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박은자가 만난 사람>
실력도 뛰어나고 마음도 따스한 의사 선생님
-아산충무병원 비뇨의학과 과장 서준규 교수-
환자를 만나는 서준규 교수는 여전히 청년이다. 까맣고 풍성했던 머리카락 사이에서 처음 흰 머리카락을 발견했던 날이나 이마에 주름이 생기던 날을 기억하지 않지만, 첫 환자를 만났던 날, 수술실에 처음 들어갔던 날, 수술을 마친 환자가 회복이 되어 함께 기뻐했던 순간들은 지금도 고스란히 그의 기억 속에 있다.
곱고 시원하고 우람한 목청을 가졌던 어린 소년 서준규는 성악가가 되고 싶었다. 성악가가 되지 못한다면 통기타를 안고 노래를 부르는 자유를 꿈꾸었다. 하지만 소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친척들 중에는 의사가 많았다. 그런데 소년의 형들은 의사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절실한 소원이었을까? 소년의 집안에서 누군가는 의대에 가야 했다. 결국 막내였던 소년이 성악가의 꿈을 접고 연세대학교 의대에 진학한다.
꿈과는 먼 길에 들어선 때문이었을까? 의대생이었을 때는 순간순간 노래를 하고 싶었다.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의사가 되고 갈등이 봄날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만큼 환자를 만나는 일이 즐거웠다. 자신을 바라보는 환자의 간절한 눈빛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고 정성을 다해 환자를 대하였다. 그러면서 기쁨과 보람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의사 서준규는 세브란스병원에서 비뇨기과 레지던트를 수료하고, 영남대학교병원을 거쳐 인하대학교병원에서 비뇨기과 교수 및 과장을 역임한다. 지금은 아산충무병원 비뇨의학과 과장이다.
인하대학교 재직 당시 서준규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치료가 발기조직을 재생하고 혈관성 발기부전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논문을 발표했고, 남성 성기능장애 분야의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발기조직과 혈관의 내벽 세포가 고장이 나면 혈관을 만드는 단백질인 ‘엔지오포이엔틴-1’ 등 혈관 생성 인자가 부족해서 발기부전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연구를 계속한 결과 혈관퇴행 및 신경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닌주린(Ninjurin-1) 단백질이 당뇨에서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 닌주린을 차단하는 항체 투여가 발기부전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공이 컸기에 대한비뇨기과학회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김세철학술인상’을 받았다. 상금 전액을 연구발전기금으로 기증했던 서준규 교수는 의사로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잠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젊을 때는 20시간이 넘는 수술도 너끈히 해냈지요.”
“수술이 20시간이나 걸려요?”
“그럼요. 그런 일은 다반사였죠. 4시간이면 끝날 거라고 예상해도 막상 수술실에 들어가 보면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가 참 많아요. 수술할 부위의 위치가 심각한 곳에 있기도 하고, 정상조직과 경계가 없어서 분리하는데 매우 긴 시간을 요하기도 하지요. 첨단의학지식이 있고 의학기술이 있어도 수술은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데 아주 작은 일도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가 있죠.”
“20시간이나 걸리는 수술 중에 혹시 졸음이 오지 않나요? 운전도 장시간 하다보면 졸려서 잠시 쉬어야 하잖아요? 또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수술 중에 잠을 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환자의 생명이 달린 일이고, 긴장과 집중을 하고 있으니까 졸음이 온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먹는 것은 우유나 물을 몇 모금 빨아 먹을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이 옆에서 빨대를 입에 대 주죠. 그렇게 살려낸 환자들이 참 많은데 보람이 매우 큽니다.”
서준규 교수, 그가 아산충무병원에 부임한 것이 아산 사람들에게는 큰 복이다. 서준규 교수로 인해서 아산의 환자들은 더 이상 먼 곳에 있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수 년 동안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려워서 일상이 자유롭지 못했던 박 아무개 씨, 급기야 통증이 수반되었고, 통증을 견디지 못할 즈음이 되어서야 충무병원에 내원했다. 검사결과 수뇨관이 막혀서 이미 오른쪽 신장이 부은 채 망가져 가고 있었다. 서준규 교수는 종양과 유착 두 가지를 모두 의심했다. 그러나 유착이었고, 유착은 매우 길고 심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시술시간이 길어졌다. 다행히 환자가 잘 견뎌 주었다. 이렇게 유착이 심한 것은 자궁이나 등 쪽에 암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시술이 끝난 후에도 서준규 교수의 마음이 복잡하고 염려가 되었다.
환자 박 아무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실력도 뛰어나고 마음도 따스한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것이 참 감사해요. 수뇨관 유착이 심해서 매우 힘든 시술이었다는데 잘 끝났고, 회복 중인 지금 정상인들처럼 소변을 볼 수가 있어서 몸이 가벼워요. 무엇보다 산부인과와 내분비과 등 협진을 통해 제 몸에 암세포가 없다는 것을 검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코로나19만 아니라면 병원을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고 싶을 만큼 병원시설도 아주 좋아요. 마치 호텔 같아요.”
환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의사 선생님 서준규, 그는 환자에게 불편한 곳이 없는지 먼저 살펴주는 의사이다. 그의 진료에 환자들은 치료는 물론 마음의 안정까지 찾는다. 그런데 서준규 교수는 왜 아산충무병원에 왔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산충무병원 설립자와 첫 면담에서 서로 마음의 느낌이 맞았어요. 저는 그 분이 매우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았어요. 아산충무병원 설립자는 부(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감동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대학병원 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추어서 철저하게 운영하고 있는데다 좋은 의사를 초빙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또 근무를 하다 보니 젊은 의료진 팀과 협업이 잘 되는 것이 좋아서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단순한 임상연구가 아닌 본격적인 개발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구팀이 꾸려지고, 또 첨단 암수술이 가능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5월에 아산충무병원에 부임을 했는데요. 병원 설립자가 왜 그렇게 아산에 대해 애착을 가지는지 알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저도 아산이 참 좋아집니다. 정이 갑니다. 아산에서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지고요. 아직은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미 아산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서준규 교수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병원 안을 천천히 걸었다. 참 깨끗하다. 의사 선생님들은 물론 간호사들과 검사실의 스텝들까지 얼굴이 밝고 친절이 넘친다.
병원이 마치 호텔 같다는 환자 박 아무개 씨의 말 때문일까?
커피생각이 간절해진다. 2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데 커피향이 진하게 올라온다. 참지 못하고 커피를 주문했다. 오늘은 코로나19를 걱정하지 말자. 병원 로비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더 따뜻해질 것 같다. 그런데 커피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커피 한 모금 입에 문 듯 향기롭다.
‘환자를 가족처럼, 환자 중심의 병원, 아산충무병원입니다’
2020년 10월 01일(목) 14:48 [온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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