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곡은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다.
단원 장형동씨는 "젊은 시절 사는 게 바빠 잠시 꿈을 잊고 살았던 단원들의 마음을 잘 담은 노래"라며 껄껄 웃었다.
사진은 단원들이 연습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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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노암동성당 근처에 있는 한 노인 회관에서는 매주 목요일 저녁에 "쿵쿵"거리는 드럼 소리가 새어나온다. 노암동본당 신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밴드 '소리천사'의 연습 시간이다. 소리천사는 직업, 종교, 나이 등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든 40~50대 중년 남녀 11명이 뭉친 밴드다. 2년 전, 지금 단장 한광수(율리아노, 55)씨가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즐거움을 선사하는 중년 밴드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단원들을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다. 음악에 대한 꿈과 열정은 갖고 있었지만 '먹고 살기 바빠서, 기회가 없어서' 꿈을 간직한 채 살아왔던 이들이다. 기타를 연주하는 장형동(예비신자, 52)씨는 지난해 우연히 소리천사 공연을 본 후, 그날로 단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고등학생 때 밴드부 활동을 했던 장씨는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픈 꿈이 있었지만 정신없이 살다보니 꿈을 애써 잊고 살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식으로 소리천사 단원이 된 날은 마음이 설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소리천사는 주로 장애인 복지관, 요양원, 행려자 생활시설 등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펼친다. 출연료 한 푼 받지 않는 공연이지만 단원들의 얼굴엔 늘 기쁨이 가득하다. 한 단장은 "연주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공연을 통해 단원들과 관객들이 함께 즐거워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2년 넘게 밴드 활동을 이어 오면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제대로 된 연습실이 없어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면서 설움도 많이 받았다. 간신히 연습실을 구해도 주민들과 건물 주인에게 시끄럽다는 항의를 받고 짐을 싸기 일쑤였다. 단원들 사이에 음악적 갈등도 있었지만 설득과 위로, 인내 등으로 극복해 나갔다. 이백규(45)씨는 "오랫동안 함께 부대끼면서 이제는 힘들 때 서로 힘이 돼 주는 존재가 됐다"면서 "단원들이 다들 연습이 있는 목요일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연습 출석률은 늘 90%가 넘는다. 소리천사 단원들의 꿈은 하나다. 밴드활동을 오랫동안 이어나가면서 어렵고 힘들게 사는 많은 이들에게 연주와 노래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평화신문 2009.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