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전국의 많은 산악회들이 아담하고 한적한 산을 찾아 산악회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올린다. 산악회의 연중행사중 가장 첫 행사인 시산제는 회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화합과 만남의 자리가 되기도 한다.
산행이 산을 무대로 해 이루어지는 만큼 산에 대해 제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사상을 펴놓고 무작정 산에 절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집안 제사에도 순서가 있듯이 시산제에도 예의와 순서가 있으며 지켜야 할 도리가 적지 않다. 이런 절차와 예의 때문에 이제 갓 창립한 산악회로선 시산제를 지내고 싶어도 순서와 제문을 쓰는 요령 등을 몰라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원로 산악인들은 시산제가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으며 예전에는 시산제와 같은 행사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언제부터 산악인들이 시산제를 지내기 시작했을까? 우산 1966년 설악산 관광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설악산악회, 예총 속초지부, 속초시 공보실이 공동주관한 설악제를 들 수 있다.설악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된 이 설악제는 산제의 형식보다는 등반대회 등 축제의 성격이 짙었다.
한국산악회 최선웅 총무이사는 시산제의 시초는 동국대학교 산악회에서 찾는다. 동국대학교 산악회가 68년 신년 초에 북한산에 올라 돼지머리와 음식을 장만하고 제사를 올린 게 시산제의 시초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최근의 시산제처럼 유교 적 순서에 따라 축문을 읽고 소지를 하는 등의 의식을 치르지 읺았지만 등반중 사망한 악우들과 산신에게 무사산행을 기원하며 제를 올렸다고 한다.
이 즈음 산악회들은 오늘과 같은 시산제 행사를 갖지 않았다. 다만 등반장비가 귀했을 때이므로 자일이나 텐트 등의 귀중한 장비를 구입한 후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장비 앞에 술을 따라놓고 간단히 제를 올리는 일은 있었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시산제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산악계에 시산제가 자리잡게 된 것은 27년 전인 1971년 서울특별시 산악연맹이 "설제(雪祭)"를 시작하면서부터라는 게 통설이다. 서울시연맹은 1회 설제를 71년 2월 첫째주, 명성산에서 실시했으며 다음해인 72년에는 2월 첫째주 운길산에서 지냈다.
이원직회장(작고) 재임시 시작된 이 설제는 산악인을 대표하는 연맹으로서 산악인의 무사산행을 기원하고 연맹 산하 단체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설제"는 초창기에 1천여명의 회원들이 모였을 정도이며 지금도 30여대의 버스가 동원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연맹이 "설제"란 이름으로 매년 산제를 올리면서 연맹산하의 산악회와 안내산행을 하는 산악회 등도 산신에게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시산제를 수용하게 되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시산제는 하나의 유행처럼 산악계에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거의 모든 산악회가 연중 행사의 하나로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무사한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의 기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시산제의 기원은 우리의 전통적인 신앙인 산악 숭배사상이라 하겠다. 산에 제를 얼리고 소원을 기원하는 행위의 근원은 <삼국사기> 잡지 제사편에 전하는 신라의 5악 숭배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통일신라는 북으로 백두산, 남으로 지리산, 동으로 금강산, 서로 묘향산, 중으로 계룡산을 5악으로 숭배했으며,조선시대에는 묘향산에 상악단, 지리산에 하악단, 계룡산에 중악단을 설치하고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산신에게 제를 지냈다.
이런 산악 숭배사상은 동제나 서낭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나라의 근심이나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을 산신에게 기원해안정을 찾고자 했던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시산제는 산행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전통적인 산악 숭배사상과 맞물려 생겨난 것이라 하겠으며 최근에는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단합을 위한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시산제를 지내기 위해 고려할 점은 무엇인가. 우선 한적한 산행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산행 후 제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시산제 시간에 맞추어 여유로운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또 많은 사람이 몰리는 혼잡한 산은 피해야 한다. 산행코스가 너무 길 경우에는 산행시간이 늦어져 이날 산행의 궁극적인 목적인 제를 올릴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며 소란스럽다보면 경건해야 할 산제의 의미가 퇴색되고 만다. 또한 제를 올릴 수 있는 넓은 장소가 있는 산이라야 한다.
집안의 제사도 가장 넓은 안방을 이용하듯 제사상을 펼치고 여럿이 함께 서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시산제는 보통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지내므로, 교통이 혼잡하지 않고 거리상으로 가까운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시산제를 지낼 장소를 정했다면 제수를 준비해야 한다. 시산제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장 기본적인 것은 떡과 돼지머리와 술, 북어, 감, 대추, 밤, 배, 사과 등이다. 제상에 올리는 음식은 크게 제한이 없지만 이 중 술은 반드시 막걸리를 준비해야 하며 돼지머리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다음은 산신령께 산행의 안전을 기원하고 소망을 비는 제문을 만들어야 한다. 제문은 한글로 쓰거나 한글과 한문을 혼용해 쓰는 경우, 한문으로만 쓰는 경우가 있다. 한글과 한문을 혼용해 쓰는 것이 보통이며 근래에는 한지에 붓으로 쓰지 않고 컴퓨터 프린터를 이용해 제문을 만들기도 한다.
대개의 제문은 우선 시산제의 시기와장소, 산제를 올리는 이유를 밝히고 산의 고마움에 대한 감사, 산악회내의 기원 등으로 이루어 진다.
국한문 혼용으로 쓰여진 서울시연맹의 제문을 보면 "維歲次 戊寅 二月 癸巳 朔 十五日 서울特別市山岳聯盟 會長 金仁植은山岳聯盟 加盟團體 會員 및 同好人 一同과 함께 山紫水麗한 이곳 철마산에서"로 강림을 기원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중간부분은 "예로부터 山紫水明한 우리강산은 錦繡江山으로 자랑되어 왔으며 더욱이 이 水麗한 철마산은 (중략) 우리山岳人 一同은 이러한 大自然의 奧妙한 精髓와 아름다움의 極致 속에서 自然을 欽慕하고 自然과 同化되며 꾸준한 山行을通하여 忍耐와 協同 (후략)" 으로 이어져 산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이어진다.
제문의 마지막은 산악회의 소원을 비는 문구로 "전 山岳人의 安全과 建全한 登行이 維持되도록 끊임없는 가호가 (중략) 嚴肅하고도 敬虔한 마음으로 이 盞을 올리오니 山神靈님이시여 이 精誠을 大札로 懇切히 바라옵나이다"로 끝맺고 있다.
제문의 마지막은 "정성스레 음식을 마련했사오니 거두어 주십시오" 나 "제를 올리니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등 여러가지 형태로 바꾸어도 좋다.
3. 제례 절차
원례 제례의 절차는 참신 혹은 강신, 진찬, 초헌, 아헌, 종헌, 첨작, 개반삽시 등의 순서로 진행한다. 시산제 때는 이중 생육이나 어육을 올리는 단계인 진찬은 대개 준비하지 않으니만큼 생략한다. 다만 홀기(笏記: 의식의 차레를 적은 글)나 집사자(執事者) 없이 우물우물 시산제를 진행하면 경건하이 크게 훼손하므로 반드시 홀기대로 순서껏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모 산악회의 충고다.
우선 대강의 준비가 갖추어지면 집사로 선정된 사람 중 한 명이 촛불을 밝히고 향을 피운 다음 "행사를 시작합니다"를 세번 반복한다. 그 뒤 홀기를 읽으며 순서대로 진행하는데 이는 산악회의 최연장자가 전 회원의 왼쪽 옆에 따로 서서 읽어 나간다. 모 산악회의 홀기 내용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1.헌관 및 모든 집사와 제관은 제단 앞에 서 주십시오(이 말에 모든 산악회원들이 제삿상과 5m쯤 거리를 둔 상태로 길게 모여선다).
2.집사는 초헌관을 모시고 제물을 점시하시오(초헌관은 곧 제주로서 대개 산악회장이, 집사는 산악회의 주요 간부 두 사람이 맡으며, 집사 두 사람은 초헌관 양쪽에서 제사상 앞으로 모셔가는 시늉을 한다. 점시한다 함은 제수가 제대로 잘 차려졌는지를 살핀다는 뜻).
3.초헌관과 집사는 제자리로 돌아가시오.
4.헌관이하 모든 제관은 참신 재배를 하시오(참신이란 산신앞에 참배한다는 뜻으로,전 회원이 신발을 벗고 두 번 절한다.
절 할때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왼발을 오른발 위에 올려놓는다. 재배 후에는 반절을 해야 하며,무릎은 항상 붙여야 한다).
5.초헌례를 행합니다. 집사는 초헌관을 모시고 손을 씻으시오(제삿상으로부터 멀찌감치 꿇어 앉아 손을 씻는다. 이때 물수건으로 대신해도 좋다).
6.집사는 초헌관을 모시고 향로 앞에 인도하여 궤하시오(집사 두 사람이 초헌관을 모시고 제단 앞으로 가서 세 사람 모두 꿇어앉는다).
7.집사는 향로와 향합을 헌관 앞에 놓으시오.
8.헌관은 향을 세 번 올리시오(향을 분질러 종지에 담아 놓은 것을 세 번 향로 안에 뿌리는 것으로 대신).
9.집사는 술잔에 술을 부어 헌관에게 드리고 헌관은 잔을 받아 땅에 세 번 부으시오(헌관이 잔을 받쳐 들면 집사 한 사람이 술을 따른다. 두 개의 잔 중 남성 신의 것인 왼쪽 잔을 채워 제삿상 앞의 중앙, 왼쪽, 오른쪽에 조금씩 나누어 붓는다).
10.헌관은 약간 뒤로 서서 재배를 하시오(두 번 절 한 후 반절).
11.헌관은 다시 영위(靈位) 전에 궤하시오(꿇어 앉음).
12.집사는 술잔에 술을 부어 헌관에 드리시오(먼저 왼쪽 잔에 술을 부어 헌관에게 준다. 그러면 헌관은 잔을 받아 향위에 세 번 돌린다).
13.헌관은 술잔을 집사에게 주어 제상 위에 놓으시오(여성 산신의 잔인 오른쪽 잔도 12,13의 절차를 밟는다).
14.집사는 저를 제물 위에 놓으시오(두 집사는 포나 떡 위에 남성신과 여성신의 젓가락을 걸쳐 놓는다).
15.축관은 좌측에서 축문을 읽으시오(축문을 읽는 사람, 즉 축관은 산악회에서 가장 목청 좋게 낭독할 수 있는 사람을 선정, 미리 대기시킨다. 축문 낭독을 할 때는 낭독자는 물론, 전 산악회원이 꿇어 앉는다).
16.(축문 낭독이 끝난 뒤)헌관은 조금 뒤로 서서 재배하시오(두 번 절 한후 반절).
17.집사는 초헌관을 원위치로 인도하시오.
18.아헌례를 행합니다(아헌은 두번째 올리는 잔으로서, 대개 부회장이 올리며 순서와 격식은 초헌관과 똑 같다(다음의 25까지).
19.집사는 아헌관을 모시고 손을 씻으시오.
20.집사는 아헌관을 모시고 영위 전에 인도하여 궤하시오(무릎을 꿇은 다음 집사는 초헌관이 올렸던 잔을 집어서 아헌관에게 준다. 그러면 아헌관은 이를 받아서 퇴주잔인 모사그릇에 세 번 나누어 잔을 비운다. 역시 왼쪽의 나성신 다음 여성신의 순서. 그러면 축관이 다음 21번을 읊는다).
21.집사는 술잔에 술을 부어 헌관에게 드리시오.
22.헌관은 술잔을 집사에게 주어 제상 위에 놓으시오.
23.집사는 저를 바르게 내려놓으시오(남성신과 여성신의 젓가락을 다른 음식의 위로 옮긴다).
24.헌관은 조금 뒤로 물러서서 재배하시오.
25.집사는 아헌관을 원위치로 인도하시오.
이상, 18~25의 아헌은 부회장 이외에도 산악회원, 외부초청인사 등, 원하는 이는 누구나 할 수 있게 한다. 돼지머리의 입에다 고삿돈(기부금)을 먼저 꽂아놓은 다음 잔을 올린다. 시간상 문제가 될 것같으면 부회장 이외의 사람들은 홀기 낭독을 생략한다.
26.종헌례를 행합니다.집사는 종헌관을 모시고 영위 전에 궤하시오(대개 산악회의 주요 간부가 종헌관을 맡는다).
27.집사는 술잔에 술을 부어 헌관에게 드리시오(잔을 받아 향 위에 세 번 두른다).
28.헌관은 술잔을 집사에게 주어 제상 위에 놓으시오(역시 왼쪽 잔, 오른쪽 잔의 순서).
29.집사는 저를 바르게 내려놓으시오(젓가락을 다른 음식 위로 옮긴다).
30.헌관은 조금 뒤로 서서 재배하시오.
31.집사는 종헌관을 원위치로 인도하시오.
32.집사는 초헌관을 모시고 영위 전에 궤하시오.
33.집사는 술잔에 첨작을 하시오(놓인 잔에 술을 조금씩 더 따른다. 이는 신령께 술을 더 권하는 의미다).
34.초헌관은 약간 뒤로 서서 재배하시오.
35.집사는 초헌관을 원위치에 인도하시오.
36.헌관 및 모든 제관은 엎드려 감모를 하시오(모든 산악회원이 경건한 마음으로 조금 오랫동안 가만히 엎드려서 37의 순서까지 기다린다).
37.축관은 세 번 기침을 하시오(축관이 "어험, 어험, 어험"하고 세 번 헛기침을 하면 그것을 신호로 모든 회원이 몸을 일으킨다. 그뒤, "헌관 및 모든 제관은 바로 서주시오"라고 홀기 낭독자가 말하면 알어선다).
38.집사는 저를 내려놓으시오(젓가락을 제례 시작 전에 놓았던 자리로 옮긴다).
39.현관 및 모든 제관은 사신 재배를 하시오(즉, 신과 이별하는 의식이다).
40.음복례를 행합니다. 집사는 초헌관을 모시고 향탁 앞에 궤하시오.
41.집사는 영위 전에 있는 술잔을 헌관에게 드리시오.
42.헌관은 잔을 받아 음복하시오.
43.축관은 축문을 불에 태우시오(무릎을 꿇고 불을 붙여 태운다. 산불의 위험이 있으면 그냥 가지고 내려간다).
44.헌관 맟 축관은 자리에서 일어서시오.
45.집사는 초헌관을 모시고 원자리로 인도하시오.
46.집사는 예를 마쳤음을 고하시오(집사중 한 사람이 "행사를 마쳤읍니다"를 3회 반복하여 외친다. 그후 상을 뒤로 물려서 돼지머리를 잘라 "고시레!"를 한 다음 술과 음식을 전 회원이 나눈다).
이상, 격식대로 행해도 시산제에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라고 한다. 기왕 산신제를 할 예정이면 이 순서를 미리 적어 두었다가 따라하도록 한다(이 자료는 경주 일요산악회에서 제공한 자료입니다.
▒ 2003년 시산제 순서
2003년도 시산제 순서
1. 개회사
2. 국민의례
국기에 대한 경례 -- 선언문 낭독 --- 사회자
애국가 제창 --생략
3. 묵념 --- 사회자
먼저가신 선열 및 악우들에 대한 묵념
4. 산악인의 선서 --- 등반대장
5. 연혁 및 경과보고 (별도 참조) --- 사회자
---- 외빈 소개(타 산악회 회장 또는 임원진)-- 당일판단 --- 회 장
5. 인사말 --- 회 장
6. 격려사 --- 외빈중 1인
축사(당일 선정)
7. 시원문 낭독 --- 등반대장
8. 산악 회장 배례 --- 회 장
9. 축문 낭독 --- 회 장
10. 축문 배례 --- 회 장
11. 축문 소제 --- 회 장
12. 임원진 배례
- 등반대장 --- 사회자
- 부등반대장 , 총무, 회계감사, 카페주인
- 외빈 배례(초대자 및 사업자)
- 회원 배례
13. 산신 배례(전체) --- 사회자
14. 광고 --- 사회자 외
다과를 드시도록 하고 차후 산행 일정 홍보
15. 폐회
16. 소원 기원제 ----- 연날리기(바람이 없으면 취소함)
(다과를 드시는 동안에 행사함)
▒ 2003시산제 준비물 및 상차림
2003년도 시산제 준비물
제수 준비물 및 기타준비물
제수준비물
돼지머리, 조율시이{대추, 밤, 감(5개), 배(3개), 사과(3개)}
북어포(1개), 시루떡(1말)
술(탁주 또는 청주 ), 퇴주잔(코펠), 컵(종이컵), 은박지(10개이상), 젓가락
양초 2개, 향, 향로(종이컵에 쌀 한줌넣어대신함), 돗자리,
플래카드(시산제), 끈(20M)
유세차- 단기 사천삼백사십6년, 계미년, 2003年 삼월 열엿세날, 음력 이월 열네쨋날인 오늘,
저희 XXXX XXX 산악회원 일동은 이곳 유명산 정상에 올라, 좌로는 청룡이요, 우로는 백호요, 남으로는 주작과 북으로는 현무를 각각 거느리고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육들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고하나이다.
산을 배우고 산을 닮으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모인 우리가 처음 찾고자 하였던 곳이 바로 이곳 이였습니다.
때는 작년 이맘때즘 시산제를 불암산에서 지내고 어언 해의 성상이 물흐르듯 흘러갔으메, 오늘 이곳을 유명산을 찿아 시산제를 10회차 드리게 되었사오니 우리의 마음이 어찌 감회가 없으리요. 돌이켜보면, 매달 한번씩 산을 올라 그 오른 햇수로 10년에 이르고 그 오른 연인원만 하여도 천여명에 이르나니 이것을 어찌 작은 일이라
할수 있을 것이며, 그 산행 하나 하나마다 산을 배우고, 산과 하나가 되는 기쁨으로 충만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아무 다친이도 없었고 아무 낙오자도 하나 없었으니, 이는 신령님의 자애로우신 보살핌의 덕이 아니었다고 어찌 감히 말할 수 있으리요. 그러므로 저희가 오늘 이곳을 찾아 감사의 시산제를 올리는 뜻도 바로 거기에 있나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되, 일단 산에 들면 산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물이며, 구름이며 나무며 풀이며 바위 하나 하나가 모두 제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서로를 소리쳐 부르는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찬 산과 골짜기를 걸을 때마다, 조용히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흥에 겨워 질러대는 노래소리나 왁자지껄한 우리의 경망스러움도 너그러이 들어주시며, 오로지 무사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주신 신령이시여!
아무쪼록 바라오니, 무거운 배낭을 둘러멘 우리의 어깨가 굳건하도록 힘을 주시고,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허리에 찬 수통속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늘 채워 주시고, 험로에 이르러 몸뚱이를 의지할 저 로프가 낡아 헤어지지 않게 하시고, 독도를 잘못하여 엉뚱한 골짜기를 헤메이지 않게 하시고, 조난하여 추위와 굶주림으로 무서운 밤을 지새지 않게 하소서.
또한 바라오니, 천지간의 모든 생육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뜻이 있나니, 풀한포기 꽃한송이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그 터전을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으며, 새한마리 다람쥐 한마리와도 벗하며 지나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며
그러한 산행을 하는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고 싶나이다.
오늘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이는 우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소서. 이제 올리는 이 술한잔 받으시고,
올 한해 우리의 산행길을 굽어살펴 주소서. 또한 이 자리를 함께한 모든 산악인과
가족과 지나는 나그네 산악인 모두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면서 절과 함께 한순배 크게 올리나이다.
이천삼년 계미년 삼월 열여섯날
"XXXX XXX"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