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의 틀로서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귀족주의나 선민의식이지.
가끔 우리 주위에는 이런형태의 인간들이 있지.
평범하기 그지없는 재능에 또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처지이면서 스스로를 비범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들의 평범을 참아주지 못하는 사람들.
참으로 곤란한 존재이지.
그들에게는 "더블어"라는 개념이 없어.
마음도 평범하고 또, 평범한 사람들 속에 몰려 살면서 열에 아홉은 결국 그들은 경멸해 마지않던 평범에 조차 이르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들의 터무니 없는 귀족주의나 선민의식은 스스로를 상하게 하는 칼 밖에 되지 않아.
<이문열 소설의 한 대목>
내가 귀농한 곳은 유기농생산단체였다.
역시, 유기농가에 품팔이를 갔는데, 그 집에서는 일을 시키던 중에 급하다는 이웃 농가에 나를 품앗이로 보냈다.
이웃 농가는
나이든 활머니와 혼자 된 며느리가 사는데,
그 댁은 농약농사를 하는 이른바 관행농가였다. 아마, 남자의 일 손을 빌려 주면 김매기로 갚는다던가 하겠지....
활머니는
쪽파를 심기 위하여 로타리 치기 전에 밑 걸음과 입제 제초제를 뿌려 달라고 부탁했다.
남자 일이였다.
생경하기는 하였지만 활머니가 시키는데로 일륜차에 포대 거름을 흩어 뿌리고 입제 제초제를 골고루 뿌리고 났더니, 약속되었던 트랙터가 와서는 로타리를 친다.
농약을 맨 손으로 만져 보기는 처음이였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해 질녘이 되어서야 다시 처음 유기농가로 되 돌아왔는데,
거기에서 역시 품팔이 온 젊은 귀농자가 싸늘한 한 마디를 내 뱉는다.
"유기농을 배우려 하거든, 품을 팔아도 유기농가에서 해야지 관행농을 도우면 되느냐? 아마, 조만간 우리단체도 그런 규정을 정해야 할 것이고, 그런 의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질타였다.
나는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내가 보기에는, 일손 많이 드는 유기농을 활머니와 온전치 못 한 며느리 두 여자로서는 버거울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간편한 농약농사도 남자손이 없어서, 여자 품으로 곱배기로 갚아주는 밑지는 현상를 감수하면서까지 근근히 농사를 이어가는데, 그런 집에 유기농이 좋은거라며 강요한다는게....
농사를 포기하라는 억지가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자동차가 다니는
국도 옆 유기농가 밭에서 양파를 캤다.
큰 농사를 짓는 집이라 많은 사람들이 울긋 불긋 노지작업을 하니, 보기에도 그런가 지나던 승용차들이 들러서는 양파를 사자고 부탁을 하였다.
주인은
"안 팔아요. 안 팔아!"
여기는 도시의 소비자와 직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굳이 지나는 사람에게 팔 필요는 없었다.
거절 당하는 사람들은 대게는 아쉬워하며 돌아 서지만, 게중에 꼭 사야될 것 처럼 한 사내가
"아~ 한 망만 팔아요! 밭에서는 쌀 것 아뇨?"
"글쎄, 이건 유기농이라니깐요...계약 된 거."
"유기농? 비싼건가? 그럼, 저기 쫄드기나 퍄쇼. 자져다 지 담그게...."
".........."
숫제 주인은 대꾸도 않했고, 한 참이나 민망스럽게 서 있던 사내는
"별~ 이상한 사람들이네. 한 망 팔아도 되겠구만..."
쫄드기야 보통은 버려지는 걸로 유기농이 어떤건가 설명해 주고 한 망 담아 줘서 보낸다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아 내가 오히려 미안스러웠다.
유기농,
함부로 살 수는 없는 모양이다.
첫댓글 결국은 사람인데... 자연과 같이 살고자하는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것일뿐. 개념이 다시 굴레가 되어 나를 묶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구분하고 나누고 편짓고... 새삼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특권의식, 선민의식은 그 내용이 아무리 순수하다 해도 주변 사람들을 소외시키는가 봅니다. 그런데 특권의식을 갖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것도 큰 병이 아닐까요? 크게 모자란 것을 엉뚱하게 보상하려는,,, 결국 불쌍한 사람들이죠. 형님,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저도 평범함이 제일 큰 힘이라 믿습니다.
미워하진 않습니다. 우리는 생물의 다양성을 이야기 하듯이 사람의 성격이나 생각도 다양하다는 걸 인정하지요. 아뭏튼 그런 것들에 의해 무척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