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코스모스, 꽃무릇, 메밀꽃들이 피어오르자 전국 곳곳에서 축제 소식이 넘실대고 있다. 축제의 소재는 자연, 문화, 역사, 민속 등 다양하다. 청명한 하늘과 쾌적한 온도, 부드러운 햇살. 이 가을을 어찌 아니 즐길 수 있겠는가.
시기적으로 보면 지금 독일 뮌헨에서는 옥토버 페스트가 한창이다. 브라질 리우카니발, 삿포로 눈축제와 더불어 세계 3대로 꼽히는 옥토버 페스트는 9월 셋째 주 토요일 정오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6일간 열린다. 독일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서 7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다. 축제 첫날에는 바그너가 세운 극장에서부터 뮌헨 시청 앞 광장에 걸쳐 있는 100여 개의 마을과 각종 직능단체가 왕·왕비·귀족·농부·광대 등으로 분장하고 시내를 행진한다. 동시에 시내 광장에서 뮌헨의 6대 맥주회사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천막술집을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이어 뮌헨 시장이 그해 첫 생산된 6˚짜리 맥주를 선보이면서 축제의 개막을 선언한다. 축제 기간 동안 소비되는 맥주만도 600만 리터가 넘고, 70만 마리의 닭과 100여 마리의 소가 소비된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것일까? 단순히 먹고 마시는 행위 때문인 것일까? 바로 축제의 본질에 충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본질이라 함은 축제는 일단 인간의 유희적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즐거움이 있어야하고, 집단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체험거리가 필요하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는 추억의 7080충장축제를 꼽을 수 있다.
우리 지역민 모두가 공유하는 충장로라는 공간에 대한 추억, 이야깃거리라는 공통점으로 2004년 처음 시작되었다. 시작단계부터 기획위원으로 11년 동안 애정을 쏟아온 만큼 감회가 새롭다. 추억이라는 소재가 축제가 되리라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공유하는 추억이 있고, 가장 트렌디하고 핫(hot)한 공간인‘충장로’에 거리문화예술이 결합한 결과,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4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축제로 대한민국 문화관광 최우수축제로 승격되었다. 올해는 ‘추억과 비상’이란 주제로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열린다. 11회째를 맞은 만큼 이전 10년과 다른 특별함, 차별화를 두고 기획되었다. 이전 10년이 차근차근 축제의 내실을 다져왔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도약의 기회이다. 올해 충장축제가 중요한 이유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는 원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뮤지컬계의 미다스 손, 박명성 예술 감독이 연출한 만큼 기대가 크다.
이번 충장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거리퍼레이드와 뮤지컬 갈라쇼이다. 수창초교에서 문화전당 특설무대 앞까지 전국에서 1만 여명이 참여하는 개막퍼레이드는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브라질 리오카니발의 삼바퍼레이드처럼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리라 기대한다. 개막행사 뮤지컬 갈라쇼에서는 충장축제의 새로운 변화를 엿 볼 수 있다. 뮤지컬 맘미미야, 시카고, 페임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뮤지컬의 넘버들이 화려한 LED무대장치와 결합해 선보인다. 좀처럼 지역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수준 높은 공연인 만큼 보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즐겨주기를 바란다.
유독 짧게 느껴지는 가을, 순간을 오래 간직하는 방법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이 가을 축제 속으로 빠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