 분들도 먼저 다 퇴근을 하고 없는 틈을 타서 정민이가 수연이 옆으로 다가오더니 귓속말을 했다.
" 수연 씨 돌아오는 휴일 우리 오동도 가요."
수연이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오동도는 나중에 가고요
정민 씨 할머니 뵙고 싶은데요."
" 아, 그래요. 오늘 할머니께서 고모댁 에서 오신다고는 했는데요. 집이 좀 누추해서요."
수연이 큰 눈을 빛내며,
" 저희 집도 마찬가지였잖아요.
시골이라 좀 넓다는 것뿐이지요.
저 정민 씨 할머니 꼭 뵙고 싶어요."
정민은 쾌히 승낙하고 나가면서 수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정민의 포근한 손이 수연의 손을 잡자 수연의 가슴이 아지랑이처럼 곱게 피어올랐다.
" 수연 씨 내일 봐요. 어쩌나요 아쉬워서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요. 수연 씨 잘 자요."
정민이 수연의 손을 놓고 나가는데 수연도 정민이와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웠다.
점숙이가 부엌일을 마치고 오니 정민이 가고 없자 밖으로 뛰어나갔다.
수연은 점숙이가 정민이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몹시 근심이 되었다.
수연이 가슴에 정민이가 들어와 있는데, 점숙이가 저리 좋아하니 너무 염려가 되었다.
점숙은 정민을 보내고 들어와서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 수연 언니, 우리 저녁도 먹고 일도 끝났으니 오랜만에 다방에 커피 마시러 가자. 언니, "
수연은 점숙이 다방이라는 말에
작년 가을 이맘때가 좀 넘은 것 같았다.
여수에 사는 친구가 중앙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여주고, 저녁도 먹은 후 음악다방으로 갔는데 디제이라는 멋진 청년이 신청곡을 받아서 노래를 틀어주는 걸 보고 너무 신기해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 점숙아 혹시 음악다방 가자는 거니? "
" 아니야 언니, 음악다방은 중앙동에 있어, 여기는 그냥 다방이야, 역전다방."
점숙은 수연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의 손을 이끌고 역전 다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첫댓글 멋진 소설 시리즈로 읽고 있답니다~^^
대표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