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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생존과 직결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교육부는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고, 대학 내부에서는 학과 취업률로 학과와 교수를 평가하면서 대학이 ‘취업 학원화’되고 있다는 자조섞인 비난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심각히 제기되고 있다..
취업이 학생들의 목표 제1순위가 될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대학가의 낭만은 사라진지 오래다. 오죽하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벗꽃 개화시기와 중간고사 기간이 겹치는 것을 두고 ‘벗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까지 만들어 졌다. 꽃구경이 웬말이냐는 패러독스(역설)이다.
교수들 사이에서 ‘취업률’은 가장 무서운 단어가 됐다.
교수 평가 기준 중 우선 항목이 제자의 취업률이 되면서 일부 교수들의 취업 종용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다수 대학 교원인사규정의 교수 업적평가 항목에 취업률이 포함돼 있어 교수들을 ‘취업 세일즈’로 내몰고 있다.
도내 대학의 교수 업적평가의 취업연계 실적은 최소 3점에서 최대 15점까지다.
또 대학별로 각 학과의 권장 취업률 평균 50~60%를 채우지 못할 경우, 해당학과 교수들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도내 대학 교수들 상당수는 학생 취업 소개는 물론 기업 등에 취업 로비까지 나서고 있다.
취업률은 교수 개인의 업적 평가는 물론 재임용 등 승진을 결정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경우도 있어 교수들을 옭아매는 취업률 압박은 상당하다.
강원대 공대 A교수는 주말이면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난다. A교수는 최근 서울 소재 바이오 관련 기업에 학생 2명의 취업을 연결시켜줬다.
A교수는 “경제가 어렵고 강원도에는 기업도 많지 않아 학생 취업 연결이 점점 어렵다”며 “취업률은 곧 학과와 교수 평가로 이어져 취업률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상지대 경상대 B교수는 방학동안 기업 입사 담당자를 찾아다니며 학생 취업 연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
B교수는 “오랜 시간 공부해 석·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된 입장에서 취업 부탁을 했다가 거절 당하면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 적성에 따른 지도가 아니라 무조건식 취업 알선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같은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 교수 말만 믿고 입사했다가 중도에 퇴사하는 학생들도 있다.
강릉권 대학 졸업생 C씨는 졸업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학과 교수의 추천으로 수도권 소재 기업 입사에 성공했지만 5개월만에 퇴사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었다.
C씨는 “졸업 후 백수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 교수 추천으로 취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후회스럽다”며 “졸업자는 대학에서도 관심 대상에서 멀어져 재취업 도움을 얻기가 어렵고 지금은 실업자 신분이어서 (재취업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취업률에만 매몰된 현상은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눈앞의 취업률만 쫓다보면 취업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취업률에 시간을 뺏긴 교수들은 결국 연구와 교육 활동이 부실해져 전반적으로 대학 교육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림대 인문대 D교수는 “현실을 인정해야 겠지만 학문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보다는 취업을 강권해야 하는 실정을 보면 대학의 제살깍아먹기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지은 pje@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