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정맹호’와 같은 탁상행정
중국 춘추시대 말 노()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공자(孔子)가 수레를 타고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여인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공자 일행이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펴보니 길가의 풀숲에 무덤 셋이 보였고, 한 여인이 바로 그 앞에서 울고 있었다. 공자는 용맹하기로 유명한 제자 자로(子路)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는 그 여인에게 다가가서 무뚝뚝하게 물었다.
“부인, 어찌하여 그리 술피 우십니까?”
여인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여기는 아주 무서운 곳이랍니다. 수년 전에 저희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잡혀 먹혔는데, 작년에는 남편이 잡혀 먹혔고, 이번에는 아들까지 잡혀 먹혔습니다”
자로는 부인을 위로하며 말했다.
“이렇게 무서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왜 떠나지 않으십니까?”
그 부인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살면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당하거나 못된 벼슬아치들에게 재물을 빼앗기는 일은 없기 때문에 차마 이곳을 떠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사납다는 것을 명심하라”
이는 노나라 대부(大夫) 계손씨(季孫氏)가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고 백성들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은 일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관료들이 나라를 꾸려가려면 돈이 필요하겠지만 지나치게 징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른바 ‘가정맹호(苛政猛虎)’다.
지난해 연말 종로구청 건축과에서는 숭인동 주민에게 주차장 무단 용도변경을 이유로 수천만 원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주민은 약 20년간 아무 일도 없다가 갑자기 수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고 가슴이 철령했다고 한다. 맑은 하늘에 웬 날벼락이냐는 기분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도에 이곳에 이사를 와서 이런 일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사연은 즉, 그 건축물은 지난 1993년에 준공된 것이며, 그 주민은 2005년도에 그 건축물을 매입하여 이사를 했고, 그동안 별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종로구청 건축과로부터 주차장 무단 용도변경이라는 이유로 수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은 20년 전 이사를 왔을 때부터 주차장 시설에 대한 의미가 없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 건축물로 들어오는 골목길 입구가 차량 진입이 불가한 곳이며, 특히 집 앞에 골목길은 차량 통행이 안되는 좁은 골목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물의 주차장은 이미 용도가 폐기된 상태며 주차장으로 아무 소용이 없는 공간이엇다는 것이다. 그래서 창고라기보다는 간단한 짐을 주차장 공간에 놓았을 뿐인데, 이를두고 무단 용도변경이라며 수천만 원을 부과하는 것은 도저리 납득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로구청 건축과에서는 그 주차장을 무단 용도 변경하여 창고로 쓰고 있다며 2천만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인데, 여기서 의문점은 20년 이 지난 이 시점에서 갑자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배경이다.
특히 그 건축물 실제 상황을 살펴보면 골목길 입구에서부터 불법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어 차량 통행이 불가한 실정이고, 더욱이 집 앞의 골목길은 한쪽에 불법 건축물들이 건립되어 차량 통행이 아예 불가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탁상행정 배경이다.
그러니 주민의 입장에서는 주택의 주차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구청에서 도로 기능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라고 항변한다. 집으로 차량이 들어 올 수도 없게 도로 기능을 상실시켜 놓고 무조건 주차장 무단 용도변경이라는 미명아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가혹한 ‘탁상행정’이라고 항변하는 것이다.
주민은 구청 건축과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주차장 법을 들먹이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데, 이는 구청에서 차량 통행을 가로막는 불법 건축물 단속은 하지 않고 기능잃은 주차장에 대한 단속만 벌인 꼴이다.
최소한 주민이 현재 상황을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면 도로 기능을 되살리는 동안만큼은 이행강제금 부과를 유예시켜야 할 일이다. 주차장 용도와 기능은 관리 소홀로 상실시킨 채 이행강제금만 부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셈이다. 하루속히 집 앞의 도로가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불법 건축물 정비부터 단행해야 할 일이다.
그야말로 가혹한 탁상행정으로 구민의 가슴만 시퍼렇게 멍드는 ‘가정맹호’와 다를 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