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40분,
진도 군내중학교에 도착하여 준비를 마치고 9시에 행군을 시작한다.
오늘은 이전과 달리 북치리 마을회관과 진도군청을 거쳐 원점을 회귀하는 코스다.
시작 전, 스승님들께 삼배를 올리니 마음이 비장하고 경건해져, 자연스레 행군의 의미를 새기며 한발 한발 정성을 모은다.
적당히 구름 낀 하늘과 뒤에서 밀었다가 앞에서 막았다가 나중에는 옆에서 같이 걷는 듯한 바람에 무겁던 몸이 점점 풀리며 몸둘바를 모를 감사함으로 한없이 마음이 낮아진다.
좌우로 논밭이 끝없이 펼쳐진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며 자연 속에 내가 있음을 깨닫다 문득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길은 보이지 않고 온통 논밭뿐이다. 분명 좁은 길이 아니었음에도 멀리서 보니 보이지 않음에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말이 생각나 답답했던 마음이 여여해지며 비전으로 마음이 모인다.
북치리 마을회관과 진도군청을 경유하여 원점인 진도 군내중학교로 회귀하는 길에 도반들에게 듣던 청천벽력 같은 길 없는 길을 마주한다. 1시간을 돌아갈 것인가.. 키를 넘는 잡초를 헤집고 갈 것인가.. 눈에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현실을 부정하며 몇 걸음 들어가다 이내 손절하고 나오지만 아쉬운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다시 길을 찾으며 자동차전용도로를 포기하고 오늘은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조용한 길을 택한다. 몇 걸음 걷다 도로에서 허기를 느끼며 조용한 논두렁에서 점심을 해결한 지난 행군이 복이었음을 깨닫는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차떼고 포떼는 것은 아직도 생각에 매여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꾸짖으며^^ 도로가 한쪽에 앉아 삶은 계란과 김으로 허기를 채우지만 오늘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시 길을 걸으며 좀 전에 포기했던 지름길과 만나짐에 스스로 길을 찾아낸 기쁨이 크다.^^ 코너를 돌자마자 목줄이 끊어질듯 우렁찬 개사운드에 얼마나 놀랐는지.. 이 글을 쓰는 지금 개사진이 없음이 아쉽다^^
한적한 언덕배기를 지나며 진도군청에서 왔던길을 되돌아갔으면 어땠을까.. 스스로 쓸데없는 생각이라 나무라는 중에 군내면에 들어서고, 갑자기 원점이 보이자 오늘 하루가 꿈인지 생시인지 싶고, 끝까지 함께한 바람에 감사함이 올라온다. 밭에 앉은 아저씨의 꼼꼼하지만 여유로운 손놀림에 감탄하며 오늘 행군을 마친다.
감사합니다...
왼쪽 위 길없는 길의 입구, 나머지는 눈과 마음이 열린 사진들
첫댓글 저도 오늘 개사운드에 깜놀!
무시무시한 까망이 두마리
목줄없으면 물어뜯길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