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을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55)
62세의 L씨는 머리가 어지럽고 아파서 한의원에 찾아온 환자분이었다. 처음에는 양방병원에서 CT촬영을 했으나, 별 다른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계속 증상이 나타나서, 중국에서 온 무면허 업자에게 한약을 두 번이나 지어서 먹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정식 한방치료를 받기 위해 소개받아 찾아왔다고 했다. 처음 내원 당시 뒷목이 뻣뻣하고 아프며, 두통의 경우에는 특히 후두부와 두부 좌측에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특히 밤에 잠자려고 똑바로 누우면, 어지럼증이 더 심해진다고 하였다.
<진단과 치료>
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일단 가장 먼저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머릿속, 즉 뇌 실질 내의 병변이 있는 경우다.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거나 뇌종양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 생겨나면 뇌혈류를 막기 때문에 당연히 어지럼과 두통이 생긴다. 이럴 경우는 두개내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속이 메슥거리거나 실제 토하는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는 빨리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으며, CT나 MRI 검사에서 기질적 변화가 측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 다음에는 아직 기질적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일어날 위험성이 높아진 경우에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가 있는데, 양방에서는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 한의약으로 치료를 한다. L씨의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되는데, 아직 기질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양방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나 열이 심해져서 위로 치솟아 생긴 실증(實證)의 경우와 기혈부족으로 인해 몸이 허해져 생기는 허증(虛證)의 경우로 나누어 치료를 한다. 물론 두 가지가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L씨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었다.
몇 가지 한방검사와 진맥 결과, 호르몬 부족과 스트레스 과잉으로 인해 상부 특히 머리 쪽으로 쓸모없는 열이 많이 상승되고 있는 것이 나타났으며, 장기간의 기력저하로 인해 자가 회복 능력이 많이 약해진 것으로 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기력을 돋우어주면서 호르몬을 강화시켜주기 위해 녹용이 들어간 한약을 2주 분씩 2회 투약을 했으며, 거의 매일같이 침구치료와 약침 그리고 추나 교정 치료를 실시하였다. 처음에는 첩약을 투약하지 않고, 침치료와 교정치료만 실시하였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목과 어깨 근육이 경직되어 경추아변위까지 일어났기 때문인데, 의외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결국 첩약을 병행치료하게 되었다.
뒷목이 뻣뻣하고 좌측과 후두부에 통증을 느낀 이유는 목뼈가 좌측으로 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과도한 스트레스의 누적과 장기간의 동일자세 유지 때문에 생긴 결과이지만, 저절로 좋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약침과 추나 교정 치료를 실시하였던 것이다. 한 달 정도의 치료 끝에 휘었던 목뼈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와 더불어 뒷목 뻣뻣함과 좌측 편두통은 사라졌다. 어지러운 증상도 많이 호전되었는데, 이제 항상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고 얘기하였다.
그런데 다시 보름 정도가 지난 다음에 통증과 어지럼 때문에 한동안 쉬었던 가사도우미 일을 다시 시작했더니, 증상이 다시 심해지는 기미가 있다고 호소하였다. 물론 그동안 침치료를 게을리 한 탓도 있었겠지만, 경추변형도 다시 생기려는 움직임이 보였기에, 다시 침 치료와 교정치료를 병행하였다. 검사 상 크게 악화되지는 않았기에 첩약치료는 하지 않는 것으로 하였다.
이와 같이 어지럼증의 치료도 원인과 증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만약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가 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진단과 처방을 받아 치료하는 것이 옳다. L씨도 처음부터 의료인에게 진단과 치료를 받았으면, 훨씬 빨리 회복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