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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
철학이나 역사, 불교에 관한 이야기가 책 읽는 재미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빌렸다. 책 제목과 표지만 봐서는 꼭 어린이 책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나름대로 정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책이다. 표지에는 ‘지구에 숨어 있는 22가지 신비한 과학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으며, 작년인 2018년 4월에 「아름다운 출판사」에서 출간했고 저자는 서울 경성고등학교와 ‘Wee클레서’에서 과학교사와 상담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규진 선생이다.
흔히 밤에 길을 잃으면 북극성을 찾아 북쪽을 알고, 낮에 사막 등에서 길을 잃으면 그림자를 보고 방향을 찾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북극성을 찾기 위해서는 서쪽에 있는 ‘북두칠성’이나 동쪽에 있는 ‘카시오페이아’를 먼저 찾은 뒤 북극성을 찾아가고, 낮에는 막대를 세워서 하루 중 그림자가 가장 짧게 나타나는 때를 ‘남중’이라 하는데, 이때에 해가 떠 있는 곳이 곧 남쪽이다.
조금?도 변함없이 무한한 것이 천체고 우주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지 않는데 우리만 변하는 구려…’하는 대중가요와는 반대로 지구와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시도 쉬지 않고 변한다.
우리가 감지하지 못해도 하루 5∼6천 번의 지진이 지구에서 일어나고, 그 가운데 큰 지진은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사람은 지진 때문이 아니라 건물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지진피해는 가옥 등 건물붕괴 때문에 일어난다. 1976년 중국 탕산지진 때 25만 여명이 사망했는데, 이때 7.8의 지진이 모두 잠든 새벽에 예고 없이 일어난 때문이었다. 또 지진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다는 일본도 1995년 7.2규모의 고베지진으로 6천여 명이 사망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처음 재난 문자에는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것은 1톤 트럭 2천대 분량의 TNT 폭탄을 일시에 터트리는 위력과 맞먹는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지진은 지구상 어디선가에서 거의 매일 일어나는 보통의 지진에 불과하다. 통계에 따르면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한 달에 한 번꼴로, 8.0 이상의 지진도 3년마다 한 번씩 일어났다. 7.0과 8.0은 수치로는 별 차이 없지만 7.0은 TNT 5만 톤, 8.0은 TNT 1,500만 톤의 폭발력으로 3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진의 크기란 지진의 규모를 말하는데, 지진규모는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프랜시스 릭터’에 의해 고안되었으므로 ‘릭터 규모’라고 한다. 이는 지진 에너지의 규모를 ‘한 자리 수’로 개념화한 것으로 하나의 지진은 하나의 규모 값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규모가 같은 지진이라도 진도(震度-지면 진동의 세기)는 각각 다른데, 그것은 진도가 지표면과 건물 흔들림의 정도에 따라서 붙여지는 등급이기 때문이다. 이 진도는 진원지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차 감소하지만, 지역별로 지층의 밀도와 탄성반발력의 차이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
만물이 사는 우리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돌면서 밤과 낮이 바뀌는 것을 자전한다고 하며 또한 하루라고 한다. 그러면서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기도 하는데 이를 공전이라고 하여 한 바퀴 도는 데는 1년이 걸린다. 그런데 지구가 얼마나 빨리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구는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무대이다. 즉 북극과 남극은 지구 자전축의 끝점이므로 속도가 0이지만 극점에서 멀어지면 회전반경이 커지는 것이다. 놀랍게도 적도에서는 시속 1,669㎞, 북위 30도 근방인 우리나라에서는 시속 1,446㎞로 스스로 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토록 빨리 돌아가는 지구의 회전속도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코끼리 등에 붙은 개미와 같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구라는 거대한 천체에 비해 너무 작은 존재라서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요즘 북한에서 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미사일처럼 먼 거리를 날아가는 물체는 지구의 자전으로 지면의 좌표가 변함으로써 궤적이 휘어지는 효과가 발생하여 원래의 목표점과는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게 되는데, 이처럼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경로가 휘어지는 것을 ‘코리올리(프랑스 기계학자 이름)효과’라고 한다. 지구의 회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포탄의 경로가 휘어졌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코리올리 효과를 생각하지 않고는 바람, 해류 등의 이동을 이해할 수 없다.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바닷물은 해류를 따라 흐른다. 그것은 지구의 자전속도와 관계있는 것으로, 어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있던 바닷물이 며칠 뒤에 부산 앞바다에 흘러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적도 부근은 1년 내내 여름으로 덥다. 그렇다면 바닷물도 더울까하고 궁금해지는데 적도부근의 바다표면의 온도는 25℃ 정도지만 수심 1,000m 깊이로 내려가면 4℃정도다. 그것은 한대나 열대나 마찬가지이며 깊은 바다 속은 냉장고 속처럼 차가운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심층해류 때문으로 북대서양 그린란드와 남극해에서 냉각된 가라않은 물이 심층해류가 되어 적도 바다 속까지 차갑게 만든 때문이다.
표층해수에서 영양염 농도는 거의 0에 가깝다. 플랑크톤이 번식하면서 영양염을 전부 소비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심이 깊어지면 생물체의 시체가 분해되면서 영양염이 축적되고 영양염은 점차 증가한다. 그래서 물고기들에게 심층수는 맛있는 이온음료라 할 수 있다. 또 한류와 난류가 부딪히는 지역은 영양염이 생기기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찬물과 따뜻한 물이 섞이는 과정에 회전하는 와류가 발생하고 혼합이 활발해지기 때문으로 물은 상하혼합이 왕성할 때 해양생물들은 축제를 벌인다. 산소와 영양염이 풍부하게 공급되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바람은 왜 생기고 어떻게 해서 자유자재로거나 제 마음대로 부는 걸까?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힘을 받게 되어있다. 그 힘을 ‘기압경도력’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기압차와 비례한다. 만약 공기에 기압경도력만 작용한다면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을 향해 곧장 불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향력(코리올리 효과)에 의해 바람은 직진만하지 못하고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휘어져 불게 된다. 바람의 방향이 휘어지고, 결국에는 등압선과 평행한 방향으로 불게 되는 것이다.
바람은 고도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지만, 도심 속의 바람은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제멋대로 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도시지면에서 풍향을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골목마다 풍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지럽고 불규칙하게 부는 바람을 난류(亂流)라고 하는데, 난류와 달리 일정한 흐름을 보이는 바람을 층류(層流)라고 한다. 층류가 나타나는 높이는 지면의 상태에 따라 다른데, 연을 날려보면 일정한 곳까지 연이 올라간 뒤에는 고고한 학처럼 흔들림 없이 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층류가 흐르는 곳이다.
북쪽에는 산을 등지고 남쪽은 물이 내려다보이는 곳을 ‘배산임수’라 하여 예로부터 살기 좋은 마을 터로 손꼽았다. 물 흐르는 들판에서 농사 짓고, 산에서 나무와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도 하거니와 북쪽의 산이 찬바람을 막아주는 방벽 역할을하기 때문에 따뜻하다. 그러면서 산과 들, 물이 잘 어우러진 이런 지역은 산곡풍이나 해륙풍이 발달하여 공기의 순환도 잘 일어난다.
산골짜기를 따라 부는 산곡풍은 밤낮으로 풍향이 변하는 순환시스템이 일어나는데 낮에는 햇빛에 의해 산비탈이 가열되어 상승기류가 발생하여 골짜기에서 정상 쪽으로 곡풍이 불고, 밤에는 산비탈이 냉각되면서 공기가 수축하여 무거워지므로 산 정상에서 골짜기 쪽으로 산풍이 불게 되는데 이것을 ‘산곡풍’이라고 한다.
한여름에 뜨거운 햇빛이 해변을 달구면 백사장의 모래는 맨발로 딛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진다. 그러나 몇 m밖에서 출렁이는 바닷물 온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그늘도 없는 바다 표면의 온도가 육지온도보다 낮은 것이다. 햇빛은 육지나 바다나 똑같이 비치는데 온도가 다른 까닭은 무엇일까? 이런 현상은 육지와 바다를 이루는 구성 물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육지는 화강암질의 암석이고 바다는 물이 주성분으로, 화강암은 1㎏당 0.2㎈의 열만 가해지면 1℃가 상승한다. 그러나 물은 1℃ 올리려면 육지보다 약 다섯 배 많은 1㎈의 열이 가해져야 한다. 또한 바닷물은 파도에 의해 뒤섞이면서 표면의 열이 아래로 빠진다. 그래서 서로 열차이가 다른 것이다.
지구는 어떤가? 지구탄생 초기의 중력수축 에너지는 점차로 식어갔다. 그 과정에 표면은 딱딱한 지각을 형성하고 수증기는 물로 응결되어 해양을 형성했다. 그렇지만 지구내부까지는 쉽게 식지 않았다. 오히려 지구를 달군 열원이 많아졌으니 돌멩이, 즉 암석도 한몫 했다. 암석은 우라늄과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를 품고 있는데, 방사성 원소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서서히 붕괴하여 다른 원소로 변한다. 그 과정에서 열이 발생했고 그래서 지구내부 온도를 5,000℃이상으로 상승시켰고 또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방사성원소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 하는데 질량수 238인 우라늄의 반감기는 약 45억년. 그래서 지구탄생 초기에는 지금보다 두 배가 많은 우라늄이 지구내부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질량수 232인 토륨의 반감기는 140억 년으로 우라늄보다 몇 배나 더 많이 포함하고 있고, 13억 년의 반감기를 가지는 칼륨도 우라늄 못지않게 지구에 많이 있어서 지구내부의 땔감이 줄어들어 아주 먼 미래에는 고갈될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지표를 형성하고 있는 암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흔히 보는 암석은 마그마가 식어서 된 ‘화성암(火成巖)’과 쇄설물(가루입자)이나 침전물이 쌓이고 다져져서 만들어진 ‘퇴적암(堆積巖)’ 그리고 어떤 암석이 2차적 압력이나 열을 받아서 조직과 성분이 변한 ‘변성암(變成巖)’등 세 가지가 있다. 암석을 만드는 알갱이, 즉 재료는 광물이며 이 광물을 조암광물이라고 하는데 조암광물은 규산염광물이 압도적으로 많다. 규산염광물에는 산소와 규소의 고체화합물로 칼륨,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철과 같은 금속성분이 다수 첨가되어 있다.
화성암은 다시 ‘화산암’과 ‘심성암’으로 나뉘고, 화산암은 현무암, 안산암, 유문암으로, 심성암은 반려암, 섬록암, 화강암으로 나뉜다. 화성암 중에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화강암이다. 건물의 외벽재, 바닥재, 축대, 도로경계석, 비석, 주춧돌, 조각상, 부도 등 조형물에 두루두루 쓰인다.
화산섬인 제주도는 현무암이 널리 분포하는데 그것은 돌하루방, 맷돌, 돌담 등의 재료가 된다.
한반도는 중생대 쥐라기 때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대규모 화강암이 형성되었는데, 대략 1억8천 년 전부터 1억3천만년 사이로 이때에 차령산맥, 소백산맥, 노령산맥, 광주산맥 등이 만들어졌다. 이후 백악기 말부터 신생대 3기까지 대략 9,700만 년∼5,700만 년 사이에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 산발적으로 마그마가 관입(貫入-지층이나 암석을 뚫고 들어감)되어 경주 토함산 등 독립된 산이 만들어졌는데, 이들은 대부분 화강암으로 석굴암, 다보탑, 석가탑 등 고대 예술품은 이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신생대 4기에도 백두산, 한라산, 울릉도, 독도, 철원-연천 일대에 화산활동이 활발히 일어나 화산암류가 분출되었는데 울릉도, 독도는 한라산에 비해 크기가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라산과 같은급의 크기를 가진다. 수심 1,000m 이내인 남해와 달리 동해의 수심이 2,000m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1970년대 중동의 건설 붐을 타고 고속도로, 항만, 운하, 대수로, 담수화 건설 등을 해주고 우리나라가 벌어들인 외화가 당시 대외수출 수익의 80%를 차지했던 적이 있다. 건설사업의 핵심 재료는 철근과 콘크리트다. 콘크리트의 주원료인 시멘트는 그 원재료가 석회암이다. 석회암은 바다나 거대한 호수에서 탄산칼슘 성분이 침전되거나 석회질생물체 유해가 쌓여 만들어지는데 강원도 일대와 북한의 평안남도 지역에 석회암이 많이 퇴적되어 있다. 우리나라 건설 사업은 양질의 풍부한 석회암이 있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성장이 가능했다. 산을 이룰 정도로 석회암층 밀집도가 높고 매장량도 풍부하다.
몇 년 전 딸아이와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찾았던 수월봉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아름다운 층리구조를 보이는데 이는 화산이 수중에서 폭발하면서 분출된 화산재가 물속에 얌전하게 쌓이면서 생긴 것이다. 화산재가 쌓여 된 암석을 ‘응회암(凝灰巖)’이라고 하는데 ‘재 가루가 엉켜 붙어서 된 암석’이라는 뜻이다. 또 퇴적암 중에는 자갈과 모래, 시멘트를 버무린 것처럼 보이는 역암(礰巖)이란 게 있고, 역암의 자갈이 둥글지 않고 각진 것이 포함된 것은 각력암(角礰巖)이라고 한다.
제주 수월봉
산비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암(砂巖)은 모래입자로 구성된 퇴적암을 말한다. 모래알갱이는 접착성이 약해 잘 달라붙지 않는다. 그래서 사암도 허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중력에 의해 다져지고 이산화규소성분이 녹아 입자끼리 달라붙은 사암은 강도가 엄청나 해머로 쳐도 잘 깨지지 않는다. 사암은 모래입자 속에 철분, 점토 등이 첨가되는 비율에 따라서 회색, 붉은 회색, 초록 회색 등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퇴적암은 ‘셰일’암석이 가장 많은데, 셰일은 황톳물을 수백 번 칠하고 마르기를 반복한 것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이암(泥巖)은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부드러운 찰흙 덩어리가 굳은 것처럼 보이는데 미세한 빈틈이 많아서 가벼운 편이고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다. 역암, 사암, 미사암, 이암, 셰일과 화산 퇴적암인 응회암은 모두 분쇄된 가루입자가 쌓인 암석으로 쇄설성 퇴적암에 속한다.
‘차돌바위처럼 단단하다’고 하는 ‘차돌’은 규암(硅巖)을 말하는데, 규암은 석영이 많이 포함된 사암이 변성된 것이고 ‘대리석’은 대리암(大理巖)으로 석회암이 변성된 것으로 뽀얀 우윳빛이거나 불순물에 의한 마블링, 즉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기물이 다수 함유된 석회암이 번성된 경우에는 검은 대리석이 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매장지역은 강원도 정선군 북면 일대로 고급호텔의 실내 바닥재로 쓰이는 경우가 있지만, 실용적인 건물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석회암이 산성비에 약하듯이 대리암 역시 산성비에 약하기 때문이다.
석회암은 탄산수와 반응하여 녹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수억 년 동안 풍화가 진행되면서 여기저기 벌집처럼 구멍이 뚫리고, 지하수가 이동한 길을 따라 복잡한 개미집처럼 동굴이 생기기도 한다. 강원도 동강지역은 수많은 동굴이 존재하고 있으며 아직 그 끝이 어딘지 잘 모르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베일에 싸인 것도 많이 있다.
‘지질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역사시대 이전을 말하는 것으로 이 지질시대는 고생물의 번성과 멸종시기로 나누기 때문에 흔히 시생대(始生代), 원생대(原生代), 고생대(古生代), 중생대(中生代), 신생대(新生代)라 불린다. 그중에서 중생대는 약 2억 5천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의 시대로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구분하고 공룡은 중생대에 가장 번성한 파충류의 한 종류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거나 대립하면서 같이 살았을까 하고 의심하면 안 된다. 인간은 아무리 올려 잡아도 400만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은 박목월 시 ‘윤사월’처럼 윤달이 있는 해다. 윤달과 윤일을 삽입한 원리는 무엇일까? 일상에서 쓰는 태양력의 1년은 약 365.2422일로 매년 0.2422일의 자투리가 남는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인 율리우스 카이사르(BC100∼BC44년)는 자투리가 남는 것을 상쇠하고자 4년마다 1일을 삽입하여 366일로 윤년을 두었다. 그래도 이것은 1년에 0.078일씩 과하게 시간을 더한 꼴이어서 128년이 지나면 1일 정도 편차가 생긴다.
그래서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3세가 이를 바꾸게 되었다. 율리우스 역법에서는 400년 동안 100회의 윤년이 존재했지만 그레고리 역법에서는 3회의 윤년을 평년으로 되돌려서 윤년이 97회만 되도록 조정하게 된다. 그레고리 역법은 ‘4의 배수인 해는 윤년으로 한다. 단 100의 배수이면서 400의 배수가 되지 못하는 해는 평년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1700년, 1800년은 100의 배수이면서 400의 배수가 아니므로 평년이 되고, 2000년은 100의 배수는 물론 400의 배수이므로 윤년이 되었다. 오늘날에 우리가 쓰는 태양력은 그레고리 역법이다.
음력의 윤달은 무엇일까? 음력의 작은 달은 29일, 큰 달은 30일이므로 평균일수는 29.5일이다. 따라서 음력의 1년은 354일로 태양력보다 무려 11일이나 부족하다. 2년이면 22일, 3년이면 33일이 부족해지고 10년이 지나면 한여름에 새해를 맞는 일이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음력은 19년에 7번의 윤달을 넣었다. 4월이 지나고, 또 ‘윤4월’을 넣는 방식으로. 옛날 사람들은 윤달을 공짜로 생긴 달, 귀신도 휴업하는 달이라고 여기고 이사를 하거나 묘를 이장하는 일을 했다. 또 박목월*은 ‘윤사월’이라는 시를 남겼다.
◇ 윤사월 --- 박목월
송화(松花)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고
엿듣고 있다.
- [상아탑] 6호(1946년 5월)-
[해설】세련된 시어로 순수한 산수의 서정과 인간 본연의 근원적 애수를 노래한 목월의 초기 시세계를 대표하는 민요풍 시다. 7ㆍ5조를 바탕으로 기ㆍ승ㆍ전ㆍ결의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어느 산 속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보여주고 있고, 그 속에 눈 먼 산골 처녀의 애틋한 그리움까지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19년에 일곱 번의 윤달을 넣었다 해도 태음력은 계절변화를 제대로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에 맞게 태양력을 기준으로 1년을 24등분하여, 입춘에서 대한까지 명칭을 붙이고는 농사짓는데 참고했던 것이다. 24절기는 태양의 각도를 15도 간격으로 등분하여 정했는데, 24절기마다 의미를 담아고 농경의 지침서 역할을 하게 했다. 망종(芒種)때는 벼, 보리 등 수염 있는 곡식의 씨를 뿌리고, 한로(寒露)때는 찬이슬이 내리므로 가을걷이를 서둘러야 하는 절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얻는 것이 많다는 생각도 하지만, 과학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보니 기초 소양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다. 지금부터는 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알아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펴본다.
기관총의 총알속도는 대략 초속 900㎞라고 한다. 앞서 보았듯이 지구의 자전속도는 적도부근에서 가장 빨라 시속 1,669㎞정도다. 이를 초속으로 계산하면 460㎞가 된다. 적도에서의 지구 자전속도가 총알속도의 절반쯤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속도는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는 속도에 비하면 애벌레가 기어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속도는 총알 속도의 30배가 넘는다. [만약에] 지구가 급정거한다면 로켓을 타고 있지 않고는 모두가 지구 밖으로 튕겨 나가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멀미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속도마저도 태양이 은하계를 회전하는 속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지구 공전 속도의 여덟 배인 초속 240㎞나 되기 때문이다. 행성, 위성, 소행성, 혜성과 유성체 등 태양계 식구들은 태양의 중력장 안에 가두어진 운명이고, 지구 역시 태양을 따라 무시무시한 속도로 우주공간을 질주해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주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데, 우주공간의 모든 점들은 세찬 바람에 흩날리는 꽃가루처럼 시시각각 그 위치가 변하고 있다. 그러나 위치변동은 특정한 중심이 없으므로 천체들의 움직임은 모두 상대적인 속도로만 나타난다. 속도의 수치는 어떤 기준계에 대한 상대적인 속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공전속도가 초속 30㎞라는 것도 태양이라는 기준계에 대한 속도일 뿐 우주공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기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절대적인 시간도 없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다.
현대문명의 이기인 GPS(global postoning system)항법장치, 원자력발전과 원자폭탄 제조기술 등은 모두 상대성 이론에 의해 발명된 것이다. 상대성 이론이란 ‘모든 운동은 상대적으로 등속운동은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한 물리법칙이 적용된다.’그래서 ‘광속에 어떤 광속을 더해도 광속 이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구분되는데 특수 상대성 이론은 등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 관한 물리법칙으로, (1)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일정하다. (2)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3)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은 증가한다. (4)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와 공간은 수축한다는 것 등으로 시간이 느리게 가거나, 길이가 축소되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일어나는 현상이다.
어쨌든 상대성 이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시간, 질량, 공간이 변할 수 있는 물리량으로 취급되면서 세계관을 뒤바꾸어 놓았다.
E=mC2(E:에너지, m:감소한 질량, C:광속) 이 공식은 ‘질량-에너지 등가 법칙’이라고 불리는데, 물체의 질량이 감소하면 광속의 제곱에 비례하는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 공식은 물리학의 역사를 주도한 것으로 우라늄 같은 방사성 원소가 핵분열을 통해 전자기파를 방출하고 질량이 줄어들면 광속의 제곱에 비례하는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사실로부터 원자폭탄이 만들어졌고,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었다. 핵융합 과정에서도 질량 감소가 일어나고 태양이라는 에너지 공장도 이 E=mC2 원리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일반 상대성 이론은 속도가 변하는 가속운동에 관하여 가속운동을 하는 시공간은 휘어진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이것은 중력을 크게 받는 공간일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사실을 빛의 진동수가 변하는 현상으로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이 설명하는 중력은 질량에 의해 우물처럼 움푹 파인 공간과도 같다. 그러나 우물 속으로 지구가 빨려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가속운동(공전)을 통해 중력에 대항하는 힘(원심력)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골똘히 생각해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책을 옮겨와도 이해가 잘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쯤에서 줄일까 한다.
“무無의 폭발로 우주가 탄생했다는 빅뱅 우주론, 선택에 의해 세상이 여러 개로 갈라진다는 평행 우주론, 시간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블록 우주론 등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주가 있어서 내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있어서 우주가 있는 것인가? 내가 있어서 존재하는 우주라면 삶과 죽음은 무엇이 다른 것인가? 흥겹고 즐거운 파티와도 같은 생각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쏟아질 때 우리는 평화로운 관찰자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책 후기에서 작가가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