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들 이야기입니다
다 같은 친구들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계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서로 너무도 잘 아는 관계였습니다
통영의 집에 가는 것은 친구들을
만난다는 즐거움 때문에
흥분이 되곤 했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친구를 만나러 사라졌으니까요
친구들은 대학도 가고, 사업도 하고,
공무원도 되었습니다
처음엔 사업하는 친구들이
돈을 좀 버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고,
직장인과 공무원들은 차분히 살아 갔습니다
하지만 사업하는 놈들이
뻥뻥 나가 자빠지기 시작했고
어떤 놈은 교통사고로 죽고,
어떤 놈은 타국으로 떠났고
어떤 놈은 사업 실패로
중풍이 들어서 고생을 했고
어떤 놈은 일하다
머리를 다쳐 요양병원에 들어가고
제일 못된 어떤 놈은
감방을 들락거렸습니다
사업도 타지에서 하던 놈들은
하나같이 맛이 갔습니다
회비를 낼 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계를 유지할 수가 없어서 파토를 냈습니다
그런데 수 년이 흘러 친구들이 보고 싶어
다시 계를 모으자고 시작을 했습니다만
역시나 맛이 간 친구들은
모임에 나타나기도 힘들었습니다
한 달 벌어봐도
먹고 살기가 힘든 상황인데
회비와 교통비, 그리고 그 외 경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던 까닭이었습니다
다시 회를 깼다가
몇 년이 흐른 뒤에 다시 회를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다시 회가 진행이 되니
여기 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회비도 모이지 않는데 무슨 계가 이렇노?
하고 말이죠
저도 못 가는 축에 속합니다
이번에는 갈 수 있으려나 하고 생각해
보지만
계모임이 있는 날에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갈 수가 없는 탓이지요
자 그러면 왜 이리도
친구들과의 관계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저는 이상하게도 맨날
근원적인 부분으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내 안의 수호신하고 대화하며 사는 것이
생활화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현재 우리들의 상황은
사실은 모두 허상입니다
진리라고 할 수 있는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 곳에 올 때부터
숙제를 몇 개씩 가지고 옵니다
물론 하나는 가장 중요하겠지만요
우리들에게 친구 문제는 이 번 인생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서 그렇습니다
남들은 잘 흘러가는데
유독 우리 친구들은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은 이 친구들은 내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영적인
스승인 것이지요
이런 스승 덕택에
친구 공부을 많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린 이 곳에 오기 전부터
이런 프레임(frame)을 짜고 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주가
셋팅(setting)을 한 것이지요
우린 지금 셋팅된
시나리오대로 잘 가고 있는 것입니다
각자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위대한 스승을 친구로 둔
우리들은 보통사람들은 아니겠지요?
제가 수도 없이 한 얘기입니다
친구들은 열 손가락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가 이상해 졌습니다
꼴보기 싫어서 한 손가락을 잘라 냈습니다
어느 날 또 이상한 친구가 나타납니다
또 이 손가락을 잘라냈습니다
너무 시원합니다
앓던 이가 빠지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나는 2개의 손가락이 없는
병신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눈엔 보이지 않겠지만
남들의 눈엔 벌써 병신으로 보입니다
같은 친구들 중엔 이러든 저러든
친구이니 안고 가자는 친구도 있고
골머리 아프니 그냥
계는 깨버리자고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친구는 다 껴안으려고 하고
현명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친구는 판을
엎으려고 합니다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아픈 친구들은 어떤 처분에도 감사할
것입니다
그 동안 배려해 준 친구들에게 말이죠
하지만 여기에도 핵심은 있습니다
나를 버리라는 것이지요
이 명제는 우주가 저에게 내린 명령 같은
것이었습니다
나를 버리면 우주만 남습니다
우주는 모두를 품습니다
내가 살아 있으면 안 됩니다
내 안의 빛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빛이 충만하면
내 생각보다는 남을 배려합니다
사랑이 넘치는 내면이 빛나는 친구는
친구들의 아픔까지 사랑할 수 있는데
사랑의 빛이 부족한 친구는
다 쳐내려고 합니다
누가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버린다는 것”도 “자기를 버려야 하는 것”을
“친구들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이런 처분 속에 버려진 친구들은
남은 여생을 친구들에게
고맙게 생각하며 살것입니다
힘든 친구들은
멋진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친구들을 가진다는 것은
더 없는 축복이겠지요
이런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가 남이가?”
참 머리 아픈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