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소천하셨다. 이틀째..
향불을 피우며 조문객을 맞으며 국화향기에 취해있다
어머님 당신 살아계실때도 본인 위해서는 아무것도 안하시더니 돌아가실때마저 자손들 힘들까봐 좋은 날, 집안 헹사 모두 끝나는 날 모든 사람들 불러 베풀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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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거처>/ 이정록
개구리의 눈은 쌍무덤이다
저승을 열었다 닫았다 이승 쪽에 긴 혀를 내민다
오뉴월에 상을 치러본 사람은 안다 곡비哭婢의 무덤이다
등에는 산판 작업복을 배에는 상복을 지어 입었다
개구리의 영혼은 뒷다리에 있다
넓적다리의 무게가 없다면 물 밖으로 눈을 내놓을 수 없다
먼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가 물밑 하늘에 배를 대고
구름의 능선을 넘는 상여처럼 비스듬하게 떠있다
뒷다리에서 얼이 빠져나가면 수장水葬이다
상복이 하늘 쪽으로 뒤집힌다
사람의 영혼도 머리나 심장에 있는 게 아니다
허벅지에 있다 위엄 있게 죽는 게 소원이지만
병실에 눕혀진 채 자신의 눈자위에 무덤을 파는 사람들
나날이 솟구치는 *사성(莎城), 침상 머리맡 좀 올려달란 말과
죽을 것 같다는 말이 남은 열 마디 가운데에 여덟아홉이다
귓구멍이며 혀뿌리까지 구름이 몰려들건만
새 다리를 허우적이며 바깥세상에 시비도 걸고 싶다
침대 좀 세워 줘!
꺼져드는 묘혈(墓穴)을 링거 줄이 잡아당긴다
수액이 스미는 만큼 가라앉는 뒤통수, 이장(移葬)한 무덤자리처럼
베개도 쉬이 꺼진다 땅땅했던 영혼이 졸아들기 때문이다
등짝 어디께로 운석이 떨어진다 화상이 깊다
등창(燈窓), 부화의 실핏줄이 번지기 시작한다
뒤통수가 어린 새의 부리 같다
세웠던 침상을 뉘고, 야윈 새처럼 등을 보이며 엎드린다
비상을 도우려는 의사와 간호사의 흰 날개깃이 바빠진다
죽음은 영혼을 부화시키는 일, 허벅다리에서
배까지 올라온 영혼의 새가 머릿속으로 치고 올라온다
이윽고 숨이 멎는다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흰 깃털이 스르륵 덮힌 다
수평을 잡고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 구름장(葬)에서
다리가 긴 빗줄기가 내린다
장례식장 사층, 신생아실에선
겨우 발가락만 내민 올챙이들이 물장구를 친다
작은 주둥이가 햇살에 마르지 않도록
탯줄의 이똥이 천천히 떨어진다, 강보에 누워
다리를 들고 꼼작인다 첫 걸음마는 날갯짓을 닮으리라
발가락 끝마디에 물방울 추를 매달고
허공에 걸음마를 내딛는 어린 영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