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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방향에 대한 시론
2018. 01. 19.
강원대학교 역사교육과 제16회 역사교육심포지엄
원 정 식
Ⅰ. 머리말
21세기 인류는 역사상 가장 막대함 힘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급속도로 역량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를 이끈 것은 새로운 과학 기술의 발달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과학 기술 발달과 인간 역량 강화가 자연 환경의 변형을 가져오고 인류의 피조물이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디스토피아의 도래, ‘인류의 종말’조차 지적하기도 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유발 하라리 등이 로보칼립스(Robocalypse : 로봇에 의한 종말), AI에 의한 인류의 종말을 염려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현재, <스티븐 호킹 : AI 통제 위한 세계 정부 구성 필요>, <<연합뉴스>>, 2017.03.12.
범지구적 환경파괴와 재난, 다양한 종말론, 우주전쟁, 그리고 영웅들의 지구 구하기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다.
염려의 근원은, 유기체 인류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 전문가조차도 과학 기술 발달과 인공물 통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와 관련한 환경, 인구, 국제관계, 경제, 문화 등의 변화가 전지구적으로 확산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유토피아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을 계속 듣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백만 년의 진화과정을 거친 인류의 ‘촉’이 계속 ‘위기임’을 경고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완전한 인공지능 개발이 인류의 멸망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고, 빌 게이츠 또한 인공지능 컴퓨팅 기술이 극도로 발전할 경우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테슬라의 창업자 엘런 머스크도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할 정도이다. 한재권, <로봇과 인공지능의 현황 및 전망>, <<미디어와 교육>> 제6권 제1호, 2016.6.
최근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45개 언어로 번역된 그의 책 <<사피엔스>>에서
이런 기술적 혁신은 거대하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위험을 낳을 수도 있다. 이를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현실주의자가 되어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과학이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 가장 적당한 시기다. 이와 비교하면 각국의 정부나 시민들이 걱정하는 여타의 문제는 아주 사소하다. 물론 글로벌 경제위기, 테러단체 ‘이슬람국가 is’, 남중국해의 긴장 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 중요성은 ‘인간강화 human enhancement’라는 문제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유발 하라리 저,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사피엔스>>(서울 : 김영사, 2015), <한국의 독자에게>(2015.11), p.7.
라고 하였다. 그가 지적하는 기술적 혁신은 나노공학, 유전공학, 뇌-기계 인터페이스, IT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광범하게 운위되고 있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영역은 인공지능(A.I.)이다. 이것은 2016년 3월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AlphaGo) 리’의 등장으로 우리에게도 다가왔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인간의 棋譜 없이 스스로 학습하여 알파고 리를 100:1로 이긴 ‘알파고 제로’가 2017년 4월 등장하고, 다시 8개월 후 스스로 학습하여 4시간 만에 체스의 최고가 되고 2시간 만에 쇼기(일본장기)의 최고가 되고 하루 만에 바둑의 최고간 된 범용 인공지능인 ‘알파제로(Alpha Zero)’가 등장한 것이다. <구글 최신 AI 알파제로, 체스 4시간 장기 2시간 만에 정복>, <<중앙일보>> 2017.12.08.
인공지능의 기능과 학습능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달하고 있으므로,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을 부정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장시형 옮김, 진대제 감수,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특이점이 온다>>, 서울 : 김영사, 2007. 카이스트 이경상 교수는 2017년 11월 현재 약한 인공지능은 2020년까지 각종 영역에 쓰이고, 창의력을 갖춘 강한 인공지능이 2020년 이후 전 영역에 사용될 것으로 예측하며, 이것은 1년 전 2025년이라는 예측을 5년 단축한 것이라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Wad5q0YZVs
인공지능이 진화하면서 사회전반이 격변하기 시작했다. 이미 기존의 전문직의 반 이상이 십 수 년 내에 인공지능으로 교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구글 번역기는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기반 각종 기업들은 빅 데이터와 검색기능을 활용하여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있으며, 3D프린터나 드론,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등과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운운하고 있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여 인간의 지능을 초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휴먼시대가 종결되고 포스트휴먼시대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기계의 지능이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의 도래가 운위되면서 한국의 학계에서도 인공지능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 이상욱, <인공지능의 한계와 일반화된 지능의 가능성 - 포스트 휴머니즘적 맥락 - >, <<과학철학>> 12, 2009; 이상헌, <붓다의 시선으로 본 인공지능>, <<평화와 종교>> 2, 2006; 김영진, <인공지능, 종교적 명상, 그리고 마음의 지향성 - ‘명상하는 AI’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 ->, <<철학·사상·문화>> 제24호, 2017; 철학연구회, <<춘계학술대회: 인공지능시대의 인간관>>, 2017; 한국철학회⋅이화인문과학원, <<춘계학술대회: 인공지능의 도전, 철학의 응전>>, 2017; 신상규,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포스트휴먼과 트랜스휴머니즘>>, 아카넷, 2014.
인공지능의 진화와 확산에 따라 한국의 역사학계에서도 관련 논문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그 성과는 미미하다. 김기봉, <인공지능 시대 “Historia, Quo Vadis?”>, <<역사학보>> 233, 2017.3.
승정원일기 번역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조선시대사 연구에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으나 <승정원일기 번역에 AI 투입>, <<파이넨셜뉴스>> 2017.12.21
http://www.fnnews.com/news/201712211743133466; <2억4000만자 ‘승정원일기’ AI로 번역한다>, <<동아일보>>2017.02.13. http://news.donga.com/3/all/20170213/82834235/1 등
번역이나 연구의 보조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는 정도다. 이는 수익 창출을 기본으로 한 자본가와 기업의 선택 순위에서 역사학이 밀려있기 때문일 것이지만, 동시에 역사학에 활용할 빅 데이터 축적이 낮고 알고리즘 짜기가 어렵고 관련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장벽이 극복되고, 인공지능이 양자컴퓨터와 결합되어 초연결, 초인식, 초속도, 초메모리 능력을 가진 ‘존재’로 진화하는 단계(‘초인공지능’)에 이르게 되면 인류의 미래도 ‘인류의 종말’을 포함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이러한 상황 발생을 사전에 막기 위하여 최근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 2017년 1월 6일 세계 유수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휴양지 아실로마에서 ‘이로운 인공지능 회의’(Beneficial AI conference)를 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미래 인공지능 연구의 23가지 원칙’이다.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세계 바둑 최강자를 깬 알파고의 개발책임자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 레이 커즈와일 구글 기술이사 등 전문가 수백명이 동의의 뜻으로 서명을 마쳤다. 회의 장소 이름을 따 ‘아실로마 AI 원칙’( Asilomar AI Principles)이라고도 불리는 이 원칙은 연구 이슈(5개항), 윤리와 가치(13개항), 장기 이슈(5개항) 3개 범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 이하 FLI, http://futureoflife.org/)는 “우리는 이 원칙들이 인공지능의 힘이 미래에 어떻게 모든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열정적인 토론의 재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항목들은 100명이 넘는 참가자의 90%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들이다. 학계와 엔지니어는 물론,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를 포함한 기업인들을 합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인공지능 재앙 막는 23가지 원칙>, http://www.hani.co.kr/arti/PRINT/786763.html
이나 ‘로봇 시민법’ 권고안 올해(2017) 2월 유럽의회는 EU 집행위에 인공지능 로봇에 전자인간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 시민법」권고안을 제출하였다. 이 전례 없는 권고안은 EU 집행위가 로봇 엔지니어와 연구자의 행동 및 윤리 강령을 세우고, 로봇 제작자와 사용자에 대한 라이선스 관련 규칙 제정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해당 권고안이 윤리 및 라이선스 부분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EU 집행위가 로봇 개발 현황을 자세히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 권고안에는 로봇 제조 기술 개발의 한계와 관련하여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인공지능(AI) 로봇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출처: http://songmoda.tistory.com/24 [송모다 블로그]
, ‘지능정보사회 윤리 가이드라인’ 정부가 준비 중인 지능정보사회 윤리 가이드라인에 지능정보 기술 개발 시 '절대적 동작 중지' 일명 ‘킬 스위치’ 기능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이드라인에는 사회적 차별요소를 배제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 악의적인 인공지능 이용 금지, 은닉기능 개발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2018년 1월 3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지능정보사회 윤리 가이드라인 초안을 만들어 관련 기관들과 논의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지난 12월 내부적으로 검토를 한 후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과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중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능정보 윤리 가이드라인에 ‘킬 스위치’ 조항 포함된다>,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4531&d=20180103145918
을 제정하여 연구자, 기업, 국가 등이 무엇을 해야 하며 그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란 판도라상자는 이미 열렸고 닫을 방도가 없다고 본다면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무엇을 할 것인가?
역사학은 과거를 대상으로 한 학문이고 역사교육은 그 성과를 기초로 행하는 교육 실천 활동이라는 점에서 전면적으로 도래하지 않은 인공지능시대를 역사학과 역사교육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혹자는 역사학 자체가 기능을 상실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김기봉, <인공지능 시대 “Historia, Quo Vadis?”>, <<역사학보>> 233, 2017.3.
그러나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그 목적이 단순한 과거의 재구성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연구와 교육이라는 점에서, 다루는 내용과 구성 방식이 과거에 대한 전면적이고 종합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기르고자 하는 능력이 사고력, 통찰력, 문제해결력, 실천력 등이라는 점에서, 역사가와 역사교사가 미래의 문제에 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역사학과 역사교육에서 기르려는 능력이 바로 평범한 유인원에서 오늘날의 인간으로 진화과정을 이끌어왔고 그 과정에서 획득되고 확장된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인공지능시대에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방향을 역사학 및 역사교육의 특성과 목적과 관련지어 검토하고자 하는 試論이다.
Ⅱ.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특징
1. 역사의 효용 박성수, <<역사학개론>>, 서울 : 삼영사, 1977.
-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 BC 106 ~ BC 43) :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사실을 모른다면 영원히 어린이로 머물 것이다.” “역사는 인생의 스승이다 (Historia Magistra Vitae)”
- 보슈에(Bossuet, 1627~1704) : “역사는 엘리트를 위한 학문이다.” “역사학은 통치자를 위해 보존된 신성학문이며 군주를 위한 학문이지 신민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세계사론, 1679]
- 에드워드 기번(1737 ~ 1794, 영국 역사가) : "역사는 바로 인류의 범행, 우행, 행운의 등기부이다."
- 랑케(Leopold von Ranke : 1795 ~ 1886) : "과거의 사건들을 '실제로 그대로 일어난 그대로'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이다.
- 랑글로아와 세뇨보 : 역사는 사회형태의 다양성을 가르쳐주고 역사적 변화에 대한 인간의 병적 공포심을 치유해준다. [역사연구입문, 1892]
- 아돌프 히틀러(1889 ~ 1945) : 그(중학교 역사교사)의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가슴이 뛰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럴 때 우리는 감격해서 얼굴을 붉혔으며 어떤 때에는 눈물까지 닦으며 경청했다. … 이 선생은 나로 하여금 역사를 가장 좋아하는 학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의도가 없었으나 내가 젊은 혁명가가 된 것은 실로 그 때부터였다. [나의 투쟁]
- 패어스(Richard Pares : 1902 ~ 1958, 영국 역사가) : 좋은 역사(good history)는 돈이나 과학처럼 유익하지 않지만 나쁜 역사(bad history)sms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보다 더 무서운 해독을 끼친다.
- 왈슈(William Henry Walsh : 1913 ~ 1986, 영국 철학자) : 한 시대를 다른 한 시대와 비교하고 대조함으로써 자신의 시대적 특징을 자각케 한다.
-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 : 1924 ~ 1987, 미국 작가) :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아니 과거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사실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말 그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현존하기' 때문이다.
- 마틴 루터 킹(1929 ~ 1968, 목사, 196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고.
- 司馬遷(BC 145경 ~ BC 85경, 역사가) : 천하에 흩어진 엣 傳聞을 수집·망라하여 제왕이 흥기한 처음과 끝을 살피고 흥망을 고찰하였으며, 그 행적을 정리·저술하여 한·은·주 삼대의 개략적인 역사를 묘사하고, 진·한의 역사를 기록하였다. [<<史記>>]
- 司馬光(1019 ~ 1086, 북송 정치가, 역사가) : (황제께서) 한가한 여유가 있을 대 때때로 열람하시면서 앞 시대의 흥망성쇠에 비추어 보아 오늘날의 득실을 살피시고, 선량함을 권장하고 사악함을 경계하고, 옳은 것을 취하고 틀린 것을 버리신다면 옛 시대를 헤아리는 큰 덕에 힘쓰고 전에 없는 지극한 치세로 이끄시는 데 충분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천하의 뭇 백성들이 모두 그 혜택을 입게 된다면, 신은 비록 구천지하에 뼈를 묻게 된다 하더라도 그 뜻과 소원이 영원히 충족될 수 있을 것입니다. [<<資治通鑑>>]
- 鄭麟趾(1396 ~ 1478, 조선 정치인) : 새 도끼 자루를 만들 때는 헌 도끼 자루를 보고 그것을 본으로 삼으며 뒤에 가는 수레는 앞 수레의 바퀴자국을 거울삼아 조심한다고 저희들은 들었습니다. 이미 흘러간 국가의 흥망성쇠의 역사야 말로 미래 사람들이 감계로 삼아야 할 것이기에 이에 한편의 사서를 편찬해 주상 전하께 감히 바치는 것입니다. [進高麗史箋, 1451]
2. 역사학의 특징
1) 인간(‘호모 사피엔스’)의 학문 : 인문학
- 인간 : 無限(∞)을 추구(욕망)하는 有限者
→ 욕망의 무한성, 상상의 무한성, 영원불멸 추구, ……
- 신(無限者) : 全知全能, 無所不在, 永遠不滅, 永生不死 ……
→ 유한자인 인간이 무한을 추구하면서 좌절되었을 때 찾아낸(만들어낸) 개념
- 21세기 인간 : 신이 되어가는 인간 (‘호모 데우스’) → 특이점
: 과학기술의 발달(인터넷, 나노과학, 생명과학, 인공지능, 컴퓨터 …
→ 바라는 것을 이루는 데 걸리는 시간이 0에 수렴하고 그 종류가 무한에 수렴함
2) 과거를 대상으로 하는 미래 지향 학문 : 지나간 미래, 오래된 미래
- 모든 학문은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 목적을 가진다.
- 과거의 무한성 : 주체, 대상, 내용, 방법, 자료 등의 무한성
→ 可知와 不可知의 스펙트럼
→ 개별과 전체의 줄타기 → 거시역사학과 미시역사학
3) 사료(데이타)의 학문 : 사료 없이 역사 없다.
- 기록하는 인간(‘호모 아키비스트’ Homo Archivist, ‘호모 비블로스’ Homo Biblos) 안정희, <<기록이 상처를 위로 한다 – 호모아키비스트, 기록하는 사람들>>, 서울 : 이야기나무, ; 정대용, <<기록하는 인간 – 36년 일기쓰기 장인의 수토리>>, 서울 : 지식공감, 2017.
: 기억의 불멸을 추구, 미래의 분쟁 예방이나 권리주장, 공동기억 등 추구
예) 조선왕조실록이 이전의 경험이나 사례를 확인하는 데 활용됨
- 사료의 특성 : 유일성, 재현불가능성, 개별성, 다양성(→ ∞), 저자의 다양성, 소재와 내용의 다양성, 배경의 다양성 ……
4) 통찰, 통합, 통용, 종합의 학문
- 초연결 사회, 복잡계에 대한 최적의 학문
5) 실용의 학문
- 주체의 다양성
- 목적의 다양성
6) 이야기의 학문 : 표현방식의 문학성, 예술성
- 표현의 무한성
→ 지도를 제작할 때 목적에 따라 축적, 주제가 다양하듯이 역사서술 역시 다양함
7) 과학성의 제한성과 포용(연결)의 무한성
- 분석방식의 과학성, 재현불가능, 검증방법의 제한
- 과학지상주의 극복 : 과학, 문학, 예술 등을 포괄적으로 수용
3. 중등역사교육의 목적과 특징
1) 역사교육의 목적과 목표 최상훈 외, <<역사교육의 내용과 방법>>, 서울 : 책과함께, 2007, 제1장.
① 교훈의 획득
② 유산의 전승 : 민족공동체 의식의 고취
③ 현재의 이해
④ 인격과 교양의 육성
⑤ 역사의식과 역사적 사고력 함양
- 역사의식 : 역사관, 자아의식, 존재의식, 시간의식, 변화(발전)의식, 문제(실천)의식
- 역사적 사고력 : 연대기 파악력, 역사적 탐구력, 역사적 상상력, 역사적 판단력
2) 역사교육의 목표 同上
① 역사과 학습평가를 위한 평가 범주
가. 역사적 사실과 개념에 대한 지식
나. 역사적 자료에 대한 해석
다.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
라. 역사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
마.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와 태도
② 역사교육 목표 분류
가. 지식·이해 : 역사적 사실의 이해, 역사의 주요 용어와 개념의 이해, 일반화 및 원리의 이해, 역사적 자료 및 탐구 방법의 이해
나. 기능 : 문제의 확인, 가설의 형성, 잘의 수집 및 분류, 분석, 평가, 해석, 추론 및 유추, 상상 및 감정이입, 의사결정, 종합, 가설의 검증 및 일반화, 적용, 전달
다. 가치·태도 : 역사에 대한 관심과 반응, 객관적인 태도, 개방적인 태도, 민주적 제가치의 존중, 의사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 민족사 및 민족문화에 대한 발전적 태도, 국제협력의 자세
3) 역사교육의 방법
- 지식 전달 위주
- 교사주도의 집단교육
- 답사 등 관찰
- 체험, 만들기, 재현하기 등
- 사료 분석하기
- 토론과 논쟁 등
4) 교육평가
- 지필평가 : 지식위주
- 수행평가 등
Ⅲ.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전망
1. 역사학 기반의 변화와 전망
1) 사료혁명
- 빅 데이터는 오독될 수 있다. 알고리즘의 구체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결론을 신뢰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수치에 약하므로 일방적으로 수용됨
- 방대한 자료이기 때문에 작은 주제라도 필요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 구글이나 정부와 같이 빅 데이터를 장악한 사람이 권력을 가짐
- 빅 데이터 시대 : 사료의 무한(빅데이터), 인공지능의 검색과 구성으로 역사구성(서술) 가능성 제고로 해독능력, 시간, 비용 단축.
- 역사가와 역사교사의 빅 데이터 이해 및 활용 능력 중요
2) 역사가 혁명 : 로봇역사가의 출현
- 인공지능을 통한 언어장벽 극복
예) 구굴의 세계 통합 : 구굴번역기를 통한 언어 장벽 극복
예) 승정원일기 번역에 인공지능 활용
- 로봇 역사가 : 모든 자료를 기억, 비교분석, 통계처리 및 그래프 작성, 문장구성
예) 로봇기자의 기사 작성, 일기예보 작성, 시 쓰기, 소설 쓰기, 광고제작 등
- 역사가와 역사교사의 인공지능 이해 및 활용 능력 필요
3) 역사 분석 혁명
-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를 상호 비교하여 추론 가능 : 파편화된 자료의 설명력 제고
-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예술, 공학, 자연과학 등 학문적 성과를 활용 : 끊어진 고리 메우기
- 주제의 다양화 가능
4) 역사 소비 혁명
- 욕망 혁명 : 실현 가능성의 제고로 욕망의 억제 풀림
: 꿈 → 사료 찾기 →有: 구성, 無 : 포기
: 욕망의 다양화 → 표현방식의 다양화
;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 동영사 등, 다큐, 팩션, 픽션
; 단, 경제력 중심 심화
- 인류역사의 발전에 따른 역사 소비 주체와 형태의 변화
: 휴먼시대 ; 유기지능 및 노동 시대(호모사피엔스시대 : 채집경제 →농업혁명 →공업혁명 →지식정보화 및 디지털혁명)
: 포스트휴먼 시대 : 21세기 혁명, 무기지능 및 무기(로봇)노동
→ 변화속도가 0에 수렴함
- 산업혁명 이후 대중시대 진입
: 자본가 확대, 임노동자 성장, 민주주의 확산,
- 양차대전 이후 후(탈)근대 진입, 냉전체제 해체 후 국가주의 약화, 자본의 독주
: 국가 주도 시대에서 기업과 개인 주도 시대로
: 포스트모더니즘, 다양한 조직, 계층, 개인이 역사를 소비할 수 있는 경제력 소유
→ 역사가의 물적 토대의 다양화 → 역사가와 역사교사의 활동영역 확대
예) 국가, 영주, 자본가, 지주, 지역사회, 종교집단, 시민단체, 노조, 각종 이익집단 및 목적 집단(동호회 등)
2016년 알파고의 충격 직후에 한양대학교 융합시스템학과 한재권 교수(로봇공학자)는
새로운 기회를 꿈꾸며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기술이 불안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다른 기술들처럼 인공지능 로봇 기술도 제어하는 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지금까지는 그 역할을 인문학이 담당해줬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발달할수록 올바른 방향을 잡아줄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인류는 어떤 창의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위기 때 마다 나타나는 영웅을 기다리듯이 새로운 사상을 기다리는 것 또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한재권, <로봇과 인공지능의 현황 및 전망>, <<미디어와 교육>> 제6권 제1호, 2016.6.
라고 하였다. 한 로봇공학자가 인문학에 거는 기대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2. 역사교육 기반의 변화와 전망
- 지구적 통합 가속화 → 국경 붕괴 → 교육 관점 확대
- 미래 직업시장의 변화 → 필요한 능력의 변화 → 기본역량강화 중심의 교육
- 교육 환경의 변화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 학생중심의 통합적 교육
-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변화 → 나이, 성별, 인종 등 → 敎學一體의 교육 실천
- 교육 목적과 목표의 변화 → 민주시민교육의 극복
- 교육의 유효기간 및 교육성과의 변화 등을 고려한 유연한 교육과정 재편
→ 교육 철학, 목표, 내용, 방법, 평가의 혁신 필요
아울러 전술한 한재권 교수는 직업 변화의 전망과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고소득 직종인 소위 ‘사’자가 붙는 직종들은 인공지능의 타겟이 될 직종들이다. 이미 현재에도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법률 서비스와 의료 진단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뉴욕의 월스트리트에는 펀드 매니저 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수가 더 많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점점 빠르게 심화되어 현재 선망 받는 직종인 변호사, 변리사, 의사, 약사, 기자, 통역사, 펀드 매니저 등의 직업은 경쟁력을 잃고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한다는 성공의 공식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한재권, <로봇과 인공지능의 현황 및 전망>, <<미디어와 교육>> 제6권 제1호, 2016.6.
라고 하였다. 그리고 21세기 교육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제언하였다.
격동의 21세기를 앞둔 지금, 인공지능 로봇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주고 있는가? 십년 이십년 후 인공지능 로봇이 여기저기서 활약을 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갖게 될까? 그 직업이 무엇이든 인공지능 로봇이 못하는 직업을 가져야할텐데 혹시 인공지능 로봇이 더 잘하는 것들을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단순 암기나 단순 수식 풀이와 같이 인공지능이 더 잘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은 실업자가 되라고 교육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백년지대계’의 교육이 십년 앞도 못 보면 그것을 과연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지금 인공지능 로봇과 경쟁을 할지, 협업을 할지, 아니면 로봇을 부리며 능력을 펼쳐나갈지의 갈림길 앞에 서있다. 지금은 우리 아이들에게 인공지능이 가지기 힘든 인간성을 갖춰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때이다. 보다 창의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과감하게 다시 설계해야할 시기이다. 미래가 아무리 복잡하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모험’, ‘도전’, ‘엉뚱함’, ‘우연’으로 나타나는 창의력과 감성을 포괄하는) 인간다움(인간성)이다. 결국 인간다운 사람이 희망이고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이다.
Ⅳ. 맺음말
역사학은 인문학의 중심이다. 인간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을 포기하지 않고 과거-현재-미래를 함께 다루되 과학성과 예술성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지금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과학을 비롯한 타 학문에게 난타를 당했던 과거에 매여 스스로 위축되어 작은 문제나 좁은 영역에 자신을 가두고 만족하고 있지 않은지, 권력과 자본에 봉사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지, 미래학으로서의 역사의 본질을 잊고 있는지는 않은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어른이 된 코끼리가 아직도 힘없는 아기 코끼리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모른 채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묘기를 부리면서 홍당무 몇 개에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역사학과 역사교육이 수행했던 역할과 그 무한한 가능성을 재인식한다면 21세기 인공지능시대의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지향도 비교적 명확하다. 21세기 사회적 요구에 눈감지 않고 스스로를 변혁하여 적극적으로 문제들을 대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상상력을 일으키고 상상력에 기초하여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고 재검토하는 것, 인류의 경험을 거시적으로 재구성하고 지혜를 드러내는 것, 빅 데이터나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과거 역사학의 한계를 돌파하는 것 등도 그 일부가 될 것이다.
역사학과 역사교육이 과거에서 미래를 보고, 미시에서 거시를 보고, 순간에서 영원을 보고, 개체에게서 전체를 보려하고, 인류의 공동선(Common Good)을 이루고자 하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시대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도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무용론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인류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에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방법, 용기와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아기 코끼리가 아니라 어른 코끼리이기를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포함한 다양한 열린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갖고 주체로서의 인간과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성찰할 때 해결의 길도 찾을 수 있다. 인류는 낯선 타자와의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자신을 수정하며 끝없이 변모해왔으며 주어진 상황이나 현상을 운명으로 수용하길 거부하며 과거-현재-미래를 一體로 상상하고 도전하며 한 걸음씩 진보해왔다. 이것은 곧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과정이었으며, 인류역사상 최악의 亂世인 지금도 그 역할과 발걸음을 멈추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참고1. 인공지능으로 사료 분석… 역사학의 ‘빅데이터 혁명’ 시작되나
입력 2016-06-20 03:00수정 2016-06-20 04:51
아주대 ‘디지털 역사학’ 학술대회
역사학에서도 ‘빅데이터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까.
조선 호적 자료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는 10여 년 전부터 등장했지만 최근 컴퓨터 알고리즘(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동으로 방대한 사료에서 의미 있는 텍스트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연구가 시도돼 주목된다.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기술), 기계학습, 세미-슈퍼바이즈드 러닝(준지도학습)….”
17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에서 열린 학술대회 ‘디지털 역사학의 시작’은 용어만 들어서는 꼭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의 대회 같았다. 아주대 디지털역사연구센터와 세계학연구소가 주최하고 학제간융합연구팀이 주관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컴퓨터공학, 미디어, 산업공학, 사학, 어문학 분야의 교수 및 연구원들이 공동 연구에 대해 중간발표를 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상국 아주대 사학과 교수는 ‘기계학습 기반 조선 전기 권력 메커니즘 추론’에서 조선 전기 권력집단을 2부류로 나눴다. 연구팀은 1476년 간행된 족보로 당대 권력층 절반 이상의 신상이 담겨 있다고 평가되는 ‘안동 권씨 성화보(成化譜·성화 연간에 만들어진 족보)’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1452∼1488년 관직에 있던 인물 1589명의 촌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어 이들이 실록에 기록된 사건에 대해 낸 찬성과 반대 등 의견에 따라 2개의 권력집단으로 분류했다.
문제는 1589명 중 일부(139명)만 의견을 낸 기록이 남아있고, 이들 역시 기준이 된 사건 모두(133건)가 아니라 일부에만 의견을 냈다는 것. 연구팀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기록이 없는 인물들이 어느 집단에 속할지 추정했다. 자체 분석에서 이 알고리즘은 68%의 정확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역사학에서 권문세족-신진사대부, 훈구-사림, 동인-서인 등의 틀로 나누는 권력집단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상국 교수는 “학맥과 지연 등의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이 같은 방법론을 통해 권력의 양상을 정량적으로 추론할 수 있고, 새로운 분류 틀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연구는 기존 학계의 실증 연구 방법론과 근본적으로 달라 여러 비판이 예상된다. 당장 사료에 의견이 없는 이들을 특정 집단에 속한다고 확률적으로 추정했다는 문제가 있다.
박만규 아주대 불문과 교수와 예홍진 사이버보안학과 교수 등은 고려사와 실록 데이터에서 관직 임면, 상벌을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의 개발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방대한 텍스트에서 권력 이동과 관련된 정치 행위를 인식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언어 형태소를 분석하고 관련 단어를 사전(온톨로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앞서 송양섭 고려대 교수 등은 10여 년 전부터 조선 후기 경상도 단성현의 호적 대장에 수록된 20여만 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종래의 ‘신분제 붕괴설’이 과장됐다는 등의 결론을 얻기도 했다. 다만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자료를 입력했고, 엑셀로 분석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6년 동안 인문한국(HK) 연구 과제를 심사했던 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보완할 것이 적지 않지만 역사학에서 체계적으로 융합 연구를 시도해 실제 결과물을 낸 첫 사례”라며 “인문학 자료의 전산화를 넘어 이제는 ‘디지털 인문학’으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60620/78750340/1#csidx11c724031fa199db6ad440384faa700
참고2 : 인공지능 재앙 막는 23가지 원칙
등록 :2017-03-16 16:05수정 :2017-03-16 16:06
세계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모여 인공지능 연구 지침 23가지를 만들었다. FLI 웹사이트
인간보다 우수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모습은 SF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예컨대 시리즈물로 나온 영화 <터미네이터>에선 미래의 인공지능이 현재의 인간을 공격하려 시간을 거슬러 나타나고, <매트릭스>에선 인간의 기억마저 인공지능이 조작한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머지않은 장래에 SF의 상상력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 유수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의 휴양지 아실로마에서 ‘이로운 인공지능 회의’(Beneficial AI conference)를 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미래 인공지능 연구의 23가지 원칙’이다.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세계 바둑 최강자를 깬 알파고의 개발책임자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 레이 커즈와일 구글 기술이사 등 전문가 수백명이 동의의 뜻으로 서명을 마쳤다.
회의 장소 이름을 따 ‘아실로마 AI 원칙’( Asilomar AI Principles)이라고도 불리는 이 원칙은 연구 이슈(5개항), 윤리와 가치(13개항), 장기 이슈(5개항) 3개 범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 이하 FLI, http://futureoflife.org/)는 “우리는 이 원칙들이 인공지능의 힘이 미래에 어떻게 모든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열정적인 토론의 재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항목들은 100명이 넘는 참가자의 90%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들이다. 학계와 엔지니어는 물론,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를 포함한 기업인들을 합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마지막 23번째 원칙으로 제시된 ‘공동선’(Common Good)이다. 초지능은 널리 공유되는 윤리적 이상을 위해서, 그리고 하나의 나라와 조직이 아닌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만 개발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부 교수이자 인류미래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닉 보스트롬의 정의에 따르면 초지능이란 “과학적 창의성, 일반적인 지혜와 사회적 기술을 포함한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인간 두뇌보다 훨씬 똑똑한 지성“을 말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관리, 기술 공유도 강조한다.
23가지 원칙의 주요 내용들은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유명한 ‘로봇 3원칙’(Three Laws of Robotics)을 연상시킨다. 그는 1950년에 낸 저서 <아이 로봇(I Robot)>에서 로봇의 행동을 통제하는 원칙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해 있는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로봇은 앞의 두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인류의 이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서로 일맥상통한다.
회의 참가자 중 한 명인 패트릭 린 교수(캘리포니아 폴리텍주립대)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인간의 결정을 자동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전기가 양초를 대체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기즈모도>와의 인터뷰에서 말한다. 그는 “잠재적 위험이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효율과 이익에 중점을 두는 시장경제가 인공지능을 이끄는 데 맞서, 인공지능 연구의 방향을 좋은 쪽으로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규범을 일찍 확립하는 것이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아실로마 원칙들은 또 과학자들이 정부 및 법률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사회가 인공지능 발전 속도와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이 원칙에 서명한 사람은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연구자 800여명을 포함해 모두 2천여명에 이른다.
23가지 원칙은 서문에서 인공지능 연구의 원칙을 만든 이유에 대해 “앞으로 수십년 또는 수백년 동안 사람들을 돕고 힘을 줄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 연구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험을 경계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제1항에서 “인간에게 이로운 지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마지막 항목인 제23항에서 “ AI 시스템은 엄격한 통제 절차를 따라야 하며, 한 국가나 조직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만 개발돼야 한다.”는 선언으로 끝을 맺었다.
◇인공지능 연구의 이슈 5가지
아실로마의 인공지능 개발 원칙 23가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범주인 연구 이슈는 다섯 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연구자는 인간에게 이로운 지능을 개발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가장 먼저 앞세우고 있다. 투자 역시 이 분야에 집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쟁을 피하고 연구자와 정책입안자, 연구자들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1. 연구목표 : 인공지능 연구의 목표는 방향성 없는 지능이 아닌 인간에게 이로운 지능을 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2. 연구비 지원 :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는 인공지능의 유익한 이용을 보장하는 문제에 대한 지원을 수반해야 한다. 여기엔 컴퓨터 과학, 경제, 법, 윤리 및 사회 연구 분야의 어려운 질문들이 포함된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 우리는 미래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 수 있나? 그래서 오작동이나 해킹 없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인공지능이 수행하도록 할 수 있나?
- 우리는 인간 자원과 목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동화를 통해 얼마나 더 번영해갈 수 있나?
- 우리는 인공지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그리고 인공지능과 관련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법 체계를 얼마나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체계로 업데이트할 수 있나?
- 인공지능은 어떤 가치들에 맞춰 조정돼야 하며, 어떤 법적·윤리적 지위를 가져야 하나?
3. 과학과 정책의 연결 : 인공지능 연구자와 정책입안자 사이에 건설적이고 건강한 교류가 있어야 한다.
4. 연구문화 : 인공지능 연구자와 개발자 사이에 협력, 신뢰, 투명성의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5. 경쟁 회피 :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팀들은 부실한 안전기준을 피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켜야 할 윤리와 가치 13가지
둘째 범주인 ‘윤리와 가치’는 13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전체 23개 항목의 절반이 넘는다. 그만큼 인공지능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범주라는 뜻이다. 시스템의 안전과 시스템 설계·구축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가치에 적합해야 하고 인간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항목은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자동무기에 대한 경고를 특정해서 별도의 항목으로 밝힌 점이 눈에 띈다.
6. 안전 : 인공지능 시스템은 작동 수명 기간을 통틀어 안전하고 안정적이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 적용·구현이 가능한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7. 장애 투명성 : 인공지능 시스템이 피해를 유발할 경우,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8. 사법 투명성 : 사법적 결정에서 자동시스템이 개입할 경우, 권한이 있는 감사 당국에 만족할 만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9. 책임성 :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 설계자 및 구축자는 인공지능의 이용, 오용 및 행동의 도덕적 영향력에서 이해 관계자이며, 그에 따르는 책임과 기회를 갖고 있다.
10. 가치 정렬 : 고도의 자동 인공지능 시스템은 작동하는 동안 그 목표와 행동이 인간의 가치와 잘 어우러지도록 설계돼야 한다.
11. 인간의 가치 : 인공지능 시스템은 인간의 존엄, 권리, 자유 및 문화적 다양성의 이상에 적합하도록 설계되고 운용돼야 한다.
12. 프라이버시 : 인공지능 시스템에 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경우, 사람에겐 그 데이터에 접근, 관리, 통제 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13. 자유와 프라이버시 : 개인 데이터에 대한 인공지능 적용이 사람들의 실제 또는 스스로 인지하는 자유를 부당하게 축소해서는 안된다.
14. 공동의 이익 : 인공지능 기술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줘야 한다.
15. 공동의 번영 :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번영은 널리 공유돼, 모든 인류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16. 인간통제 : 인간은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사결정을 위임할지 여부와 그 방법을 선택해, 인간이 선택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17. 비 전복 : 고도화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제함으로써 갖게 되는 힘은 사회의 건강도를 좌우하는 사회적, 시민적 절차를 뒤집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개선해야 한다.
18. 인공지능 군비 경쟁 : 치명적인 자동 무기에 대한 군비 경쟁은 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염두에 둬야 할 5가지
셋째 범주인 ‘장기 이슈’는 5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넘어 지구 생명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자각하고 있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초지능의 출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초지능이 인류에 해가 되지 않도록 ‘공동의 선’이라는 가치에 봉사하도록 개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19. 능력 경계 : 어떤 일치된 합의가 없으므로, 우리는 미래 인공지능 능력의 상한선에 관한 강력한 가정을 피해야 한다.
20. 중요성 : 고등 인공지능은 지구 생명의 역사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그에 상응하는 관심과 자원을 계획하고 관리해야 한다.
21. 위험 : 인공지능 시스템이 야기하는 위험, 특히 파국적이거나 실재하는 위험은 예상되는 영향에 맞춰 계획하고 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22. 반복적 자기개선 : 급속한 양적, 양적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 자기개선이나 자기복제를 반복적으로 하게끔 설계된 인공지능 시스템은 엄격한 안전 및 통제 조처를 받아야 한다.
23. 공동선 : 초지능은 오로지 널리 공유되는 윤리적 이상을 위해, 그리고 하나의 국가나 조직이 아닌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개발돼야 한다.
FLI는 2014년 3월 MIT 우주론자 막스 테그마크(Max Tegmark), 스카이프 공동창업자 얀 탈린(Jaan Tallinn) 등이 만든 단체로, 밝은 미래상을 개발하고 삶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활동 목표로 삼고 있다.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등이 과학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biznews/786763.html#csidx55e46431c6271858ee4a6d9f97cded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