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마당 김명동 시인 작성자벽오동 이오장|작성시간23.05.31|조회수150회
건널목 / 김명동
어둠을 깔고 앉은
아스팔트 위에
흰 선이 그어져 있다
시린 바람이 거칠어진 살갗을
스물스물 스며들어 코를 간지른다
백색의 선을 앞에 놓고 껌뻑이는
붉은 신호등이 눈을 감고
푸른 색깔의 숫자를 불러
발걸음을 재촉하기를 기다리는 시간
세월의 숫자가 끌어당기는 두려움 때문인지
아스팔트가 건너기 싫은
검은 강이 되어 출렁인다
발길 옮겨놓고 싶지 않은 건널목 앞에
내가 두려움을 앞에 놓고
추억과 미련을 주워 담으며
주춤거림으로 서 있다
이오장 평론
삶에는 출발선과 종착점이 있다. 시작할 때는 방향을 모르지만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종착점의 위치가 보이는 게 삶이다. 걸음마를 배우고 걷는 방법을 몸에 익히면 그때부터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걸어야 한다. 만약 제어되지 않는 속도를 낸다면 이탈하게 되고 그것은 종착점을 앞당기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속도와 앞 뒤의 거리 유지, 순서를 지키는 삶이 정확한 방법이다. 그러나 욕망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의 특성상 그것을 지키며 산다는 건 어렵다. 개인의 일탈이 단체의 문제점이 되어 구성원 전체가 허물어지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규범은 그래서 만들어졌다. 약속으로 시작하여 문서화 되고 벌률로 정해져 삶의 속도를 제어하는 것이야 말로 사회를 바로 세우는 최선의 방책이다. 건널목은 규범의 선이다. 모두가 지켜야 하고 한 걸음이라도 어긋나면 사고로 이어져 많은 휴유증을 낳는다. 김명동 시인은 건널목의 이미지를 풀어 삶의 방법을 심리적으로 그려내었다. 사회를 운영하기 위한 건널목을 개인의 심적 갈등으로 그린 것이다. 주어진 삶을 다하려면 욕망을 버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운동이 좋다고 하여 과욕적으로 움직인다면 역효과가 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과식하면 부작용이 심해져 해로운 결과를 낳게 되는데 시인은 이러한 모든 것들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널목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체적인 건널목은 제약에 의한 댓가가 따르지만 개인의 일탈은 자신의 의지력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시인은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두려움을 제시한다. 두려워야 망설이고 망설임이 곧 건널목이 된다는 의미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