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희생자 추념식... '4.3 견뎌냈으니 75주년 딛고 섰노라' 봉행
현창민 기자(=제주) | 2023-04-03 15:11:17
제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 공원에서 봉행됐다
▲제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프레시안
추념식은 '제주 4.3 견뎌냈으니 / 75주년 딛고 섰노라'라는 주제로 4.3유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봉행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대신 한창섭 행정안전부장관 직무대행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청례 최고 위원,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들이 함께 했으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불참했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1분간 이어진 묵념 사이렌을 시작으로 헌화와 분향, 국민의례, 경과 보고, 추념사, 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은 인사말씀에서 정부에 가족관계 특례조항 마련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을 요청했다.
김 유족회장은 그간 "4.3특별법 제정과 4.3진상보고서 작성, 국가 공권역에 의한 불법적 주민학살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사 해결의 모범적 전형으로 "군사재판에 대한 직권 재심, 희생자 보상 등이 이뤄졌다"며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진한 부분에 대해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념사를 통해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길은 자유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곳 제주가 보편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큰 번영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프레시안
제주를 자연, 문화, 그리고 역사와 함께 하는 격조 있는 문화 관광 지역, 청정의 자연과 첨단의 기술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약속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품격 있는 문화 관광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콘텐츠 시대이다. IT 기업과 반도체 설계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세계의 인재들이 제주로 모여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여러분께서 소중히 지켜온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승화시켜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추념식에선 희생자 유족이지만 비틀린 호적 때문에 유족 결정에서 제외된 안타까운 사연도 소개돼 4.3의 아픔을 한번 더 상기하게 했다.
이삼문 할아버지는 1941년 출생했으나 4.3 당시 6명의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았다. 이후 전남 목포의 한 고아원에 맡겨진 뒤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박호배씨의 아들로 입적돼 자신의 성을 버리고 박삼문으로 한평생을 살아야 했다.
큰아들 박상일씨는 "2016년 아버지가 66년만에 제주를 찾아 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 갔을 때 할아버지 이배근 위패와 함께 아버지의 위패도 있었다. 희생자 취소 신청은 받아들여졌지만, 아버지와 저는 희생자의 유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다행히 7월부터 친생자와 희생자 확인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그 간절한 소망을 담아 하늘에 계신 제 가족께 아버지와 함께 큰 절을 올린다"며 위령재단에 절을 올려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본 행사 후에는 '동백, 바람을 타고 세계로'를 주제로 국가 차원의 문화제가 열렸다. 가수 송가인과 이정 공연에 이어 도립무용단은 4·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염원을 담은 공연을 선보였다.
현창민 기자(=제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3,000원
5,000원
10,000원
30,000원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원
결제하기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현창민
현창민
pressianjeju@gmail.com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최근글보기
현창민 기자를 구독·응원하기
헤드라인
1
이미지
탈(脫)나치에 성공 못한 독일, 그래도 일본과는 달랐다
2
이미지
'캠프 데이비드' 분수령 넘은 한국, '신냉전' 한복판으로
3
이미지
이동관이 방송을 '정상화' 했었는데, 왜 '이명박근혜'는 감옥에 갔을까?
4
이미지
핵 포기하고 미국과 수교하려던 북한, 목표가 바뀌었다
5
이미지
생활비 위기, 사회적 경제로 구조적 경제 혁신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제보하기
CMS 정기후원
전체댓글 0
로그인 후 이용가능합니다.
등록
최신순
이 기사에 댓글을 등록해 주세요!
홈으로로그인PC버전
프레시안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