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영동선-경북선의 중심, 영주역= 고속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리기 전 시절, 많은 사람들은 영동선과 중앙선이 만나는 영주역에 추억 한 자락쯤 남겼을 것이다.
득량역은 바닷사람들, 제천역은 탄광촌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데 비해, 영주역은 뭍사람, 바닷사람, 산업역군, 탄광사람 등 이런 저런 ‘희망 품은 나그네’들이 중간에 머물렀다 다시 떠나는 곳이라는 점에서 육로의 중심 대전역과 비슷하다. 대전이 남서 철도교통중심지였다면, 영주는 북동의 교차로였다.
강원도 황지에서 영월-제천으로 이어지는 태백선이 생기기 전 영동선의 남쪽 종착역인 영주역은 백두대간 동쪽 사람들이 육지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첫 관문이었다.
가락국수, 찐 옥수수의 향내가 짙게 풍기는 플랫폼에서 구수한 인정을 삼키다가도, 가끔 서슬퍼런 철도 공안 일행이 무임승차객들 단속을 위해 들어서면 긴장하기도 했다. 8살된 아이를 6살이라고 주장하면서,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표를 끊지 않은 엄마는 제복차림의 철도공안원과 사활을 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역전 실비식당 나그네의 미소= 환승, 앞차와의 간격 등 이유로 영주역에 머무르던 팔도 나그네들은 역전반점, 실비식당에서 추억 한 사발 들이킨 뒤 영주역 인근 거리를 거닐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고향집에 가서 풀어놓은 이야기 선물을 생각하며 미리 웃어보기도 했을 것이다. 상행선 타고 일터로 돌아갈때엔 까칠한 계장님과 어떻게 관계설정을 다시 할지 생각해보고, 충전된 에너지로 부모님 호강시키고 자식 공부시키기 위한 목표 금액을 슬쩍 높이며 입가에 미소를 그리기도 했을 것이다.
철도교통의 중심지였지에 영주역 인근엔 사단본부 막사 처럼 도열한 철도관사촌, 나그네들이 잠시 머무를 식당, 의상실, 빵집 거리가 형성돼 있었다. 영주시는 근현대에 영주역과 함께 발전했다. 후생시장은 1955년 당시 영주역 인근에 생겨났다. 적산 가옥을 본뜬 길이 100m 상가 형태가 다른 지역과 구별된다. 팔도 나그네들의 크고 작은 추억이 남겨졌을 법한 곳이다.
▶영주, 도시재생을 하다= 사람 뿐 만 아니라 소화물의 집산지, 거래처가 되다보니 나그네를 위한 기본 숙식, 미용 인프라 외에도 곡물 시장, 고추 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됐고, 경북, 충북은 물론 서울과 강원도에 까지 판매됐다.
그러나 영주역이 이전하고, 철도 외에 다양한 교통 수단과 경로가 생기면서, 후생시장 일대는 쇠락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활력을 되찾기 위해 2014년부터 도시 재생 사업에 나섰다. 올해가 그 시행 마지막 해다. 후생시장은 상가의 기본 틀은 살리며 정비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새 단장을 하다보니 거리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깨끗해진 것이 탈이지만, 외관은 40년전 그 모습으로 되살아나 정겹다.
후생시장 구경을 마치고 인근 중앙시장과 삼판서고택에 들러도 좋다. 서천 자전거공원은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한다. 무섬마을까지 가는 12km 코스에 이용하기 적당하다. 편안한 휴식은 국립산림치유원이나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를 추천한다. 온천 옆은 인삼박물관이다. 10월 말에 경북영주풍기인삼축제가 열리니 때맞춰 여행 계획을 짜도 좋을 듯하다. 영주를 더 깊게 들여다보면, 선비촌, 부석사, 소백산 등 양파같이 매력있는 도시라는 것을 금새 알게 된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