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태
손 해 일
삼복염천에
속 짜릿한 냉콩국수 맛을 그리며
처음 심은 서리태
될성부른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
찰진 밑거름에 금비 웃거름도 넉넉하니
왕성한 초세에 내심 기대가 컸다
서리태는 상강(霜降) 무렵 거두는 콩
첫서리에 수확부터 서둘렀는데
실속 없는 허장성세
만석꾼 집 막내아들인가
흥청망청 잎과 줄기만 키웠다
태반이 쭉정이요 여물다만 반푼이들
함께 심은 옆터 강낭콩은
알콩이 더덕더덕 ‘엄친아’인데
이 부실한 서리태는 언제 철 드나
첫서리 아니라 첫눈까지 기다려 볼 걸 그랬나?
얼치기 초보 농사
첫술에 배부르랴
내년엔 얼음 동동 띄운
명품 서리태 콩 콩 콩국수를 그리며
입맛부터 다셔본다
칡넝쿨 제국
손해일
가평 산막에 터 잡은 지 20년
치열한 잡초대전은 그칠 기미가 없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칡넝쿨 제국’
대지에 알칡 뿌리 깊이 박고
원나라 대제국 역참에 파발마 쉬어가듯
‘낮은 포복’ 촘촘한 광케이블 네트워크
칡넝쿨님 납시는데
감히 막아선 놈은 ‘괘씸죄’
빙빙 포승줄로 오라를 묶고
엉거주춤 어중간한 나무는
휘리릭 경신술로 날아
칡잎으로 죄다 덮어버리고
지붕이고 벽이고 전신주고 송전탑이고
까짓것 빙빙 감고 올라타면 그만
명불허전 칡넝쿨제국
이건 분명 식물계의
알렉산더 제국
‘팍스로마나’ 1천년 로마제국
아랍족의 영광 사라센제국, 페르시아제국
돌궐족 600년 오스만제국
몽골족 징기스칸 세계 대제국
해가 지지 않는다는 대영제국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 고구려 제국처럼
영토확장 정복 신드롬엔 그침이 없다
자주빛 칡꽃 흐드러져 유혹도 하지만
나는 나랏님께 엄숙히 출사표로 팡파레를 울리며
칡넝쿨 정벌에 나선지 20년
우선 취약지역부터 공략
천지사방 낮은 포복한 칡줄기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관운장 청룡언월도 휘두르듯
적토마 탄 상산 조자룡 칼춤 추듯
왕낫으로 베고 곡괭이로
예초기로 처단하고
뿌리 잡는 근사미 화학전도 벌이지만
‘족탈불급’ 아직도 속수무책이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칡넝쿨제국!
카페 게시글
짚신문학 26호 원고
초대시 손해일-서리태,칡넝쿨 제국
오동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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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3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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