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와 나 자신에 대한 질타
마루야마 겐지
<대부2>에 대해 쓸 건데 영화에 관한 이런 수필을 몇 편이고 쓰다 보면 어쩐지 나는 갱 영화에만 힘을 쏟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도 약간 넌더리가 난다. 좀 더 예술적인 작품을 다룰 생각이었음에도 결국 갱 이야기만 쭉 늘어놓고 말았다. 태도를 바꾸기만 하면 갱 영화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계속 다룰 수 있다. 그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읽고 걸작인가 하고 생각할 만한 사이비 평론가나 머리가 큰 학생 영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문장으로 화려하게 꾸밀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돈을 내고 영화관에 들어갈 때 재미있을지 재미없을지, 지루할지 그렇지 않을지 하는 척도를 가지고 갈 뿐 굳이 두통을 일으킬 만한 귀찮은 일은 하지 않는다. 일반 관객과 아주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그 영화가 어떤 영화 생각과 기술로 관객의 마음을 잡으려고 하는지를 감독 입장에 서 상상하는 정도랄까. 독자라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는 일을 하는 이상 불행하게도, 점점 더 그런 눈으로 영화를 본다.
아카데미 상 6개 부문을 수상한 이 <대부2>를 택한 것은 결코 치켜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두, 세 가지를 빈정거리고 싶어서이다.
우선 줄거리인데, 갱 영화나 전쟁 영화에 빠뜨릴 수 없는 ‘논픽션’이라는 주장을 빼버리면 예외없이 평범한 한 마디로 결말지을 수 있다. 가난한 성장 과정, 최초의 범죄, 우두머리가 되어가는 피비린내 나는 과정, 힘과 돈을 거머쥔 남자의 비애 ---. 어느 하나를 보더라도 이미 지금껏 수많은 갱 영화에 사용한 낡은 유형으로 달리 새롭다는 것이 없다. 범죄자로 성공한 사람인 주인공의 가슴 깊은 곳에 숨겨진 강렬한 뭔가를. 신선한 경이로움으로 이끌어내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아니, 그것을 노린 부분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그저 여기저기 나뒹구는, 예를 들면 TV 심야극장 등에서 반복으로 나오는 갱 영화와 확실히 다른 인상을 주는 것은 어째서일까.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훨씬 더 멋진 작품이 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대부2>가 몇 배나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 차이는 다른 작품의 몇 배나 되는 돈과 시간을 들여 ‘지나치게 공들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화상 장면의 아주 사소한, 대충해도 관객이 눈치 채지도 못할 아주 사소한 플래시백조차도 이 영화는 깜짝 놀랄 정도의 시간과 돈을 들여 정성껏 찍었다. 어떤 장면이든 멋지다. 의상, 세트, 소품, 풍경, 모두 멋지다. 미술상을 받을 만도 하다. 감독의 노림수가 화면 전체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채운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조차도 풍경의 일부로 집어 넣어 묘사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움이다. 그런 아름다움이 갱이라는 극히 생생한 인간상을 그리는데 매우 방해가 된다는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오로지 회화적 이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확실히, 처참함을 강조하기 위해 ‘미’를 보태는 기법을 굳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너무 지나치다.
갱 영화의 볼거리인 폭력 장면도 아주 정성들여 만들었는데, 이 부분은 지나치지 않고 충분히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젊은 시절의 주인공이 거리의 우두머리를 죽이는 장면, 소음기 대용으로 수건을 감싼 권총에 맞은 우두머리 안면에 구멍이 났는가 싶더니, 거기서 피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우두머리 입에 총구가 박힌다. 보통은 이 부분에서 카메라는 일단 다른 곳을 비추고 총성이 난 뒤 천천히 사체 쪽으로 돌아오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과 탄환이 머리를 꿰뚫는 장면까지 심지어 아래에서 위로 연속해서 찍혀 엄청난 박진감이 있다.
감독의 또 다른 노림수는 ‘갱도 인간’이라는 낡은 척도를 써서, 주인공과 그를 둘러싸고 사는 사람들을 가정적으로 묘사한 점이다. 이로써 단순한 갱 영화를 뛰어넘은 이른바 중후한 인간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사람들 모습이 너무나 도식적인 경향이 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소중한 성공은 좀 더 중대한 문제를 낳았다. 제일 중요한 점이 빠져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집단의 갱들이 얼마나 악랄한 수단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렸는지를 구체적인 그림으로 묘사하지 않고 주고 받는 대화로만 이해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그들이 너무나도 고상하게 보여 때로는 엄청난 폭력 장면에서도 저런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고 만다. ‘갱도 인간’, 이 척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아니라‘라는 다른 척도도 썼으면 했다. 그러면 하품하는 일 없이 마지막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정성을 들여 만든 일본 영화를 오랫동안 보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줄거리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음에도 여전히 싸구려 방식으로 만들어 크게 실패하는 영화, 아니면 성공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가짜 영화를 연이어 세상에 내놓아 영화인들은 자기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고 있는 셈이다. 자금이 부족하면 시간이라도 듬뿍 들이면 될텐데, 라고 어느 영화인에게 말했다가 쌀쌀맞게 퇴짜를 맞았다.
“시간도 돈이니까요.”
여기에서 <대부2>를 예로 든 의미는 미국 영화에 대한 질투와, 일본 영화에 대한 빈정거림과, 거의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소설가인 나 자신에 대한 질타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