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그 세번째 이야기, 용신찾아 삼천리
저 자신의 사주를 뽑은 것은 꽤 오래 됩니다. 적어도 19세 이전에 사주정설을 통해서 자신의 사주는 뽑을 정도가 되었었지요. 그렇지만 용신에 대해서는 항상 헤메고 있었습니다.
이 의문의 보따리를 걸망에 넣어서 짊어지고 전국을 여행하고 있었지요. 우리 승가에서는 이 여행을 만행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켜서 부르기도 합니다만. 낭월이한테는 그냥 여행이었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보는 것이 항상 좋았거든요. 그렇게 여행을 하고 다니다가 어느 철학원에서 발걸음이 멈춰졌습니다. 정말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때의 나이는 24~5세 정도 되었다고 생각이 되는군요.
그때까지만해도 팔자하나만 갖고 사람의 운명을 과연 얼마나 알 수 있을까에 매우 약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가 봅니다. 그러다가 마침, 전날 저녁에 하루 머물고 나온 절에서 여비하라고 좀 넉넉한 돈을 주길래 한번 큰 마음을 내서 들어갔습니다. 머리를 깍은 사람들은 묘한 자존심이 있어서 속인에게 뭘 묻는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는 못된(?) 버릇이 있답니다.
‘명색이 삼계의 도사이신 석가여래의 제자인데 아무렴 세간에서 머리기르고 온갖 방탕한 짓거리를 다 하는 그런 사람에게 뭘 물어본단 말인가’ 하는 마음이 가득하지요. 이러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남에게 묻는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방랑철학원(가명)]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마침 아저씨 한 분이 라면을 끓여드시고 있더군요. 아마 주인인가 봅니다. 일단 인사를 했지요.
“저.....”
“...어떻게 오셨나요...?”
“예, 사주를 좀 보려고 왔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잠시만 기다리구 기세요.”
“예 그러지요 천천히 드세요...”
라고 말을 하면서 속으로 생각을 했지요.
‘흠. 아무래도 실력이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만약에 잘 맞춘다면 뭐하러 라면을 끓여서 끼니를 때우겠냐...’
이렇게 혼자 궁리를 하면서 책장을 둘러 봤습니다. 그 책장에도 틀림잆이 사주정설은 있더군요.
천천히 책장의 책이름들을 순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식사를 마친 선생이 말을 걸더군요.
“그럼 생년월일을 불러 주시겠습니까?”
“예, 1957년 음력으로 3월 18일 입니다.”
“잠시 뭔가를 적더니 다시 물었습니다.
“시간은요?”
“시간은 오후 6시 경이라고 들었습니다만...”
“... 유시로군...”
그리고는 또 잠잠하더군요.
얼핏봐서 연세는 50대 중반 정도... 그러 넉넉하지 못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더군요. 한참 궁리를 하더니 드디어 말을 던졌습니다.
“스님은 20세 전에 불가에 귀의 했군요...”
“학교는 겨우 국민하교를 졸업했거나 중학교 중퇴 정도...고”
“보자... 공부를 할 시기에 여자 운이 들었으니...쯧..”
이렇게 몇가지 이야기를 하고서는 눈치를 살피더군요. 그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와 같았습니다. 중학교 다니다가 기술을 배워서 돈을 버는게 더 나을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결국은 운이 돈의 운을 만나서 그렇다는 거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에 들어와서 느낀 분위기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더군요. 이제는 가난의 기운이 흐르는 것도 정말 사주에 대한 도인이라서 재물탐을 내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말입니다...하하
그래서 사실이 그와 같노라고 말씀을 드리고 약간은 오만했던 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다소곳이 무슨 말씀을 하시나..하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스님 혹 이런 공부에 관심이 없나요..?”
“예, 저도 약간의 관심이 있습니다만...”
“인연이 있군요.... 한번 마음먹고 배워 보세요.”
“그보다도 전 공부를 잘 해서 도를 통할려고 하는데요.?”
“하긴....”
“.......”
그리고는 아무 말이 없는 겁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텐데, 아무말을 하지 않으니까 좀 답답해 지더군요. 그래서 물었지요.
“저.. 중노릇이나 잘 하겠습니까?”
“... 글쎄요... 여자가 따라다닐 팔잔디....하하.”
정말 밥맛 떨어지는 말을 하더군요. 살림을 사는 중(일명 帶妻僧)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업신여기는데, 나더러 결혼을 할거라는 이야기를 하다니 정말 뭘 모르는 모양이구만....
“팔자에 여자가 있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되는거 아닐까요? 도를 닦는 사람은 팔자 정도는 뛰어 넘을 수 있거든요.”
이 언저리에서는 상당히 목소리를 높여서 이야기 한 기억이 나는군요. 그러자 이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요. 팔자를 뛰어 넘을 수도 있지요.. 그래 공부 잘 해봐요. 부처가 되셔서 많은 중생들을 제도해 주세요..”
격려인지 빈정거림인지 잘 분간은 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적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는 상담료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냥 가라더군요. 그래서 그냥 공짜로 상담을 하고 나온 셈이지요. 이것이 낭월이가 처음으로 남에게 사주를 상담한 처음의 일이었습니다. 근데 한번 들어 봤을 적에 참 묘~하게 느껴 지더군요. 생일 하나만을 적어놓고서 그렇게 꼭 들어맞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저럭 시간이 또 경과했지요. 28세 무렵이었군요. 그때는 도봉산의 제법 큰 사찰에서 기도담당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달에 얼마간의 용돈을 받아서 검정학원이라도 다녀서 소위 ‘가방끈’을 좀 늘여 볼 요량으로 서울살이를 했지요.
처음 서너달은 종로에 있는 명문 검정학원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중노릇을 10년 했어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더군요. 그 3개월 근성이 말입니다. 3개월 정도 다니니까 그만 공부를 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날은 절에서 학원간다고 나와서는 그냥 시내를 방황하고 다녔지요. 그러던 차에 쌍문동에서 길가에 있는 한 철학원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것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연구생모집’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연구생이라면 사주를 가르쳐 준다는 말인갑다... 하는 생각이 나자, 예전에 한번 들려봤던 철학원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그 곳이나 가서 한번 노닥거리다가 가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는 들어 가봤더니 의외로 젊으신 선생이 핸섬하게 정장을 하고 앉아 계시더군요.
“실례하겠습니다.”
“이런.. 스님이 어쩐 일이세요? 어서 오십시요.”
“아, 젊으신 선생님이시군요. 한번 이야기나 들어 보구 갈려고 들어 왔습니다.”
그때는 아마 7월 정도 되었을까... 상당히 더운 계절이었던것 같군요. 그런데 철학원의 넓이는 불과 두세평 정도. 창문을 열어 놓고 선풍기를 돌려 놨지만 열기기 확확 들어오더군요. 땀을 식히면서 사주를 적는 것을 보구 있었지요.
한참을 들여다 보시면서 궁리를 하는 듯 하시더니
“이 사주는 스님 사주가 아닌걸요.. 하하”
“예? 그럼 제가 가짜란 말인가요..?”
“독신으로 살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전생에 부부인연을 만들고 왔군요. 좋은 팔자입니다. 돈도 제법 만져 보시겠는걸요.. 中富팔자는 됩니다.”
“중부가 무슨 말이지요?”
“아마도 약 30억 정도는 만져볼 사주로군요.”
30억..??? 이거 정말 비위 맞추는 것도 여러가지로군.. 나 같은 빈털털이가 무슨 수로 그 돈을.. 아니 단돈 300만원도 없는데 말이야... 정말 씁쓰레 하군... 하고 혼자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주는 비유를 하면 3월의 옥토라고 말을 합니다. 삼월의 옥토가 바야흐로 농사를 지을려고 하는데 마침 봄가뭄이 들었군요. 그래서 모두 하늘을 바라다 보고 있는 형국인데, 시간에서 한 줄기의 소나기가 시원하게 달아오른 대지를 식혀주니 이게 바로 부자 사주라는 이야기지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말이 뭣보담도 알아 들을 수가 있어서 좋더군요. 자연에 배유하는 설명은 그대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상당히 많은 것을 물었습니다. 뭐 듣기야 다 들었겠습니다만 당시의 능력으로 모두를 기억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지요?
다만 결국은 수업료가 얼마인가 물어보게 되었고, 내 월급보다 5만원이 더 높은 액수에 곤란해 하자 깍아 주는 써비스 정신도 발휘를 하시더군요. 나중에 알았습니다만, 당시의 그 선생님은 지방에서 갓 올라와서 아직 자리를 잡으시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참 생활이 형편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차에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까, 수업료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그냥 배우라고 할 참입니다. 이미 그 무렵에 그룹지도가 시작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낭월이는 덤으로 끼어 들어서 소위 명리학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선생님은 결국 낭월이의 사부님이 되셨고, 지금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으시다는 소식을 어느 잡지에서 읽어서 알게 되었군요. 역시 학문을 깊이 파들어 가서 연구하고 잘잘한 술법에 흔들리지 않는 학자는 시간이 흐르면 세상이 저절로 알아 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렇게 해서 낭월이의 명리학 입문이 시작되었거니와, 그 후에 몇년의 세월이 경과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사주를 들고 전국을 다시 한번 돌았습니다. 그래서 낭월이의 사주를 보고서 대략 세가지의 용신을 잡는 방법이 동원되더라는 것을 알았지요. 이제 한번 그 다양한 예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벗님은 어느 곳에다 표를 던지실런지요?
(1) 이 사주는 신약하다.
이유는 3월의 기토가 일단은 신강해 보이지만, 辰月의 辰土 가 年支의 유금과 진유합금 되고, 시간에 계유가 있어서 또 토기운을 깍아 내린다. 그리고 甲木은 또 월간에서 기토를 극한다. 그러니 신약한 기토는 천상 인성인 불을 용하고 화토운을 좋아하고 금수운은 나쁘다.
(2) 이 사주는 신강하다.
월을 얻었다. 그리고 일도 얻었고, 세력은 얻지는 못했으나 일단 약하다고는 못하겠다. 신강하다. 강하면 극하거나 설하는 것을용해야 하는데, 정관이 가까이 있으니 갑목을 용신으로 삼는다. 그래서 수목운은 좋고 화토운은 나쁘다.
(3) 이 사주는 신강이나 용신은 금수이다.
월일을 얻었으니 신강하다. 그리고 진월은 이제 장차 남방인 여름의 계절로 전환되는 시기이다. 그래서 상당히 강하다고 본다. 그래서 용신은 극과 설을 찾는데, 극인 갑목은 기토와 합이 되어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토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의 물을 용신으로 하고 수가 약하므로 유금 식신을 희신으로 삼는다. 금수운은 좋으나 목화토운은 나쁘다.
(4) 이 사주는 화기격으로 토가 용신이다.
진월 토왕지절에 기미일주가 되었으니, 가색격을 이뤘다. 그런데 化土格이 되고 보니 토의 기운이 왕금인 쌍유에 설기되어서 토기운이 부실하다. 고로 금을 극하고 토를 생하는 년간의 정화를 용신으로 삼는다. 그래서 화토운은 길하고 금수운은 나쁘다. 목운은 한신에 속한다.
대략 이 정도의 서로 다른 판단이 나오더군요. 간단한 팔자에 이렇게도 다양한 풀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어쨌거나 모두 프로들의 해석입니다. 나름대로 이치에 정통했다고 하시는 분들이지요. 어쨌거나 대가들이 나름대로 풀어본 해석에 지지표를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