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8월 25일 음악교육가 레너드 번스타인이 태어났다. 그는 뉴욕 필하모닉에서 장기간 음악감독을 지냈고, 세계 여러 초일급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했다. 세간에서는 흔히 “미국에서 출생해 교육을 받은 지휘자 가운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첫 음악가”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음악교육가”로 호칭하고 싶다. 그는 1954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35년 세월 동안 텔레비전 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 시리즈’ 등에 출연함으로써 진정으로 음악교육에 복무했다. 고전음악을 대중화하고 청소년들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부단히 수행했던 것이다.
음악가 번스타인의 음악교육가 활동은 영화 〈Spotlight〉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의 화자는 가톨릭 신부에게 성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돕는 변호사이다. 그는 변호를 시작하면서 유사한 범죄가 곳곳에서 오랫동안 자행되어 왔고 바티칸 등 책임있는 기관들이 오히려 숨기는 데 골몰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윽고 그의 노력으로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고, 은폐 시도의 주역인 보스턴 교구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 보스턴 교구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로마로 가서 가장 높은 자리에 취임한다. 변호사가 기자에게 말한다.
“If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it takes a village to abuse one.” 우리말로 바꾸면 대략 ‘만약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나서야 된다는 말이 맞다면, 한 아이가 학대를 당하는 데도 온 마을에 책임이 있다.’ 정도의 뜻이다.
1915년 8월 25일 “1910년대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독립운동단체(제5차 교육과정 국정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표현)” 광복회가 대구 달성토성에서 결성되었다. 1936년 8월 25일에는 현진건과 이길용 등의 민족언론인들이 일장기 말소 의거를 일으켰다.
나는 장편소설 〈광복회〉와 〈일장기를 지워라〉를 써서 사회교육의 한 몫을 담당하는 데 성심를 다했다. 소설 〈의열단〉도 썼다.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계기가 기억난다.
23년이나 전인 2000년에 Hawaii PTSA(하와이 학부모학생교사 연합, Hawaii State Parent Teacher Student Association)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John F. Friedman 회장의 말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퇴직한 사람은 돈이 있으면 돈으로, 시간이 있으면 시간으로 사회에 봉사를 해야지요.” 나는 돈이 없으니 글 쓰는 시간을 내는 수밖에. (*)
[참고] 2000년 11월 24일 신문기사 (3회 연재 중 첫회분)
학교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있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분명하고 따뜻한 의사소통 구조가 존재하지 않으면 교육은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 학교에서는 학부모의 올바른 정체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과연 교육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는 학부모들의 학교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교육부 후원으로 대구의 교사들이 '미국 PTA(사친회) 탐색대'를 만들어 하와이의 초등학교, 중등학교, 주 학부모회 연합회를 둘러보고 왔다. 매일신문에서는 정만진 교사(화원여고·소설가)가 작성한 탐색 보고서를 3회에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탐색대는 Hawaii PTSA(Hawaii State Parent Teacher Student Association, 하와이 학부모 학생 교사 연합) 회장 John F. Friedman 씨, Punahou 고등학교 사친회 회장 Wendy Bazemore 여사, Ainahaina 초등학교 교장 Mrs. Leatrice Chee 여사를 만났다.
미국은 학부모회의 재정을 돕기 위해 법적 조치를 강구한다. 예를 들면, 학교 단위 사친회(학교PTA)가 주 단위 사친회 연합체(주PTA)에 가입하면 그들이 받는 모든 기부금은 면세 대상이 된다. 이는 비회원이 최고 50%까지 세금을 내는 것과 견주어보면 엄청난 것이다. 기부한 사람 또한 면세혜택을 받게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주PTA에 가입한 학교PTA에는 보험료 혜택도 있다. 가령 고등학교의 경우 술 없는 행사를 하다가 사고가 날 때를 대비하여 보험을 들면 3천 달러까지 내야 하지만 주PTA에 가입한 학교PTA는 150달러만 내면 된다. 따라서 많은 학교의 PTA가 주PTA에 가입하게 된다. 그러면 최고 200만 달러의 책임보상문제가 해결된다.
Punahou 고등학교 사친회 사무실은 학교로 들어서자마자 발견되었다. 초행객이라 하더라도 찾기 쉬운 곳, 학교 들머리에 사친회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탐색대는 미국에서의 학부모회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학교 건물에 사친회 사무실이 제공되고, 전화 등 편의시설이 모두 주어지는 나라, 그만큼 미국은 법으로 학부모회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곳이었다.
탐색대는 Ainahaina 초등학교에서 수업 장면을 촬영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탐색대의 요청은 학교장에 의해 정중하게 거절되었다. "학생의 활동과 관련되는 일은 사전에 학부모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교육주체로서의 학부모의 위상이 법제화·일반화되어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미국 학부모들이 내는 회비는 학교마다 달랐다. 학교가 위치하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2.50달러부터 25달러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회원이 납부한 회비는 주 사무실로 1달러, 전국 사무실로 1달러 보내지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서는 50센트만 남는 경우도 있고, 22.5달러가 남는 곳도 있었다. 회비가 적은 학교는 상품 판매, 기금 모금 달리기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하여 활동자금을 모은다.
그러나 부유층 학부모 소수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불투명하게 사용하는 일은 없다. 사친회에 가입하면 정해진 회비를 내고, 스스로 원하면 임의대로 기부금을 낸다.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기부금을 낸 학부모라고 해서 뭔가 반대급부를 노리는 바도 없다. 투명하게 모금되고 투명하게 사용된다. 정만진(화원여고 교사·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