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간
묵상의 여정
박대영목사 / 성서유니온선교회
참 맘에 드는 책이 한 권 출간 되었다. 오랫동안 성서유니온 선교회에서 몸 담아왔고, 영국 바이블 칼리지에서 유학한 성서주의자다. 굳이 목회자가 아닌 성서주의자로 명명하고픈 이유는 박대영목사가 기록된 말씀인 성서를 지극히 사랑하고 성서한국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소명을 잇는 자'(translator)로 생각하고 언어를 옮겨주는 역할을 자처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광주 참누리교회를 개척한바 있으며, 2012년부터 현재까지 광주 소명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이 책에 눈길이 가는 건 순전히 묵상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넓혀주고 진지한 성찰과 인문학적 사유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냥 묵상집이 아니다. 일종의 묵상 소개집 이면서도 단순한 묵상의 원리를 가르쳐주는 교과서가 아니다. 마치 친구처럼 나의 곁에 다가와 이야기하고 연인처럼 함께 애틋한 눈길을 보내주고, 아버지처럼 우둔함을 깨우친다. 여행자의 후기 같다. 그래서인지 실존적 삶에 더 깊이 유비적으로 투영된다.
친구가 돌아왔다. 먼 길을 둘러서 돌아왔다. 취루가스 잔뜩 묻히고 술 한 찬 걸친 채 "교회가 그럴 수 없다"며 떠났던 그 선량한 친구가 다시 돌아왔다.
1장을 시작하면서 여는 문장이다. 소설은 분명 아니다. 문장력을 과시하기 위한 글쓰기 교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존재로서의 성찰을 묻는 삶의 여정과 갈등이 보인다. 작가로서의 탄탄한 문장력도 읽는 데 맛을 더해준다. 다음 문장은 어떤가?
편해지고 익숙해지면 더 이상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불편하지 않은 이상 모든 것에 순응하고 감각이 전하는 대로 군말 없이 받아들인다.(55쪽)
낯섦을 회복하는 여정이란 제목으로 시작되는 3장의 두 번째 페이지의 한 문장이다. 익숙함은 배교다. 오랫동안 익숙해져버려 더 이상 설렘도 기대도 없는 신앙은 우상숭배와 다르지 않다. 그러지 저자는 성경을 낯설음으로 대하라고 충고한다. 철학적으로 이것을 타자성이라 부른다.
"신앙에 있어서 타자성의 상실은 자아 통제력의 상실만큼이나 치명적이다. 신앙에 있어서 타자는 하나님이요 그분의 계시인 성경이며, 하나님의 형상대로 받은 사람이요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이런 것들에 익숙해질 때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대상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59쪽)
분명 철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으리라. 내지 저자 소개란엔 없다. 인터넷 서점을 들어가 저자를 검색해 봐도 더 이상 알아낼 길이 없다. 놀라운 건 무려 19권이 박대영이란 검색어 결과물을 보여준다. 작년 초 SU LTC 훈련에서 산 존 베일리의 [매일기도] 역시 저자의 번역물이다. 매일기도를 읽으면서 번역이 참 잘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일 예배를 인도하면서 종종 베일리의 기도를 참고한 기억이 생생하다. 군더더기 없는 번역과 본 저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우리의 언어로 번역했다. 참으로 그는 언어 옮김이다.
낯설게 만났다. 그래서 더욱 긴장되고 기대된다. 앞으로 멋진 저자와의 조우를 기대해 본다.
(펌:정현욱 목사의 팡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