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원문학전집 . 2
3. 하우씨의 치수
중국의 전설속에 나라,하(夏)나라를 세운 하우씨(夏禹氏)는 사(姒)문명(文命)이다. 하남(河南)의 동부인 하(夏)에서 태어나 하남(河南)의 남서부인기(杞)에 나라를 세웠다.
나는 상생상극의 시원이 된 하우씨(夏禹氏)의 치수(治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상극의 기원은 인류가 생기면서 시작되었다.자연의 물건을 취하는 것 자체가 상극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하나의 이치인줄을 알지 못하였다.그 후 태호 복희씨가 용마하도에서 상생의 도를 들고 나왔으나 요순시대에 들어서서는 그것을 생활에 직접 이용하기에는 부족하였다.
요(堯)가 도당(陶唐)임금의 자리에 있을 때이다.요는70여 년간 나라를 다스렸다.그 중에9년의 대홍수가 있었다.
‘곤(鯤)’에게 명하면 일이 잘 될 것입니다.한 신하가 추천을 하여 곤에게 치수의 대임을 맡겼다.큰 강가의 부락장으로 있던 곤은 늘 물과 같이 지냈기에 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자신있었다. ‘곤’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큰 물고기를 뜻하지 않은가.
9년의 홍수가 시작되었다.이때 곤이 한 방법은 제도사매(堤堵僿埋)였다.이 방법은 넘치는 물은 제방을 쌓아 단단히 막는 일이었다.침수지에는 흙을 넣어 메웠다.이렇게 막는 방법은 큰 물이 계속 흐를 때엔 소용없는 일이었다.이 방법이 상극법이다.즉 곤은 상극의 법을 이용하여 홍수를 다스리려고 하였지만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후 신하 사악이 당요(唐堯)에게 순(舜)을 추천하였다.순은 지략이 뛰어난 사람이고 매사에 철저하였다.곧 그의 명성은 높아갔다.제요(帝堯)는 순에게 대임(大任)을 맡기고 두 딸을 순에게 시집보냈다.두 딸이 아황과 여영이다.순은 점차 정치의 실권을 잡았다.곤에게 치수의 잘못을 물어 옥에 가두고 굶겨 죽였다.이 모습을 본 아들 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순은 요임금의 아들 단주를 물리치고 제위에 올랐다.
순이 제위에 올랐으나 치수는 늘 골칫거리였다. “적임자로 마땅한 사람이 없겠느냐?”순이 고민에 잠겼을 때 한 신하가 건의하였다.
“곤의 아들 우를 그 자리에 임명하십시오.”
“아니 그게 될 법한 말인가?”
“그렇습니다.그렇게 하면 우는 아버지의 일을 알기에 잘못되면 어찌된다는 것을 알기에 반드시 심혈을 기울여 성사시킬 것입니 다.”
이에 제순(帝舜)은 우(禹)를 임명하였다.우(禹)는 아버지가 하던 치수의 일을 맡았다.등골이 서늘해 옴을 어찌할 수 없었다. ‘어찌하면 좋을 것인가?’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 여보,이제 내가 이 일로 부친처럼 죽을지도 모르오.그러니 이제부턴 치수 성공을 위해서만 골몰할 테니 부인도 그리 아시오.”
아기를 잉태한 부인을 위로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가혹한 말만 털어놓아야 했다. 13년의 홍수가 몰려오고 있었다.
우(禹)그는 온통 치수에만 매달렸다. ‘어찌하면 치수를 성공리에 할 수 있을까?’그러다가 동쪽으로 가서 형산(衡山)에 올라 천제를 지냈다.백마를 잡아 그 피를 내어 정성을 들였다.그러나 아무런 징험도 없자,크게 실망한 나머지 산꼭대기로 올라 통곡을 쏟아놓았다.얼마나 크게 울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지쳐 잠이 들었다.꿈에 한 신인이 나타나서 말했다.
“도산(塗산)의 황제바위 아래에서 석달간 몸을 깨끗이 하고 기도를 한 후 다시 산위로 올라와 바위를 들어보라고 하였다.
우(禹)는 석달 동안 재계(齋戒)한 후 경자일에 산을 오르니 그곳에서 진기한 신서(神書)를 얻었다.그 책으로 치수의 원리를 알아내었는데,다름 아닌 오행의 상생원리였다.이 오행의 원리를 터득한 후에 그는 치수의 방법으로 연장소도(湮障疏導:물이 넘치면 그 흐름을 터주고 막힌 물은 뚫어서 물길을 열게한다.)의 방법(方法)이었다.이 방법은 상생의 방법임을 알 수 있다.상생의 치수법은 새로운 묘책이었고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극적으로 치수에 성공을 거두게 된 우(禹)는 제방을 쌓고 그 흐름을13수로(十三 水路)로 터놓았는데,이런 과정에서 우(禹)의 세력은 순임금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여졌다.급기야 우(禹)는 그 수로를 이용하여 순의 군대를 공격하게 된다.그리하여 창오(蒼梧)의 들판에서 순임금을 무찔러 아버지의 한을 풀어내었다.우(禹)가 치수사업에 골몰할 때에 자신의 집 앞을 지나칠 때에도 감히 집에 들르지를 못하였던 일이 떠올랐다.임신한 부인이 아기를 낳았을 때에도 찾아가 즐거움을 나타낼 수도 없었다.집 앞을 지날 때에는 부인이 아기를 안고 나와“저기 가시는 분이 아버님이시다.손을 흔들어 보여라.”하며 아이가 손을 흔들어 보일 때에도 못 본 체하고 그냥 가야만 했었다.
순임금의 비(妃)인 아황과 여영은 순임금이 전사했다는 급보를 받고 달려가 그의 시신을 찾아보지만 실패로 돌아가자,소상강(동정호의 지류)에 뛰어 들어 생을 마감한다.
우(禹)는 하나라를 세우며9주를 열었다. 9주에는9개의 물길을 열고 제방을 튼튼히 쌓아 수해의 피해를 막았다. 9산에는 전부 측량을 하여 유용하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저 유명한 하우씨(夏禹氏)는 아버지가 한 상극법을 토대로 하여 상생법으로 치수(治水)에 성공하였다.상생과 상극의 법은 정치의 도로 이용되어 왔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우씨가 발견했다는 신구의 낙서에는 외형적으로 상극의 운행으로 진행되지만12지지를 대입하면 내적으로는 상생의 모습을 볼 수 있다.사실,복희씨가 창안한 하도의 오행상생 흐름을 하우씨가 이용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정치질서로 상극의 신구낙서를 내놓았던 것이다.
(참고)
복희씨가 복희8괘의 복희역을 내놓아 정연한 정치 이념을 제시한 데 비해 하우씨는 치수에 골몰한 나머지 산과 바람의 이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그의 연산역은 복희씨가 첫머리(남쪽)에 건괘 북쪽에는 곤괘를 놓은 반면 하우씨의 연산역에서는 첫머리(남쪽)에 산괘를 북쪽에는 바람괘를 놓았음으로 알 수 있다.바람의 흐름을 알면 물의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건곤은 동서로 나누어놓았다.동남간은 진괘,서북간은 리괘,서남간은 감괘,동북간은 태괘로 배치하였다.
4. 경이로운 폭력적 언어의 은유
홍경희 시인이 [기억의 0번 출구]라는 시집을 내었다. 2017년 9월이다. 횡성에서 출생하였지만 춘천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2014년 <시인정신>으로 등단하였다. 등단 3년 째 시집을 냈다.
그의 시적 언어는 일상 언어의 체계에서 비켜나 있다. 그런 짐작은 시집 제목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류 속에 부침하는 우리 사회, 고통의 일상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의 하나가 매일 아스피린을 먹는 일이라고 술회한다.
말밥굽 소리가 운명곡처럼 들린다
취한 듯이
블렉홀 같은 경마장으로 몰려드는
삼팔광땡의 겁데기들,
세상이 온통 오류 속의 오류다
두통이 두통을 화려하게 산란하는 밤
- ‘매일 아스피린을 먹는다’ 끝 연 -
시집 전체를 통관하는 호흡은 ‘통쾌한 배설’이다. 가려움을 강렬하게 긁어주는 언어들은, 거의 폭력적이다. 그렇기에 더 강한 울림을 준다.
세상을 살다가 도는 세상 속에 부처처럼 떠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때가 있다. ‘세상은 기만이고 썪었구나!’ 이런 생각이 몇 번 씩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출구가 없는 것이다. ‘0번 출구’이다 그렇지만 가끔 이 시집을 읽으면 위안이 되기도한다.
시 ‘불온한 수평선’에선 어둠의 짐승 일 뿐이라고 조롱하며 자신을 비웃는다.
‘은빛 칼날을 세우는 / 너, / 어찌하란 말이냐, 넌 한 마리 // 흰 어둠의 짐승일 뿐, 난 / 창살에 갇힌 한 접시의 달빛일 뿐’이라고 토로한다.
시인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기존의 이미지를 거세했다. 이 지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기, 폭행, 살인 등의 사건, 사고가 매일 일어나는 우리 시대. 그것도 대형 사고이다. 이러한 사회 불안과 사회의 오류를 시인은 보았다. 신도 잠들지 못하는 밤을 말이다. 시, <대관령 아리랑>에서도 이런 징후를 읽을 수 있다.
- 윗부분 줄임 -
제왕산 아래 도시들은
모든 귀를 닫고 침묵한다
혛관이 검게 그을린 공장들이
비틀거리며 산다
무덤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은 아파트
매연으로 외눈박이가 된 바람,
도시의 비문을 닦는다
바다가 떠나간 어선들은
불안을 덮고 누웠다
하얀 소복을 입은 이 밤,
신들은 잠 못들고 있다
- ‘대관령 아리랑’ 후반부 -
사물을 대할 때 경이롭지 못하면 시인이 아니다. 시인의 눈에 들어온 경이로움은 시인의 손끝에서 활달하게 펼쳐진다. 사물을 대하는 시인의 눈은 경이로움으로 차 있다. 그 표현 또한 경이로움의 언어들로 채워진 점은 정말 주목할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