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명:힘내라 달팽이
저:박승우
출:상상출판사
독정:22년 9월 20일
<모닥불>
추운 겨울 시장에서
채소 파는 할머니에겐
“시금치 한 단요.”
“부추 한 단요.”
이 말이 모닥불이다
할머니 얼굴이
활짝 피어난다
할머니가 덤으로
한 줌 더 넣어준다
덤도 모닥불이다
손님들 얼굴도
활짝 피어난다
(내 생각-장터에서 나누는 정은 모닥불 인정이다)
<일자리>
일벌은
하루에도 수백 번
일자리를 옮겨 다닌다
일자리는 수없이 많고
모두 꽃자리다
일자리 못 구해서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청년들과 비교 된다
(내 생각- 청년들에게도 꽃자리 같은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
<달력의 날짜>
난 너희들이
맘대로 ‘빼먹을 수 있는
곶감이 아니야
하루에 하나씩
차례대로 빼먹어야 해
달콤하지만도 않아
습쓸하거나 외로운 맛일 수도 있어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날마다 맛이 달라
알았으면 잘 요리해!
(내 생각- 씁슬한 맛도 달콤하게 요리하면 제일가는 요리사가 될 테지)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해도보고 달도 보고 별도 보고 모두를 사랑하는데
해바라기라고 오해받아 억울해요
항상 웃는 것이 아닌데
웃다가 오해받아 억울해요
어쩜 해바라기는 아무도 보지 않는 깜깜한 밤
혼자 울고 있을지도 몰라
(내생각- 선생님들 마음 같다. 선생은 학반 아이들을 모두 사랑하는데
아이들은 특정 아이만 사랑한다고 오해한다.)
<아기별>
하늘 운동장에 아기별들 너무 많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엄마별만 알아보겠다
(내 생각-하늘을 운동장으로 가져온 시인의 기발한 발상에 감탄)
<참새와 탱자나무>
참새는 가시 많은 탱자나무를
무서워하지 않고 자꾸 찾아갔어요
탱자나무 가시는 고 작고 여린 참새를
찌를 수가 없었어요
참새 노랫소리 듣고 자란 탱자나무는
열매에 노래를 동글동글 담았어요
탱자나무 가시 사이로
상큼한 참새 노래가 주렁주렁 열렸어요
(내 생각- 공격하지 않고 받아 품으면 상큼한 열매가 된다)
<함박눈>
함박 함박
쏟아지는 저 눈
넌 뭐라면 좋겠니? 난 말이면 좋겠다.
저렇게 하얗고 탐스러운 것이 말이라면
분명 기분 좋은 말릴 테니까
함박웃음 짓게 하는 말일 테니까
미워하는 마음 하나도 섞여 있지 않을 테니까
함박말이 동네마다
소복소복 쌓이면 좋겠다
함박말을 동글동글 뭉쳐
서로에게 던지면 좋겠다
(내 생각: 서로에게 곱게 말하면 좋을 텐데. 그쵸?)
<버섯>
비 그쳤는데
우산 들고 나온다
한번 쓰면
접을 줄도 모른다
버섯아, 판단력 좀 키워라
(내 생각-해도 가리고 싶나 봐)
<참새와 허수아비>
관계는 변하나 봐요
참새는 허수아비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허수아비는 참새를 쫓을 생각이 없고요
서로를 알라가면서 둘이 친해졌나 봐요
허수아비는 참새가 앉을 자리가 되어 주고
참새는 허수아비 어께에 앉아 노래를 불러 줘요
들판이 참 평화로워졌어요.
(내 생각-시인의 따스한 눈은 따스한 관계를 건져 올린다)
<플라스틱의 결심>
플라스틱이
떠돌아다니다가 돌을 만났다
플라스틱이 말했다
-윈 둘 다 쉽게 썩지 않으니 친구하자
수백 년 함께 보낼 수 있을 거야
돌이 말했ㄷ가
-난 자연물인데 넌 인공물이잖아
난 인공물관느 친구 되기 싫어
플라스틱이 결심했다
-나를 난든 사람에게 돌아갈 테야
만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니까
버려진 플라스틱이
사람에게 돌아오고 있다.
(내 생각- 사물과의 대화로 문제점을 풀어내어 사람을 부끄럽게 하는 시. 좋았다)
<포클레인>
포클레인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건물을 부수고
땅을 파서
미안한가 보다
밤새도록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내생각- 포클레인은 죄가 없다. 사람이 이끄는 대로 일했다. 힘들어 지쳐 있지 않는가?)
<막대기>
텃밭에
푹 꽂아 놓은 막대기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참 무뚝뚝해 보인다
하지만
덩굴손이 잡을 곳 없어
손을 휘저을 때
온몸으로 잡아 준다
밤 길에 우두커니 서서
나를 기다리던
아버지 같다
(아, 생명 없는 막대도 따스한 시인의 눈으로 보면 아버지처럼 다정하게 보이는구나)+
<폐기물 스티커>
낡은 옷장이
차표 한 장 가슴에 붙이고
폐기물 수거차를 기다리고 있다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여행
(내 생각: 제목을 ‘마지막 여행 스티커’라 하고 싶다. 무심코 보며 지난 페기물 표 한장도 따스한 마음의 시인에게는 그 처량함이 담겨오나 보다. 따스한 마음 바탕!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의 기본!)
<첫 소풍>
하늘나라 눈이
당나라로 첫 소풍을
함께 왔는데요
길고양이 콧잔등에 내린 눈은
야호, 신난다!
말하려는 순간
길고양이 콧김에 녹아 버렸고요
자동차 도로에 내린 눈은
흙탕물 뒤집어쓰고는
이게 뭐야!
딱 한마디 하고는 사라져 버렸고요
지붕 위에 내린 눈은
처마 끝에 매달렸다가
꽁꽁 고드름이 되어 버렸는데요
산골 학교에 내린 눈은
어떤 아이 손에 눈사람이 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대요.
(내 생각: 산골에 내린 눈은 아이 손에 조그만 눈사람이 되었겠지요?)
<동물들의 지구 여행>
달팽이는 캠핑카를 타고
지네는 기차를 타고
잠자리는 비행기를 타고
자라는 잠수함을 타고
오리는 보트를 타고
소금쟁이는 수상 스키를 타고
낙타는 터벅터벅 걸어서
모두 여행을 떠났답니다
아, 참!
나무늘보는 낮잠을 자느라
아직도 못 떠났다네요
(내 생각- 동물의 빠르기, 노는 곳. 특성에 따라 타고 가는 기구도 달라요. 즐거운 여행이 될 거에요)
<담쟁이>
담장을 살금살금 넘는다
도둑 같다
벽을 타고 끙끙 오른다
등반가 같다
먼저 오르기 경주를 한다
선수 같다
관의 길을 묵묵히 간다
구도자 같다
온몸으로 대상을 관찰한다
시인 같다
겨울에 남겨 놓은 작품을 본다
벽화 같다
담쟁이야, 넌 누구니?
(내 생각- 살금살금, 끙끙, 오르며, 묵묵히, 시인인 듯, 화가인 듯한 담쟁이!)
<가훈>
고추네 가훈은-매운 맛을 보여 주자
옥수수네 가훈은-이빨을 가지런히 하자
여주네 가훈은-여드름을 짜지 말자
무네 가훈은- 무다리를 만들자
수박네 가훈은-머리통을 키워야 든 게 많다
상추네 가훈은- 마지막은 삼겹살과 함께 하자
당근에 가훈은-당근이지하는 말을 가려서 하자.
(내 생각: 옥수수-이빨 가지런히 보이며 웃자)
<동물나라 옷 가게>
거미가 솔솔 실을 ㅃ보아 오면요
베짱이가 베짱베짱 배를 짜고요
자벌레가 한 히 두 치 재단을 하면요
고슴도치가 한 땀 한 땀 깁고요
전기뱀장어가 매끈매끈 다림질을 하면요
말 잘하는 앵무새가 팔러 다녀요
오늘은 얼룩말에게 옷을 팔았네요
너무 멋지고 잘 맞시 않나요
(내 생각-동물의 분업과 협업 발상이 좋은 시를 키워 내는군요. 역시! 박승우 시인님이세요)
<씨앗 전파를 위한 작전명과 주의 사항>
지금부터 각자가 수행할 작전 명령을 내리겠다
그리고 주의 사항도 명심해라!
도깨비바늘
-움직이는 것에 무조건 붙어라!
(떨어질 때 떨어지지 않으면 생사를 보장 못함)
민들레,
-낙하산을 펴고 바람에 몸을 맡겨라!
(착지 지점을 잘 선택할 것, 시멘트 바닥은 금물)
봉숭아,
시간에 맞춰서 벙커를 폭파하고 탈출하라!
(미리 폭파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주의할 것)
산수유,
-새에게 먹힌 후 똥과 함께 탈출하라!
(구린내가 나겠지만 하루만 참을 것)
상수리나무,
-운에 맡겨라!
(다람쥐가 숨겨 둔 곳을 잊을 수 있도록 기도할 것)
이상 끝
제군들 작전이 성공하길 바란다
(내 생각: 이 한편의 기발한 발상, 재미있는 시를 쓰기 위해 시인은 얼마나 많은 날, 많은 시간 동안 생각을 궁글렸을까?)
<힘내라 달팽이!>
텃밭에서만 살던 달팽이가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는데요
아이쿠!
맛있는 오이인 줄 알고 먹었는데
냄새 나는 개똥이고요
아아!
나무면 다 오를 줄 알았는데
가시 있는 찔레나무고요
아기고 숨 막혀!
어디든 그늘이 있을 줄 알았는데
가다 보니
땡볕 내리쬐는 자라갈밭이고요
지칠 대로 지친 달팽이
겨우 풀숲을 찾아
개망초꽃 아래서 한숨을 푹푹 쉬는데요
그 모습을 본
개망초가 한마디
힘내라 달팽아!
넌 집 한 채를 지고도
거뜬히 갈 힘이 있잖아
(내 생각: 우리가 집 떠나 여행할 때 이야기네요. 이런 고된 여행이라도 돌아와 추억하면 아름답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죠. 어서 하늘길이 열려 훨훨 여행을 다녔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힘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