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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동계 산행기
영남대14 이주연
1/15(목)
동계는 하계 때와는 달리 버스를 대절해서 영남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바로 오는 안동대를 제외하고 연맹 학교들이 우리학교 부실에 모여서 밥 먹고 술 마시며 놀다가 새벽 늦게 잠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부실은 정리할 새도 없이 버스를 타러갔다. 우리학교는 연맹 동계 인원은 11학번 홍석이형, 세옥이형, 병언이형 그리고 동기인 동현이와 나 이렇게 5명이다.
8시-버스에 모든 짐을 싣고 강원도 설악산으로 출발했다. 잠을 많이 못 잔 덕에 가는 내내 잠을 자서 5시간 넘게 오면서 지루함은 못 느꼈다.
1시-설악산 C지구 야영장 도착. 야영장의 첫 인상은 조용하고 넓고 시설이 좋은 곳 이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눈은 하나도 없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한 분이 우리를 맞아 주셨다. 경일대 형우형의 아는 형이라고 하셨는데, 이 분 덕에 우리가 야영장을 무료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동계 텐트 사이트는 야영장의 가장 안 쪽, 화장실 바로 옆 자리였다. 우선 시설 좋은 화장실이 가깝다는 것에 좋았다. 각 학교 별로 텐트를 치는데 팩을 박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팩이 자꾸 부러졌다. 텐트를 완성시키는 동안 홍석이형과 나는 버스를 타고 장을 보기위해 이마트로 갔다. 공복에 엄청 배가 고픈 상태여서 시식을 많이 했다. 베이스에서 있던 형들도 이마트에 와서 간단하게 분식을 먹었는데 이때 모두가 그렇게 궁금해 하던 연맹조를 알게 됐다. 세옥이형은 경일대조, 병언이형은 계대조, 동현이는 안동대조, 나는 경북대조였다. 나는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어서 많이 안 놀랐지만 동현이는 많이 혼란스러워 했는데 그 모습이 웃겼다.
5시-베이스캠프로 돌아와서 짐을 가지고 각자 배정받은 조로 갔다. 나랑 같은 경대조는 경대 대장인 12학번 산이형과 계대 12학번 건휘형과 계대 14 동기 재호 총 네 명이었다. 짐을 넣기도 전에 산이형이 재호와 나에게 작은 종이를 줬는데 펼쳐보니 날짜 별로 적힌 저녁메뉴였다. 메뉴에는 닭도리탕부터 카레, 볶음밥, 떡볶이, 등등 다양한 메뉴가 적혀있었다. 종이를 보고 조금 당황했지만 저녁메뉴를 고민 하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첫 저녁메뉴는 닭도리탕이었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형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다.
9시-역시나 입산주이다. 현길이형이 경대조의 가장 큰 냄비에 소주, 맥주, 식초, 사이다를 섞어서 입산주를 만드셨다. 그거를 14동기들과 원으로 돌아가며 나눠 마셨다. 내가 첫 번째였는데 그때 이미 주량을 넘게 마셔버렸다. 한 바퀴 만에 끝나지 않아서 한 바퀴를 더 돌았는데, 그 바람에 너무 많이 마셨다. 텐트에 먼저 들어가서 잠을 자고 싶었지만,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아주 힘든 밤을 보냈다.
1/16(금)
4시 20분-기상. 일어나는데 너무 힘들다. 처음으로 비박을 했다. 빨리 아침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 신발이 보이지 않는다. 어렵게 신발을 찾고 아침을 만들었다. 동계에서 가장 좋은 점은 아침이 떡국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다. 떡국에다가 고추장 볶음 오뎅을 만들었다. 아침을 먹는데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밥을 먹고 장비를 챙기는데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신경을 썼다.
6시 10분-첫차 탑승. 버스 첫차를 타는데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깜깜하고, 아직 정신은 깨지 않았다. 설악산 소공원 종점이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내려서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운행을 시작했다.
7시 25분-비선대라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등산객들이 잠시 들러 전이나 막걸리를 한 잔하며 쉬고 내려가는 음식점이었다.
8시 10분-자매폭포 도착. 자매폭포는 비선대를 지난 다리 끝에 놓여있는 노란 표지판에서 계곡을 따라 오른쪽으로 치고 올라가야하는데 길이 미끄러워서 힘들었다. 모두 빙벽화를 신고 왔는데, 재호의 빙벽화가 플라스틱이라 올라오는데 특히 힘들어했다. 도착해보니 경일대조와 경일대 형우형이 먼저와 계셨다.
9시 15분-산이 형이 선등을 서시고, 재호가 먼저 올라갔다. 자세는 잘 나오는데 왼쪽팔이 정확하지 않아서 잘 올라가지 못하였다. 한 번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데 전보다 훨씬 잘했다. 옆에서는 경일대팀 14동기들이 등반을 하는데 모두가 처음이라 그런지 쉽게 올라가지는 못하였다. 나도 걱정 되었다.
9시 30분-비인듯한 눈이 조금씩 내렸다.
9시 40분-나의 첫 번째 빙벽. 걱정한 것 보다는 무난하게 올라갔다. 한 번 하고 내려오니 산이 형이 한 번 더 하라고 하셨다. 다시 갔다 내려오니 이번에는 형우형이 한 번 더 갔다가오라고 하셨다. 등반 중에 얼음을 봤는데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폭포 안쪽에는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걸 보는데 괜히 안전한 게 맞는지 걱정이 됐다. 연속으로 세 번을 하고 나니 팔에 힘이 빠졌다.
11시-중간에 다른 루트로 연속 두 번 등반을 했는데 왼쪽보다는 어려웠다. 산이 형이 확보를 봐주고 있는데 “쿵”하는 큰 소리가 나더니 자매폭포 오른쪽의 바닥 부분이 금이 갔다. 폭포 안쪽에서 얼음이 떨어진 것 같았다.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형우형이 소세지빵을 주셨다. 비주얼은 별로였지만 맛은 좋았다.
11시 30분-가장 오른쪽 루트 등반. 건휘형의 확보 아래 등반을 하는데 바일을 얼음에 일일이 힘으로 찍으려고 하니 힘들었다. 한 번 더 하려고 하는데 건휘형이 하나하나 다 찍으려고 하면 팔에 힘이 많이 빠지니까 구멍이나 힘이 있는 부분을 찾아서 걸거나 찍으라고 해서 들은데로 했더니 훨씬 힘이 덜 들었다.
12시-산이형이 소공원에서 베이스까지 버스 or 걸어가기 내기를 제안했다. 건휘형, 나, 재호가 연속 등반한 수와 산이형 혼자 등반 한 수를 비교해서 우리가 이기면 버스를 타고가고 산이형이 이기면 버스를 타고 가기였는데 썩 내키진 않았다.
재호가 1번, 내가 2번을 하고 형들만 남았는데 각각 30분의 제한 시간을 두고 했다. 건휘형은 13번을 했고, 산이형이 16번을 하셨다. 경일대는 그 사이 먼저 하산을 하고 우리도 장비를 회수 하고 갈 준비를 했다. 산악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재호는 이 날 처음으로 자일 사리는 방법을 배웠다. 많이 도와 줘야겠다.
2시 30분-하산 길에 같이 ‘자일의 정’을 배웠다. 사실 재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알고 있는 노래였다.
4시 30분-베이스복귀. 건휘형은 피곤하신지 주무시고 우리는 커피를 끓여서 로투스와 함께 먹었는데 정말 달고 맛있었다.
5시 30분-저녁준비. 오늘 저녁메뉴는 돼지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밥이 조금 미완성이었지만, 국은 맛있었다!
7시-저녁식사. 밥을 먹고 산이형은 회의를 하러 가시고 우리는 텐트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섯다, 카드 뒤집기, 훌라 같은 카드게임을 했는데 내가 뒤집기 게임을 잘해서 신기했다.
11시 30분-취침
1/17(토)
4시 10분-기상. 아침 준비하려 재호를 깨우러 갔는데 텐트에 재호가 없었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호자 떡국 재료를 들고 취사실에 갔더니 재호가 라디에이터 위에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반가웠다. 오늘 떡국은 좀 뻑뻑했다.
6시 10분-첫차 탐. 우리 팀만 유일하게 첫 차를 탔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표를 사고 들어가서 시설 좋은 화장실에서 정비를 했다. 빙벽화를 신고 온 재호가 발이 아프다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겨울이라 빨리 방전되는 헤드랜턴 건전지를 갈았다.
형이 폭포 위치를 잘 모르시는데, 아직 길이 어두워서 찾기 힘들 거 같다.
6시 40분-어프로치는 30분 거리로 짧지만, 많이 어둡고 길이 험해서 조금 헤맸다.
7시 20분-소토왕폭포 도착. 장비 착용하고 우모복을 꺼내 입었다. 날씨가 어제와는 다르게 춥다.
8시-등반시작. 산이형, 나, 재호, 건휘형 순으로 등반. 한 번 끊어서 감.
9시 30분-모두 완등을 하고, 하강 하려고 하는데 영대 오비 운용이형 올라오셨다. 원래 슬링을 버리고 하강하려 했지만, 운용이형이 내려주시기로 하셨다. 하강하고 자일을 내리려고 하는데 어디 걸려서 잘 내려오지 않아서 산이형이 올라가서 도와주셨다.
형들이 등반하는 동안, 재호와 나는 운용이형에게 장비의 자세한 명칭과 ‘프론트 포인팅’을 배웠는데 정말 유익했다. 잠깐 내려와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재호와 나는 번갈아 가면 후등자 확보와 하강연습을 했다. 후등자 확보를 몇 번 해 보았지만 이번을 통해 확실히 각인 시켰다.
2시 20분-하산. 소공원을 조금 벗어나서 구보를 뛰었다. 어택을 메고 달리는데 허리벨트가 되지 않아 가방이 좌우로 흔들려서 더 힘들었다. 무릎을 다친 재호 덕분에 뛰다가 걸었는데 고마웠다. 걷다보니 오른쪽에 ‘설악산 국립공원 탐방안내소’가 나왔다. 그곳에 들어가서 쉬고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둘러보았다.
4시 30분-베이스 도착. 주말이라 그런지 캠핑장에 사람이 좀 찼다. 설거지하고 취사장에서 쉬고 있었는데 안동대팀 동기인 지원이와 동현이가 왔다. 안동대팀이 1박 2일을 하고 온다고 했는데 와서 깜짝 놀랐다. 오늘 저녁 메뉴는 미역국과 오비 형들께 받은 삼겹살이었다. 미역국에 미역과 다시다, 간장 밖에 넣지 않았는데 맛있었다. 먹은 것을 정리하고 산행반성 시간을 가지고 놀았다. 자기 전에 휴대폰을 찾으러 화장실을 갔는데 효정이형과 지원이가 많이 취해있었다.
1/18일(일)
5시 45분-기상. 오늘은 워킹이라서 좀 늦게 일어났다. 아침을 떡국과 햄을 구워먹고 배낭에는 행동식과 렌턴, 수통, 우모복만 챙겨서 출발했다. 너무 가벼워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7시 40분-버스 탐. 우리가 갈 울산바위는 총 3.9km로 많이 멀진 않았다. 울산바위를 가면서 ‘적막가’를 배웠는데 노래가 되게 좋았다. 울산바위의 이름 유래도 알게 되었는데 바위가 걸어서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되게 재미있었다. 가는 도중에는 흔들바위를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잠시 쉬었다. 다시 울산바위를 향해 올라가는 길은 계단이 너무 많아서 보통 산길보다 훨씬 힘들었다.
10시 10분-정상 도착. 힘들게 올라가서 정상에서 멋진 경치를 보는 게 등산의 매력이라서 나는 올라가는 동안 한 번도 내려다보지 않았다. 정상까지 이어진 계단을 다 오르고 내려다 봤는데 솔직히 울산바위에서의 경치는 그렇게 멋있지 않았다. 기대를 너무 한 것 같았다. 대신 정상에 펄럭이던 태극기가 정말 멋있었다. 정상에서도 모든 방면에서 사진을 한 장씩 찍고, 조금 내려와서 바람을 피하며 쉬었다. 하산 길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암벽등반 루트를 찾으러 등산로 옆으로 샜다. 울산바위를 따라 횡단하다 보니 물리대길이 나왔다. 형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등반을 해도 되겠다고 하셨다. 그곳에 보니 등반을 하다 돌아가신 두 분의 추모판이 있었는데 대학 산악부소속이라서 안타까웠다.
12시-물리대길을 지나 더 가다보면 지옥의 문이 나온다. 이름만 들으면 뭔가 무시한데 막상가보니 그냥 바위가 반대편으로 통하는 커다란 문을 만들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하다가 지옥의 문을 올라갔다. 반대편 길에 있는 밧줄로 내려가려했지만, 너무 가파라서 착지점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벨트도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
12시 30분-소공원으로 하산을 하려는데 산이형이 등산로 말고 여기서 바로 밑으로 내려가자고 하셨다. 경사가 좀 가팔라서 주로 눈이 왔을 때하는 ‘글리슬리딩’을 작은 돌과 낙엽이 눈을 대신하여 내려왔다. 빠른 속도감을 즐길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낙엽 더미에 빠지기도 하고 큰 바위의 작은 틈을 빠져나오기도 하며 탐험을 하는 것 같았다. 날씨가 정말 맑고 안 추워서 꼭 가을 날씨 같았다.
1시 30분-끝없이 내려왔는데도 아직 등산로를 찾지 못했다. 그냥 걸어가는 중에 등산객 2명을 만났는데 어떻게 이 길로 왔냐며 놀라셨다. 그냥 가던 길을 따라서 쭉 가야한다고 하셨다. 아저씨들의 말대로 그냥 계속 걸었다. 길을 가다보니 정말 수영을 해도 좋을 만한 완벽한 장소가 계곡을 따라 계속해서 나왔다. 산이형이 알탕을 제안 하셨지만 준비된 게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2시30분-드디어 산을 빠져나와 아스팔트 길이 나왔다. 아스팔트길 왼쪽 편에 커다란 저수지가 있었는데 여기서 우리는 쉴 겸, 돌을 던져서 목표지점에 더 가까이 맞추기로 음료수내기를 하기로 했다. 산이형과 재호, 나와 건휘형이 한 팀이 되어서 했는데 내가 가장 가까워서 우리 팀이 이겼다. 계속 가다보니 고소도로 같은 길이 나오고 더 이상 길이 없었다. 그 때 한 착한 아저씨께서 우리를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 주시겠다고 하셨다. 하늘에서 보내주신 천사 같았다.
3시-겨우 어느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우리가 탈 수 있는 버스가 없어서 또 걸었다. 많이 걸어서 그런지 발바닥이 아프다.
3시 30분-편의점에서 내기에서 이긴 음료수를 마시고 7번 버스를 타고 베이스로 돌아왔다.
5시 30분-오늘 저녁메뉴는 카레라이스였다. 있는 재료들을 거의 다 때려 넣었다. 물이 많아서 중간에 뺐는데 덕분에 조금 걸죽한 카레가 만들어졌다. 형들이 맛있다고 해주셨다. 요리에 점점 자신감이 붙는다.
8시-오늘은 카드게임을 하지 말고 다른 걸 하자 하셔서 이야기를 했다. 서로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재호가 특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정말 잘 해주었다. 그리고 재호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재호가 4남매 중 맏이라는 것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막내 동생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정말 귀여웠다. 재호가 다시 보였다. 첫사랑 이야기 하는 도중에 현길이형이 들어오셔서 현길이 형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정민이 형이 우리 텐트가 날라 갔다고 하셔서 급히 나와 텐트를 다시 옮기고 날아간 짐들을 찾아왔다. 팩을 박지 않아서 잘 날아간 것 같다.
11시 30분-정리를 하고 잤다.
1/19일(월)
3시 40분-기상. 언제나 그렇듯 떡국을 끓이고 햄을 구워 아침을 먹었다.
6시 10분-첫차. 오늘은 영남대와 안동대와 함께 탔다.
7시 30분-비선대 도착. 영남대가 먼저 와서 쉬고 있었다. 효정이형이 병원을 가셔서 없으시고 대구대 12학번 대은이형이 영남대조로 들어가셨다. 같이 쉬다가 서로 가는 곳이 달라 토막골에서 헤어졌다.
8시-자매폭포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넘어가서 형제폭까지 가는 길이 많이 험했다. 중간 중간에 다른 산악회에서 길 표시로 묶어놓은 끈을 보고 따라갔는데 도저히 길 같지가 않았다. 다와 갈 때, 같이 등반하기로 했던 계대팀과 만났다.
9시 30분-형제목포 도착. 형제폭포의 첫 인상은 내가 여태 해봤던 폭포들은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고 높았다. 폭포가 높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추웠고 배가 고팠다. 폭포의 오른쪽에 사람 딱 두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동굴 같은 곳이 있어서 거기서 쉬었다.
10시 30분-산이형은 왼쪽에서, 인철이형은 오른쪽에서 선등을 서시는데 엄청 높이 까지 가셨다. 여태까지 갔던 자매폭과 소토왕폭과는 차원이 달랐다. 형들이 왜 연속 등반을 시켰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산이형 다음으로 건휘형이 퀵을 회수하러 올라가시고 내가 확보를 봐드렸다. 형이 하강 하실 때 자꾸 몸이 떠서 인철이형이 잡아 주셨다.
11시 35분-재호 출발. 첨에 잘 하나 싶었는데 중반부터 하강을 외쳤다. 형들이 내려주시지 않고 계속 가보라고 했지만 결국은 1시간 만에 하강을 했다.
12시 45분-이번엔 내가 올라갈 차례였다. 밑에서 보는 것과 직접 벽에 붙는 것과 전혀 달랐다. 등반 중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가만히 있기 힘든데다가 얼음조각들이 자꾸 얼굴을 때려서 더 힘들었다. 바일을 휘두르는데 너무 찍히지 않았다. 팔보다는 손이 더 아팠다. 중간 중간에 계속 쉬었다. 정상이 코앞인데 형이 밑에서 하강 할 것 인지 물으셨다. 올라 갈 수 있을 거 같아서 올라가보겠다고 했는데 내려오라고 하셔서 내려갔더니 45분이나 흘러 있었다. 시간상 철수하기로 했다. 건휘형이 스크류를 회수하고 내가 확보를 봤다.
2시 30분-하산. 내려가는 길도 험했다. 많이 넘어졌다. 내색은 안했지만 너무 아팠다.
3시 15분-자매폭 도착. 칠성폭에 가기로 했던 영대팀이 여기서 등반을 하고 있었다. 잠시 앉아서 행동식을 먹으며 쉬었다.
4시 10분-영대팀이 장비를 회수하고 경대, 영대, 계대팀이 함께 하산했다.
5시-버스정류장 도착.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영대팀은 짜장면 내기를 해서 먹는다며 중간에 내리고 나머지는 내일 예비일을 위해서 찜질방을 가기위해 베이스로 향했다.
5시 30분-베이스 도착. 짐을 내려놓고 바로 저녁 준비를 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라볶인데 형들의 기대가 아주 크다. 취사장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데 산이형이 라면하나를 더 가져오시더니 현길이형도 같이 드신다고 하셨다. 부담이 커졌다.
7시-저녁. 같이 드시기로 한 현길이형이 찾아도 없으셔서 우리끼리 먹었다. 면과 떡이 불었는데도 정말 맛있었다. 산이형이 회의를 하시는 동안 우리는 찜질방 갈 준비를 했다.
8시-찜질방으로 출발. 우리조가 가장 먼저 출발하였다. 8시 반에 ‘해수피아’에 도착하여 각자 씻고 9시 반까지 만나기로 했다. 동계 들어와서 처음으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데 너무 좋았다. 씻고 카드게임을 들고 갔다.
10시-다른 조들도 와서 같이 카드게임도 하고 이야기하며 놀았다.
11시-우리조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얼음방에서 산행 반성회를 가졌는데 소리가 너무 울려서 부끄러웠다. 휴대폰 충전을 시켜놓고 자려고 하는 계대11 정민이형과 경일대11 병훈이형이 야식으로 컵라면과 계란을 사가지고 오셨다. 지나가던 지원이와 나도 같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1/20(화)
7시-기상. 일어났는데 조금 천천히 가자하셔서 한 시간 쯤 더 자다가 일어나서 씻음.
9시 30분-씻고 나와서 형들을 기다리는데 손님과 직원 간에 싸움이 나서 구경 했다.
10시-찜질방 건물에서 15,000원 하는 ‘전복왕갈비탕’을 먹었다. 아마 동계 와서 먹은 가장 비싼 음식일 것이다. 이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어택이 무겁다. 재호가 들어줬다.
12시-속초 바닷가에서 배 구경, 바다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고 놀았다.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설정샷을 많이 찍었는데 웃겼다.
1시-속초수산시장에서 생선을 구경했다. 엄청 많았다. 좀 징그러웠다. 둘러보다가 텔레비전에서 본 붕어빵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바닐라인줄 알았던 아이스크림이 요거트였다. 너무 새콤해서 다 못 먹고 버렸다. 순천은 아바이순대가 유명하다길래 지나가다가 순댓집에 들어가서 오징어순대를 시켜 먹었다.
2시-당구를 치러갔다. 재호와 내가 첫 번째 게임에서 져서 음료수를 샀다. 게임비 내기에서는 재호와 건휘형이 졌다.
3시 15분-버스타고 베이스로 컴백.
5시-요리대결 시작. 이번 요리의 주제는 닭이었다. 우리는 치킨을 만들기로 했다. 생닭들을 계란에 묻힌 뒤, 튀김가루 옷을 입혀서 두 번씩 튀겼는데 기름이 깨끗해서 그런지 색깔이 정말 하얬다. 튀긴 닭으로 양념치킨도 만들고 후라이드 치킨도 만들고 샐러드 닭도 만들었다. 평가를 했는데 우리 팀이 아쉽게 2등을 했다. 비록 옷은 기름으로 뒤덮혔지만, 맛있어서 행복했다.
1/21(수)
6시 10분-어김없이 첫차 탑승. 오늘은 공룡능선을 타러간다.
7시 30분-비선대 도착. 공룡능선을 가기 위해서는 비선대에서 철다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로 오른쪽의 오르막으로 가면 된다. 오르막길이 힘들다. 선두로 걷는 재호가 점점 멀어져간다. 빨리 가고 싶지만 다리가 안 따라준다. 올라가는 길에 형제폭포가 보였다. 형제폭을 가기로 하고 같이 출발한 계대팀은 보이지 않는다.
10시 40분-마등령 삼거리 도착. 공룡능선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12시-휴식. 오늘 등산을 하면서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났다.
3시-공룡능선 끝. 원래 희운각 대피소까지 가야하지만 우리는 그까지 가지 않고, 바로 하산함.
4시 10분-천국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천당폭포’에 도착했다.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면 이쁠거 같다. 뒤따라 오는 재호를 기다리면서 쉬었다. 산이형에게 허락을 맡고 나와 건휘형은 먼저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전남 등산학교에서 빙벽 훈련하는 것을 보았는데, 하강을 할 때 뒤로 하강하는 우리와 다르게 앞으로 하강을 하고 있었다. 상체가 쏠려서 무서울 것 같았다.
5시-비선대 도착. 5km 거리를 1시간 40분 만에 하산했다. 하루 종일 걷기만 해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팠다.
5시 35분-재호와 산이형이 왔다. 그리고 형제폭을 갔던 안동대와 계대조도 비선대에서 다 모였다. 안동대에는 처음 보는 분이 계셔서 동현이에게 물으니 한국외대 10학번 형이라고 하셨다.
6시 30분-매표소 도착.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산이형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셨는데 동전이 많았던 건휘형이 자판기에서 한잔씩 뽑아주셨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안동대가 왔다 계대는 오늘 실수한 것이 많아서 비선대에서 오리걸음을 하고 온다고 했다. 오리걸음이라니... 안타까웠다.
6시 45분-취사장에서 저녁을 만들었다. 오늘 저녁은 건휘형이 짜빠탕면을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다. 햄도 볶아 넣고 6개나 끓였다. 정말 맛있어서 급하게 먹었더니 체할 거 같다.
8시-술자리. 이틀 만에 술을 마신다. 소주에 오렌지 주스를 태워 먹었는데 맛있었다. 산행 반성회를 하는데 산이형이 내일 대설특보 때문에 입산통제가 될 수고 있다고 하셨다. 정말 정말 좋았다. 드디어 눈 구경을 할 수 있다니!
10시 30분-산이형은 외대에 놀러 가시고 우리는 씻고 잤다.
1/22(목)
6시-눈이 떠짐. 이제는 알람이 안 울려도 평소보단 일찍 깬다. 8시까지 밥을 하면 되기 때문에 누워있었다. 새벽부터 눈이 온다고 했는데, 텐트 안에서는 비내리는 소리가 났다. 이상했다.
7시 15분-아침 준비. 어제처럼 밖에서 밥을 하려고 했지만, 눈이 내리고 있어서 취사장에서 했다. 취사장에서 우리가 항상 쓰던 따뜻한 라디에이터 의 자리가 어제 저녁부터 한국외대에게 점령당했다. 할 수 없이 옆에서 했는데 외대의 아침은 라면이었다. 밥도 취사장 안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먹었는데 괜찮은 생각 같았다.
8시 20분-아침. 다른 조는 아직 자고 있어서 엄청 조용했다. 떡국을 계속 걸줄하게 만들었는데 건휘형이 국물이 있는 것을 좋아하시는 걸 알고 물을 많이 넣었더니 간을 맞추지 못해서 조금 싱거웠다. 밥을 먹고 있는데 산이형이 오늘은 외대와 같이 속초에 박물관을 간다고 하셨다.
9시-취사장에서 외대가 패킹하는 것을 기다렸다.
10시-7번 버스에서 내렸는데 눈이 별로 오지 않는다. 3번 버스를 기다리다가 탔다.
11시-한화콘도 가기 전에 정류장에 내려서 박물관을 찾아 걸었다.
11시 30분-‘국립산악박물관’ 도착. 시설이 굉장히 깨끗하고 안에 들어선 순간 보이는 등반을 하고 있는 마네킹들이 멋있게 반겨줬다. 우리가 산악부라고 하니, 그 곳 직원들이 좋아해주셨다. 외대와 같이 단체 컷을 찍고 전시실 관람도 하고 산악인물에 대해서도 둘러봤는데 정말 볼 것이 많았다. 오자마자 미리 예약 해놓은 고산체험도 했다. 방을 만들어 놓고 그곳의 환경을 백두산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설정 해놓고 들어가서 체험 해 보는 것이었다. 백두산에서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산소농도가 10% 되는 에베레스트를 가니 살짝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래도 나는 고산체질이라고 하여서 기분이 좋았다. 돌아 갈 때는 특별히 주는 거라며 작은 비너 모형을 주셨다.
2시 30분-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베이스에 돌아가기 전에 중국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요리사가 진짜 중국인이었다. 맛있었다.
3시 40분-외대랑 헤어지는데 다 좋은 사람들이어서 아쉬웠다. 우리는 편의점에 가서 후식으로 호빵을 먹고 베이스로 돌아왔다.
4시 30분-베이스에 도착해보니 나갈 때보다 눈이 더 많이 와있었다. 새하얗고 예뻤다. 새눈에 발자국을 찍는데 기분이 좋다.
5시-텐트에서 게임을 했다. 원카도 하고 훌라도 하고 산이형이 가르쳐 주신 새로운 게임도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지는 사람이 맞기로 했는데 내가 계속 맞았다. 진짜진짜 아팠다. 내일 운행에 지장이 있을 거 같다.
8시 30분-산이형이 회의를 가시고 우리는 늦은 점심 탓에 저녁말고 바로 안주만 만들어서 먹기로 했다. 계란 스크램블에 외대에서 받은 소세지와 스팸을 같이 굽고 케찹을 뿌려먹는데 역시 케찹이 짱이었다.
12시-씻고 자려는데 동현이가 화장실로 찾아와서는 나를 부른다고 했다. 씻지도 못하고 바로 영대 텐트로 소환됐다. 가보니 술자리가 한창이었고 나와 동현이를 부른 홍석이형은 정말 많이 취해 계셨다. 형들이 노래를 시켰다. 예전 같았으면 죽어라 뺐을텐데 몇 번 부르다보니 그냥 부르게 된다.
2시 30분-늦게 잠을 잘 수 있었다.
1/23(금)
7시-기상. 해가 떠있다. 이제는 잠에서 깼을 때, 해가 떠있으면 기분이 이상하다.
떡국에 계란을 풀어 넣었는데 맛이 확 산다.
9시-출발. 눈이 많이 온 탓에 갈 수 있는 길이 많이 한정이 되어서 우리는 오늘 비룡폭포를 가기로 했다. 느긋하다.
9시 30분-운행시작. 비룡폭포까지 가는 길은 평지가 많아서 산책길 같았다. 눈들이 나뭇가지에 쌓여서 눈의 꽃이 만들어졌는데 너무 예뻐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10시 30분-비룡폭포 도착. 여기서 더 가다보면 유명한 토왕폭포가 나온다고 했다.
11시-하산. 내려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설상훈련을 했다. 설사면을 올라가는 프런트 포인팅과 미끄러져 내려오는 글리슬리딩을 배웠는데 눈이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좀 쉬다가 눈사람 만들기 내기도 하고 눈싸움도 했다. 눈이 단단하게 뭉쳐지니 너무 아팠다. 다 같이 옷을 젖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1시-소공원에는 절에서 운영하는 무료찻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피가 맑아지고, 비만에 좋다는 ‘정혈차’를 마셨다. 맛있고 따뜻했다. 남은 행동식과 함께 먹으니까 더 맛있었다. 우리가 잘 마시는 걸 보시고는 거기 계시던 분이 한 잔을 더 주셨다. 산이형이 특히 좋아하셨다.
2시-베이스 복귀. 계대가 오비형들과 함께 밖에서 하루 자고 온다고 해서 패킹을 건휘형과 재호가 개인 짐 패킹을 하고 나도 자체를 위해 패킨을 했다.
5시-연맹 마지막 저녁으로 부대찌개를 하는데 산이형이 마지막이라고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다. 취사장에서 만들고 있는데 계대가 들어왔다. 서서 맛만 보는데 아쉬웠다.
9시-하산주를 하기 위해 매표소 쪽의 작은 방에 모두 모였다. 각자 돌아가며 소감을 말하고 술도 마시고 피자와 닭강정도 먹었다. 적당히 마시려고 했는데 또 주량을 넘어서 버렸다. 또 힘든 밤을 보냈다.
1/24(토)
현경이가 오는 날이다! 원래 오늘이 연맹 마지막 날이지만, 하루 일찍 헤어져서 영대 텐트에서 잤다. 일어나보니 어제 저녁에 온 백중이가 자고 있었다. 발이 다치셔서 일찍 가기로 한 병언이형을 배웅해 드리고 떡국을 먹었다. 자체 장을 보기위해 속초 시내로 나갔다. 이마트에 가기 전에 수산시장에 먼저 들러 구경도 하고 수수부꾸미와 오징어순대와 꼬마김밥과 뻥스크림을 먹었다. 모두 다 맛있었다. 베이스로 가기 전에 이마트에서 장도 봤다. 돌아 와보니 현경이가 와 있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짧지 않은 10일의 연맹기간동안 정말 재밌고 많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우리 조가 분위기도 좋고, 좋은 형들과 좋은 동기가 있어서 힘든 동계를 잘 적응하며 보낸 것 같다. 앞으로의 남은 자체 기간이 막막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