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발→한국 분개→한일 협상→한국 진정'이라는 패턴이 다시 한 번 되풀이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일본 도발'로 이 대립이 다시 시작될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시점은 일본이 알고 있겠지만.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독도는 이미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으니 분쟁지로 만들고자 하는 일본의 수에 말려들지 말자는 이른바 '조용한 외교'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런 대응으로 결국 일본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고 일본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우리가 끌려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의 독도 관련 계획들은 단순한 감정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핵심 수뇌부의 분명한 의지아래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대중들에까지 이 의지가 전달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문부성이 직접 나서 독도 문제를 명시할 것을 지도한 사례에서 보듯 단순히 망언이나 망발로 치부해 버릴 차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고이즈미 이후를 지향하는 후보들 모두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게 한다. 최근 일본에 출장을 갔다가 관공서에서 독도와 관련된 홍보물을 보게 되었다. 현재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을 대표하고 있다고 할 시마네현에서 제작한 것으로 그 내용은 독도와 관련된 자연환경을 소개하는 것인데 과거 일본인들이 독도를 탐사했던 자료들을 함께 명시하고 있다. 시마네현은 '다케시마의 날'을 만드는 등 대중들을 대상으로 독도 문제를 주도하고 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역사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을 한 축으로 하고 어장 문제와 같은 실리적인 측면을 다른 축으로 하는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것은 생각보다 부드러운 접근처럼 느껴지지만 과거 소련이 건재하던 시절 북방 남쿠릴 열도에 대한 언급을 할 때 남쿠릴 열도에 있는 동물들을 소개하는 공익 광고를 제작하여 방송하는 수준부터 접근했던 경우를 떠올려 본다면 일본 수뇌부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입장과는 별도로 대중 차원에서는 감성을 건드리며 단계별로 접근해 가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단계별 접근법을 쓴다는 것 자체가 독도 문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수위를 높여 가며 진행할 것을 짐작하게 한다. 독도문제, 공부하세요!
반면 이 당연한 우리 땅 독도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들어가면 단편적인 인식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또 관심이 지속적이지 못하고 무엇보다 국가 비전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독도 하나에 대한 방어적인 입장이라는 것도 아쉽다. 국방과 관련하여 그래도 자신 있다는 임종인 의원조차도 최근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 '이지스함 1척을 구축하기 위해서 드는 돈이면 400~500억 하는 차기고속정 25척 이상을 건조하는 게 더 좋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것처럼 독도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사실 독도 수호에 대한 우리의 관심사는 역사적 근거 찾기에 집중되어 있고 현재형이나 미래형의 고민도 일본과의 군사력 비교, 국제법 조항에 대한 해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여당이 국회에서 강행처리한 법안 중에는 독도 수호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동북아역사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증명한다면 우리 땅이다'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국제 현실에서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찾는다 해도 독도를 빼앗길 수도 있다. 독도 문제를 역사 인식 차원으로 묶어 놓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사고를 제약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이 좋은 뜻을 가진 법안을 국민적 합의를 이끄는 기회로 삼지 못하고 강행처리에 포함시킨 것 역시 잘했다고 칭찬만 할 수는 없다. 일본은 왜 독도를 탐내는 것일까? 일본이 노리고 있는 러시아-북방 4개 도서, 중국-조어도, 한국-독도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손아귀에 쥐려고 할까? 이를 위해 일본이 택할 수단은 무엇일까? 반대로 우리에게 독도는 왜 중요한가? 우리는 왜 기필코 독도를 지켜야 할까? 독도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찾아야 할 방법은 무엇일까? 국가전략 차원에서 독도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어느 수준의 국력을 집중시켜야 할까? 일본이 노골적으로 발톱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욱하는 감정을 넘어 보다 복잡한 문제들에 답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독도를 이해하자. 과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독도임을 인식할 때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분명해진다. 시마네현을 내세웠던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나서면서 '해역조사'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나 결국 EEZ 협상으로 넘어가는 상황 자체가 우리에게 독도 문제를 역사를 넘어 현실에서 국가 이익을 지키고 미래를 위한 국가전략 차원에서 독도를 생각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하여 독도 수호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책 다섯 권을 소개해 올린다. ① 한·일, 바다에서 맞붙는다면? <한일 가상 독도해전>
또 대양해군의 신봉자인 저자 스스로가 타군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균형해군'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대목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2000년에 나온 책이지만 그 6년 사이에 사정이 나아진 것은 없고 오히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움직임이 더 노골적이 된 것이 씁쓸하다. 우리는 마치 컴퓨터 게임하듯 한일 대결을 논하지만 이 책에서 살펴보듯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섣부르게 전쟁을 외치는 것 역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지만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만 지킬 것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② 우리나라 해군의 수준은? <한국군의 비전 대양해군> 군사 관련 기사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이정훈 기자의 2003년 저서다. 해군을 둘러싼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관련된 역사도 간단하게 짚어 주고 있으며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여 한국 해군을 진단해 주기 때문에 한 권으로 해군 체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읽기 쉽게 쓰여졌고 화보도 많이 들어가 있어 해군과 관련된 기초 입문서로 추천할 수 있다. 몇 군데 전문 용어와 관련하여 아쉬운 점이 있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해군력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큰 격차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 해군은 북한군이라는 고정 요인 때문에 대간첩 작전 같은 연안해군 임무를 도외시 할 수 없고 대양해군을 위한 투자 역시 북한군에 맞서는 일차 책임을 갖고 있는 육군에 양보하는 경우가 잦다는 이중고를 겪어 오고 있다. 원래 세 척이 건조되기로 되어 있었던 대형상륙수송함 LPX도 1번 독도함만이 건조되었고 이미 이름까지 마라도함, 백령도함으로 결정되었던 2번함과 3번함은 건조가 취소된 것처럼 대양해군으로 가는 길은 그리 간단치 않다. ③ 한·중·일의 석유를 둘러싼 생존전략, <한중일 석유전쟁> 미국이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증거들 제시하지 못하고 알카에다와의 연관성도 입증하지 못한 채 무리해서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를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석유'라 할 것이다.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 역시 바로 석유때문이었고 현재 이란이 과감히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이나 베네수엘라가 반미노선으로 내달리는 것 역시 석유 덕분이며 중국이 항모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것 역시 석유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과 맞물려 <자원의 지배>라는 책이 각광을 받았다면 우리에겐 <한중일 석유전쟁>이 있다. 경제성장으로 치닫고 있는 중국에게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석유가 필요하다. 지역패권을 노리는 일본 역시 석유를 손아귀에 쥐어야 한다. 밖에서 석유를 들여와 물건을 만들어 내다 팔아야만 하는 한국 역시 석유가 생명줄이다. 이 세 나라가 석유를 중심으로 어떻게 대립하고 공존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독도 문제를 이해하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따끈따끈한 2006년 신간이다. ④ 21세기 한국의 바다경영 전략, <한국의 해양력>
'한민족 대항해 시대의 전개'라는 시원한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월간조선>에서 펴내는 <월드 빌리지>라는 계간지
중 2004년 겨울호다.
출처: 오마이뉴스 |
출처: 리치북 원문보기 글쓴이: 리치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