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조경동 계곡으로 1... (원주를 지나며)
마지막 청정(淸淨) 곳간인 인제군... 산악과 군인은 인제의 상징이었다.
멀고도 험한 길... 혹독한 추위... 그래서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
다.’라는 넋두리가 생겨났는지... 땅은 넓고 사람은 적은 곳... 주민보다 군인이
더 많은 곳이 인제군이 아닐까? 북쪽은 휴전선이요, 설악산을 비롯해 향로봉,
점봉산, 대암산, 방태산, 등 주위가 1,000m가 넘는 험한 산들이 즐비하고,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곰배령, 단목령, 북암령, 조침령, 광치령 같은 고갯길을
넘어야 대처(大處)로 나가고, 장을 보러 다닐 수 있었다. 이제 포장이 되고
터널이 뚫리니 ‘인제가면 좋을시고, 원통에서 살자구나’로 변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오대산에서 발원하여 소양호에 합류하는 내린천... 푸른 물줄기
와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진 선경(仙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계곡이다. 인제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상남까지 이어지는 약 52km의
구간이 최근 들어 래프팅의 명소로 널리 알려졌다. 2007년 옛 직장동료와
래프팅을 갔던 내린천을 5년 만에 서부산악회를 따라 여행을 떠났다.
오늘 여행길은 산행을 위주로 하여 방동약수에서 출발하여 조경동계곡을 거쳐
진동 2교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난을 피해 편히 살만한 곳’이라고 정감록에서 꼽은 이곳은 6·25 전쟁 때도
군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방태산 자락과 구령덕봉 줄기 사이에 숨은 듯 자리 잡은 아침가리는
‘아침에 밭을 갈고 나면 더 이상 경작할 밭이 없을 정도로 작다’해서 이름 붙은
곳이며 조경동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하늘을 다
덮을 만큼 작은 마을이다. 수많은 야생화들이 철 따라 피고 지며 단풍이 아름
답기로도 유명하고 울창한 숲과 맑고 아름다운 계곡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대전IC를 통과한 여행길은 중부와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만종분기점
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잔뜩 찌푸린 날씨... 금방 쏟아질 듯하다. 옛날 처가에
들린 사위... 장모님이 ‘가랑비가 오네’ 하면 사위보고 집에 가라 소리고 ‘이슬
비가 오네’하면 있으라는 유머가 있었으니 백년지객(百年之客)인 사위에게 할
수 있었는지... 아무리 스스럼이 없어져도 한평생 손님으로 맞아 예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百年之客... 그래서 씨암탉을 잡아주는지... 원주에 가면 복추어
탕(033-763-7987)을 소개하며 횡성으로...
인제 조경동 계곡으로 2... (횡성을 지나며)
딸의 남편을 일컫는 사위(壻)... 서랑(壻郞)이나 교객(嬌客, 驕客)은 남의
사위를 높이는 말이요, 췌객(贅客)은 남의 사위를 그의 처가에 상대하여 이르
는 말이다. 즉 ‘김군은 박씨집의 贅客)이다.’로 쓰는 말이다. 외생(外牲)은 사
위인 사람이 장인, 장모에 대하여 자기를 일컫는 말이고 죽은 딸의 남편인 사
위는 구서(驅鼠)라 하였다. 임금의 사위는 부마(駙馬)로 불렀다. 한편 진나라
극감은 명문가인 왕씨 집안에서 사위를 구하려 하였다. 이때 왕씨의 자제들은
모두 들떠 있었으나 왕희지만은 태연하여 극감은 이를 탄복하여 사위를 맞아
들였고 사위를 탄복(坦腹)이라 불렀단다. 이를 탄복지재(坦腹之材)라 한다.
원주를 지날 때면 치악산(雉岳山)이 생각난다. 당연히 보여야 할 치악산...
구름에 가려 흐릿하다. 이곳의 상원사... 남대봉 아래에 자리 잡은 이 사찰은
1,050m에 위치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찰이다. 은혜를 갚
은 꿩과 구렁이의 전설이 긷든 유서 깊은 곳이다. 횡성으로 가는 길... 섬강이
메말랐다. 하지가 지나면 장마가 시작되는데 두 달 가량 비가 오지 않아 모내
기도 못한 곳이 있단다. 수리시설이 부족한 전통사회에서는 기우제를 지냈다.
가뭄은 자연기후 현상임에도 치자(治者)의 부덕(不德)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여겼다. 치산치수(治山治水)가 정치인데 4대강 사업을 왜 그렇게 반대했는지...
이곳의 칠봉유원지... 금강산의 일곱 봉우리를 옮겨놓은 듯 절묘한 자태가
신비스럽고 기암괴석 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과 울창한 숲... 호젓한 곳이다.
대한민국 대표 건강도시 원주를 지나면 한우의 고장 횡성이다. 이곳의 어답산
(御踏山)...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인근 태기산에 있던 태기왕을 뒤쫓다가 이
산을 들렀다 해서 임금이 밟아본 산이라 御踏山이라 불렀다.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朴赫居世)... 알이 박같이 둥글어 박씨라 하고 그를 목욕 시키니 온
몸에서 빛살을 품고 조수(鳥獸)가 춤을 추어 赫居世라 이름을 지었단다.
임금은 하늘이 만들어주듯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금년 대선 때문에 일부
정치인이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현직 지사나 의원들...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었다면 총선에서 나오지 말아야지... 선거 비용을 낭비한 것이 아닌가?
지방자치를 없애고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의 특권
도 모두 없애야하며 무보수로 바꾸어야 한다. 횡성에 가면 심순녀 안흥찐빵
(033-342-4460)을 소개하며 홍천으로
인제 조경동 계곡으로 3... (홍천을 지나며)
삼마치터널을 지나면 건강과 휴양 레포츠의 도시 홍천IC를 빠져 나간다.
오른편으로 수타사(壽陀寺) 안내판...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일월사...
계곡 옆에 용담(龍潭)이 있는데 명주실 한 타레를 풀어 넣어도 끝이 없을
정도로 깊으며 사찰 우물과 연결되었단다. 물이 소용돌이치면 못 빠져 나와
매년 인사사고가 나자 수타사(壽墮寺)로 바꾸었다 한다. 남자가 빠지면 그
다음엔 여자가 빠졌으며 壽墮란 삶이 무너진다는 뜻이니 삶과 죽음을 뜻하는
지 알 길이 없다. 한편 수양대군이 쓴 월인석보와 월인천강지곡이 있다.
홍천읍내에는 무궁화 공원이 있다. 구한말 무궁화를 보급하며 독립운동을
하였던 한서 남궁억 선생의 시비(詩碑)를 비롯하여 31만세 기념탑, 충혼탑이
세워져 있다. 우리나라 국화(國花)린 무궁화(無窮花)... 애국가에 나오듯 한반도
3,000리 전역에 심어져 있었고 특히 일제 강점기 때는 민족의 꽃으로 사랑을
받으며 무궁화 심기 운동을 벌이며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였다. 한편 애국가
4절에 ‘이기상과 이맘으로 충성을 다하여’는 해방 전에는 흩어진 민족을 모으
는 일이 중요하여 ‘충성을 다하여’가 아니라 ‘민족을 모으며’였단다.
최근 ‘애국가가 국가가 아니다’라고 표현한 어느 의원... 정책을 비판할 수
있어도 국기(國基)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한편 애국가의 곡은 스코틀랜드
민요인 Auld Lang Syne의 곡을 인용하였다. 또한 국기(태극기), 국가(애국
가), 국화(무궁화), 국새(나라도장), 나라문장(대한민국)이 5대 상징물이다.
1975년 동남아의 공산화는 막대한 군사력이 있었더라도 민심이반이 문제였다.
남북대치 상태에서의 남남갈등은 국력 낭비로 특히 국회의원의 장외투쟁...
정국 현안을 수습하라고 국회가 있는 것이지 장외 투쟁하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라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국회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더 지나면 가리산 휴양림...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가리...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 데서 유래하였다. 발아래로 펼쳐진 소양호의 풍경과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은 석간수가 샘솟으며 강원 제일의 전망대로 불린다.
근처의 용소계곡... 우거진 숲과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10km의 계곡에 펼쳐져
비경(秘境)을 자랑한다. 홍천읍의 인정식당(033-435-3535)... 양곱창을 소개하
며 인제군으로 이어진다.
인제 조경동 계곡으로 4... (인제에서)
홍천과 인제 사이의 쥴장루이 기념공원... 6.25 때 유엔군으로 참전한 프랑
스 의무대장인 쥴장루이...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과 자유 수호라는 이념을
가슴에 품고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던 수많은 생명들의 죽음, 타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였던 그는 이곳에서 전사하여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공원이다.
희생이 클수록 명예도 큰 법...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도록 노력한다는
분골쇄신(粉骨碎身)... 과연 목숨을 내놓고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청정 조각공원 휴게소를 지난다. 왜 청정이라 했을까? 깨끗한 강원도 인심
을 나타내는 것일까? 야해 보이면서도 유머와 해학도 엿보이고 에로틱한
장승이 그득하다. 장승하면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 많았는데...
실내에 들어가도 남녀의 성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민망한 조각들이 많이 있다.
특히 익살스러운 표정은 장기 운전에 지친 몸을 풀 수 있는 곳이다.
비빔 청국장, 황태 해장국, 곤드레 나물밥, 도토리 묵밥, 잔치국수, 소머리국밥,
감자떡, 옥수수, 막국수 등 강원도 먹을거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왼편으로 소양호가 보이면서 38선 안내판... 일본군의 무장 해제를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책정한 이 경계선은 우리 민족에게는 슬픈 역사요 비극이다. 1945
년 8월 6일과 9일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8월 8일 소련의 대일 선
전 포고... 완전히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승전국 대열에 오른 것이 아닌가?
최근 시리아 사태에도 눈치만 보고 있는 러시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내린천이 소양호에 합쳐지는 곳에 번지점프대... 체력과 담력의 시험대다.
미국의 금문교, 프랑스의 에펠탑에서 뛰어내리는 스릴... 스포츠화 되었다.
내린천과 방동천을 따라 방동약수로... 수량이 부족하여 보트가 쌓여 있다.
주변의 절경과 굽이굽이 흐르는 물살... 상쾌함과 스릴을 느꼈던 이곳... 물이
많았으면 아쉬움이다. 방동약수터에서 산행이 시작된 조경동 트레킹... 아쉬운
마음이지만 도착지점인 진동계곡으로 갔다. 청정지역인 이곳에서 한 시간여를
걸으며 마음을 다스려본다. 오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옳게 살기 위하여 노력
해야 할 인생길... 바탕이 성실하면 항상 편안하고 이익을 보지만 방탕하고
사나운 자는 언제나 위태롭고 해를 입는다는 선각자의 말씀을 되새기며 여행
을 마친다. 기린면 현리의 고향집(033-461-7391)을 소개한다. 감사합니다.