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쏟아지는 최첨단 등산·트레킹 신발은 그야말로 '하이브리드(hybrid·雜種)'다. 각양각색의 소재를 동원해 이것저것 합성, 최적의 상품으로 뽑아내는 게 요즘 트렌드. 고어텍스·천연 또는 인조가죽·메쉬·아크릴·폴리에스터·폴리프로필렌·모·나일론 같은 소재를 황금비율로 조합, 가볍고 산뜻한 데다 부상을 당해도 안전한 신발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 디자인과 색상에 신경 쓴 것은 물론, 신고 벗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 다이얼을 부착한 제품도 나왔다.
▲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갈수록 치열해지는‘하이브리드’등산화 경쟁. 제품 전체의 무게를 줄이는 것은 물론, 통기성₩디자인₩안전성까지 강화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모델 정현빈씨 무릎에 놓여 있는 신발은 ‘컬럼비아’트레일 워킹화‘라브너스’. 손에 들고 있는 건‘몽벨’의‘본’. (아랫줄 왼쪽부터) 밀레‘펄션’, 라푸마 ‘펠릭스’, 코오롱스포츠‘올레’, K2‘ 엑 스런’, 블랙야크‘리얼야크’. 모델이 입 고 있는 티셔츠와 등산용 바지는 모두 컬 럼비아 제품. 재킷은 몽벨. 모자와 신발 은 라푸마.
◆오솔길에 걷기 좋은 '트레일 러닝화'
요즘 업체들이 내놓은 제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오솔길에서 걷기 좋게 만들었다는 '트레일 러닝화(trail running shoes·오솔길 트레킹용 신발이라는 뜻)'.
컬럼비아가 내놓은 트레일 러닝화 '라브너스'(Ravenous·11만8000원)는 최고급 쿠션을 사용, 충격을 완화하고 신발의 원형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데 기술력을 집중했다.
발목에 맞춘 것처럼 착 감기는 것도 특징. 이 신발에 적용한 '3D 테크라이트 발목 지지 시스템'은 신으면 신을수록 발목을 덜 움직이게 만들어 부상과 피로를 줄여준다고.
2009년 독일 프리드리히 샤펜 아웃도어쇼에서 디자인상을 받은 제품으로, 미국 '트레일 러너(Trail Runner)' 매거진에서 '최고의 트레일 러닝화(Editor's Choice)'로 꼽히기도 했다. 달리기, 자전거 라이딩에도 적합하다.
라푸마의 트레일 러닝 슈즈 '엑스로드'(X-Road·19~20만원)는 안창에 은 나노 가공처리를 해서 땀 흡수력을 높인 제품. 산행 중에 땀이 차서 발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을 절반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밑창은 가볍고 신축성 있는 소재를 활용해 충격을 강하게 흡수하도록 만들었다. 신발 옆면엔 X라인 모양의 스티치 장식을 넣어 활동적이면서도 깜찍한 느낌까지 살렸다.
코오롱스포츠가 내놓은 워킹화는 아예 이름도 '둘레' '올레'(18만5000원) 등이다. 제주 올레 길 같은 곳에 걷기 좋은 신발이라는 뜻. 100% 부틸고무를 밑창에 사용했고, 신발 한족 무게를 340g 정도로 낮췄다. '자락' '까미노'(21만원) 등 신발엔 그물망 조직의 섬유 '메쉬'를 활용해 쾌적한 느낌을 살렸다.
K2는 '엑스런' '콘트롤' '싸이클론'(19만5000원) 등 3종의 워킹화를 출시했다.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발뒤꿈치 굽이 아치형으로 발을 받쳐주도록 설계했다. 신발끈 대신엔 고급 소재의 와이어를 썼다. 천으로 만든 끈보다 발목을 견고하게 감싸주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이다.
밀레의 트레일 워킹화 '펄션(pur sion·17만8000원)'은 발뒤꿈치 아래 밑창을 거미둥지 구조로 설계해 충격을 분산시켜 피로감을 덜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외부에서 수분이 들어오는 걸 막고, 땀과 수증기는 밖으로 내보내는 고어텍스 XCR원단을 사용했다.
스포츠웨어 전문 업체들도 최근엔 트레일 워킹화를 내놓는 추세다. 프로스펙스는 '더블유 트레일 올레길 워킹화(W TRAIL 302·14만9000원)'를 출시했고, 아식스도 고어텍스를 활용해서 만든 '트레일 워킹화(14~15만원)'를 선보였다.
◆끈 묶기 어려우면 간편하게 다이얼만 돌려라
몽벨에서 출시한 '본'(15만원)은 신발 옆 단추처럼 생긴 다이얼 '보아 시스템'을 움직이면 신발이 착 몸에 붙기도 하고 헐렁해지기도 하는 똑똑한 제품. 산행 중 끈을 일일이 고쳐매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편리하게 만들었다. 밑창 바닥은 척추 뼈처럼 설계, 화강암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적합하게 하였다. 뒤틀림이 없어 오래 걸을 수 있다.
K2도 다이얼을 돌려서 신발을 간편하게 신고 벗을 수 있는 '프리 락 시스템'을 적용, 워킹화를 제작했고, 아이더가 출시한 멀티 기능화 '클립'(19만5000원) 역시 '프리 락 시스템'을 적용했다. 노스랜드의 등산화 '튜닝로우2'(13만2000원)도 발목 아랫부분에 등산화 끈 풀림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EYELET)를 부착해 불편함을 없앤 경우다.
◆천연 소재도 적극 활용
블랙야크는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서 서식하는 동물 '야크(Yak)'의 천연 가죽을 활용해서 만든 등산화 '리얼야크(27만8000원)'를 내놨다. 일반 소가죽보다 질긴 데다 발에 감기는 느낌이 부드러운 게 특징.
여성 신발은 좀 더 가벼운 소재인 파이론을 사용해 무게를 줄였고, 앞 축에 토캡을 부착해 돌부리나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졌을 때 신발이 망가지거나 발가락을 다치는 일을 방지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