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조종사와 NVG<야간투시경>
NVG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어둠 속에서 미세한 빛을 증폭시켜 야간시력 향상을 도와 주는 야간투시경. 일명 NVG라 불리는 이 최첨단 장치의 도움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야간작전이 가능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비전문가의 잘못된 주장을 근거로 그 효용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NVG가 아니라 ‘안 보이지’ 아니냐”는 악의 섞인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NVG에 관한 근거 없는 오해와 불신이 이 글을 통해 말끔히 해소되기 바란다.
▶(오해 1) 항해 박명에는 NVG를 착용하지 마라?
미 육군 항공교범을 인용한 모 언론은 해가 수평선에서 12도 아래에 위치하는 시점인 일몰 후 한 시간 정도까지는 야간투시경을 낀 채 비행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미 육군항공 교범은 항해 박명시에도 NVG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 원문을 소개한다.
‘EENT that time when the true altitude of the sun is 12° below the horizon, solar illuminations le-vels approximate 1/1,000 lux at this time and is compatible with NVG operations.’
- 미 육군교범 NVG Operations Handbook(93. 7) -또 보도내용에서 우려하고 있는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곧바로 들어갔을 때와 같이 일시적으로 안 보이는 현상’은 1·2세대 NVG 사용시(60~80년대) 나타났던 현상에 불과하며 현재 공군에서 사용하는 제3세대 NVG는 성능이 대폭 향상된 것으로 첨단 전기제어회로에 의해 영상의 밝기가 항상 일정하게 조절된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오해 2) 전투기 조종사가 헬기 조종사용 NVG를 사용하고 있다?
이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NVG 장비는 1991년 걸프전 이후 현대전에서 야간작전의 중요성이 입증돼 도입된 것으로 미 공군의 AN/AVS-9과 동일한 성능을 가진 AN/AVS-01K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헬기용으로 제작한 AN/AVS-6와는 구조·성능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오해 3) NVG 착용은 비행착각을 유발한다?
NVG를 쓰면 시계가 40도로 좁아져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비행착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평상시에도 인간의 시각 초점이 정확히 맞는 주(主) 시각 범위는 평균 약 40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NVG가 비행착각을 유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NVG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야간에 인간의 시각 능력을 향상시켜 줘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야간 작전을 가능케 한다. 또 야간에 먼 거리를 관측하면 입체감이 감소해 거리 감각이 떨어지고 초점 식별 능력이 주간에 비해 4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는 야간과 주간의 시력을 단순화해 비교한 오류에 불과하다. 실제로 NVG를 착용하면 0.1 수준의 야간시력을 평균 0.6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오해 4) 지난해 F-4 추락사고 원인은 NVG에 있다?
지난해 7월 13일 발생한 F-4 추락 사고시 조종사가 NVG를 착용한 것은 사실이나 NVG 장비를 사용할 때의 제한사항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NVG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도 비행착각에 자주 진입돼 온 사례를 통해 볼 때 이것이 사고를 유발한 직접적인 요인이라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사고조사 발표시 NVG 문제를 언급한 것은 향후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을 고려해 NVG로 인해 유발할 수 있는 혹시 모르는 사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 사고의 원인이 기본 비행절차 준수 미흡과 비행 착각에 있으며, NVG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해 5) 미 공군도 NVG만 착용하면 사고가 난다?
미 공군도 NVG만 착용하면 사고가 난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
미 공군의 사고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NVG 장비 자체의 제한사항에 의한 사고는 2건에 불과하며 기타 6건은 다른 요인이 주원인이었다.NVG는 상황인식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위협 회피와 대응, 주간에만 수행해 오던 전술 임무의 야간 수행을 가능케 하는 등 전투기의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이처럼 NVG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야간전투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준 첨단장비다. ‘안 보이지’라는 빈정거림은 NVG에는 매우 부적절하고 억울하기 그지없는 오명이다.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그만하고 NVG의 장점을 살려 우리 공군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