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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6)
2006-07-31 17:26:26
101차 정기 산행기(관악산 6봉, 8봉) / 서상국
1. 산행일 : 2006. 7. 30(일)
2. 코스 : 과천 국사편찬위 - 관악산 6봉 능선 - 국기봉 - 8봉 능선 - 무너미 고개 - 안양 유원지 (09:30 ~ 16:00)
3. 참가 : 인식(대장), 인섭, 석모, 신림, 택술, 덕영, 병효, 상국, 문수 (총 9명)
관악산. 산 이름에 들어있는 악(岳)자, 그게 그냥 붙은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고, 또 그 악(岳)자가 꼭 이름값을 한다더라. 관악산의 수없이 많은 코스 중에 겨우 몇 개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어제 다녀와서 드는 생각, ‘관악산에 악(岳)자가 붙은 것은 아마 6봉과 8봉때문이 아닐까?’
지난 주 100차를 무사히 마치고 이제 다시 시작하는 101차 그 첫 산행의 대장을 맡은 펭귄, 관악산의 가장 난코스인 6봉과 8봉을 동시에 타는 코스를 정해놓고 며칠 전부터 전화로 기세 등등하다. 반면, 지리한 장마로 자전거를 몰고 나가지도, 또 가까운 산에도 못 가고 일주 내내 술로 방탕한 시간을 보낸 이 몸은 바위를 잘 탈수 있으려나 걱정이 앞선다.
집결지인 과천청사역에 가려면 버스와 지하철을 각각 2번씩 타야한다. 걸리는 시간도 만만찮아 아침 일찍 일어나 이것저것 챙기고 있었다. 장마가 그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바깥 공기는 한껏 눅눅하고 변덕스런 하늘은 언제 또 비를 뿌릴지 몰라, 판쵸-우의와 우산을 챙겨 넣었다. 여분의 옷 한 벌과 지난번에 못 전해준 친구들을 위한 기념 타올 몇 장, 물 2통, 그리고 냉동실의 막걸리...
마음이 바쁜데 휴대폰에서 문자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산에 가려면 8시 15분까지 큰 길로 나오라는 인섭이 연락이다.
‘이크, 이렇게 고마울 수가.’ 한결 여유가 생겨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호사를 누린다.
8시 30분, 석모까지 태워서 안양으로 넘어가는 경치 좋은 고갯길을 달려 인덕원을 거쳐 과천에 도착한 시각이 9시 5분전. 신림이 차로 온 친구, 지하철로 온 친구, 우리까지 합해 모두 9명. 국사편찬위원회 쪽으로 올라가서 길가에 주차해두고 샛길로 접어든다.
안내판이 있다. 30산우회 회원들 중 관악산 6봉과 8봉을 다 타본 사람은 신림, 택술, 그리고 펭귄뿐이다. 그 3인 중 한 사람인 펭귄, 자부심이 대단할 수밖에. 브리핑을 하면서 우리들에게 겁을 준다.
“6봉은... 내가 전에 왔을 때 말이지, 한참 쌔가 빠지게 올라가도 1봉이 안 나오고... 어쩌고 저쩌고... 나중에 완전히 스파이더-맨이 돼야하는 코스도 있고, 아무튼 오늘 처음 오는 사람들은 별의별 모습을 다 볼 수 있을 끼라. 아무튼 다들 조심해 갑시다.”
오르막이 시작되자 숨이 가빠진다. 게다가 습도까지 높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일주일간 주지육림에 노닌 탓이라고 서로들 위안한다. 이젠 간간이 비까지 내린다. 문수와 석모는 우의를 꺼내 입었더라만 우산을 쓰기도, 우의를 입는 것도 불편할 것 같아 휴대폰만 비닐에 싸 배낭에 넣고 그냥 올라간다. 좀 가다보니 폭포가 나온다. 며칠 계속 내린 비로 물이 많다. 시원한 폭포를 구경하고 가느라고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조심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본격적으로 6봉 능선에 들었다. 안개가 짙어 저 뒷산자락이 안보이다가도 일순간 바람이 불면 숨겨진 풍광을 살짝 보여주고 사라진다. 물 묻은 바위, 생각보다는 미끄럽지 않았는데 그래도 조심해야한다. 작은 바위야 미끄러져도 찰과상이겠지만 경사가 심하면서도 손끝이 불안정한 큰 바위는 미끄러졌다하면 중상 아니면 거의 사망이다.
몇 군데에서는 무르팍을 바위에 대지만 않았지, 납작 엎드린 자세로 바위를 거의 기다시피 했다.
밑에서 바라보던 펭귄이 야단을 친다.
“어이, 상국이! 니는 우째... 그 폼이 뭐꼬? 완전 4발로 기네? 캬캬. 몸을 일으켜 두발로 가야지, 선사 체면이 있지, 그게 뭐고.... 쯧쯧. 완전히 오늘 스타일 다 구깄네. 캬캬.”
먼저 올라와 한숨 돌리고 느긋하게 앉아서 이제 펭귄이 올라오는 폼을 구경했다.
‘젠장... 몸 숙이는 것은 지나 내나 똑 같구만.’
덕영이가 일주일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틀째 밥을 안 먹은 상태란다. 6봉 오르면서 체력이 달려 아주 혼이 났고, 석모는 바위길 초입에서 살짝 미끌리면서 팔꿈치를 긁혔다. 병효가 로프를 가져와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역시 어려운 코스엔 대사님같은 고수가 따라와야 한다.
맨 앞에 올라가다보니 6봉 중의 마지막 제일 험한 코스를 우회한 꼴이 되었다. 꼭대기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저 맞은 편 봉우리, 희미한 안개 사이로 친구들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경험이 무섭다고, 일전에 한 번 다녀간 신림이와 택술이만 바로 치고 내려오고, 나머지는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가 우회해서 오는 게 보인다. 이 마지막, 펭귄 표현대로라면 스파이더맨-코스에서 내가 애초부터 옆으로 빠졌다는 것, 두고두고 펭귄한테 놀림감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11시 45분, 국기봉 바로 밑에서 점심상을 폈다. 마침 산행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 광용이가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그냥 있을 펭대장이 아니다. 아주 소상하게 아뢴다.
“캬. 오늘 박대장 왔으몬 좋은 구경했을 낀데. 내... 누구라고 말은 안하지만 말이지. 완전히 4발로 바위를 빌빌 기고, 누구는 큰 댓자로 뻗어서는 내 잡아 묵어라 그라고, 누구는 얼굴이 하애져 가꼬 이런 코슨줄 알았으면 절대 안 따라왔을 꺼라 하고... 캬캬. 정말 좋은 구경 다 놓쳤다 카니까. 캬캬.”
석모는 보온밥통을 새로 하나 장만, 홍여사가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준 모양이다. 도시락이 고장날까봐 아주 조심조심 만지고 있다. 덕영이는 밥 한술 안 뜨고 이상한 호밀빵인가 뭔가 한 쪼가리 입에 물고 있다. 야채도 샐러드 하나 없는 그냥 순수한 생 야채다. 30 산우회 주치의 권박의 칼로리 이론이 나온다.
“칼로리, 그거 신경쓰몬 안 된다. 즐겁게 묵고 움직여라. 수치에 속지마라.”
점심을 먹고 국기봉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를 건네받은 아줌마가 입에 길쭉한 얼음과자를 물고 한참을 이리저리 겨누다가 한 컷, 다시 한 컷, 연방 두 장을 찍어준다. 친구들이 모두 놀라 감탄을 한다.
“야... 아까 그 아줌마. 대단하더라. 하드 입에 문 폼도 폼이지만 우째... 입이 엄청 시릴 건데.”
펭대장은 아까 밥 먹을 때부터 하산은 좀 쉬운 코스로 내려가려고 머리를 굴리더만 아니나다를까, 하산길 갈림길에서 엉뚱한 코스로 접어들려고 한다. 순간, 인섭이가 브레이크를 건다.
“어이, 펭대장! 글로 가몬 8봉 안 나온다며? 오늘 이리 내려가서 8봉까지 확실하게 타자.” “응? 그라까? 대원들이 원한다면 할 수 없지. 좋다, 그리 내려가자. 근데 전에 다 본 거라서 별로 재미는 없을 낀데. 구시렁구시렁.”
9명이 속도에 따라 대충 3팀으로 쪼개져 왔다.
관악산에서 유명한 왕관바위, 전에는 저걸 눈으로 보고만 왔는데 오늘은 한번 올라가보기로 했다.
올라가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밑에서 바라만보며 안 올라오려는 펭귄을 부추겼다.
“뭐? 우리 팀 중 왕관바위에 올라가 본 사람이 없다꼬? 정말 그렇네. 그라몬 함 가 보까? 캬캬.”
아, 이게 오늘 산행 에피소드 중의 백미요, 오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펭대장의 가장 큰 실수였으니...
왕관바위 올라오면서 마지막 바위를 넘어올 때 아예 배를 밀어 바위 끝에 간당간당하게 걸쳐놓고 순전히 머리통의 무게, 그 중력을 이용해 요상한 포즈로 상체를 기울이던 묘기(?)를 보이더미만, 내려오는 길은 그만 바위틈이 안전해 보였는지, 그쪽으로 몸을 뒤틀어 박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밑에서 석모와 권박, 신림이가 “왼쪽! 아니 이제 오른쪽! 거기에 발 놓고, 몸을 틀고, 어쩌고 저쩌고” 쉴 새 없이 코치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올라온 길로 거의 다 내려갔는데, 펭귄의 다급한 비명이 들렸다.
“아, 씨! 아, 씨... 이기 와 이리 에럽노? 으악! 발이 낑깄다. 발이 안 나온다! 으악! 발에 쥐도 내렸다! 아이구 내 죽네. 으악, 야~들아! 내 쫌 꺼내 도! 으악!”
분명 급박한 상황인데 왜 그리 웃음이 나오는지 나도 모르겠다.
권박과 신림이 달려가서 바위에 정말 스파이더맨 처럼 붙어있는 펭귄을 다독거리며 진정시키고, 신발끈을 풀게 해서 일단 발을 꺼내는 데는 성공했다.
펭귄, 오선지 붉은 줄이 그어진 종아리를 내놓고 겨우 살았다는 듯 가쁜 숨을 내쉬면서 한쪽에 자뿌라져있다. 바위틈에 꽉 끼인 저 신발 꺼내주느라고 발로 차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고, 하여간 내 딴에 엄청 힘 쏟았다. 아마 정확하게는 몰라도 저 신발, 오늘 억지로 꺼낸다고 양쪽 옆으로 닳은 게, 앞으로 2-3년 등산 다니며 닳을 것보다도 더 많이 닳았을 것이다.
왕관바위틈에 발 끼인 이후부터 하산 완료할 때까지 펭귄은 아까 방방 뜰 때와는 달리 완전히 딴사람이 되었다. 두꺼비바위에서 인섭이와 문수 사진을 찍어주고나서 펭귄도 찍어준다 해도 모든 게 시큰둥했다. 무너미 고개를 내려오면서 탁족을 하고 등물을 쳤다.
짐을 챙기면서 “오늘 산행은 1,000m급 산보다 훨씬 더 땀도 많이 흘렸고 또 힘든 산행이라 너무 피곤하니까, 오늘은 내려가서 뒷풀이 하지 말고 그냥 헤어지는 게 어떻겠노?”하고 넌지시 의중을 떠보았더니, 몇몇은 그리 수긍하는 모양인데 펭대장이 결연한 어조로 명언을 남긴다.
“무슨 소리 하노? 하산주 없는 산행은 없다!”
좀 내려오다가 ‘안양유원지까지 2.23Km’ 팻말이 보이더만, 앞으로 이 길로 내려가는 것은 피해야겠더라. 철조망이 둘러진 서울대 수목원을 돌아오는 길, 땡볕으로 변한 날씨, 무슨 오르막 계단이 그리 많나? 여기서 다시 진을 다 뺀 셈이다. 6명은 오후 4시에 안양공원에 내려왔다. 신림이 사온 음료수 한통씩 마시고, 전화를 받은 문수와 석모는 일이 있어 먼저 가야겠다고 일어서면서 그래도 산행 회비는 내어야하지 않겠냐며 자진 납세를 한다. 기다리느라 땀이 식어 이젠 춥다. 그때야 기진맥진해 눈을 제대로 못 뜨는 덕영이, 그를 돌보아야하는 의무감에서 같이 온 펭귄, 그 둘을 치료해야하는 주치의 권박. 이 셋이 앉았다, 쉬었다, 냇물에 발 담갔다, 세월아, 네월아.... 45분이나 늦게 어슬렁거리며 나타난다.
일요일을 맞은 안양 유원지, 무슨 사람이 그리 많나? 다시는 이쪽으로 내려오지 말자며 한참을 걸어 내려가서 들어간 두부집. 막걸리와 동동주, 파전과 두부김치를 놓고 몇 잔 주고받는데, 그제야 기력을 회복한 펭귄대장이 눈을 반짝이며 슬슬 그물을 친다.
“오늘 내가 대장이고, 친구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평촌에서 2차로 꼼장어 사께. 우리 2차는 그쪽으로 가자.” (눈, 반짝반짝)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몰고갈 차도 2대나 있고, 그냥 이것만 먹고 헤어지자.”
“에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그냥 보낼 수가 있나? 써비스 할 기회를 주셔야지.” (눈, 매우 반짝반짝)
“오늘은 참자. 팽촌에서 펭귄이랑 꼼장어 한 접시로 시작하면 나중에 새벽 1시다.”
계산을 치르고 둘러서서 커피 한잔 빼어먹는데 펭귄이 안 보인다.
“펭귄 안 나왔나?”
“저 방안에서 다리에 쥐가 났다며 누워 버리던데?”
“방금 전까지 2차 가자며 눈을 반짝거렸는데 무슨 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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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댓글에 신림이가 올린 내용인데
나중에 이 코스를 갈 사람 참조하려면 본문 끝에 달아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내용은
1) 무너미고개에서 안양유원지 쪽으로 하산하는 것은 정말 피하자는 내용.
2) 육봉 코스 접어들 때 폭포에서 좌회전해야 하고
3) 육봉 마지막 하강지점의 난-코스 한 군데 발 디디는 요령.
8봉능선을 내려와서 이제 다 왔다! 특히, 이틀 굶은 몸으로도 연속 산행 질주를 멈추지 않는 덕영이, 수고했다! 서울대 수목원을 관통하는 평탄한 길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했는데...그기 아니었던기라. 욕나오데.
풀어진 몸과 마음으로 2.3키로 산행을 더 했으니, 실로 극기훈련을 했던기라. 나중에는 권박 눈치보며 실실 피하기도 했는디, 이유인즉, 8봉 내려와서 서울대쪽으로 하산하자는 의견을 돼지수육 먹을 생각으로 안양으로 가자며 무시했던 것이 하나고, 서울대 수목원 후문 옆 개울을 개구멍길로 해서 들어가자는 걸 벌금 무서워 착실하게 우회등산로로 진행한 것이 또 하나라. 차라리 삼막사로 가서 내려가던지 해야지 정말 그 길은 두번 다시 가고 싶지 않더라.
후일을 위해 기록.
중소기업청(서울지청) 철책문으로 들어가 계속 진행하면 폭포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갈림길을 조심. 폭포 위 넓은 바위 왼쪽으로-정 안되면 왼쪽 개울따라 올라가면 길이 보인다-진행해야 위 사진에 나오는 2번째 폭포가 나타난다.(둘다 문원폭포인가?). 2번째 폭포를 바라보고 왼쪽 후방에 보이는 길이 등산로. 가다보면 1봉이라 표기된 안내판을 볼 수도 있고..(암릉길 다른 사면쪽으로 가면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높은 봉우리부터 1봉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계속 진행하여 대략 20미터쯤 되어 보이는 직벽 코스-펭귄이 말한 스파이더맨 코스. 실제 경사는 60도 정도 될까?-가 가장 어려운 코스. 그 다음 만나는 하강 코스-칼날 바위를 손으로 잡고 게걸음 조금 걷다가 툭 떨어지는 코스, 실제로는 2미터 높이만 내려오면 끝나는 곳-는 오른발 적당히 바위에 붙이고 왼발은 구태여 확보할 생각말고 두 손 모아 바위틈 붙들고 철봉하듯 두발을 늘어뜨리면 오케이. 마지막으로 권박의 팁. 등산로 입구를 빨간모자가 막고 있으면 국사편찬위원회 옆 어린이집을 과감히 방문, 후편의 산책로로 진입하면 된다나?(권박,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