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4호선 대야미역 출구
준비물; 농기구, 목장갑, 모자 운동화
8시에 기상 부랴부랴 준비물을 챙겨 8시30분에 집을 나섰다. 대야미역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금정까지는 가 보았는데. 김밥 두줄을 사들고 마을버스를 탔다. 8시 50분 노원역 출발, 대야미 역에 내리니 10시 10분이다. 역 주위를 둘러보아도 나무와 식구들이 눈에 띠지않는다. 10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가 버릴 걸까 하면서 학송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임이 취소된 줄은 꿈에도 모른채. 그런데..... 아이구구구구...... 이게 왠 말인가? 취소됐단다. 으으으 이렇게 황당한 일이..... 오늘 아침 확인을 못하고 나온 내 실수이다. 나는 계룡산모임이 취소되어서 당연히 하는 걸로 알았다. 전화기에 대고 어떡하냐고 나 어떡해를 연발...... 학송씨도 참 당황스러웠을 거다. 잠시 후 들려오는 말 "기다리세요. 준비하고 나갈게요. 그러고 전활 끊었다.
학송씨 도착하려면 족히 1시간은 넘고도 남을텐데, 시간을 어떻게 떼어야 하나? 일당 나가보기로 했다. 그냥 길을 따라 걸었다. 조금 걸어가니, 오른 쪽으로 축사가 있고 왼편으로는 시냇물이 흐르고, 서울과는 다른 풍경이다. 또 조금 걸어가니 작은 초등학교가 보인다. 좀 앉아 있고 싶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넓지 않은 운동장, 자그마한 학교 건물, 한쪽에서는 아이 둘이 그네를 타고 운동장 한가운데에서는 아저씨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한쪽 구석에 앉아서 한참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가을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흐흐흐...
학송씨가 도착 할 때 쯤 다시 대야미역에 와서 학송씨를 만났다, 학송씨는 피곤함이 얼굴에 가득하다. 어제 오대산에 갔다가 또 아침에 나왔으니 그럴만도 하다. 미안하고 고맙다.
다시 우리는 내가 왔던 그 초등학교를 지나서 농장을 찾아 걸어갔다. 길 양쪽으로 나무들 꽃들이 피어있고,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사람도 뜸한 길을 따라 농장을 찿아갔다. 학송씨 말에 의하면 농장주인은 나무와1기 회장님이고, 일부는 주말농장으로 분양하고 일부는 나무와 식구들이 쓸수 있도록 해 주셨다고 한다. 할머니 한분이 한 쪽에서 배주며 채소들을 다듬고 계신다. 일단 우리는 연락이 닿은 가람뫼님을 기다리며 쉬고 있었다. 자전거와 함께 나타나신 선배님, 바람을 가르고 터널을 뚫고 최고속도로 달려오셨단다. 고마운 선배님, 우리는 김밥 2줄을 맛있게 나눠먹고, 심어놓은 나무들을 둘러보았다. 나무를 심은지 1년이 다 되었다고하니, 나무 주위에 잡초들이 무성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학송님은 그 동안의 보살피지 못함을 후회하며 곧 잡초뽑기모임을 소집한다고 하니, 낫 하나씩 들고 꼭 참여해야겠다.
학송님의 밤서리로 생밥 맛을 보고 좀 쉬다가, 선배님이 초행인 나를 위해 수리산 안내를 해주신다고 하여, 발길을 옮겼다. 학송님은 피곤한지라 내키지 않아 했지만.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날시가 산행하기에 딱 좋아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오고가는 사람들 특히, 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띠었다. 두 남자분은 그 젊음이, 성능좋은 자전거가 탐이 나나보다 .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본다. 크크
그 다음 뒷풀이는 '죽로시가'
학송씨는 서울에 일이 있다했는데, 이번에도 거의 내가 밀어붙이다시피해서 결정했다. 전에죽로시가에서 차 한잔하고.... 지나가는 말로 들었을 때는 무슨 전통찻집 이름인지 알았다. 가람뫼님 집이 고택인가 하고 나름대고 그런 분위기를 상상했었다. 하여튼 가보고 실망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방문에 그 이름도 한자로 근사하게 써있고 분위기도 좋았다.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책구경, 선배님의 흔적이 남은 사진구경, 어린 시절 얘기,치열했던 학창시절얘기......
문득, 시간을 보니 9시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갈 길이 멀어 아쉬움을 남기고 일어났다.
두 분께는 본의아니게 번거로움을 주었지만 나에게는 잊혀지지않는 날이 되었다.
가람뫼님의 약속했다는 말에 부랴부랴 올립니다. 선배님 제가 정말 약속했나요?
와 쓰는 일은 정말 힘들어!!!!!
첫댓글 드디어 두리두리님이 등단하셨네요...등단작가인 만큼 품위유지(?)를 위해 댓글이든 삶의 향기가 나는 들이든...자주자주 올려주시와요^^*. 그날 모임이 가지런히 음계에 올려진 음표처럼 그려집니다..고맙습니다.
경임 언니, 나무와! 등단을 축하해요. 한번 등단하면 글 올리기에 중독된다는 건 아시죠? ^^* 그날 몸은 천근만근 그래서 당혹스러웠지만, 덕분에 가진 조촐한 시간은 참 행복했지요. 수리산 임도를 맨발로 걷던 시간, 죽로시가에서 맥주 한 잔의 여유로움... 모두 경임 언니가 베풀어준 시간입니다. 고마워요. ^___^
다들 피곤하셨을텐데 좋은 시간들 가지셨네요
학순언니는 진짜루 언니가 맞나봐요
ㅡㅡ;;
학순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