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드라이브는 히노끼 표면의 순수오겹합판으로 든든히 받쳐주며 끌어주는 능력이 뛰어난 명품이었고 당시 국내에는 아주 두터운 FL그립만 수입됐었습니다.
프리모라츠 카본의 FL그립과 거의 비슷한 그립이었지요.
좀 쓰다가 아무래도 그립이 너무 굵어서 아래위를 갈았습니다.
아니, 깎았습니다. 문구용 칼로.^^
그때부터 이미 시작된 거죠..ㅋㅋ
그리고는 집에 굴러다니던 얇은 인조가죽을 재단하여 감았습니다.
가죽이 겹치지 않고 나선형으로 잘 감기도록 재단했는데, FL그립에 맞도록 재단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종이로 먼저 감아보면서 잘라내며 맞춰 본을 뜨고 거기에 맞춰 가죽을 자르고..
완성해 놓곤 무척 뿌듯했지요.
스라이버 붙은 그 파워드라이브로 박지현선수를 흉내내며 즐탁하던 어느 날, 구장 누군가가 무지무지 스핀이 잘 걸리는 러버가 붙은 라켓을 갖고왔습니다.
공이 완전 붙어다니는 신기한 러버였습니다.
좀 쓰다가 물로 슥 닦으면 금방 다시 끈끈해지는 러버였지요.
암스트롱.
저는 그게 러버 이름인줄 알았습니다.ㅋ
당장 동대문으로 달려갔습니다.
암스트롱 러버 주세요.
매장에서는 아무 질문도 없이 빨간 러버 한 장을 내주었습니다.
같은 거일 줄 알았지요.ㅋ
공이 붙어다니는 드라이브를 상상하며 기대 가득한 맘으로 포어 쪽에 붙였습니다.
그런데 얘는 정말 달랐습니다.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ㅠㅠ
붙기는 커녕 펑펑 튕기는 겁니다.
스라이버보다도 더 안 걸리고 나가기만 무지 잘 나가고.
스펀지는 또 왜 그리도 두꺼운지요..
지금 돌이켜 보면 다 알겠습니다.^^
구장 사람이 들고 왔던 라켓은 암스트롱 제품으로만 조합한 수비용 라켓이었고 특히나 러버는 점착성 수비러버였던 겁니다.
아마도 모델명이 무슨무슨춉 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산 암스트롱 러버는 4밀리 내에서 가능한 가장 두꺼운 스펀지를 장착한 특별한 애였습니다.
예전에 가끔 나오던, 심하게는 2.6밀리 스펀지 까지도 존재하던..
탑시트를 얇게 만들고 대신 스펀지를 두껍게 하여 맥스를 채우던 러버들 중 하나였던 거죠.
일천한 실력에 얇은 스라이버나 마크V를 쓰던 제가 그 러버를 잘 쓸 수 있을 리가 만무했지요.^^
계속 펑펑 튀어나가기만 하던 그 러버 덕분에 저는 방황을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탁구가 되질 않아 고민고민하던 차에 86아시안 게임 중계에서 김완선수의 플레이를 봅니다.
그래, 바로 저거야!
백핸드 서브에 이은 백핸드 스매쉬 작렬.
막탁구를 치던 일펜 시절에도 저는 백핸드를 훨씬 잘 쳤었습니다.
그러다가 기초도 없이 무작정 셰이크를 잡았으니 포어든 백이든 잘 될 리가 없지요.
게다가 맥스를 넘어서 2.4밀리 쯤 되는 무지막지한 스펀지를 붙여놓으니..
또 당장 달려나가 '일중호'와 '임파샬'을 삽니다.^^
일중호는 현재의 센코5로 당시 우리나라 탁구를 대표하던 김완, 김기택, 현정화가 쓰는 블레이드, 그 성능에는 의심의 여지도 없었지요.
김완, 김기택선수가 쓴다는 돌출러버 임파샬, 간지나는 검은색으로 2밀리를 붙였습니다.
일중호에 임파샬, 저의 첫 돌출러버 조합 라켓입니다.
그걸 들고 김완처럼 한다고 열심히 했지요.
백핸드에 워낙 자신이 있던 차였고, 되지도 않는 셰이크로 고생하다가 다시 펜홀더로 돌아와서 너무 편하게 즐탁할 수 있었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기분..
그립도 김완선수처럼 엄지 깊게 넣어 잡고 백핸드 서브에 이은 백핸드 스매쉬.
성공하면 괜히 왼주먹 쥐고 한 바퀴 돌고..ㅋㅋ
그렇게 저는 박지현에서 김완으로 변신합니다.
나중에 임파샬 1.5 붙였다가 좀 고생하고 현정화가 쓴다는 스펙톨 붙였다가 개고생한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붙인 스펙톨이 흰 스펀지였으니 스펙톨21이었던 거죠.
스피드를 강조한 부드러운 스프링 스펀지.
노란 스펀지였어야 그나마 쉽게 적응했을 텐데 스펙톨이란 이름만 듣고 덜컥 사서 붙였으니..
그땐 참 무식했었네요.ㅋㅋ
회전계 임파샬에서 스피드계 스펙톨로, 게다가 21 스펀지로 바꾸니 공은 날아다니고..
돌출러버가 그렇게 민감한 것인 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아하~ 돌출도 다 다르구나..
이 생각이 슬슬 제 본격적인 용품 탐구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 생각을 안 했었으면 아마 지금도 전진속공수로 편히 즐겁게 탁구치고 있었을 겁니다.
몸이 가볍고 백핸드가 무척 좋았던 그 시절, 아마츄어 1~2부들과 맞치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전형을 유지했으면 오픈 1부였겠지요.
용품 탐구와 맞바꾼 2부수, 서너 알입니다.ㅋㅋ
이 글 읽는 여러분은 용품탐구 하지 마세요~
아무튼 일중호와 임파샬로 저는 젊은 시절을 즐겼답니다.
첫댓글 전 아무것도 모르고 현정화처럼되는지알고 일중호를 샀었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