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얼음도 녹는다는 우수도 며칠 지나고 바람없이 조금 찌푸린 날 인적드문 산골로 봄을 찾으러 갔습니다 아직은 겨울빛이 가득하지만 속에는 초록 기운을 머금고 있는 춘천을 지나 명륜동버스 정류소에서 양산가는 버슬를 타고 예전 터미널 부근에서 내렸습니다.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니 산행 안내도가 나타납니다 중부산성 - 계석마을로 금정산을 오를 때 건너편에 보이는 정자가 있는 그 곳입니다.
계원사 입구의 조망이 제법 괜찮습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도 보이고 멀리 선암산과 능걸산도 보입니다. 바위는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습니다. 절에서는 부처상도 바위 부근에 세우니 말입니다^^
입구에 초소도 없이 산불 감시하는 떠돌이 감시 아저씨와 인사 나누고, 안내도를 읽어 보니 이 부근의 유적에 대한 설명입니다. 5-6세기경의 고분들에 대한 내용 설명입니다. 이런 내용을 읽을 때 마다 예전 부터 이 곳에서 계속해서 살아오는 후손이 있을까? 아니면 다른 어디에서 역사를 이어가고 있을까? 사라졌을까? 하는 허망한 의문들이 생깁니다. 잘 생긴 소나무가 호위하는 산책길을 따라 정자가 보이는 안부에 오르니 정자 옆에 이 곳의 산이름이 동산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이 곳에 있었던 조선 초기에 폐성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안내도도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다방에서 시작되는 금정산의 능선과 뾰죽한 계명봉이 보이고 북으로는 영축산 줄기도 보이지만 날이 흐려 흐릿합니다. 양산대학과 법기터널 접속도로도 한번 바라보고 길을 따라 갑니다. 계속 가다보면 낙동정맥길과 만나겠지만 다른 길로 가더라도 관계는 없습니다. 어느 양지바른 비탈에서 성질 급한 꽃이라도 한송이 보면 오늘의 목적은 달성되니까요! 작은 봉우리를 오르면 이 줄기의 제일 높은 봉우리를 만나고 지나왔던 산성 방향이 거꾸로 표시된 엉터리 이정표를 만납니다.
인적없는 이 곳에 반가운 시그널들이 보여 배낭을 뒤져 시그널 한개 달아 봅니다^^ 계속 가다보니 어느새 길이 사라지고 ... 로프같은 이상한 식물을 지나 도로로 내려섭니다. 지도를 보니 내송으로 연결되는 도로입니다. 반가운 시그널이 보여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가마터 안내도도 보이지만 어딘지는 모르겠습니다. 금정산 능선 한번 바라보고 농장 담 옆을 따라 가다 보니 나뭇가지에 움트는 순이 보입니다 어떤 것이던지 새롭게 시작되는 것들은 아름답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이리저리 목적없이 가다보니 길도 없는 산비탈로 들어 섰습니다 물가도 아닌 이 곳에 갈대도 보이고 ...
개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축사 냄새에 머리가 띵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임도를 만나니 임도가 그리도 멋지게 보입니다 ^^ 개간 중인 농장터 너머로 흐린 날 산들의 너울이 멋지게 보입니다
멀리 양산대학이 보이는 것을 보니 농장들 때문에 산 비탈을 빙글 빙글 돌았던 모양입니다 ㅠㅠ
다시 인적없는 임도를 따라 정처없이 오릅니다
흐린 날 임도의 아련한 조망을 즐기며 한참 걷다
지도를 살펴보니 정맥길과 만났습니다. 정맥길은 시그널이 워낙 많이 붙어 있기에 길찾기는 어렵지 않아 룰루랄라 즐겁게 걷다보니 어느새 여락고개 입니다. 정맥길을 따르려다 시간도 제법 되었고
조경농장의 경치를 구경하며 송정리쪽을 향합니다
아가피아 농원도 보입니다. 지금도 예전의 그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 궁급합니다. 멀리 철마산과 거문산 공덕산이 바라보이는 도로를 내려오니 내 젊음의 기억이 닮겼던 송정리가 보입니다 대우그룹의 주력기업의 하나인 대우정밀이 있던 이 곳 송정리! 이 곳에서 보냈던 스무해의 기억들, 즐거웠던 기억들, 회한이 서린 기억들을 한참동안 되새겨 봅니다. 이하봉이 보이는 조경농장을 지나고 추억의 동면 우체국을 지나며 오늘의 여정을 마칩니다. 해운대 역을 지나는 차창에 봄비가 내립니다
봄을 찾아서 2
아련이 보이는 봉우리 따라 다른이 흔적없는 길을 떠난다
저 임도 건너면 찾으려나 저 봉우리 넘으면 보이려나
그리움 깊은 낙옆 지나고 회한 엉킨 덩굴 헤친다
문득 움트는 나뭇가지에 메달린 젊은 날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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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상의 변두리에서 원문보기 글쓴이: 남연
첫댓글 아,, 마지막에 있는 시 한편이 너무 좋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