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지오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만 보다가 이제 할아버지 책장에 있는 책들에 관심을 보인다.
한쪽 칸에 꽂혀 있는 만화책 시리즈 <슬램덩크>에 눈길을 주더니 이내 뽑아들고 읽기 시작했다.
아들의 아들이, 그 시절 아들보다 더 이른 나이에 읽을 만한 책인가 싶어 그만 읽고 자라했더니, 이미 아빠엄마와 영화를 보았단다.
자정이 다 된 시간 1권을 다 읽었다며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어떤 만화를 읽었어요?”하고 물었다.
할아버지도 만화책을 좋아해 만화가게에서 <동물전쟁>, <올림픽 소년> 같은 시리즈 만화를 36권까지 보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고인돌>, <아기공룡 둘리>, <수호지>.... 하면서 추억을 되짚었다.
- 작가 이름을 떠올리려 애를 썼지만 기억나지 않아 아침 시간에 검색해 보니 반가운 이름 최경, 박기준, 박기정, 박수동, 김수정, 고우영, 엄희자를 확인할 수 있었고, 주인공 케리연대장,(들쥐) 제니 중대장(다람쥐), 너구리상사, 애꾸눈 연대장... 그리고 두통이, 곰팽이.... 같은 반가운 이름들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
지오는 이내 책 중에는 어떤 작가를 제일 좋아했냐고 해서 헤밍웨이라고 했더니 저도 그 사람 이름을 들어보았다며 그 사람이 쓴 책이 어떤 거냐고 물었다.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있다고 하자 내용이 어떤 것이냐고...
하나는 스페인 내전.... 하니까 저도 배워서 안다고.... 아니 고작 1학년이 방과 후 학습에서 그 정도까지 배우고 있는가 해서 놀랐다.
녀석은 잠들기 위해 <노인과 바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헤밍웨이는 미국 사람인데 자기가 직접 경험했던 일을 글로 쓰는 것으로 유명했던 작가야.
그래서 할아버지가 좋아했단다.
쿠바의 어떤 바닷가 마을에 늙은 어부가 살았는데 어느날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갔어.
그때 엄청나게 큰 고기가 낚시줄에 걸렸지만 노인의 배보다 더 크고 힘이 엄청나게 센 청새치라는 이 고기는 오히려 배를 끌고 다닐 정도였어.
노인은 손이 다치고 3일 동안 먹지 못해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낚시줄을 놓치지 않았어.
‘이렇게 큰 고기를 시장에서 팔면 돈을 꽤 벌게 될 것이야’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야.
청새치는 그렇게 끈질긴 노인의 노력에 그만 힘이 빠져 드디어 물 위로 올라왔고 노인은 청새치에게 작살을 꽂아 죽였단다.
노인은 청새치를 배 끝에 묶어놓고 항구로 향했어.
하지만 청새치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이 기습을 시작해 청새치를 뜯어먹기 시작했어.
노인은 배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을 이용해 상어들의 공격을 막았지만 결국 항구로 돌아왔을 때엔 청새치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게 되었단다.
노인은 청새치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나에게 잡히지 않았으면 이렇게 상어의 먹이가 되지 않았을텐데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가졌어.
항구에 도착하자 뼈만 남은 청새치의 모습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노인을 비웃었지만 할아버지를 따르던 한 소년만이 노인에게 커피를 사다주면서 위로해 드렸어.
할아버지가 상어를 이기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싸우셨으니까 할아버지가 이긴거라고..
노인은 그 소년의 위로에 고마움을 느껴 청새치의 머리를 가져도 좋다고 하면서 잠이 들었어.
상처가 나으면 다시 바다로 나가 더 큰 고기를 잡기 위해서...
잡은 지오의 손이 느슨해지더니 곤히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