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는 반딧불처럼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서 빛을
발하는 정의롭고 능력있는 반딧불이 되도록 인성교육에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반딧불고등학교 설립추진준비위 이판식(49·부여 외산중학교장)위원장이 제시하는 교육목적이다. 그 자신이 제도권 학교에 몸담고 있지만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는 현재의 교육풍토에 가하는 비판이 신랄하다. 이에대한 탈출구로 2∼3년전부터 구상해 왔다는 반딧불고교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학교이름이 특이한데 누가 지었나.
“학교설립추진위원과 주위 선생님들과 함께 고심했다. 어쩌다 생각나는 이름은 이미 다른 곳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선생님이 반딧불이 어떠냐고 하길래 학교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이름이어서 정했다. 모두들 좋다고 했다.”
-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게 된 동기는.
“헌재 한국 중등교육의 현실은 공·사립 구분없이 너무 획일적이다. 사립의 경우 다양한 학교설립이념에도 불구하고 국고보조 등을 이유로 교육과정이나 학교행정면에서 모두가 공립과 똑같다. 21세기 교육은 수요자인 학생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대안학교가 그런 방향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현재 대안학교로 이름난 풀무농업기술학교 거창고 간디학교 등을 직접 방문해 학생지도 방법 등 운영방식을 비교하며 배웠다.”
- 반딧불고교가 지향하는 교육 방향은.
“우리가 가려는 대안학교의 방향은 소위 제도권학교에서 탈락한 문제아를 교육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제도권 학교와는 다른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자연속에서 생활하며 잠재된 특기와 적성을 발견해 그것을 자신의 인생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 학교운영은.
“모든것을 학생의 자율에 맡길 생각이다. 그러나 자율속에서도 규칙은 있어야 한다. 그 규칙의 제정도 학생들이 할 것이다. 중요한 사항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전체회의에서 결정해 시행토록 할 계획이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운영할 방침이다.”
- 정부지원을 한푼도 받지 않는 자립형 학교를 내세웠는데.
“재정지원을 받으면 학교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학생모집 수업료책정 교과과정 편성 등에서 정부의 획일적 정책을 따를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교육을 시켜보기로 했다. 수업료 수입과 학교 수익사업으로 교사 인건비와 학교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과정도 일반교과 60%, 특성화 교과목 40%로 할 생각이다.”
- 학생은 선발은.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이 지원자가 넘치고 있다. 누구를 탈락시킬 것인가가 문제인데 일단 학생생활기록부 성적과 면접을 통해 뽑을 계획이다. 특히 면접에 비중을 둘 방침인데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능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어느정도로 예상하나.
“수업료와 기숙사비 책정이 제일 어려운 문제인데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재정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업료로 한달 15만원, 기숙사비는 월 25만원
가량으로 생각중이다.”- 한국/7/1/99-
* 고등학교 생긴다 - 자립형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않고 수업료와 학교 수익사업만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완전 자립형 고등학교가 생긴다.
특성화 고등학교로 충남 부여군 외산면 화성리 7,000여평의 산자락에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반딧불고등학교’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딧불고교는 기존 학교와는 다른 대안학교다. 이 학교가 목표로 하는 학교형태나 교과과정은 성적만능주의와 입시교육에 매몰된 일반고등학교와 완전히 다른 것을 추구한다. 일정한 틀에 학생들을 가두는 기존교육에서 벗어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배우고 싶은 주제, 방법, 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자기주도 학습’을 원칙으로 한다.
- 틀 벗어난 ‘자기주도 학습’
이것은 한 학년 정원이 남녀 합해 25명에 불과하고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학교 건물도 자연친화적으로 세워진다. 기숙사와 일부 강의교실만 안전을 고려하여 콘크리트 건물로 짓고 나머지는 학교주변의 나무와 돌 흙을 이용해 지을 계획이다.
교과과정도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학습을 위해 오전에 학과교육을 편성했지만 반드시 그 교육을 ‘강제’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은 그시간 수학교사의 양해를 구하고 자기가 원하는 다른 과목을 배우거나 자습할 수 있다.
대학진학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대학진학을 ‘최대 목표’로 정한 학생은 처음부터 지원을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대학진학을 막는 것은 아니다. 진학을 원하는 학생은 교사로 부터 개인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줄 방침이다.
따라서 교육활동의 주안점은 당연히 농장실습과 특별활동에 주어진다. 자연현장에서 체험학습을 통해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개인의 취향과 적성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목을 편성했다.
학생들은 3년동안 자연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필수과목으로 자연생태 관찰과 노작학습, 옷만들기, 통나무집짓기 등을 이수해야 한다. 여기에 다양한 자기계발 과목이 더해진다. 서예 테니스 유도 검도 단전호흡 무용 볼링 수영 피아노 창 사물놀이 조각 도예 목공예 동양화 가운데 3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해야 한다. 선택교과는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런 과목을 가르치는데 가장 큰 문제는 교사확보다. 이에대해 학교측은 “문제없다”고 자신한다. 이미 상근교사 6∼7명을 확보하고 특성화과목은 자원봉사자를 교사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자원봉사교사는 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있는 예술가, 문화인들과 인근 대학의 교수들을 접촉해 이미 승낙을 받아놓은 상태다.
- 재정자립 위해 수익사업도 구상
학교운영은 정부의 지원과 간섭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학교 주체들의 합의로 이뤄진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이 전체회의를 열어 토론을 통해 이뤄지고 재정사항도 매학기마다 투명하게 모두 공개할 방침이다. 자립재정을 이루기 위해 지역 특산물인 버섯 재배와 무공해 된장 제조 등 자연을 이용한 다양한 수익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학교설립추진위 이판식(49·부여외산중학교장) 위원장은 “현재의 중등교육은 공·사립 구분없이 국가의 재정지원 없이는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교육과정이 획일적인 탓에 학생들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공산품처럼 획일화한 상태로 배출되고 있다”며 “반딧불고교는 사회생태론의 관점에서 학생들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이루도록 하고 그 결과로 사회에 빛을 발하는 인재가 되도록 ‘유도’하는데 무게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반딧불 고교에 입학할 뜻을 가진 학생과 학부모들은 7월28일부터 4일간
열리는 ‘반딧불 여름 예비학교’에 참가하면 학교이념 및 커리큘럼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한국/6/30/99-
* 하버드 법대생, 학교 만족도 최하위...165개 대학중 154위
미국 최고 엘리트들이 집결하는 하버드 법대의 사기가 요즘 말이 아니다.
특히 학생들이 극도로 의기소침해 있다. 학교 당국은 왜 그런지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해 전문가들을 고용, 한창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학교 당국을 놀라게 한 것은 학생들이 학 교에 크게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전국변호사협회와 프린스턴 리뷰가 공동 으로 실시한 전국 법대생 만족도 조사에서 하버드 법대생들의 만족도는 165개 대학중 154위를 기록, 거의 꼴찌수준인 것으로 나 타났다.
이같은 결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당 황한 학교측은 유명 컬설팅 회사인 매킨지 사를 고용, 원인분석을 의뢰했으며 현재 교 수·학생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가 진행중이 다.
이유인 즉 학생들은 클래스 규모가 너무 커 교수와 긴밀한 대화를 가질 수 없는 점 을 가장 불만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학생 불만족 조사를 주관하고 있는 엘리 자베스 워런 교수는 '학생들은 교수들과 더 많은 지적인 교류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파 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하버드 법대생 중에는 '검사가 되려 면 시카고대로 가고 판사나 법학교수가 되 려면 예일로 가라. 그렇지만 월스트릿에서 일하고 싶으면 하버드로 오라는 말을 하는 학생도
있다고 AP통신은 전하고 있다.- 미주중앙/99/7/15 -
* 여학생만 다니는 美 과학中學校
실리콘 밸리에서 개교, 실습그룹활동 통해 흥미 촉진
21세기 기술산업서 여성이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게 교육 목표
- Patricia A. King 기자
미국 실리콘 밸리의 중심부인 캘리포니아州 마운틴 뷰에 지난해 9월 새로 설립된 여자중학교 GMS. 수업의 주제는 전기 회로였다. 35명의 6학년생들은 전선과 배터리를 열심히 만지작거렸다. 그들은 불량 배터리와 잘못된 회로에 약간 어려움을 느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올해 초 이미 아이스크림 막대기로 현수교를, 스티로폼으로 아치교를 만들어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전등의 작동 원리를 배우면서 고장날 경우 고치는 방법을 익혔다. 앨리야 라카(12)는 “앞으로 남자들에게 그것을 고쳐달라고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독자적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전등을 고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이 학교 설립 목적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GMS 설립자인 캐슬린 베닛에 따르면 교사와 교과과정은 여학생들이 작문·역사 과목에서처럼 기술 과목도 잘 해낼 수 있도록 선정됐다. 교사 가운데는 스탠퍼드大 구조공학 전공자도 있으며 수업의 40%는 과학·기술·수학에 할애되고 있다.
수학·과학·기술 과목은 실습을 통한 학습과 그룹 활동에 주안점을 두어 여학생들의 흥미와 학습을 촉진시키고 있다. 입학 사정위원회가 80명의 지원자 가운데 선발한 35명의 학생들은 모두 과학 천재들은 아니다. 그들의 장래 희망은 컴퓨터 엔지니어에서 말 조련사·교사·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실리콘 밸리라면 여학생들이 당연히 과학에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베닛은 이곳에서도 여학생들이 “여성다움의 벽에 부닥친다”고 말했다. 한때 활발하고 지적으로 대담하던 여학생들이 어느 순간부터 남학생을 의식해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꺼리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 결과 수학·과학(특히 물리학) 고급과정에 등록하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훨씬 적다고 美 대학여성협회(AAUW)가 9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밝혔다. 또 최근 AAUW는 “여학생이 고등 수학·과학 과정을 등록하지 않아 21세기에 급성장할 기술 산업에서 여성들이 소외될 우려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실리콘 밸리의 교육 관계자들과 부모들은 그런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며 두팔을 걷고 나섰다. 오토데스크社의 캐럴 바츠 회장과 3DO社의 트립 호킨스 회장 등을 비롯한 쟁쟁한 인사들이 GMS의 자문 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GMS는 학교 창설 비용으로 2백50만 달러를 모금했다. 벤처 자본가인 댄 린치가 제일 먼저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자신의 딸(29)이 중학교 때 과학 공부를 포기했다며 아홉 살 난 둘째 딸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린치는 “요즘도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 앞에서 여성다워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모들도 그 점에 동의하고 있다. 지난 8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여자학교 등록 비율이 20%나 증가했다.
여학생만의 학급은 중학교에서 특히 효과적일 수 있다. 그 시절은 여성다움과 성취도, 그리고 학급환경에 적응하려는 욕구에 대한 상반된 메시지로 인해 여자 아이의 자아가 손상되기 쉬운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연 1만 달러인 GMS에서는 여학생들이 교사의 세심한 배려를 받을 수 있다.
크리스 보비어는 딸 오드리가 GMS의 학교 소개 프로그램에서 카드로 탑을 만든 이후 GMS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보비어는 “과거 오드리는 학교를 싫어했다. 자유로운 생활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GMS는 딸애에게 그런 자유를 누릴 여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학교의 환경은 여학생에게 현실 세계에서 부닥치는 상황에 대해 그릇된 개념을 심어준다는 비판도 있다. 여학교에 대한 연구 결과도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은 소학급, 혁신적인 교과과정, 훌륭한 수업 등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여자 아이들이 과학과 기술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GMS의 경우는 다른 어떤 시도보다 나은 것 같다. 아무튼 실리콘 밸리에서 해낼 수 없다면 어디서 해낼 수 있겠는가. -385호/ Newsweek -
* 유치원 - 독일
3월2일.
독일 베를린의 분데스알레 킨더타게스슈태테(종일제 유치원)의 학습프로그램 중 하나인 ‘장난감 없는 유치원’ 첫날.
슈테판(6)등 30명의 원생이 양손에 레고와 장난감기차 등을 들고 창고로 향했다. 색종이 가위 크레파스 동화책도 자료실로 옮겼다.세발자전거도 치웠다. ‘이사’에 걸린 시간은 30분. 유치원에는 의자와 걸상만 남았다.
★ 무(無)에서 유(有)를
갑자기 ‘놀거리’가 없어진 아이들은 당황했다. 1시간 뒤. ‘칙칙 폭폭 칙칙 폭폭….’의자를 일렬로 배치한 율리앙(6)은 기차소리를 냈다.
쉴러(5)는 손으로 의자로 십자를 만든 뒤 비행기가 날아가는 시늉을 했다. 의자로 갖가지 모형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좀더 흐르자 세면도구를 갖고 노는 아이가 생기고 실내화로
자동차 놀이를 하는 아이도 나타났다.
어린 아이들은 형과 누나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따라했다.
큰 아이는 ‘의자 비행기’ 앞에 앉아 조종사가 되면 작은 아이들은 뒤에 손님으로 앉았다.
3일 둘째날. 전날과 비슷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침 식사 시간이 40분 늘었다는 것.
“어제 우리집 고양이가 새끼를 3마리 낳았다.”(노이만·5)
“예쁘겠다.”(아만다·6·여)“뭐가 예뻐. 밤마다 이상한 소리로 울어.”(헬러·5·여)
아이들간 대화가 늘어났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 얘기를 늘어놨다. 또 “이거 해도 돼요?”라고 묻는 대신 “비행기 날개는 몇개나 돼요?”“배에도 브레이크가 있나요?” 등 ‘정보성 질문’을 던졌다.
셋째날(4일) 이후.언어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의자로만 집을 만들더니 천을 이용하면 더 멋있는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원생들은 형제자매처럼 지내게 됐다.
정원의 나무 꽃 곤충 벌레 등을 ‘생활의 파트너’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지루해 하거나 불안해하는 아이는 없었다.
“아들이 명랑해졌고 자기 얘기도 많이 해요.
누나와도 함께 잘 놀아요.”
처음에는 애를 바보로 만드는 게 아닌가하고 걱정했다는 슈테판의 엄마 안게리카(33)의 설명.
마지막 날(6월2일).
“이제 놀이감을 예전처럼 방에 갔다 놓으면 어떻까?”(교사 퀸·26).
“괜찮아요. 필요하면 가져와 놀 거에요.”(아이들)
장난감에 종속됐던 아이들이 해방된 것이다. 이날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장난감 말과 소 등을 동원해 ‘상상속의 마을’을 만들었다. 유치원은 이같은 진행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해 놓고 있다.
‘장난감 없는 유치원’은 92년 바이에른주 펜츠부르크시 유치원에서
처음 실시됐다.
타지역으로 파급돼 베를린에서만 50여 유치원이 이 프로그램을 매년 한차례 실시하고 있다.
자유베를린대 유아교육학과 프라이싱(47)교수는 “어른이 TV나 알코올에 중독되는 것처럼 아이들도 놀이감이 없으면 무기력해진다”면서 “교사 교구 교재 중심에서 벗어나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독일 유아교육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 감정 기상도
유치원과 방과후 교육을 병행하는 베를리너슈트라세 호르트.
헤센주 마인탈시에 있으며 연극교육으로 유명하다.
6월22일 오후 연극시간. 소극장으로 들어가자마자 마누엘(6)은 칠판 앞으로 가 파란 ‘자석 바둑알’을 ‘기쁨’에서 ‘슬픔’으로 옮겼다. 슈테펜(5)과 크리스티안(6)은 어제에 이어 그대로 ‘기쁨’. 1시간 뒤 연극 ‘헨델과 그레텔’ 연습이 끝나자 마누엘은 바둑알을 ‘기쁨’으로 옮겼다. 크리스티안의 알은 반대로 ‘슬픔’행. 연습 중 마누엘은 칭찬받았고 크리스티안은 대사를 자주 잊어버렸기 때문.
감정을 기쁨 슬픔 우울 분노로 나눠 연극시간 전후에 표시하도록 한
‘감정기상도’.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법을 터득한다는 게 원장 엘케 마르(40)의 설명.
★ 예상과 실제
같은 날 마인탈시 아이헨도르프슈트라쎄 유치원의 ‘오늘의 프로젝트’ 중 ‘감각판 길’. 교사 크라프트(54)는 상자 9개를 땅에 묻고 아이들이 전날 숲에서 채집한 것들로 채웠다.
상자와 상자 사이에는 흙이 깔렸다. 상자간 거리는 30∼70㎝. 10여명의 아이들이 줄을 지어 상자 속 내용물을 밟으며 이동했다. 맨발로.
‘나뭇가지→잔디→솔방울→전나무껍질→건초→코르크마개→자갈→유리판→물’.
“어떤 느낌일까?”아이들이 내용물을 밟기 직전 받는 질문이다. 발에 닿기 전에 먼저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상자에 들어가면 또다시 질문을 받는다. “실제 느낌은?”
‘딱딱해’‘부드러워’‘차가워’.
교사가 예상하지 못했던 표현도 나왔다.‘물렁물렁하다’‘까칠까칠하다’‘병아리 털 같다’
크라프트는 “설레임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례를 기다리면서 질서의식을 기를 수 있고 이동하면서 무게중심을 잡는 동안 균형감각을 익힐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이번 취재에 서울교육대학 유아교육과 곽노의교수가 동행,도움말을 주셨습니다)
▼ 市예산 12% 유아교육 배정▼
헤센주 마인탈시의 98년 예산은 6백20억원(1억마르크). 유아교육 부문에 73억918만원(약 11.8%)를 배정한다. 시는 이 중 17억7506만원을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55억3400만원(75.7%)은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마인탈시의 유치원생은 892명.
독일 유치원의 월 학비는 부모의 소득에 따라 6만∼34만원으로 다르다. 연방정부는 공립사립(공립 25%)을 막론하고 원생당 월 13만6000원을 시에 대한 지원과 별도로 학부모에게 지급한다. 부자는 지원금 보다 학비를 더내야 하고 가난한 사람은 ‘남는다’.
▼ 원생대표-시장 면담학습법 독특▼
6월 초 독일 헤센주 마인탈시(市)의 시장실.
바시티안(6)은 키만한 지휘봉을 들고 준비해온 자료를 가리켰다.
“사진에서 보듯 철봉과 그네가 너무 낡았어요.
페인트칠도 많이 벗겨졌고.
또 바닥에 깔린 모래의 양이 너무 적어 넘어지면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베를리너슈트라세 유치원 대표인 그는 한달동안 원생들과 파악한 동네 놀이터의 문제점을 또박또박 지적했다. 이웃 놀이터와 비교한 표도 제시했다.
“한달 안에 고치겠습니다.”(로드 바흐시장·43) 바시티안은 한달 뒤 동네
놀이터를 다시 찾았다.
약속이 지켜졌는지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다음날 이 내용을 유치원 복도에 전시했다.
마인탈시는 매달 한번씩 ‘어린이 위원회’를 연다.
참석자는 각 유치원 어린이 대표 5∼10명과 시장.
대표들은 각각 불만이나 희망사항을 얘기한다.
시장은
△ 유치원교사
△ 초등학교교사
△ 학부모
△ 교육행정가
△ 일반시민
△ 사설학원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자문단과 함께 해결책을 찾는다.
- 동아/7/19/99/베를린·마인탈 -
* 사교육 매도대상인가?
‘시사영어연구’가 금년으로 창간 40주년을 맞았다.
한국의 유가지 중에서 지령 40년 이상 되는 잡지는 몇 종 밖에 없다.
제한된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교육 잡지가 이렇게 장수한 것을 나는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영어교육의 목표는 읽고 해석하고 듣고 말하고 쓰는 다섯 가지 기능을 확실히 습득해
대학에서 전공분야를 연구하는 데 지장이 없고, 사회에 진출해 실무를 원활하게
진행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영어실력을 키우는 데 있다. 이것이 나의 영어교육 철학이다.
과거 50년간 학교 영어교육은 읽고 해석하기에 그쳤고 모든 여건이 그 이상을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나머지 세 가지 기능은 학원과 출판 등 사교육의 몫이었다.
나는 지난 40년간 한국 영어교육에서 대략 다섯가지 정도를 새롭게 개척했다. 첫째 영어교육 잡지의 확대 보급, 둘째 영어회화 카세트 및 비디오의 국내 최초 도입, 셋째 영어전문학원의 프랜차이즈 사업, 넷째 영어능력 평가 테스트인 TOEIC 도입, 다섯째 영어교육 도서 저작권의 미국 일본 수출이다.
시사영어사가 40년동안 발행한 영어교육 도서는 2000여 종에 이르고 잡지는 1종에서 5종으로 늘었다. 현재 시사영어사가 발행하는 영어잡지 발행부수는 월 15만 부에 이른다. 영어잡지 출판과 더불어 Newsweek 4만여부와 National Geographic 2만여부를 수입 배포하고 있다.
72년에 영어회화 카세트, 80년대에 비디오 영어교육 교재를 국내에 도입한 데 이어 83년에는 미국 영어교수들과 정식 고용계약을 체결해 국내 최초로 미국인 회화 전문학원을 설립했다. 7명 미국인 교수로 시작된 ELS 학원이 97년에는 550명 교수진을 갖출 만큼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원화가치 하락으로 미국인 교수의 반이 떠났지만 아직도 시사영어사가 운영하는 학원 전체 등록 학생수는 한국 최대 종합대학 규모에 맞먹는다. 이같은 발전의 결실은 모든 영어 학습자들에게 고르게 돌아갔다.
사교육은 공교육과의 상호보완을 통해 전국민의 교육수준 향상에 기여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출판은 정부규제를 별로 받지 않는 업종이다. 그러나 학원은 규제가 아직도 너무나 많다. 대표적인 것이 수강료 규제로 학원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본처럼 수강료를 자유화하면 학원간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수강료의 가격파괴, 학원 교육수준의 향상이라는 플러스 효과를 낳는다.
고액 비밀과외 금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은 재벌 총수의 손자와 달동네 막내둥이가 함께 공부하는 곳이므로 수강료의 정부 조정이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대중교통 요금 통제와 마찬가지로. 그러나 영어회화 학원은 선택적으로 원하는 사람만 가는 곳이기 때문에 물가지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3백만원짜리 블라우스를 파는 것이 규제대상이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서는 사교육이 그 공로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영어교육 출판이나 영어회화 학원 등이 하나도 없었다고 가정해본다면 한국이 과연 세계 10대 무역국가,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지닌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40여년 동안 한결같이 영어교육 및 출판사업에 전념한 것을 나는 정말 큰 보람으로 느낀다.
-민영빈(시사영어사 회장)- 동아/7/22/99-
* 사랑과 믿음 그리고 재밌는 학교
40대인 우리 부부는 2년 전 큰아이에게 느꼈던 거리감 때문에 마음 졸이던
때를 기억한다.
큰아이가 첫 생리를 시작한 날은 장미꽃다발과 케이크를 선물하며 함께 기뻐했고, 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는 못해도 사랑하고 믿는 만큼 잘 자라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주지도 않은 `힙합 바지'를 입고 거리에 서 있는 딸애를 본 중학교 2학년 어느 봄날부터 `준비없는'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와 전화기를 붙잡고 30분, 때론 한시간 넘게 웃고 떠들면서도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자기 방문을 꼭 닫고 있어 점점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 무슨 말을 하려면 딸애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자기 방으로 사라지곤 했다. 상위권이던 성적도 떨어지고 담임선생님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과 친하다”고 했다. 학교생활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큰애가 안쓰럽고 불안했다.
한번은 두 아이를 훌륭하게 키운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요즘 애들은 사춘기가 되면 다 그런 겁니까? 선배는 어떻게 위기를 넘기셨어요?” 선배의 대답은 이랬다. “그만할 때 애들은 부모님의 인내심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해보곤 하지.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부터 해서는 안 되는지, 그럴 땐 그저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 혹시라도 부모가 화를 내고 성급하게 반응하면 더 어깃장을 놓는 것이 애들이야.”
우리 부부는 이른바 `X세대' 식으로 딸한테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가끔 우리식대로 장문의 편지를 써서 책상 위에 놓아두기도 했다. 때로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 첫번째 방학을 맞이한 큰애는 아직 학교생활이 썩 재미있는 눈치는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 가면 공부가 걱정되지만 열심히 할거구요,
친구도 여럿 사귀구요, 동아리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잘 될 거예요.”
고교입학을 앞두고 큰애는 그렇게 얘기하곤 했다.
한창 호기심과 반항심이 샘솟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그 열정을 발산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학교생활이 가능하다면 준비없이 맞이하는 딸애와의 거리감에 가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