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배트맨>이나 <트랜스포머> 같은 슈퍼히어로물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은 그저 기능적으로만
보여지지 않는다. 그것은 스피드나 힘 혹은 스마트함 같은 다양한 상징들이 더해진다. 그렇다면 우리네 슈퍼히어로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에 등장하는 쉐보레 카마로는 어떤 상징이 더해져 있을까.
자동차 전문기자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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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이 드라마는 : tvN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는 기성이라는 가상도시를 법과 주먹으로 농단해온 적폐 권력들을
청산하려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형적인 복수극이지만, 가상도시의 권력시스템이 부여하는 상징성 때문에 ‘
적폐청산’이라는 사회 정의를 담는 드라마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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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수(이하 강) : <무법변호사>에서 기성시는 할리우드의 히어로 영화 <배트맨> 속 고담시를 닮았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지방도시이지만 이 곳에는 무소불위의 절대악이 존재한다.
<배트맨>의 조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무지 바로잡을 수 없는 악당들이다.
이준기가 연기하는 ‘무법변호사’ 봉상필은 무력으로 악당을 제압하는 ‘박쥐인간’ 배트맨과 오버랩 된다.
이준기의 대척점에 있는 차문숙(이혜영)과 안오주(최민수)는 고담시의 조커 같은 존재들이다.
최민수의 메소드 연기는 배트맨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의 광기와 닮아 있다.
정덕현(이하 정) : 기성시를 고담시로 대치해놓고 보면 그 명확한 대립구도는 <배트맨>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그렇다면 <무법변호사>의 배트맨 봉상필이 타는 배트카는 뭔가.

강 : <무법변호사>에서는 쉐보레의 스포츠카 ‘카마로’를 택했다.
물론 <무법변호사>에는 쉐보레가 제작 협찬을 했기 때문에 쉐보레의 여러 차종이 등장한다.
플래그십 ‘임팔라’를 비롯해서 중형 세단 ‘말리부’ 그리고 순수 전기 자동차 ‘볼트EV’도 나온다.
‘볼트EV’는 이준기가 사랑하는 여인 서예지(하재이)의 차다.
극중에서 하재이는 단순히 소형차를 타는 듯 보이지만 서예지의 ‘볼트EV’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을 자랑하는
전기차다.
1회 충전으로 383km를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는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한 차로 꼽힌다.

정 : 나는 개인적으로는 <무법변호사>가 무협지를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악당에게 살해당하고, 간신히 도망친 꼬마가 주먹과 법의 공력을 한참 키워서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다.
이준기가 연기하고 있는 봉상필은 ‘슈퍼 히어로’다.
변호사였던 엄마가 안오주 일당에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복수를 위해 평생을 이를 간 인물이다.
폭력 조직의 두목인 외삼촌 안내상(최대웅) 밑에 들어가 실전 무술(?)을 연마했고,
“좋은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해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문무(?)를 겸한 슈퍼 히어로의 탄생이다.
강 :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한 이런 종류의 드라마에서는 개연성을 따지는 게 부질없다.
인물의 성격은 단면적이고 획일적이기 때문에 각 배역들은 상징적 모습에 가까울수록 더 극적이다.
기성시의 향판 집안에서 성장해 기성지방법원의 판사로 재직하면서 대대로 기성시의 사법권과 행정권,
그리고 경제권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차문숙이나, 차문숙의 앞잡이 조폭 두목 안오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악으로 똘똘 뭉쳐있다.
이렇게 인간미 없는 군상도 현실에서 찾기 어렵다.
이준기가 자신의 애마로 ‘카마로’를 타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상징성’에서 찾을 수 있다.
“변호사가 스포츠카를 타는 게 말이 되냐?”가 아니라, 스포츠카를 타는 변호사라는 설정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이준기의
캐릭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 : 사실 그 부분은 비현실적이면서도 괜찮은 선택으로 보였다.
어차피 가상도시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동차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건 오히려 더 자유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드라마 첫 장면에 이준기가 도로를 이 카마로로 폭주하는 장면을 넣은 건 그래서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치 이 비현실의 가상세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카마로는 흔히 ‘머슬카’라고도 불리던데.

강 : <무법변호사>에서 카마로SS는 이준기의 전황석화 같은 액션을 상징한다.
<배트맨>의 배트카처럼 봉상필의 활약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번개처럼 등장해 상대를 제압하는 활약상은 카마로SS의
속도감과 어울린다.
“내 슈트핏을 망치는 것은 참지 못한다”는 이준기의 말은 ‘카마로’의 매끈한 바디라인으로 연결된다.
카마로가 단지 빠르고 힘만 좋은 차가 아니라 디자인도 매력적인 차라는 의미를 ‘슈트’에 빗대 보여주고 있다.
카마로의 에어로 다이내믹한 ‘핏’은 이미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았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범블비로 사랑받은 차가 바로 카마로 5세대다.
이준기의 카마로는 그 다음 세대 모델이다.

정 : 카마로는 하지만 럭셔리카로 부르지는 않지 않나.
강 : 분류는 스포츠카이지만 카마로가 억대를 우습게 아는 럭셔리카는 아니다.
카마로는 차 값이 5,098만 원으로 책정 돼 ‘가성비 끝판왕’의 스포츠카로 불린다.
도무지 현실에서 넘볼 수 없는 스포츠카는 아니라는 이미지는 봉상필의 ‘순정’과 오버랩 된다.
봉상필은 엄마를 잃던 그날, 하재이 엄마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그런데 봉상필은 그러한 배경 이상의 심정으로 하재이를 보살핀다.
스포츠카를 모는 주인공이 등장할 때의 흔한 설정, 재벌가 사람들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이 드라마에는 없다.
카마로가 다분히 현실적인 스포츠카라는 사실이 이준기의 순정적인 사랑을 그럴듯하게 뒷받침해준다.
정 : 이준기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이른바 ‘한국적 슈퍼히어로’의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슈퍼히어로이긴 하지만 어딘지 정이 가는 우리식의 면모라고나 할까.
아마 지나친 슈퍼카가 등장했다면 이 드라마나 혹은 이준기와도 어울리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외관은 비현실적인 스포츠카의 모습에 가격은 현실적이라니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차가 아닐까 싶다.

강 : 카마로를 수입 판매하는 한국지엠이 처한 현실도 <무법변호사> 제작 협찬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올 초 한국 시장 철수 파동을 겪은 한국지엠은 사태 와중에 군산 공장은 폐쇄 됐고, 이 공장에서 생산 되던 ‘크루즈’와 ‘올란도’는
단종됐다. 수천 명의 노동자는 일자리는 잃었다.
한국 시장 잔류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재정비의 과정은 만만치 않다.
한번 식어버린 소비자들의 마음이 단 기간에 돌아올 수는 없다.
신뢰의 벽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지만 다시 쌓으려면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든다.
정 : 실제로 그 철수 파동 때문에 한국지엠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은 게 사실이다.
아마도 그 이미지를 극복하려면 꽤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 : 한국지엠으로서는 신뢰 회복에도 카마로 같은 속도감이 절실하다.
실제, 한국지엠이 한국 잔류를 결정하고 난 이후의 정상화 행보는 카마로급이다.
소비자들의 쉐보레 대리점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전국 규모의 경품 마케팅을 실시하고, 지역 사회 연대 강화를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개시했다.
향후 5년간 15종의 신차를 출시하겠노라고 공언을 했고, 지난 8일 개막한 ‘부산 국제모터쇼’에서는 ‘뉴 스파크’에 이은
두 번째 신차, ‘이쿼녹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시 뛰는’ 쉐보레의 속마음에는 ‘카마로’를 타고 번개같이 나타나는 <무법변호사> 봉상필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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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수의 이 차는 : 쉐보레 카마로(정확히는 카마로SS 모델)는 6,200cc 8기통 엔진을 장착한 차다.
국내에서는 2016년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6세대 모델로 최고 출력 453마력, 최대토크 62.9kg.m을 자랑한다.
배기음도 우렁찬 8기통 차량은 폼 내고 타기에 딱 좋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머슬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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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강희수 칼럼니스트 : <일간스포츠>에서 프로야구 기자로 출발해 <OSEN>에서 연예부 기자로 활약했다.
다양한 경험을 밑천 삼아 '그들'의 얘기를 열심히 들으며 자동차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 대중문화 속에 담겨진 현실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백상예술대상 심사위원이고, 현재 SBS 미디어 비평 <열린TV>에서 ‘정덕현의 TV뒤집기’, KBS <연예가중계> ‘
심야식담’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