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영의 주절주절] 2008 한국자동차경주시리즈 재밌게 바꿔보자 |
우선, 수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놀이동산의 부대시설에 불과한 경기장에서의 경기운영으로, 제한된 관객동원능력과 부족한 볼거리 등은 스폰서 유치에서의 명분을 잃게 만들고, 레이싱걸의 말초적인 자태와, 차라리 속옷에 가까운 좁은 면적의 의상이 가장 효과적인 광고판으로 여겨지는 것이 우리 업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각 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스폰서십 확보일 것이다. 어차피 우리도 밥을 먹고 생활을 해 나가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서 먼저 재미있고 '볼만한' 컨텐츠가 제공 되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왕 레이싱 서킷이라는 무대 위에서 보여줄 것, 제대로 살아있는 '쌩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추격하고, 추월하고, 부딪히고...아슬아슬하게 승리하고, 또 아쉽게 패배하고...관객은 다음 경기를 기대하고... 그렇게 관객의 손에 땀을 쥐어주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다 한 것이 되고,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얻을 수 있게 된다. 2005 KMRC 시절, 경기가 끝나고 챔피언이 포디엄 정상에 오를 때 배경음악은 ABBA의 ‘The winner take it all’이었다. 우리 Lexus team이 이기든 지든 그 곡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그렇게 그 해 우리 팀은 시리즈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고, 이듬해 우리의 라이벌이었던 인디고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도 잃고 해체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야 말로 승자는 다 갖고 패자는 다 잃게 되는 장면이다. 관중의 입장에서도 절대강팀의 독주와 독식은 그다지 재미있는 볼 거리가 되지 못한다. 관중은 응원할 팀을 선택해서 함께 가슴 졸이며 레이서와 한 마음이 되어 달리고 있을때, 비로소 팬이 되고 매니아가 된다. “앗!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KiXX team 차량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Lap time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에 필사의 각오로 추격하는 Indigo team의 투스카니, 황진우 선수 노심초사 후방을 주시하는 시간이 많아지겠는데요, “흰 연기를 뿜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황진우 선수 아쉽게도 인디고팀의 이재우 선수에게 1초도 안 되는 근소한 차이로 우승컵을 내 주게 되었군요, 다음경기 정말 기대됩니다!! 둥둥둥~” '한국차의 자존심 투스카니 VS 막강 수입차 Lexus IS200 격돌!' 이런 게 볼거리고, 기사거리 아니겠는가. 어차피 관중은 어느팀이 얼마를 투자해서 무슨 부품을 쓰는지에는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관중 자신들과 다를것 없는 그저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조금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카레이서가 역경을 딛고 일어나 짜릿한 '인간극장' 한편 보여주면 그걸로 만족이라는 말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방향과 점점 멀어지는 원인이다. 미캐닉으로서 기계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은 입장이지만, 확실히 기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을 잊었는가... '기술'은 인간행복에 있어 그저 작은 수단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이 무어라고 고집부려서 목숨걸고 돈바치고 몸다치고...니가 틀리네, 내가 맞네 싸우고 있는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마셔보고 구별해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바꿔 말하자면, 코카콜라병에 펩시콜라를 담아서 팔아도 매출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말이다. 중요한건 포장이고, 그 포장에 움직이는 소비자의 감성이다. 우리가 서로 뭉쳐서 한번씩 이기고, 또 한번씩 져주고, 제대로 '쌩쑈' 한번 보여주는 게 자멸위기의 우리 업계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동반몰락 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뭉쳐 시너지를 창출해 풍요로운 미래를 맞이 할 것인가... 한국인에게 태진아와 송대관은 트롯트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인식되고 있다. 예전에 남진과 나훈아가 그랬듯이.. 둘이 티격태격 하며 경쟁하는 모습은 팬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침체위기에 있던 트롯트 업계를 강력하게 받쳐주면서 가요계의 한 장르로서 트로트의 입지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태진아 없는 송대관, 송대관 없는 태진아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며 실제로 둘은 절친한 친구이며 동반자로서 끈끈한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rival의 어원은 river라고 한다. 라이벌...흐르는 강물처럼, 언젠가는 함께 만나 하나의 바다를 이루어야 할 그 무엇인 셈이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 이종격투기 K-1이 성공한 비결은 일본 스모선수 아케보노를 상대하여 이긴 천하장사 최홍만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너무도 통쾌하게 아케보노를 쓰러뜨리며 싱거운 싸움으로 끝났기에 어쩌면 각본이 아닐까 하는 논란도 분분했지만(실제로 그럴 법 하다. 한국인의 애국심은 좀 별나서 상업적인 목적으로도 잘 먹히는 수단이다), 어쨌든 K-1은 우리나라에서 관중동원에 성공하였으며 꾸준히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홍만이 실력으로 쟁쟁한 선수들에게 터지고 쓰러지면 한국사람들중 계속 즐겁게 보고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최홍만을 한국씨름협회에서 영구제명시켰던 몇사람은 좋아하겠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때로는 쑈도 필요하다. 단순한 승부조작차원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업계 스스로의 가치상승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이야기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작가 혹은 연출자의 입장으로 돌려 생각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저비용 고효율의 race'는 좀 더 쉬운 과제가 될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레이스냐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정정당당한 승부는 팬티만 입고 맨주먹 맨발로 싸우는 복싱이나 마라톤에서나 있을 법 한 일이지,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라고 하는 모터스포츠에서 무슨 정정당당을 찾으려 하는지... 왜? 돈이 싫은가? 춥고 배고픈 것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인간은 생존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그 이상의 정신이나 욕구는 배제되어진다. 나는 돈을 좋아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육체와 영혼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나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의 하나로써 말이다. 사실...그 수단 이란 게 돈이 되었던, 그 뭐가 되었던 상관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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