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의 理致와 人體의 生命科學
[醫易通說] 을 중심으로
德田 張俸赫
1. 서론(序論)
이치(理致)의 높고 깊음이 역(易)의 이치보다 더 높고 깊을 수가 없다고 할 수 있으니, 동양 전통의술로서의 인체 생명과학은 그 이치가 易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동양(東洋)의 유불선(儒佛仙) 삼도(三道)가 각기 그 특징이 있으니 불가의 핵심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治心)이요, 선가의 핵심은 몸을 다스리는 것(治身)이요, 유가의 핵심은 세상을 다스리는 것(治世)인데, 세상을 다스리려 하는 자가 자기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지 않고서야 어찌 세상을 다스린다고 할 수 있으랴?
역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이치가 있으니, 천지자연의 마음은 사사로이 고쳐 옮기는 일이 없으며 항상 본심(本心)으로 작용하고 운행하는 것을 보고 배워야한다고 하여, 복괘(復卦)의 단전(彖傳)에서 "회복함에 그 하늘과 땅의 마음을 볼진저:復에 其見天地之心乎 져."라고 일러주고 있다. 또한 익괘(益卦)의 효사(爻辭)에서는 사람의 마음에 대하여 "마음을 세워서 항상 하지 않으니 흉하게 된다:立心勿恒이니 凶하니라."고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주역의 경문에는 마음에 관하여 28회나 언급하고 있다.
물론 불가(佛家)의 마음에 관한 학술사상은 인간의 심층심리와 의식을 여덟 가지 단계(八識:眼 耳 鼻 舌 身 意 末那 阿賴耶)로 분류하여 실제의 내가 의식 속에 감추어지는(執我) 마음의 종적(阿賴耶識)까지를 추구하고 있으나, 易에서는 인간의 마음에 대하여 '천지 자연의 고쳐 옮기는 일이 없는 마음'을 보고 배우라고 하였다.
역에는 몸을 다스리는 방법(治身)이 있어, 이치적으로 인체생명과학적인 차원에서 일찍부터 의역술(醫易術)이 발전 계승되어 왔다고 보여진다. 한편으로는 몸을 다스리는 이치가 선도(仙道)에 있다고 하여, 초기의 선가(仙家)에서 발전시킨 장생불사약이라고 하는 연단(鍊丹)은, 이치적으로 자연의 이치에 대입(代入)한 것이라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연단'으로 신선이 된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더욱이 그 장생불사약을 복용했던 지체 높은 제왕들은 중금속 중독으로 더 빨리 죽어갔던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혈류(血流)가 썩어서 끊기므로 피가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피의 성분에 수은이나 중금속을 함유하게 하여 부패(腐敗)를 막고자 한 것이 연단(鍊丹)의 장생불사약이었는데, 그 약을 먹고 죽어갔던 제왕들의 최후의 모습은 수족이 마비되거나 가슴을 쥐어 뜯으며 죽어갔다고 하니 오늘날의 과학에서 밝혀진 수은이나 중금속 중독의 모습인 것이다. 그 뒤로 '연금단약(鍊金丹藥)'이라는 의미로서의 연단(鍊丹)이기보다는, '수련단전(修鍊丹田)'이라는 의미로, '연단(鍊丹)'이라는 어휘가 체기(體氣)를 단전(丹田)에 모으는 수련법으로서 통용되게 이르렀던 것이다.
선가(仙家) 즉 도가(道家)에서 단전수련법(丹田修鍊法)과 더불어 태식법(胎息法)이라던가 도인법(導引法), 혹은 기공법(氣功法)이 주역의 인신팔괘(人身八卦)와 무관하지 않으니, 이러한 것을 볼 때 이치로서의 높음이나 깊은 것이 역의 이치보다 더한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선천팔괘(先天八卦)와 생명과학(生命科學)
선천팔괘의 순서는 일건천(一乾天) 이태택(二兌澤) 삼리화(三離火) 사진뢰(四震雷) 오손풍(五巽風) 육감수(六坎水) 칠간산(七艮山) 팔곤지(八坤地)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이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기 전의 인체형성과정이 선천팔괘의 순서와 같은 과정으로 형성되고, 더욱이 모태(母胎)에 있을 때에는 선천팔괘의 이치가, 출생이후에는 후천 팔괘의 이치가 인체의 생명과학을 지배한다는 동양의학의 한 학설은 흥미로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에 있어서도 이 학설을 부정하지 못하고 이 학설의 이치를 적용하여 간다고 하니 더욱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학설을 발표한 사람은, 청말(淸末) 민국(民國)초기의 의술가(醫術家)인 당종해(唐宗海 1862~1918)이다. 그는 동양의 의술과 서양의 의술에 있어서 인체의 생명과학적 이치의 근거를 비교검토하는 연구를 하여, [중서회통의경정의(中西匯通醫經精義)]라는 책을 저술하였으며, 중국 최초로 치병술에 대한 학술적인 체계를 세워놓은 장궤(張机:호는 仲景 150~219)의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과 [금궤요략(金 要略)]에 대하여 註를 달고 補正하였다. 또한 수많은 의술서적을 저술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유명한 저술은 易의 이치를 응용하여 저술한 [의역통설(醫易通說)]이다.
당종해는 이 책에서 先天八卦를 논하면서 사람이 모태에서 출생하기 전의 인체형성과정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선천팔괘의 차서(次序)를 추연(推衍)하여 본다면 사람이 모태에서 인체가 형성될 때에 그 첫 달에 한점의 으뜸이 되는 양(陽)의 정기(精氣)는 일건천(一乾天)에 응하는 것이 되고,
둘째달에는 기(氣)가 있으면 액(液)이 있게 되며 기가 또한 액으로 화하니 이태택(二兌澤)에 응하는 것이 되어 택액(澤液)을 주관하고,
세째달에는 기(氣)와 택액(澤液)이 화(化)하여 합(合)하면서 열(熱)이 되는데 삼리화(三離火)에 응하는 것이 되고,
네째달에는 태아(胎兒)로서 모습을 갖추고 움직이니 사진뢰(四震雷)에 응하는 것이 되고,
다섯째달에는 모기(母氣)를 따라 호흡(呼吸)을 하게 되니 오손풍(五巽風)에 응하는 것이 되고,
여섯째달에는 태수(胎水)가 비로소 많아지니 육감수(六坎水)에 응하는 것이 되고,
일곱째달에는 태아의 장위(腸胃)가 이미 갖추어지니 칠간산(七艮山)에 응하는 것이 되고,
여덟째달에는 살과 근육이 모두 이루어지니 팔곤지(八坤地)에 응하게 되어 형체가 구전(俱全)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모태(母胎)에서 8개월을 지나서 출생하면 쉽게 기를 수 있으나, 8개월을 채우지 못한 신생아는 기르기가 어렵다.
위와 같은 당종해(唐宗海)의 선천팔괘에 관한 추연은 서양의술의 해부학적차원에서도 적중한다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고래로 우리의 주변에서도 칠삭(七朔)동이는 기르기가 어려우나 팔삭동이는 기르기 쉽다는 말이 있으니, 다시 말하면 7개월만에 출생한 태아는 다수가 살 수 없으나 8개월만에 출생한 태아는 다수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통적인 태아에 관한 관점인 것이다.
여기에 관한 가장 비근한 예를 들자면 금년 11월 7일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Supiegel)에 기사화된 내용으로서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있는 독일의 한 여자를 검시하던 병원의 의료팀은 여자의 뱃속에 4개월이 된 태아가 아직 살아 있는데, 이 태아를 살려내기 위하여서는 앞으로 18주(126일)동안을 뇌사상태
임산모에게 산소호흡을 시키고 영양분을 주입하여야한다고 하여 그 가족에게 뇌사자 인도를 거부함으로서 사회문제화 되고 시사주간지에 기사화 되었던 것으로, 의료팀이 주장하는 4개월된 태아를 18주간 더 모태(母胎)에 머물게 해야 태아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은 그 기간을 합산하여 보면 8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이 이치는 인체의 생명과학의 이치에 응하는 것이 되니 가히 신비롭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당종해(唐宗海)는 선천팔괘와 인체의 생명과학적인 이치를 다시 부연하여 서술하였으니, 사람이 모태에서 먼저 두(頭)가 생기는 일건천(一乾天)이 되고, 다음에 폐(肺)가 생겨나니 이태택(二兌澤)이 되고, 다음에 심장이 생겨나니 삼리화(三離火)가 되고, 다음에 간(肝)과 담(膽)이 생겨나니 사진뢰(四震雷)와 오손풍(五巽風)이 된다. 다음은 신장(腎臟)이 생겨나니 육감수(六坎水)가 되고, 다음으로 장(腸)과 위(胃)가 생겨나니 칠간산(七艮山)이 되고, 다음으로 살과 근육이 생겨나니 팔곤지(八坤地)가 된다.
사람이 태어나기 전이 선천이요, 태어난 이후가 후천이니 태어나기 전의 어머니 뱃속의 태아를 선천팔괘의 이치로서 취상(取象)한 당종해의 의론(醫論)은 후진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의 금궤진언(金 眞言)을 살펴보면, 오장(五臟)인 심(心) 폐(肺) 간(肝) 신(腎) 비(脾)는 음(陰)이고, 육부(六腑)인 대장(大腸) 소장(小腸) 위(胃) 담(膽) 방광(膀胱) 삼초(三焦)는 양(陽)이라 하였는데, 이 구절을 증명이나 하듯이 표시된 음금(陰金)의 태(兌)가 오장의 한가지인 폐(肺)를 주관하게 되니, 양금(陽金)의 건(乾)은 육부(六腑)중의 한가지인 대장(大腸)을 주관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음토(陰土)의 곤(坤)이 음인 오장의 비(脾)를 주관하니 양토(陽土) 간(艮)은 양인 육부 중에 하나인 소장(小腸)을 주관하게 된 것이다.
- 학고방 1998념 감행 <학역종술>에서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신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