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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대를 향한 교통백서
이글은 한국타이어 사보 <굴렁쇠> 1990년 봄호에 게재됐던 글이다. 치과의사이면서 본의 아니게 KBS 라디오서울의 교통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를 진행하는 등 교통문화를 외치다가 교통전문가로 취급받던 한때가 있었다. 당시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석할 때 타봤던 셔틀버스, 대중교통, 택시 등은 좋은 이야기 거리 이기도 했다. 25이년이나 훌쩍 지난 이글에 아직도 생소한 구석이 있지만 일부는 현실화 되었거나 돼가고 있다. 치문회 6월 모임에서 이글을 올려보기로 하였다. ◇필자 註◇
환상과 현실
만화와 공상소설을 보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그 때의 공상과 꿈만 같던 일들이 벌써 현실로 된 것을 보게 되며 실제로 행해지고 있음을 알게된다.
미국에 갔을 때, 우주박물관에서 달에서 가져온 암석을 만져 보게 된 일, 공장에서는 로봇이 사람대신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필자가 레이저를 병적조직의 처치와 통증•출혈 치료에 사용하고 있는 것 등이 그러하다.
치과계만 하더라도 20년 전과는 달리 기계•기구•장비가 눈부시게 현대화되었다. 이를테면 치아를 다듬는데 2~3시간 소요되던 것이 20~30분으로 단축되었다든지, 구강외과 수술, 치과보철물제작에도 최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시술하게 된 것이 바로 그런 변화다.
그런데 교통에 있어서만은 20~30분이면 충분하던 거리가 이젠 2~3시간 걸리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래의 교통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사뭇 공상적이고 환상적이어서 뒷얘기가 나오지나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된다. 과학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있고 보편타당한 내용과는 아주 거리가 먼 대목도 있기 때문이다.
도로율과 남북통일
현재 휴전선 남쪽의 단풍구경, 여름철 피서, 겨울철 스키 여기에 설날•추석의 귀성길에 있어 그 지역적 범위가 대단히 한정되어 있다.
만일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된다면 이동방향이 달라지고 지금처럼 북새통을 이루던 경부•호남•영동 고속도로는 훨씬 한산해 질 것이다.
어떤이들은, 만주•중국•시베리아•유럽으로 차를 몰고 학술대회•운동경기•관광을 할 것이다. 상상하기만 해도 가슴이 뿌듯하다.
서울에서 아침, 평양에서 점심, 신의주에서 저녁, 이렇게 끼니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고, 더우기 백두산•묘향산•부전고원•산수갑산•금강산•두만강….
얼마나 많은 차들이 북으로 북으로 향할까. 어쩌면 이산의 아픔을 가슴에 묻어 온 월남가족들이 먼저 가속으로 차를 몰지도 모를 일이다.
남북공동, 다리•도로건설
이 제목은 통일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왕복 10차선쯤 되는 서울의 올림픽도로를 한강의 상하류로 각각 연장시키고 하류쪽으로는 김포반도를 돌아 서해안을 따라 달리게 하여 목포까지 잇는다. 특히 김포의 조강나루터에서 개성쪽으로는 왕복 8차선의 3층다리 (경황교: 경기도의 ‘京’과 황해도의 ‘黃’자를 딴 이름)를 놓는다.
특히 인천 앞바다에서는 이미 해상국제공항이 계획중에 있으므로, 이 공항에서 강화도로, 강화도에서 황해도로 이어지는 교량을 뉴욕의 워싱턴 브릿지나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브릿지의 두세배 규모로 초현대식 기술을 동원하여 아름답게 놓는다.
그리고 북쪽으로도 서해안을 따라 신의주까지 고속도로를 놓으면 서해안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또한 산업발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휴전선 사이의 지역은 아마존유역이나 열대 늪지대 이상으로 잘 보존된 자연이다. 따라서 판문점•철원•화천•통일전망대 이렇게 네 곳에만 비무장지대를 통하는 3층 정도의 고가도로를 놓는다.
여기에 고가도로를 놓는 이유는 자연 생태계의 보호차원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지하터널을 뚫을 수도 있다.
동해북부선의 빈 철뚝 사용
통일전망대의 동해안 도로는 아름다운 풍광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전철을 가설하든지 시멘트도 있고 레미콘도 있으니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복잡할 때의 동해안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데 일조가 될 것이다.
비무장지대 통행료는
자동컴퓨터로
비무장지대에는 아무런 시설도 하지 못하는 것을 입법화한다. 지상의 고가도로나 지하터널공사에 들어간 비용이 나오면 자동으로 표시되도록 하고 그 이후는 지극히 낮은 통행세를 받거나 아예 통행료를 폐지토록한다.
현재 서울에 있는 6개의 요금소에서는 그 법이 위반되고 있는 형편이므로 공적기관에서 위법하면서 사용자인 시민에게 준법을 요구하는 모순을 없애기 위함이다. 남북이 합쳐지면 6천만이 되고 곧 1억 코리아가 될 것이다.
교통시설의 고층화
잠수교 위에는 반포대교가 있는데, 반포대교 위에 가칭 ‘잠수대교’를 놓는다. 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은 물론 교통의 요지에 있는 도로는 모두 2층 이상의 고가도로로 건설한다. 이제는 기존의 모든 다리도 2,3층으로 해야 할 지경이 됐다.
필요에 의해 놓여진 반포대교도, 이보다 오래 전에 놓인 청계고가도로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에는 이미 도를 넘었다. 만일 고층화하자는 이론이 적합하지 않다면 자동차통행을 억제해야 한다는 이론이 나온다.
통행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행정당국자들은 과중한 통행세, 자가용의 홀짝수운행, 대중교통수단으 이용 등의 수단을 강구하려 하고, 어떤 사람은 자가용도 택시의 부제처럼 하던가 지역별로통행날짜를지정하자는 극단론까지 내놓고 있다. 서울의 경우에는 구별이나 번호판 숫자단위로 통행을 억제시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이렇다면 자동차 생산판매에도 제약을 두어야 한다. 그 경우 제조생산업과 경제를 통제해야만 하는데 통제나 억제가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우리가 왜 정치하나 625 그리고 그이후에도간간히 경험해 본 바가 있어서 익히 그 결과를 알고도 남는다. 올림픽때의 홀짝수 운행은 예외적 상황이었다.
학교운동장 지하를 주차장으로
이미 주차빌딩도 생기고는 있지만, 고층아파트식이나지하주차장의 건설 없이는 모두가 차를 이용할 수는 없게 된다.
자가용, 이 차를 누구는 갖고 누구는 못 갖는 세상이 있을 수는 없다. 자가용으로 통학하는 대학생 수는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교수•교사의 자가용 출근이 느는 것을 이제는 호화, 사치라고 손가락질 하기에는 세월이 많이 변했다.
공항을 오가는 길은 전철로
프랑스의 전철, 일본의 신간선은 고속 전철로서, 서울~부산간의 거리를 한 시간이면 달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의 경우, 국제공항까지 전철이 되어 있거나 추가로 건설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새로 만들 국제공항이 있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지도를 그려놓고 추진해야 한다.
워싱턴DC의 중심을 꿰뚫는 고속도로건설 때, 주민을 설득하고 손해를 보상하는 데만도 10년이나 걸렸다는 점을 참고하면서 도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토요일•일요일의 김포•김해•제주공항은 신혼부부는 물론 환송•환영 인파로 붐빈다. 인파까지는 좋으나 그들이 타고 온 차의 행렬 또한 교통체증의 한 요인이 된다.
300m지하에 고속도로 건설
서울은 우마차•가마행렬에 맞도록 꾸며진 도시다. 따라서 4대문 안은 자동차와는 걸맞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자동차는 증가하고 있다.
자, 영등포에서 의정부로 가려고 운전대를 잡았다. 한강을 건너야 하는데 행주대교를 지나는 동안 30분에서 한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시청•돈암동코스로 가려면 한나절이 걸릴지도 모를 지경에 다다랐다.
이럴 때에, 영등포 지하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지하행 승강기에 차를 대면 차를 탄 채로 지하고속도로 진입로에 내리게 되고 의정부 안내표지판을 따라 15분만에 축석고개너머 의정부 지하고속터미날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에 티켓을 내면 바로 승강기를 이용하여 지상으로 옮겨지고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이상은 300m지하에 고속도로를 설치하자는 것. 이렇게 하면 63빌딩 밑을 간다 해도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변해서 만일 300m지하 도로망이 혼잡해지면 그때는 500m지하에 건설하면 될 것이라는 그야말로 꿈만 같은 공상을 해본다.
굴을 삽•곡괭이로 파다가 폭약을 사용했으나 이제는 드릴로 하고 있다. 남산1호터널이 추가로 건설되는데 바로 드릴로 작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도심권에서는 광화문•종로2가•남대문시장•동대문시장•서대문•혜화동에 그리고 부도심권에서는 전문가들의 조사에 따라 요소요소에 자동차 지하승강장을 건설한다. 이 조작은 모두가 전산으로 자동조절되어 적정속도 이하가 되면 진입을 조절하는 기능도 동시에 행해지는 시설이다.
날아 다니도록 하자
1인승•2인승•3인승 등의 경비행기면허를 다만 형식이 아니라 실력에 따라 자동차면허처럼 준다. 경비행기와 헬리콥터가 비행하도록 하여 지상 자동차교통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항공교통수단을 발달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지금부터 해당 정부기관의 설치와 법률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서둘러도 늦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차에서 먹고 자도록-모터•홈
미국•캐나다의 국립공원 야영장을 다녀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자연훼손•환경파괴에 가슴아파하는 사람, 오늘날처럼 행락철에 숙박시설이 없어서 바가지 요금으로도 잘 곳을 마련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 꼭 자신이 운전하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버스에 미니아파트 시설을 갖춘 이동식 가정을 싣고 다닐 수 있기를 희망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침대•욕실•화장실•안락의자 등의 모든 시설이 다 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누군가 이런 차가 위화감을 조성한다거나 사치품이라고 한다면 필자는 의견을 달리함을 밝힌다.
73년 1월 필자가 운전면허를 취득했을 때, 주변에 자가용이 있는 집은 몇 집 없었고, 손수 운전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100%가 손수 운전을 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 17년 동안의 변화이다.
등산•낚시•사냥•해수욕•캠핑•휴양에 필요한 자동차생산이 제 때를 맞았다고 본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1970년도에 미국의 한 자동차 잡지에서 이것을 보고 –당시 필자는 레지던트였다.- 부러운 한편 창피한 느낌도 가졌었던 것을 고백한다.
이런 자동차의 이름을 영어로 적어보면 Pickup camp, Motors Homes, Mobile Home, Trevel Trailer, Camping Trailer, Recreational Vechicle(RV)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모터홈’이란 말로 가장 많이 쓰는 것 같다.
문제는 수준과 몰상식
식당•음식점에서 식사 후 소리내어 코푸는 사람.
식사 후, 밥그릇•국그릇•뚝배기에 휴지를 쓸어 담고 담뱃재를 털거나, 자기가 양치한 물을 다시 뱉는 사람.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리기도 전에 밀고 들어오는 사람.
좁은 인도에 서넛이서 길을 막고 자기 세상처럼 활보하는 사람.
선거 때 봉투 돌리는 사람과 갈비탕이라도 얻어먹고 보는 사람.
공적인 일을 하면서 개인적인 이익이 없다하여(실제로는 손해도 없는데)하는 둥 마는 둥 넘어가면서 안일무사에 빠진 사람들.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듯하다.
자동차운전•거리질서•교통정책에 있어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서글픈 일은, 위에 나열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민족성까지 들먹이면서 자신은 타민족인 것처럼 남의 말하듯이 욕한다는 현실이다. 우리는 본래 성급한 민족이 아니다.
한때, 어느 정치인이 쓰던 ‘일부국민’과 ‘일부학생’이란 말 중에서 ‘일부’란 말이 생각난다. 그야말로 일부 몰지각한 사람 때문에 때로는 한 개인에 있어서도 그의 전체행동 중에서 그 일부가 세련되지 못했다고 해서 전부를 매도해도 될 것인가. 다만 그부분, 그런 구석을 떨어버리도록 스스로 노력해야하고 또 주위에서는 그것을 일깨워 줘야 한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관용 아닌 무관심으로 시종하여 혼잡을 자초하고 있다.
정치가 잘 되면 교통문화도 제대로 된다
이 제목은 지난해인 1989년 2월 16일에 서울시 주최로 열렸던 ‘교통문화정착을 위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에서 필자가 제시한 5개항 중 1항이다.
정의사회구현•사회정화•새마을운동…이런 일련의 구호나 제도가 일관되지 못한 이유를 국민들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또, 교통정책에는 얼마만큼의 전문성이 개입되고 있는가도 문제가 된다.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부상하는 인구가 매일 증가하고 있어서 전쟁때 보다도 더 많은 인명의 손실을 보고 듣고 때로는 당하면서도 적절하게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면- 과연, 정치권 그러니까 국가의 행정•사법부 쪽에서는 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사람이 죽어도 별문제 삼지 않는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
글/이병태(월간 치과연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