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지내지시요?
아직 집 맞은편 그늘진 곳에는 눈이 조금 남아 있지만 날이 많이 풀렸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포항 호미곶을 다녀왔습니다.
주연이와 애들 엄마 둘이서 1박 2일로 서울이니 서해안, 욕지도 운운하길래
--욕지도에는 잘 아는 분이 펜션을 하고 있어서 숙박비는 들지 않지만
재작년 여름 주연이와 집사람이 갔다왔고 통영까지 가서 배를 타야하니 가는데만 반나절입니다--
잘못하다가는 지갑 거덜날 것 같아서 우겨서 포항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애들 엄마 운전한지 20년이 되었지만 옆에서 보기 왠지 불안하고 고물차 고속도로서 퍼질 것도 신경 쓰여
주연이 기차도 태워줄 겸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서 다녀왔습니다.
참! 저도 94년 애들 엄마 성화에 1종보통 면허를 땄지만 술을 좋아하고
또 운전석 앉으니 답답하고 차 타고 돌아다니는 것 싫어해서 아예 운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10시쯤 택시 타고 동부정류장으로 가서 시외버스 타고 포항 내려서
200번 버스 타고 구룡포환승센터 내려서 복어집에서 점심 먹고 나니 1시가 넘었습니다.
버스비도 성인 1500원에 학생 1200원으로 대구보다 많이 비싸네요.
저녁에 죽도시장으로 나와서 회를 먹을 예정이라 점심 간단히 먹으려니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복어를 먹었는데 뜨내기 장사라 그런지 음식질이 가격에 비해서 형편없습니다.
그래도 우리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지 식당에 관광객들이 꽉 차더군요.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가는 버스 배차 간격이 1시간 정도라 택시를 탈 예정이었는데
마침 바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탔습니다.
택시비는 만원 정도이고 대기하고 있는 택시들이 많습니다만 4200원으로 해결했습니다.
마침 한파가 오는 날이라 내리니 바람도 많이 불고 얼굴이 시릴 정도입니다.
20년 전에 친구 가족들과 부근 방갈로에서 하룻밤 자고 여기 온 적이 있는데 완전히 바뀌었더군요.
새천년기념관에 들어가서 대충 둘러보고 몸도 좀 녹이고
쪽지에 소원을 적어서 기념관 안에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았습니다.
포항 관광지도를 얻기 위해 들른 시외버스터미널 관광안내센터에 근무하시는 분도 친절하던데
새천년기념관 안내데스크에 근무하시는 여자분도 상당히 친절합니다.
들어가니 일어서서 맞아주시고 나가는 버스 시간을 물으니 친절하게 알려주시네요.
커다란 손이 있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등대박물관도 구경하고
3시 10분 버스를 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데 지나가는 승합차가 서더니
구룡포로 가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타라고 하십니다.
호미곶에서 식당을 하신다는 제 또래의 부부가 타고 계시던데
덕분에 구룡포까지 편하게 왔고 감사의 뜻으로 두유를 2병 드렸습니다.
주연이 기분이 좋은지 웃고 있네요.
갈매기가 몇 마리 나는 멋진 장면을 찍고 싶었지만 갈매기가 중구난방 날아서 포기를 했습니다.
10배 광학줌으로 당겨 찍었습니다.
죽도시장 성진횟집입니다.
작년 11월 변산해수욕장 횟집에서 자연산이라는 광어 한 마리를 10만원에 바가지를 써서
일부러 죽도시장 구경도 할 겸 이곳에서 회를 먹었습니다.
그냥 대충 들어간 집인데 나중에 인터넷 뒤져보니 나름 죽도시장에서는 유명한 집이네요.
4시 반 무렵 들어갈 때는 우리 뿐이었지만 나올 때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모듬회 3만원짜리 하나 시키니 먼저 커다란 쟁반이 하나 나오는데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별로 먹을 것이 없습니다.
어떻게 생화도 아닌 조화를 꼽을 생각을 했는지...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이...
3만원짜리 모듬회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에는 1/3 이상 남겼습니다.
너무 많아서 남겼다고 하니 사장님 왈 많이 드실 것 같아서 일부러 많이 담았다는데 어딜 봐서 많이 먹게 생겼다고 하는지...
1월 들어서 회를 이미 4번이나 먹어 질리기도 했고 초장 맛이 영...
죽도시장에서 장 볼 시간 감안해서 포항에서 7시 15분 출발하는 기차를 예매했는데
건어물 이것저것 사봐야 냉장고 굴러다니다가 쓰레기통 들어 갈 것 같아서
장 보는 것 포기하니 시간이 제법 남아 횟집에서 6시 반 무렵에 일어섰습니다.
천천히 걸어서 포항역에 도착하니 대합실에 사람이 둘뿐이라 완전 썰렁합니다.
구태여 예매할 필요도 없었고 이럴 줄 알았으면 서둘러 나와서 표 반환하고 6시 15분 기차를 탈 걸...
시외버스는 1시간 5분 걸리지만 기차는 2시간 정도 걸려 9시 넘어 동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풀코스로 쏜다고 노래방도 가기로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주연이 달래서 바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집앞에서 택시 내리니 우리 소리를 듣고는 코비가 환장을 한 듯이 짖어댑니다.
대문을 여니 목줄고리가 빠져서 달려들고 야단이라 겨우 달래서 목줄고리 끼우고 물 데워 사료부터 챙겨줬습니다.
목줄고리 몇 번 부러져 아주 강한 합금 철사로 제가 만든 것으로 사람이 빼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빠졌는지...
저녁도 못 먹고 깜깜한 빈집 혼자 지키려니 많이 무서워서 난동을 부린 모양입니다.
카페가 썰렁해서 그냥 주절주절 썼습니다.
올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모두들 행운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참! 주연이 성화에 결국 다음날 저녁에 노래방 가서 1시간 30분 놀다 왔습니다.
첫댓글 재미있고 알찬 여행을 다녀오셨네요....
조형물 새끼손가락위에 웬탁구공?이 있나 했는데 줌 사진보니 갈매기였네요.ㅎㅎ
죽도시장 회가 가격에비해 이렇게 푸짐한지 몰랐습니다.
큰애 포항에서 군생활 한다길래 죽도시장 가 보신줄 알았는데...
활어를 파는 곳에서 횟감을 골라 상차림비를 받는 식당으로 가서 먹으면
먹고 싶은 횟감을 고를 수도 있고 우리처럼 먹는 양이 적은 사람들은 조금 절약되지만
번거롭고 귀찮아서 그냥 끄는대로 골목 첫번째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자주 가는 다도회수산말고 남부정류장 건너편 골목 안에 있는 죽도회시장이라는 횟집을
1월 6일부터 16일까지 4번 갔는데 갈 때마다 회의 양이 달라 조금 당황스럽더군요.
같은 가격인데도 어떤 때는 남길 정도로 많기도 하고 같이 간 사람 보기 민망할 정도로 적기도 하고...
더구나 소주가 1병에 4000원이라 술꾼인 제게는 XXX...
이틀 전에 예전에 몇 번 간 수성대 입구에 있는 산오징어집을 갔는데
선술집 분위기라 조금 어수선하지만 학생들 상대라 그런지 회 가격이 조금 저렴하더군요.
식구들하고도 두어 번 갔다가 홀이 너무 시끄럽고 담배연기가 자욱해 그냥 나왔는데
사장님께 그런 얘기를 하니 방이 따로 있다고 하니 식구들하고 한 번 가야겠습니다.
언제 그 집에서 황보지부장님이랑 신년 번개 한 번 하시지요...
네 시간 한번 잡아보겠습니다.ㅎㅎ
현선생님 글에는 담긴 따뜻함과 유머. 늘 감탄입니다.
중구난방 갈매기 ..... 이 대목에서 저는 웃음이 중구난방이었습니다~ ^ 0 ^
재미없는 글 칭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전 단 한 번도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쓰고 나서 읽어보면 글 호흡도 길고 연결도 어색하고...
맛깔스럽게 잘 쓴 글을 보면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그래서 창작은 엄두도 못내고 그저 있었던 일들을 순서대로 쓰는 것밖에 할 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