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외2
박영실
거목의 그늘에 가려져
햇빛을 만나지 못하고 숨겨진
들꽃의 소리가 들린다
낮은 곳에 핀 꽃을
밟고 지나가도 되는 것 없다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 아니다
정원의 장미를 보기 바빠
들에 핀 꽃에 시선을 주지 않는다
좀 더 고개 숙여 마음을 낮추면
바닥에 핀 꽃들이 보인다
자세를 낮추기가 불편한 거다
보이지 않던 꽃들에 마음이 머문다
작은 꽃잎에도 바람이 머물고
햇살이 내려앉아 쉼을 얻는다
가끔 다른 곳에도 시선을 모은다
땅에 피어 짓밟힌 들꽃의 신음에
마음을 기울인다
작은 꽃잎도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
그날이 오면
낯선 세상에 처음 가져온 이삿짐은 울음소리뿐
어미의 탯줄에서 분리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짊어지고 온 희로애락
광야 여행하다
언젠가 육신의 겉옷을 벗는 날
어떤 이삿짐을 가져갈 수 있을까
그날이 오면 아무것도 취할 수 없으리
그곳은 이삿짐이 필요하지 않으리
세상 바람결에 얼룩진 남루한 옷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가야 하리
이사를 잘 하려면 이삿짐을 잘 정리해야 하리
그날이 오기 전에 .
마음 풍경
유리창에 뿌옇게 묻은 먼지와
바람결에 얼룩진 커튼
하늘 샘물에 빨래하고 표백해서
바람에 말갛게 헹구고
햇살에 담가 놓는다
잡초들로 무성한 정원
아집의 쓴 뿌리 뽑아내고
관용의 꽃을 심는다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정원에
발자국이 보이고 꺼진 등불이
하나둘씩 점화되기 시작한다
긴 겨울의 터널 지나고
기경된 내 정원 안에
향기 그윽한 꽃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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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실 프로필>
박영실(Park, Youngsil)
시인, 수필가, 동화작가,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