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xAGv6Ck4rc?si=jQkXrrDX4pgOY7Gj
<가사에 얽힌 사연>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파도의 무곡(舞曲)>은 저의 자전적 장편 소설의 피날레(에필로그)를 장식하는 핵심 주제가이자 제목이며, 제 삶의 가장 깊은 고백이 담긴 노래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온전히 느끼시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곡인 <마지막 폭스트롯>을 먼저 들어보셔야 합니다.
이 두 곡은 제 삶과 사랑, 그리고 영원한 재회에 관한 하나의 이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1. 이승에서의 마지막 춤: <마지막 폭스트롯> (The Last Foxtrot)
첫 번째 노래 <마지막 폭스트롯>은 제 곁을 먼저 떠난 영원한 파트너, 제 아내를 향한 사모곡입니다.
어려운 형편에 두 달간 밤을 새워 노란 실로 직접 뜬 '세상에 하나뿐인 드레스'를 입고 나와 함께 댄스 무대에 섰던 아내. 뇌경색이라는 갑작스러운 병마 찾아왔을 때, 우리는 화려한 자이브 대신 느리고 부드러운 폭스트롯으로 종목을 바꾸어 임영웅의 '바램'에 맞춰 울며 마지막 춤을 추었습니다.
아내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고, 주인을 잃은 노란 드레스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노래의 마지막에 약속했습니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아직 올리지 않겠다고. 머지않아 다시 만날 그날의 무대에서 다시 아내의 손을 잡고 춤을 출 것이라고 말입니다.
2. 천상에서의 영원한 재회: <파도의 무곡>
신곡 <파도의 무곡>은 바로 그 <마지막 폭스트롯>에서 다 올리지 못했던 엔딩 크레딧 이후의 이야기, 즉 거룩한 구원과 재회의 완성을 그린 노래입니다.
인생 소설 '파도의 무곡' 에필로그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에필로그: 파도의 무곡(舞曲)
도서관에서의 지적인 유희를 마치고 돌아온 수현(수훈의 소설속 가명)은 거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창밖으로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며 그는 소설의 마지막 장을 어떻게 갈무리할지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때 머릿속을 스친 것은 언젠가 공직 선배에게 들었던 ‘웰다잉(Well-Dying)’에 관한 화두였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 자명한 진리를 누구나 알지만, 대개는 천 년을 살 것처럼 욕망하며 현재를 낭비한다. 그러다 죽음의 그림자가 문턱을 넘어서야 비로소 가치 있게 살지 못한 시간을 후회하곤 한다. 수현은 생각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거대한 시계 안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수백억 년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인간의 백 년은 찰나의 눈 깜빡임에 불과하니 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잘 죽어가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닌 하나라는 깨달음. 후회 없이 자신이 원하는 무대를 즐기다 기쁘게 막을 내리는 것. 그것이 수현이 인생이라는 긴 스텝을 통해 도달하고 싶었던 최종 목적지였다.
“그래, 바로 이거야.”
수현이 무릎을 치며 집필을 마무리하려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던 찰나,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울렸다. 평소 형제처럼 지내오던 건축사 후배였다.
“박사님, 내일 저희 어머니 천도재(薦度齋)를 올립니다. 시간 되시면 신어산 동림사로 한번 걸음 해주시겠습니까?”
이튿날, 김해 신어산 자락에 자리한 동림사 대웅전. 자욱한 향연 속에서 여승의 낭랑한 염불 소리가 시작되었다. 수현은 2시간여 동안 이어지는 의식을 지켜보며 기묘한 발견을 했다. 망자의 넋을 기리는 간절한 독경 소리에도 일정한 리듬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청명하게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는 정확히 4분의 4박자의 템포를 새기고 있었다.
‘이건……. 폭스트롯(Foxtrot)의 리듬이 아닌가.’
스님의 목탁 소리는 묘하게도 수현의 심장을 두드렸고, 그 소리를 타고 지연(아내의 소설속 가명)과 함께 추었던 마지막 무대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던 그때, 믿기지 않는 온기가 수현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오빠, 여기서 뭐 해?”
꿈결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그곳에 지연이 서 있었다. 그녀는 생전에 즐겨 입던 노란 드레스 대신,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세상에 두고 온 낡은 수의(壽衣)를 벗어 던지고, 천국의 빛으로 갓 지어 올린 듯한 순백의 광휘였다.
지연은 수현의 손을 이끌고 황금빛 성문을 지나 형언할 수 없이 밝고 화사한 공간으로 그를 데려갔다. 어디선가 천상의 악단이 연주하는 듯한 맑은 곡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빠, 우리 춤춰요.”
지연이 수현의 가슴에 가만히 고개를 기댔다. 수현은 그녀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전율은 생생했고 행복감은 찬란했다. 두 사람은 목탁 소리가 빚어낸 거룩한 리듬을 타고 구름 위를 유영하듯 부드럽게 폭스트롯의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슬픔도, 병마도, 이별의 상처도 없는 완벽한 평온의 플로어였다.
환희에 젖어 플로어를 돌던 수현의 시야에 또 다른 실루엣이 들어왔다. 공간 한쪽, 은은한 조명 아래 수현이 평생 가슴에 묻어두었던 작은누나 정애가 서 있었다. 누나는 금박으로 장식된 책 한 권을 가슴에 품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동생의 춤을 지켜보고 있었다.
춤이 멈추자 누나가 다가와 수현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품고 있던 책을 그에게 선물로 건넸다. 가죽 표지 위에는 유려한 서체로 소설의 제목이 새겨져 있었다.
『파도의 무곡(舞曲)』
감천의 거친 파도에서 시작되어 인생의 풍랑을 넘어 마침내 천상의 선율이 된 그의 일생이 그 한 권에 담겨 있었다. 누나의 손을 잡고, 아내의 어깨에 기댄 채 수현은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의 인생이라는 무대는 결코 홀로 추는 외로운 춤이 아니었음을.
신어산의 바람이 대웅전 문틈을 지나 수현의 뺨을 스쳤다. 눈을 떴을 때, 그의 손에는 여전히 염주가 들려 있었고 여승의 목탁 소리는 잦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수현의 입가에는 지울 수 없는 평온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의 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파도가 있는 한, 리듬이 흐르는 한,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그를 지켜보는 한. 그의 춤은, 이제 비로소 영원이 되었다.
- 끝 -
"삶은 파도였고, 사랑은 춤이었다.그리고 우리의 춤은 이제, 영원이 되었다."
두 곡을 이어 들으시며, 여러분 각자의 삶에 존재할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의 리듬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위 소설에 왜 누나가 책을 들고 등장했는지는 이전에 발매한 노래 "누나" 들어보시면 이해하실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youtu.be/X3K3sVSg5gA?si=WggfTFkNZ9vlhoWG
https://youtu.be/AgdzKWBIBdI?si=M2GwfxUNy48mezM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