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믿지 않고 정농회 회원도 아닌 풀천지 촌놈이
목사님이시며 정농회 회장님이신 화천의 임락경 목사님 시골교회에
그분의 책 한권도 읽지 못한 뻔뻔스러운 낯짝으로
가족을 데리고 설 명절을 보내러 가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세상에 떠도는 장애우들과의 헌신의 삶에서부터
바른 먹거리로 암 환우들을 위해 건강 강좌를 하시는 명성은 간간히 들어왔지만
요즈음 가장 흔한게 교수네 선생입네 하는 허명정도로 흘려보냈던 것 같다.
우리 가족도 도시에서 평생 후회스런 삶에 그칠뻔 했지만 천상의 기연으로
처음 안현필 선생의 건강저서를 접하고 큰애의 아토피가 기적같이 치유되는
놀라운 경험 이후 꾸준히 건강공부를 하여 시골로 내려오게 되었고
어느덧 스스로 만족하며 즐거운 시골 생활을 보낸지 6 년 째 접어들었다.
작년에 큰애에 이어 둘째까지 학교를 그만두고 농사를 선택한 우리가족은
세상의 번거로움을 벗어버리니 무엇도 부럽지 않은 자유스러운 삶 속에서
날마다의 일상이 마음껏 행복과 즐거움으로 이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만의 즐거움으론 자꾸 무언가 부족한 것 같고 실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 가끔 고개를 쳐들곤 하였다.
바람처럼 가벼운 신선의 삶을 원한다 해도 내면적인 근원에 자리한
자식의 앞날에 연연하는 어쩔 수 없는 사랑의 욕구는 늘 무언가를 갈구하게 되었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지나 소양강의 빙어 낚시를 구경하며 설 전날 시골교회에 도착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인연은 이미 예정된 것임을 믿게 되었다.
어려울때마다 기막힌 인연의 힘으로 헤쳐온 세월을 돌아보며 다시금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인생의 큰 스승을 맞이 할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 복록을 누리게 되었다.
우리 딴에는 장애우들을 위하여 어떤 난관 (?) 도 무릅쓰고 열심히 잘해 보겠노라고
내심 각오를 다지며 마음대로 상상해온 시골 교회의 첫 인상은 도착하자마자
밝고 예쁜 목사님의 딸 들래를 만나면서 설레임으로 바뀌게 되었다.
지나칠뻔 하다 큰애의 눈썰미 덕분에 손수 지은 범상치 않은 규모의 돌집들과
멋들어진 한옥집 덕분에 시골교회의 문을 들어서며 부터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한
풀천지 가족의 놀라움이 시작되었다.
설 명절 준비를 위해 오리와 닭을 잡으시던 목사님께 인사드리고 시골 교회 가족분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일반적인 상상과는 달리 장애우들의 모습은 무척 밝고 건강하였다.
인터넷 기사에 난대로 장애는 있어도 환자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며 목사님과 얘기도중
반가이 맞아주며 활짝 웃는 그들의 티없이 밝은 모습에서 먼길의 피로가 부드럽게 사라지는
봄눈이 되었다.
곧 이어 목사님의 자상하신 배려와 친절한 안내로 30 여년 세월의 손때가 점점이 배인
9,000 평 남짓한 시골 교회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사슴뿔이 공격을 위함이 아닌 적을 탐지 하기 위한 촉수의 역할을 한다는 설명에서부터
진정한 농사꾼만이 가능한 삶의 철학들을 보석처럼 가슴에 안으며 놀라움은 계속 되었다.
혈통 좋은 썰매견이 시골교회 마당에서 완벽한 똥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대하는 모든 생명들은 사랑과 평화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만으론 부족하지만 자세히 보면 모든 집들이 반 지하를 가지고 있는 2층집의 모습이다.
각종 농자재와 장기 보관을 필요로 하는 대다수 농산물을 위해 창고와 저장고를 겸할 수 있도록
목사님과 가족들만의 힘으로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참으로 정성스레 지은 집들이다.
위에 보이는 투명 집은 풀천지에도 자그맣게 있지만 각종 건조장으로 아주 편리하다.
제법 규모가 큰 된장 공장의 모습이다. 건강한 성인이 하루 100 분씩만 농사일하면 제한몸
굶어죽지 않고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목사님의 삶의 철학이 장애우들과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자급자족을 이루기 위해 된장과 간장 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곰팡이는 네종류가 있는데 우리몸에 가장 이로운 흰 곰팡이에서 부터 메주가 추우면 노란 곰팡이
감기 걸리면 푸른 곰팡이 썩으면 검은 곰팡이가 된다고 설명해 주시는 목사님의 말씀은
한마디 한마디가 농사의 성경이다. 특히 오래묵은 된장이 좋다는 건 버려야 되는 검은 곰팡이를
제외하고 푸른 곰팡이나 노란 곰팡이는 이로운 곰팡이인 흰 곰팡이에 지게 되므로 오래 될수록
이로운 균이 가득찬 천하 보약 된장이 될 수 있단다.
항아리를 물로 씻어 버리면 속에 남아 있는 이로운 균이 다 씻겨 나가므로 절대 물로 씻지 말고
된장 담은 항아리를 다른 걸 담지 말고 볏짚으로 소독하여 계속 쓰면 그 항아리 자체가
이로운 균이 가득하여 몸에 좋고 맛이 좋은 된장이 된다시며 이것저것 설명해 주시는데
구태여 적을 필요 없이 그대로 산 지식으로 가슴에 자리한다.
숨쉬는 항아리에 입구를 천으로 막아 발효를 촉진 시키고 천정을 투명하게 하여 뚜껑을
열고 닫는 수고를 줄였다. 발효식품의 탁월한 해석을 하시는데 놀라움의 연속이다.
근대 교육의 숨막히는 혜택 (?) 에 익숙한 우리의 알량한 지식은
김치 하나로 세계에서 으뜸가는 발효 민족임을 우쭐대지만 그 또한 주식면에서 볼때
오히려 발효시킨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의 식습관이 매끼 발효 식품을 먹는 것이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식습관이 매끼 발효식품을 먹지 않는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양에선 고기나 야채를 그냥 먹게 되는 것이고
우리는 된장과 간장을 비롯한 김치 젓갈 등 발효식품을 꼭 같이 먹어야 되는 것이다.
잊고 살았던 당연한 지혜들이 우리곁을 떠남으로서 우린 온갖 현대병을 다정한 친구로 둘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뜨뜻한 아궁이에서 모든 생명의 먹거리가 우리 몸에 이롭게 정화될 수 있다.
가마솥에 펄펄 끓이면 해로운 균은 모두 죽고 이로운 균만 남는다.
이런 기막힌 사실들을 오늘 임목사님을 통해서 가슴 절절히 내것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항아리 속에 담긴 사랑을 받아 건강해 졌을까 ?
재채기가 나는 향수대신 구수한 냄새 나는 메주의 향으로 우리의 민족을 반만년 동안
별 탈없이 지켜왔다.
흙에서부터 시작된 항아리의 다양한 얘기들은 또 한번 우리를 감탄시키며 진정한 촌놈이
무엇인가를 알려주신다.
옛부터 꿀은 숲의 축복이다.
오랜 세월 생명농업을 위해 정농회 이사를 거쳐 정농회 회장님이 되신 이력 만으로도 알수 있듯이
땅과 몸에 해로운 어떠한 것도 하지 않고 된장공장도 가족들이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 만큼만
운영하므로 부족한 생활비를 벌꿀로 충당한다.
이번에 우리도 오만원 드리고 한병 사왔는데 맛이 기막히다.
설 전날 숙소로 배정받은 돌로 직접 지은 사랑채 이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땅사랑을 끌어 안고 즐거워 하며 지친 몸을 쉬어가는 곳이다.
구천평의 임야를 시골교회 가족들만의 힘으로 오랜 세월 가꾸어 온 보람의 흔적이다.
길을 내고 돌로 쌓고 집을 짓고 농사짓기 편하게끔 평평한 밭을 만드느라 세월을 이겨온
주름살은 목사님의 평온한 얼굴에 훈장이 되었다.
가족들의 거처를 위해 돌집을 몇채 짓고 난후 생겨난 경험으로 한옥에 도전하게 되신다.
멋진 오두막은 목사님의 첫번째 설계없이 직접 지은 미니 한옥이다.
무청 시래기를 말려 두었는데 퍼렇게 싱싱하게 마르면서 하얀 곰팡이가 피어있다.
무청 시래기가 얼마나 좋은지는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한옥 한칸 짓기가 세칸 짓는 것 보다 훨씬 힘들단다. 조금만 잘못 되어도 틀어진대나.
목사님의 두번째 작품이다. 또 설계 없이 나무를 이리저리 짜맞추기 위해 구멍을 뚫었는데
오두막과 마찬가지로 딱 한개가 틀렸단다. 아무도 모른단다. 그러고 보니 나하고 목사님만
안단 말인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문화가 똥 문화다. 풀천지도 옛날 잿간 화장실이 마음에 들어
결정 했던 건데 지금은 다른 화장실은 똥이 잘 안나온다...^^
좋은 생각이 몸 안에서 배설물을 밀어내는 순간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시골교회의 화장실 안에 운치있는 글씨가 잘 안보여서 다시 옮겨 본다.
숲속의 가난한 수행과
가난한 마을의 고된 노동과
어느것이 더 소중한가 하고 묻는 사람은 어리석습니다.
일하지 않는 수련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노동
이 모두 부끄러운 일입니다.
- 철수 -
이 한옥을 짓기전에 그동안의 과로가 겹쳐 생사를 알 수 없는 큰 병을 맞이하게 되셨단다.
그동안 한번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던 헌신의 삶이지만 보람으로 살아온 삶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한가지는 우리 겨레의 잊혀져가는 노래를 목소리에 담아 보지 못한 아쉬움이요
또 하나는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는 전통 한옥의 완벽한 복원을 직접 하고 싶으셨단다.
하늘은 순천자를 결코 외면하지 않고 제 2 의 인생을 주시어 노래를 녹음하시고
바로 저토록 멋들어진 한옥을 지으셨단다. 계속 이어지는 한옥 집짓는 얘기는 또 한번
풀천지 촌놈의 가슴을 벅찬 즐거움으로 이끌어 주셨다.
첫댓글 왜 좋은게시물을 거두셨는지요? 좋은글을 나누다보면 가끔 태클도 있는법입니다.
그러게요, 그러한 다양한 목소리도 가끔씩 바람에 유연성 있는 나무가 받아들이듯 했으면 .... 저희 부부는 이 글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희 카페에서 글이 거둬진 것에 대해 집사람도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바보같음을 아끼고 싶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