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달려라, 엘리베이터로
(편의시설의 질서를 지켜야 할 때)
90년대에는 장애인들의 모든 활동과 외출이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전동은 커녕 1인당 1대의 수동 휠체어를 보유하기도 어려웠다.
필자와 필자 주변에 장애가 심한 몇 명은 그 10년 전부터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장애인들의 형편에는 무척 비싸기도 했고 인도나 도로 여건도 나빠서 선뜻 전동휠체어를 탈 용기가 나지않았지만
내 생각대로 움직이고 내가 가고 싶은대로 마음껏 움직이고 싶어서 큰 마음 먹고 장만했었다.
필자가 전동휠체어를 사게 된 이유는 하찮은 이유라 해도 그 시절에 전동휠체어를 무리해서 타는 장애인이면 사회운동에 고민이 있거나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남다른 사람들이다.
그 분들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넓은 세상에 나와서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서 장애해방을 위해 운동을 해왔다.
그렇게 여러 가지 조건이 열악한 시절에도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니.
그런 분들 덕분에 지금은 무료로 전동휠체어를 받을 수 있도록 보급사업이 제도로 정착이 되었고
지하철에도 거의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웬만한 중증장애인도 혼자서 이동하는 일이 가능해 졌다.
장애인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전동스쿠터를 몰고 동네 산책도 하시고 마트에 쇼핑도 즐기신다.
이처럼 기계라도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개인의 삶이 변화가 생기면 사회 문화까지도 같이 바뀌게 된다.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지역마다 전동휠체어가 늘어가는 등 편의시설이 확충되면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문화가 생겼다.
편의시설은 처음에 누구를 위해 만들어 놓은 편의시설이었든지 공공의 기물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편의시설을 국민들이 이용함에 있어서 우선 배려되어야 하는 것이 누구인가 하는 마찰이 있다.
아직은 문화라고 까지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새롭게 등장한 이런 현상은 누가 더 약자이고 누가 더 먼저 배려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어르신들은 엘리베이터를 빨리 타기 위해 지하철이 승강장에 닿기도 전에 준비를 마치고 승강장에 도착함과 동시에 뛰어나간다. 단연 1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젋은 엄마들은 오히려 어르신들 보다 민첩성이 떨어져서 순위에서 밀리지만 그런대로
2위는 무난하다.
장애인들은 어르신과 유모차 속에서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속도를 내다가 만약에 사람이 다치기라도 하면 책임을 질 수 없다. 장애 때문에 버벅대는 시간까지 합하면그래서 3위.
가끔은 휠체어를 탄 우리들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분들도 (지각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순위대로 이용하게 된다.
지하철 환승역에는 유난히 엘리베이터 이용객들이 많은데 노인, 유모차, 장애인이 모두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2~30분을 기다려도 타기가 어렵다.
그 쯤되면 서로 짜증이 나니까 “댁은 멀쩡해 보이는데 왜 굳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느냐”, “내가 먼저 왔는데 새치기 하지마라” 등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긴다.
하지만 노인과 임산부는 만약의 경우 계단으로 갈 수 있다.
즉, 노인과 임산부는 상황에 따라서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선택' 할 수가 있는데 장애인, 전동휠체어를 다리로
삼고 있는 장애인에게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밖에' 없다.
장애인이라고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장애인이라고 유모차가 무거워 보이지 않겠는가.
이럴 때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나 필수와 선택의 차이를 질서에 적용한다면 모두가 편안하게 편의시설을 누리게 되지 않을까.
첫댓글 저런문제가 있군요. 승강기가 있어도 문제지만, 없으면 완전문제군요.^^ㅋㅋㅋ 그렇다고 2대를 해주는것도 아니구....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