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자유석공 (2003-08-26 06:55:12, Hit : 138, Vote : 10)
Subject 경제 마인드 탐구: 소피스트 v. 소크라테스
1. 억울하면 출세하라?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잘 듣는 말이 있다. 사회나 직장 생활에서 일이 꼬일때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다. 아무런 잘못없는상태에서 단지 돈이 없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직장에서 상급자와 알력으로 어려울때 푸념식으로 터져 나오는 말이다. 물론 우리는 이 말이 가지는 의미의 사회적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소시민적 좌절과 굴절된 기회주의>가 바로 그 한계다. 그러나 이말은 치열한 경쟁과 치밀한 조직을 토대로 운영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생존의 지혜를 담은 <처세론적 잠언>으로 아직도 강력한 생존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말은 원래 일본 속담에서 기원된 것이라고 하며 우리 나라에는 일제시대를 통해 전래, 전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이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같은 논리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집단이었던 소피스트의 궤변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 철학은 경제학의 어머니.
서구 모든 학문이 그렇듯 경제학도 철학의 자궁을 빌려 태어났다. 그러니 고대 학자들의 경제학 탐구 마인드가 철학적 전개 과정과 궤를 같이 한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밀레토스 학파..예수가 태어나기 600년전 고대 그리스의 항구도시 밀레토스에서 지중해를 오가는 페니키아인들의 교역선를 보변서 세상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골똘이 생각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탈레스가 물이 만물의 본질(arche)이라고 주장한이래 그리스 철학자들의 관심은 물. 불. 공기, 숫자. 씨앗. 원소. 영겁의 4원소론등으로 변환과 확장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공리에 이르른다. 문제는 인간이 만물의 척도가 되면서 진리가 상대화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상대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소피스트들이 대거등장 하게 되었으니 원래 <소피스트>라는 말은 지혜를 의미하는 <소피아>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훗날 <시장에서 궤변으로 저울의 눈금을 속이는 사람들>이라는 불명예 스러운 의미로 변하게 된다. 즉 철학이 경제학을 낳은 것은 사실이지만 양자의 관계는 사실 처음에는 악연으로 출발했던 것이다. 물론 이 시기 그리스 철학은 경제학의 내용적 설명다는 방법론적 탐구에 치중한 것으로 훗날 우리가 부르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탐구방법론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3. 소피스트의 궤변적 경제론
오늘날 영어 단어중 소피스트에 기원한 소피스티케이트 (sophisticate)라는 말은 두가지 뜻이 있다. 그것이 사물이나 개념에 적용될 때는 굉장이 복잡하다는 기술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에게적용될 때는 한마디로 사깃군/혹은 상종못할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물. 불. 원소등을 사물의 본질로 설파한 이전 학자들의 가르침을 종합해 백과사전적 지식으로 소화해낸 소피스트들은 <우주에는 진리가 무수히 많다는 것이 진리다>는 이론을 전파했다. 진리가 많다 보면 결국 진정한 진리 즉 <보편적이고 궁극적인 진리관>이 없어지게 된다. 오직 상대적 진리들이 난무할 뿐이다. 이같은 가설은 이들로 하여금 훨씬 대담한 주장을 하게 했으니 잠시 요약해 보면 <1) 아무것도 없다. 2) 있다 해도 알수 없다. 3) 알수 있다해도 가르칠수 없다.>로 요약되는 소피스트 공리인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은 뭔가를 알기 보다는 아는체 하는 법을 가르쳤으며 시장에서 능수능란한 궤변과 재빠른 손놀림으로 저울의 눈금을 속여도 괜찮다고 가르쳤다. <인간이 만물의 척도> 이므로 <어느 진리건 너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진리> 라는 것이다. 어떤가? 이부분이 처세술과 비슷하지 않은가? 결국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주장이 이기주의적 사고로 흐르게 됨으로써 <만물의 척도>가 <만물의 척도>를 속이고 등치는 모순이 생긴 것이다. 이 모순을 정당화 하는 것이 바로 <궤변>이다.소피스트식 사고는 경제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개인단위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며 불균형과 무질서로 인한 개인과 사회의 낭비와 위험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4. 소크라테스의 변명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지적은 이들을 질타한 것이었다.
물론 우주에는 진리도 많고 지혜도 많다. 인간이 가치의 담지자인것도 맞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진실한 진리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이나 불의 힘을 작위적으로 그때 그때 차용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이 내면의 진리에 대한 해답은 질문을 통해 알수 있다고 가르치니 이것이 저 유명한 산파술( Socratic Method) 이다. 토론 학문의 기초를 제공하는 산파술의 구조는 이자리에서 간단히 소개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1) 질문( Wonder)- 옳고그름을 따지기 전에 그것이 무엇인지 질문해 본다.
2) 가설(Hypothesis)- 추론이 가능한 개념이나 정의 그리고 가설이나 법칙을 세운다. 3) 시험(Elenchus)- 일명 Cross Examination이라고 해서 ㄴ논증을 제시하거나 반대 입장도 생각해 보는 단계다. 만일 반대론이 더 강하면 다시 가설이나 정의를 세워 놓고 양자를 비교해 본다.
4) 가설을 수용한다.( Acceptance)- 가설이나 개념이 반론에 우세하면 이가설이나 개념을 수용해 다음 논리로 옮긴다.
5) 실행(Act)-증명된 가설을 실행에 옮긴다. 실행을 통해 다름 질문을 찾는다.
이같은 법칙으로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가르친 소크라테스 였지만 결국 젊은이들의 영혼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사약을 받고 죽었다. 생전 한권의 책도 남기지 않는 그의 이야기는 훗날 제자 플라톤에 의해 소크라테스를 위한 <변명- Apology)라는 제목의 저술로 알려지게 되고 그 탐구 방법론은 철학은 물론 자연과학과 경제학에 계승되 오늘에 이르고 있다.
5. 사형수 철학자를 계승한 황제의 스승들
<악법도 법이다> <이웃 농부에게 닭 한마리 빚진 것을 갚아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처형당한 소크라테스는 훗날의 제자들이 경제이론의 초석인 논리학을 구성하는데 토대를 제공했다. 이같은 통찰력과 논리적 도구성을 바탕으로 플라톤은 사회생활이 경제적 기반에 의거해 이뤄진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그의 저서 <공화국- Republic> 에서 조심스런 노동의 분업에( division of labor) 의거해 조직화된 이상적 사회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의 제자로 알랙산더의 스승이던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경제적 안정을 사회 정치적 건강성의 기반으로 삼았으며 중간 정도 크기의 토지를 가진 소유주를 이상적인 시민이라고 보았다. 로마의 저술가이자 현자이던 키케로 (Cicero) 나 버질 (Vergil) 그리고 바로 (Varro)등 현자들은 통치자들에게 영농경제의 중요성을 강조 했으며 로마시대에 완성된 도로와 급수 시스템등은 사회적 경제성을 강조한 이들 철학자- 현인들의 사고와 충고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6. 억울하면 출세하라?
그리스 로마시대의 경제학은 철학에 기반을 둔것으로 이들은 자연과학과 수학에 관심을 갖고 일정부분 지식의 탐구하는데 성공했으나 순수 경제관점에서 그 이론적 수준은 미약했다. 관념적 사변에서 시작한 철학은 나중에 통치나 관리에 필요한 경제학에 이성적 사고를 제시했으며 그 근본 마인드에는 소크라테스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고대 그리스 경제개념 발달사의 가장 큰 교훈이다.
다시 억울- 출세론으로 돌아가 보자. 친지나 주변사람중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해 < 에잇. 더러워서 못살겠다!> 고 했을 때 당신이 만일 <그러니까 억울하면 출세해!>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현대의 소피스트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억울하면 출세하라!> 고 했을때 당신이 < 억울하다고 모두 출세할수 있는가?> <보편적이고 궁극적이지 않다면 미봉책을 뿐 진리는 아니다>고 반박하며 <사실관계의 자초지종은 무엇인가?> <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가? > <해결방식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 본뒤 그 결론에 따라 <행동>한다면 당신은 이미 고대 경제 탐구론의 기본 마인드를 매스터한 훌륭한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것이다.
자유석공 필자의 변
진보누리에서 글을 쓰면서 한번쯤 경제 개념사를 소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마침 상황이 허락되서 얼마간 폐인이 되보기로 했다. 얼마나 갈수 있을지는 모르나 시간되는대로 써보기로 했으며 이글에선 우선 그리스나 로마시대의 경제 연구방법론 태동을 쉽게 소개해 보았다.
그런데 글을 쓰려다 보니 몇가지 고민이 생긴다.
1) 우선 <허접>스런 필자 본인이 방대한 경제 개념을 다 알지 못하고 더우기 무슨 강좌를 할 능력이나 의사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누리안에서 가끔 벌어지는경제 토론이 외국어의 장벽으로 작용하면 안되겠단 생각에 계획해본 것이다.
2) 경제 개념 어쩌구 하다보면 전문 용어나 사람이름이 나와서 이해를 막아버린다. 더구나 무슨 훈고학 내지는 성리학적 개념이 되버리면 이거 무슨 아카데미즘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널리즘도 아니고 차라리 안쓰느니만 못하다.
그래도 부족한 지식의 한계안에서 경제학에 대한 정보를나누려는 것은 주제넘게 나마 관심있는 분들의 이해를 돕고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사람이름은 최대한 줄였으나 관심 있는 독자들이 나중에 좀더 찾아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서 집어 넣었고 이론은 실생활에 적용해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했다. 반응을 보면서 시대적인 주요개념의 역사를 추가해 보려고 한다.
시사적인 이슈로 뜨거워지는 누리 안에서 젊은 벗들이 잠시 쉬어가면서 편히 보시기를 바란다. 아울러 같은 나는 비록 <허접>에 불과하지만 시대를 고민해온 <진짜> 논객들의 지도와 편달을 진심으로 청한다. 200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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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자영농을 보호했다지요. 로마의 군사력이 막강한 이유는 자영농과 중산층을 중장보병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영농은 자발적 애국심과 주인의식을 가진 구성원이었지요.. 로마가 쇄락하게 된 이유는 대토지소유주들의 기업적 경영 농장경영으로 인해 자영농의 경쟁력 상실하게 돼었고 제국내 자유무역이 보장되어 자영농이 몰락했기 때문입니다. 로마제국의 건강성을 나타내던 자영농과 중산층의 몰락은 로마제국에는 타격이랄수 있지요. 로마는 국민개병제를 근본으로 했는데 후기 로마는 중산층의 몰락으로 용병의존도가 높아졌고 그것은 군사력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중산층이나 중소기업의 층이 얼마나 넓은가를 사회 안정성의 척도로 삼는다면 무리일까요?
베네치아의 천년제국 역시 누구나 중산층이 될수 있는 기회를 갖을수 있기에 가능했답니다. 해상무역에서 선주만이 아니라 선원들 모두가 교역에 참여했고 중산층에 편입되는 시민이 층이 넓어질수 있었습니다. 베네치아의 몰락은 해상에서의 헤게모니를 잃고 경제의 축이 대토지 지주의 기업적 영농으로 변하면서 이루어졌구요. 만약 경제적 전환이 지주들 중심이 아닌 자영농 중심으로 전환되었다면 베네치아의 쇄락을 늦출수 있었지 않을지... 베네치아는 중산층이었던 대다수의 시민이 대토지 지주 밑에서 일하게 돼면서 국가 건강성이 훼손되었답니다. 베네치아의 해상무역은 미국의 경제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기업적 교역과 중소규모의 교역이 모두 활성화되었지요. 중소교역업자의 시장진출을 정부가 보호하였고 권장했습니다. 미국 역시 대규모 기업들이 이미 자리를 구축했지만 신규진입이 활발한 편이죠. 만약 미국의 대규모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신규진입의 여지가 없어진다면... 베네치아가 그랬듯이 미국도 쇄락의 길을 가겟지요. 로마와 베네치아 모두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수 있습니다.
영국은 팍스라 할수 있을만큼 대제국을 만들었지만 중산층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유일한 경우가 아니었나 합니다. 영국은 대토지지주가 있을뿐 자영농이 미약했고 산업혁명 이후에도 대규모기업이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의 신규시장진입도 쉬운편이 아니었습니다. 영국은 다른 팍스제국처럼 중산층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던 유일한 제국이 아니었나 합니다.
영국은 경제적 불완전성을 민주주의라는 정치로 극복했다고 할수 있습니다. 영국은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빨리 민주적 정치시스템을 갖추어 자영농과 노동계급 및 영세민을 포괄하는 자유당이 힘을 키울수 있었고고 노동계급의 중산층화를 정치적으로 제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영국은 근대 자유주의무역을 이끌었던 나라이기도 하지만 노동계급 권익을 보호하는 정치세력이 가장 먼저 정치적 힘을 가질수 있었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혁명으로만 가능했지만 영국은 민주주의 시스템에 의해 사회의 헤게모니를 노동계급에게로 전이시킬수 있었습니다. 영국이 개량의 국가 또는 보완성의 국가라 하는것은 시대에 따라 평화적 전환이 꾸준하게 이루어지는 국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영국경제가 활황이라는데 영국 중산층의 폭이 기타국가보다 넓은가는 모릅니다. 아닐듯 한데요.중소기업이 다른 유럽국가만큼 많은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영국은 정치적 성과로 무료의료나 기본적인 사회보장을 이루었기에 신자유주의로 나아간다 해서 노동계급의 국가불만은 적은편입니다. 영국은 오히려 주인의식과 애국심을 가지고 있는것이 중산층이 아닌 노동계급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