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27구간 (미시령~진부령)
일시 : 2015.04.11 토. 02:24~10:07(15.1Km, 소요시간 7시간 44분, 휴식54분포함)
누가 : 이준규, 전행진, 28산악회 백두대간8기 회원
세부구간 : 미시령출발(767m, 02:24)~상봉(1,239m, 03:32)~암릉지대(로프구간)~화암재~신선봉삼거리~헬기장(05:44)~대간령(641m, 06:01~06:28조식) ~전망바위(06:48)~천칠봉(06:55)~병풍바위(1,058m, 07:46)~마산봉(1,052m, 08:22)~알프스스키장(09:01)~진부령(520m, 10:07)
백두대간 6구간을 남기고 마지막 구간을 먼저 마무리한다. 올 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대간의 미답구간을 살피며 미시령-진부령 구간 28산악클럽의 8기에 접속한다. 3기의 여원재부터 시작하여 벌써 8기까지 올라 왔는데 난 아직도 졸업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열정은 살아 있기에 결코 실망하지 않으리라. 12시에 복정을 출발하여 설악을 향하는 길은 너무도 한가롭다. 중간에 여유로운 휴식을 취했음에도 시간이 일러 멋진 일출을 지나쳐야 하는 우려를 해야 했다.
이틀 전 내린 눈으로 통제되었던 미시령 옛길은 다행히 통행이 재개되어 1시간 가량의 걸어 올라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 미시령정상 200m전에 하차, 주섬주섬 준비하고 미시령정상에서 월담하여 가파른 오름을 숨가쁘게 지난다. 능선 우측으로 보이는 속초시내의 야경이 아름답게 보일 틈도 없이 약 1시간 가량을 오른다. 바람도 별로 없고 기온도 차지 않으니 산행하기에 더 좋을 수 없는 최적이다. 그러나 마음 만은 편치 않다. 출입금지구간이기 때문이다.
두껍게 입은 복장으로 땀이 흐르고 숨이 차오르니 잠시 윗 옷을 벗고 물 한 모금 먹으며 후미를 기다리다가 다시 출발 할 즈음에 선두그룹에 합류하기로 한다. 곳곳에 너덜지대와 아름다운 절경을 뽑 낼 작은 봉우리를 지나 오늘의 최고봉인 상봉에 도착한다. 어두움으로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속초시내의 야경으로 잠시 위안을 삼아본다.
어둠 속에 인증샷을 남기고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지만 땀이 식고 체온이 내려감을 느껴 더 이상 머물 수가 없다. 앞장서 암릉의 로프구간을 내려간다. 아이젠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내 딛는 발걸음은 잔설과 얼음으로 매설된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었다. 로프의 길이도 문제이고 잔설로 인하여 길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위험구간을 지나 화암재에 도착한다.
잠시 머물며 암릉구간으로 지체된 대열을 가다듬을 즈음에 주력 대열이 아닌 내가 선두에 서는 것이 적절치 않은 듯하여 선두자리를 내 주기로 한다. 신선봉을 향하여 진행하는 너덜과 어둠 속에 길 찾기가 쉽지 않은 듯... 계속하여 후미에서는 삼거리 만나면 우회전하라고 무전이 온다. 선두가 신선봉 삼거리를 지나 친 듯 하다. 잠시 만난 암릉 바위봉은 신선봉을 나오는 날머리 삼거리였다. 여전히 어둠 속에 있는 대열은 약 1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일출을 기대할 수 있는 이른 시간이었다.
후미는 신선봉을 갔다 온다고 무전이 온다. 선두와 본대열은 잠시 머물며 기다릴 듯 하다가 신선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새이령(대간령)에 도착하여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는다. 후배가 준비한 컵라면과 간식으로 식사 후 쉬어 갈 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골짜기를 통하여 불어 오는 고갯바람이 오래 머무는 걸 허락치 않았다. 모두가 출발한 대간령에서 후미를 기다리려던 생각은 접어야 했다.
먹은 만큼 몸이 무거워져 30~40분을 힘들게 암봉에 올라서니 용대리 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산하가 아름답다. 잠시 후에는 누군가 천치봉이라 적어 놓은 정상석은 대간꾼들의 인증샷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했다. 오르막 내리막을 계속하는 가운데 양지바른 곳에도 봄은 찾아 오고 있었다. 새싹과 함께 들꽃들의 향연이 힘든 구간을 잠시 머물고 숨을 고르게 하는 역할을 했다.
병풍바위, 마산봉 삼거리에서는 모처럼 무박산행으로 힘들게 지나고 있는 구간으로 그냥 지나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지금 가지 않으면 언제 이곳을 또 올 수 있으랴 하는 마음 가짐으로 느림보로 병풍바위에 도착하니 과연 후회하지 않을 만큼 바위로 병풍을 이룬 자연섭리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멀지 않은 곳의 마산과 진부령, 그리고 갈 수 없는 향로봉을 바라보며 속히 통일을 꿈꾸며 백두산까지의 대간 길이 자유롭게 왕래 할 수 있기를 바래보며 마산을 향하여 걷기 시작한다.
약 1시간이 안 되어 도착한 백두대간 남한 구간의 1천m 넘는 곳의 마지막 봉우리 마산에 올라 정상의 마산봉 정상의 나무 판넬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 길에 들어선다. 폐쇄된 알프스 리조트의 모습이 나타나자 한 때 최고의 스키장이 흉물스럽게 방치 된 모습으로 변한 것이 마음 한 구석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통일 된 한반도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이제 남은 4Km의 대간길을 마무리한다. 작지만 백두대간 기념공원도 있고 많은 선답자들의 산 사랑을 담은 진부령의 백두대간표지석에서 완주자들의 기념식을 부러움으로 바라보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